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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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때때로 어떤 믿음은 이기적이다. 나는 믿음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믿는다는 말은 너를 믿고 있으니 나를 실망시키지 말라는 뜻으로 다가왔고 그 믿음은 상대를 실망시킬 수 없다는 부담으로 다시 내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 이기심 전에는 외로움이 있었다. 당신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는 혼자 남겨지기 싫다는 외로움이 있었고,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는 믿음에는 일방적인 이기심 전에 외로움이 있었다.
소설에서는 ‘믿음‘이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나온다. 그렇다면 믿음은 무엇인가. 소설 내내 주인공인 최유진은 사랑과 믿음에 대해 고민한다. 그녀에게 믿음 없는 사랑은 가능하지만, 사랑 없는 믿음은 비참하다. 최유진은 도망치듯이 제주도에 도착하게 된다. 오세정이라는 친구의 이름으로 온 제주도에서 최유진은 또 다른 나인 오로라의 뒤에 숨는다. 평소에 하지 않을 행동들을 하고 오로라의 이름 뒤에 숨는다. 최유진에게 오로라는 그녀에게 자유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로라는 최유진이 다시 비밀을 만들도록 한다.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을 숨길 수 없어요“
최유진이 떠나온 이유는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사랑했던 그에게 사실 아내가 있었고 사랑이라고 생각한 자신과 그의 관계는 불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최유진은 여전히 그를 사랑했고 그 사실을 들킬까 봐 그녀는 깊숙한 제주도로 숨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진실로부터 도망치지만 결국 그녀는 그 진실을 마주한다. 마주한 진실을 인정하고 최유진은 오로라를 보내주게 된다.
가끔 모든 것을 놓고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니면 낯선 곳에서 괜히 진짜 내가 아니라 다른 나를 꺼내서 내가 아닌 척을 하고 싶을 때도 있다. 최유진은 그런 나의 생각을 직접 행동으로 옮긴 것 같았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타인의 말에서 숨은 뜻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결국 나의 문제를 찾아내는 것도, 결국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너무 비슷해서 읽는 내내 더 몰입하게 되었다.
“가장 큰 잘못은 네 잘못은 없다고 생각했던 것. 순전히 상대의 잘못만을 따져 물었다. 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취약해지니까.”
최유진은 제 생각조차 정리가 되지 않아서 그녀의 생각은 난잡하고 어지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이해가 갔다. 사랑은 무엇이고 믿음은 무엇인가. 88p의 짧은 소설이지만 생각할 내용이 많아서 여러 번 다시 읽게 되었다. 겨울의 제주가 배경이라 소설에서는 내내 차가운 바람이 불고 차가운 느낌을 준다. 서늘해지는 요즘의 날씨에 딱 맞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랑과 믿음 사이 끝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오로라–들키면 어떻게 되나요?“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