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품격 (인생의 좋은 답을 찾아가는 아홉 번의 심리학 강의)
제목: 행복 발견
이 책은 행복을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다고 보며, 우리가 실생활에서 행복을 더 잘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행복의 기술을 알려준다고 소개하고 있어서 읽게 되었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해보며 관련된 책도 읽어보았지만 종종 일희일비하는 나를 보면서 이 책이 갈피를 잡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에서는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들 중 하나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을 소개한다. 여기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는 스트레스를 영원히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약간의 스트레스는 일상생활에 도움을 준다고 배웠지만 스트레스는 제거되어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스트레스가 실질적으로 없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A라는 스트레스 받다가 B라는 스트레스가 생기고, C라는 스트레스가 생기고 이런 식으로 순환, 반복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아는 것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는 스트레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해라고 생각했기에 나타난 현상인 것 같다. 여기서 제시해 주듯 심호흡이나 케겔 운동을 해보는 것이 먹는 것으로 푸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또한 책에서는 어린 왕자 이야기를 통해 관계에서 오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나 또한 진정한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통해 느끼는 행복이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관계를 맺는 것과 시간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약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관계가 소중한 이유는 그 관계에 쏟은 시간 때문”이라는 표현에서 관계에서 오는 행복을 가치있다고 보지만 시간에 관해서 나는 다르게 생각해왔다. 시간이 맞지 않아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서로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진정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야 생각해봤을 때, 이는 단지 ‘나는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있어’라며 나 자신을 합리화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희망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더 나아가 인간의 삶에서 희망은 오직 하나의 형태로만 존재하며, 그것은 자신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믿느냐 아니면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느끼는가 하는 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은 심오하게 느껴졌지만 현재 나의 상황과 연관 지어 생각해 봤을 때, 나는 희망이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 무기력감이 정말 많이 드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고, 직업에 대한 고민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대학 생활 내내 가장 크게 느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미래를 위해 노력할 가치가 있다는 믿음, 즉 희망에 대한 믿음을 다시금 마음속에 새겨두어야겠다.
그리고 용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용서한다고 과거의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 공감하고, 여태 나는 용서는 과거와만 관련된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에서는 용서는 용서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용서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미래의 고통을 경감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책에 사례로 나온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나온 대사(“시간이 얼마 없잖아요. 내 남은 인생,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 쓰고 싶지 않아요. 죽기 전에 내가 느끼는 마지막 감정이 그렇게 흉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용서하는 겁니다.”)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여러모로 힘들고 상처도 받았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나의 내면의 감정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고, 이 과정과 연관하여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를 가정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법을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마음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었다.
나음보다 다름 (기획에서 마케팅까지, 무엇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소설쓰기의 모든 것 3 (인물,감정,시점)
서울 시 1
이 책은 논란이 많다.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얻는 ‘시’라고 불리고 있지만, 시가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집어든 것도 반쯤은 그 호기심 때문이었다.
여기 나온 ‘시’들은 심오한 내용을 담지 않는다. 내용보다 제목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만큼, 여러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말들이 생활속 작은 예시에 들어맞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대부분은 사랑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들에 ‘에이, 너무 흔한 말 아냐?’ 하고 있으면 제목을 보고 감탄하고 마는 것이다.
‘덕분에 네 소식 알게 돼’라는 글의 제목은 ‘애니팡’이다. 자신의 하트를 얻기 위해 타인에게 하트를 보내는 게임이다. 그때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몇 권씩 모이면 먼 훗날 역사 공부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런 말장난 같은 말들이 sns 상에서 유행이 되다가 한 권의 책이 된 것이다.
이 사람의 글은 시일까?
짧은 글과 제목이 붙은 이 글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라고 부른다. 하지만 거창한 내용도, 함축적이고 아름다운 시어나 비유도 없다. 무언가 시인이 가져야 한다고 느껴지던 고독함, 괴로움, 사명감 등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간단한 언어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다. 웃음, 짠함, sns 상에서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감동을 주거나 정치를 비판하기도 한다.
문학에서 장르적 구분은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 ‘글’이라는 범주 안에서 인간의 삶을 비추고 또 노래하는 거울 같은 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시냐, 시가 아니냐를 두고 싸우기 보다는 오롯이 글이 가진 가치를 논하는 것이 어떨까?
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책속의 등장인물들은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아무리 고개를 둘러봐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들 뿐이다. 물론 인물들이 빼어나게 예쁜 것은 제외하고.
영화화가 될 수 있으려면 사람들이 책을 산 만큼, 그 이상으로 작품을 찾아야 한다. 책보다 훨씬 비싸기도 하고, 영화관에 들어가 앉아야 직접적인 수입이 되니까. 그럼에도 영화화가 될 수 있었던 건 평범하지 않은 필체로 너무 평범한 것을 그려내었기에 그 묵직함이 사람들 마음 안에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감, 그러면서도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날카로움, 묵직함. 내가 참 닮고싶은 필체다.
자기 앞의 생 (문학동네 세계문학,에밀 아자르 장편소설)
라플라스의 마녀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습관의 힘 (반복되는 행동이 만드는 극적인 변화)
새해 첫날, 많은 사람들이 오늘부터 다이어트해야지, 오늘부터 일찍 일어나야지, 오늘부터 ~해야지.라는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한 해가 반쯤 지났을 무렵. 딱 지금쯤이면 자기가 새해 목표로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도 까먹게 된다.
이 책은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는지, 어떻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눈을 떠서 별다른 고민 없이 양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운전을 해서 출근을 한다. 양치를 하는 법, 머리를 감는 법, 운전을 하는 법은 처음에 시간이 걸려서 조금 배워놓으면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행해진다. 이렇게 습관이 형성되는 이유는 우리 뇌가 에너지를 절약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고 있어서이다. 만약에 우리 뇌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 습관을 만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매일 아침 양치를 하기 위해 칫솔이 어디 있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왼쪽 이부터 닦아야 할지 오른쪽 이부터 닦아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운전을 처음 배울 때처럼 시동 먼저 걸고,, 사이드 미러 체크하고,, 의자 조절하고,, 한 가지 한 가지 신경 쓰지 않아도 우리의 습관은 이미 자동적으로 모든 것을 행하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하는 대부분의 행동들이 다 이렇게 만들어진 습관 때문이다. 그리고 이 습관은 내가 설사 기억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남아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 책에서 유진 폴리는 바이러스성 뇌염을 앓고 자신이 살아왔던 최근 20년의 기억을 몽땅 잃어버린다. 그리고 10초가 지나면 자신이 방금했던 말도 잊어버릴 정도로 뇌에 큰 손상을 입는다. 하지만 그는 냉장고에서 꺼내 먹던 음식을 그대로 꺼내 먹었고, 아침에 항상 걷던 산책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기억이 다 사라졌는데도 말이다.
이게 바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변하지 못하는 이유, 습관의 힘이다.
우리는 커피전문점의 간판을 보면 이미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들이켰을 때의 시원함을 본능적으로 떠올린다. 그 신호는 우리가 아메리카노를 사 먹을 수밖에 없는 행동을 만들어낸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는 순간, 우리는 처음에 상상했던 그 시원함을 느끼면서 보상을 얻게 된다. 이렇게 신호-반복행동-보상으로 이어지는 습관의 고리는 쉽게 끊어낼 수 없다. 뇌가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걸 알게 됐다면 이제 우리는 모두 원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다. 신호와 보상은 유지하되, 반복행동만 변화시키면 된다.
만약 운동을 꾸준히 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신호(운동화를 신는다) – 행동 – 보상 (운동 후 성취감, 뿌듯함) 을 확실하게 만들면 된다. 이 신호 – 행동 – 보상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행동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이 보상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습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 번만으로는 습관이 형성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나중에는 운동화를 신기만 해도 운동 후 성취감이 기대되는 습관이 생길 것이다.
습관을 바꾸거나 새로 만드는 방법을 알았다면, 어떻게 하면 더 쉽게 확실하게 만들 수 있을까? 바로 내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다. 너무 추상적으로 들렸지만, 이 책에서는 이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공동체가 있으면 습관을 형성하기 더 쉬워진다고 한다. 만약 살을 빼고 싶다면 다이어트를 하기 위한 모임에 들어가거나 친구와 내기를 하고, 책을 많이 읽고 싶다면 독서모임에 가입하는 것처럼.
그런데 습관 중에서도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핵심습관이 있다. 이 습관은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이 습관이 변화할 수 있다면 그 외의 다른 것들을 모두 바꾸기는 쉬워진다는 것이다. 주로 많이 언급되는 핵심습관은 운동하기, 정리 정돈하기, 일기 쓰기가 있다. 이 습관들은 ‘작은 승리’를 제공해서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게 해준다. 이 핵심습관 중에 ‘의지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의지력은 개개인이 타고나는 것이고 키울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지력도 노력으로 키울 수 있다고 밝혀졌다. 실험자들을 선발해서 꾸준히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하라고 요구한 결과, 실험 시작 전 모두 빈둥대던 실험자들은 두 달 후 모두 훨씬 건전한 사람으로 변했다. 흡연량이 줄었고, 평소에 즐기던 술과 카페인 그리고 정크푸드의 섭취량까지 모두 줄었다. 운동으로만 이런 의지력을 키울 수 있는가? 확인하기 위해서 금전관리 프로그램에 실험자들을 다시 선발했다. 구입한 것을 모두 기록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지 말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짜증 내고 귀찮아했지만 점점 의지력이 늘어갔고 프로그램 마지막에는 모두 재정상태가 좋아졌다.
이 참가자들 또한 모두 흡연량, 음주량, 정크푸드 섭취량이 줄었고 생산성은 증가했다.
실패하지 않고 핵심습관 ‘의지력 키우기’
책에서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 만들고자 하는 습관에 대해서 노트에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재활운동을 해야만 하는 환자 절반에게는 이렇게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도록 하고, 절반에게는 작성하지 않도록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작성한 쪽이 3배나 더 좋은 결과를 냈다.
실험자들은 내일 버스정류장에 가서 퇴근하는 집사람을 마중할 것이다. 어떤 옷을 입을 것이며 몇 시에 갈 것인지, 만약 통증이 생긴다면 어떤 약을 먹을지까지 기록했다. 이렇게 기록한 후, 안 할 수가 있을까?…
이 책 뒷부분에는 이런 식으로 어떻게 기업이 마케팅을 하는가, 어떻게 성공하는가, 그리고 흑인 인권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까지 습관의 힘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는 내 의식보다 무의식, 그리고 습관의 힘이 정말 크다는 사실을 믿는다. 어렸을 때 타자 연습을 하기 위해서 길거리에서 간판이나 글자를 보면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치는 시늉을 한 적이 있다. 그게 아직도 이어져서 글자를 보면 키패드를 치듯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습관이 남아있다. 처음에 의식적으로 습관을 만들어놓기만 한다면 정말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하고 싶지 않아도 하게 되는 게 습관인 것 같다. 하지만 바꾸고자 한다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내가 이 습관을 왜 하는지, 하고 나면 어떤 기분인지, 어떤 행동으로 바꾸고 싶은지만 생각해서 적는다면 말이다.
이 책에서는 습관을 형성하고 바꿔나가는데 믿음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알코올중독 치료를 수차례 받아도 빠져나오지 못했던 사람이 종교를 믿고 술을 끊는다거나. 믿음이 너무 강렬하면 정말 모든 것을 할 수 있나 보다. 믿음을 가지고 내 습관을 변화시키면 삶이 것이 변한다라는 책의 내용은 너무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모든 것을 알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
노트에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을 적기만 해도 습관이 변화할 확률이 3배나 높아진다고 하니까, 바꾸고 싶은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늘은 꼭 한 번 적어봤으면 좋겠다.
오후의 마들렌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다. 로맨스 소설답게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꽤 아름다웠다. 남자 주인공인 시형의 집은 부유했고, 그 집에 사는 남자들은 인기 시나리오 작가와 인기 남자 가수였다. 완벽한 남자들이다. 그리고 인기 가수의 장난으로 어쩌다 동거하게 된 이혼녀 여자 주인공 민성을 사랑하는 시형. 나는 부드러운 문체와 분위기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책이 부담 없이 수월하게 읽혔다. 확실히 하고 싶은 점은 이 책이 좋았던 것과 잘 읽힌다는 것은 별개이다. 이 책은 좋은 점 보다 아쉬운 점이 많았던 책이었다. 크게 2가지 면에서 아쉬웠다. 첫 번째는 여자 주인공의 포지션이 ‘신데렐라’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점이었다.
첫 번째 아쉬웠던 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요즘 문학계의 유행을 언급하고자 한다. 내가 느끼기에 최근 페미니즘 붐이 문학계에도 불고 있는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을 필두로 소설 곳곳에서 페미니즘 요소가 눈에 띈다. 본 소설의 초반에도 그런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작품 극 초반에 이혼녀라는 설정, 그런 이혼녀가 사회에서 비난받는 모습을 묘사했다. 그런 대우를 받은 여자 주인공인 민성은 그들에게 기죽지 않고 당차게 맞섰다. 그런 모습을 통해 이 작품 역시 페미니즘 요소가 녹아있겠거니 예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의 당찬 여성은 초반에 잠깐 나올 뿐이었다. 나는 페미니즘 문학을 지지하고, 모든 문학이 다 그런 경향을 띄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초반에 여자 주인공을 그렇게 씩씩하게 묘사했음에도 결국 모든 난관은 남자 주인공인 시형에 의해 해결된다는 점이 성격 부분에서 일관성 없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역경 속에서 피워내는 것은 흔한 클리셰 중 하나이다. 하지만 역경을 모두 남자 주인공이 해결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면 처음에 묘사한 씩씩한 여자 주인공은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가. 여타 로맨스물처럼 이 작품에서도 사랑은 대체로 남자 주인공인 시형이 민성의 위기를 해결해 주면서 커지는 모습을 보인다. 전형적인 신데렐라형 인물일 뿐 만 아니라 모든 사건이 비슷한 패턴으로 풀려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뻔한 전개에서 다소 지루함을 느꼈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인 ‘비현실성’은 시형과 해경, 재호 모두에게 해당한다. 시형은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으로 여자 주인공인 민성과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인기 시나리오 작가이다. 해경은 시형과 같이 사는 룸메이트이다. 시형의 집에 얹혀사는 인물로 인기 남자 가수이다. 하지만 신용 문제로 활동하지 않는 상태이다. 재호는 민성의 전 남편이다. 그와 민성 사이에는 재성이라는 아들이 하나 있고, 재성은 민성과 함께 살고 있다. 우선, 시형과 해경의 비현실성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인기 시나리오 작가와 인기 가수가 주변에서 흔한 직업은 아니다.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소설이니까 넘어갈 수 있다. 소설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두 번째 비현실성은 재호라는 인물이다. 이 소설에서 재호의 역할은 ‘ 절대 악’이다. 소설이 민성의 이혼 장면으로 시작하였음에도 재호는 작품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등장하는 인물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장면은 시형과 민성의 사랑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재호는 시형에 비해 모든 면에서 어리숙하다. 다짜고짜 그의 아들을 데려가겠다고 집으로 찾아오지를 않나, 시형의 말 몇 마디에 꼬리를 내리지를 않나, 민성의 거짓말에 금방 속아 넘어가지를 않나. 근본 없이 민성과 시형의 사랑 사이를 방해하지만, 크게 위협하지도 못하고 사라진다. 너무 비참한 일회용 캐릭터라는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설정했는지 알 수 없으나 너무 평면적이고 단순하게 설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작품 마지막 쪽에서 재성을 데려가려는 이유가 단지 ‘엄마가 결혼하려면 손자를 데려오라고 해서’라니. 30대가 하는 생각치고는 너무 얕다. 이런 점이 작품 곳곳에서 보여서 재호의 현실성은 떨어졌고 단지 작가가 멍청한 캐릭터를 어쩔 수 없이 등장시키는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이 작품에서 좋았던 점은 특이한 작가의 시선이었다. 인간관계를 실로 표현한 것이나, 순간의 선택에 맡기라는 것 등이 신선했다. 소설 전개 중에 다소 투박하게 제시된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새로운 비유로 특정 대상을 제시하는 것이 본 작가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작가가 에필로그에서 밝혔 듯 오후의 마들렌.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당한 당도의 마들렌으로 시형을 의미한다. 에필로그가 없다면 바로 이해하기 힘든 이 책의 제목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에필로그가 있기에 마지막에 무슨 뜻인 지 이해했지만 작품을 읽는 내내 제목과의 연관성을 찾는다면 다소 힘들 것이다. 달콤한 디자인이었지만 아주 달콤하지는 못 한 로맨스였다. 주인공들의 스펙은 멋졌지만 감정의 정도는 조금 미숙했다. 봄의 헛헛함을 채워주기에는 많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예쁜 문체였다. 부드러운 문체를 쓰는 작가이기에 나중에 서점에서 만난다면 다시 한 번쯤 책을 들춰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