단순히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단편 소설 5집을 모아 엮은 책이고 나는 그중 이 책의 제목인 <눈보라>라는 소설이 가장 맘에 들었다. 우리가 ‘러시아’하면 가장 먼저 톨스토이를 떠올리지만 러시아 국민들은 푸슈킨의 문학을 더 사랑한다고 한다. 그의 소설들은 러시아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주로 운명과 사랑, 그리고 삶의 우연성을 주제로 다룬다.
내가 중심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소설 <눈보라>의 줄거리를 간략히 서술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야기는 마리아 가브릴로브나와 블라디미르라는 연인의 비극적이고도 운명적인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두 사람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밀 결혼을 계획하지만 결혼식 당일 밤, 뜻하지 않은 폭설이 내리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블라디미르는 교회로 가는 길을 잃고 헤매게 되는 한편, 마리아는 약속 장소에서 그를 기다리다가 그가 오지 않자 충격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사건은 두 사람의 운명에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온다. 블라디미르는 이 일로 절망에 빠지고 전쟁터로 떠나게 되지만 전쟁 중 전사하게 된다. 마리아는 그의 죽음을 알게 된 후 슬픔 속에서 살아가지만 여전히 블라디미르를 잊지 못하고 결혼하지 않은 채 지내며 운명을 받아들인다. 시간이 흘러 마리아는 새로 부임한 한 장교와 만남을 갖게 된다. 그 장교는 마리아에게 깊은 호감을 느끼고 그녀에게 청혼하는데, 사실 이 장교는 과거에 블라디미르 대신 우연히 결혼식에서 신랑 역할을 맡게 되었던 사람이었다. 폭설로 인해 블라디미르가 교회에 도착하지 못하는 동안, 신부가 정해진 남편 없이 대기하던 중 신랑 역할을 할 다른 남자를 급히 선택했었는데 그 남자가 바로 그 장교였다. 결국, 마리아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블라디미르와의 인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과 행복을 찾게 된다.
사실 이 소설에 대한 평론을 읽어보기 전까지는 그저 단순하고 진부하다고 느꼈다. 자극적인 추리 소설이나 눈물이 나는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였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품과 작가에 대한 조금의 검색을 해본다면 이 이야기 속에도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자연의 힘, 인간의 의지, 그리고 우연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를 보여준다. 작가 푸슈킨은 단순한 서술을 통해 러시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생생히 그려냈다. 특히 ‘폭설’이라는 자연 현상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운명과 같은 초월적 힘을 상징했다. 그는 인간의 의지와 운명의 불가해함을 교묘히 엮어내며, 짧은 분량 안에서도 큰 여운을 남겼다.
짧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러시아인들이 사랑한 작가 푸슈킨의 단편 소설집 <눈보라>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