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양귀자 장편소설)
고도를 기다리며 (196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햄릿 이후 처음 읽는 희곡이라 두려움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으나 재밌게 읽었다. 그러나 희곡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다. 당대에도 특이한 희곡이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연극이나 희곡을 접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작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고도’라는 존재를 기다리는 것이다. 끝 또한 ‘고도’라는 존재를 기다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고도’라는 부재(不在)의 현존(現存)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이름이난 다른 등장인물의 이름은 잊더라도 고도는 잊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그들이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일까. 모른다. 이 희곡의 연출자가 베케트에게 ‘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자 베케트는 그걸 알았다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무라카미 류의 한 인터뷰가 생각났다.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라카미 류는 그것에 답할 수 있다면 소설 따위는 쓰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걸 최선을 다해 전달했고 그를 해석하거나 의미를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독자 개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형태도 의미도 전부 다를 것이고 각양각색일 것이다.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떤 무언가를 스스로 찾는 행위 중 하나가 독서라고 생각한다. 고도는 내게 존재하지 않은 운명, 시간, 신… 따위로 느껴졌다. 존재의 여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으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있는 그 경계 어딘가. 찾을 수 없지만 믿고 있으며 믿지 못 하는 어느 것.
인간 실격
독후감은 읽자마자 썼어야 했는데 항상 쓰는 게 귀찮다고 미루다 보니 읽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몇 자 적어 보려고 한다.
인간의 나약함을 잘 다루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처음 읽어 봤다. 어렸을 때 인간 실격을 조금 읽어 봤는데 너무 재미 없어서 16페이지만 읽고 책을 덮었었다. 그때 읽고 꽂아뒀던 클립의 흔적이 16페이지에 여전히 남아 있다. 몇십 권의 책을 읽고 문해력이 올랐는지 마냥 재미가 없어서 책을 덮지는 않았다. 책은 읽을수록 더 많이 읽을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느꼈다. 돌아가서 인간 실격은 주인공인 요조가 날 때부터 다른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살아가는 어쩌면 죽어가는 이야기다. 익살꾼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좌절하는 순간들이 많아지고, 계속 되는 자살 기도와 실패, 그리고 마약 중독까지 인간 실격자가 된다. 인간 사회의 위선과 잔혹성을 개인을 통해 드러냈다는 평이 많은 작품이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는 ‘신에게 묻겠습니다. 신뢰는 죄인가요?’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 이어 신뢰는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실은 이 문장 말고 모든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근래 읽은 책의 내용이 뒤죽박죽 섞여 어렸다. 신뢰는 무엇일까. 사회는 지금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 갔다. 믿는 자는 사기를 당하고 사기를 당한 자의 잘못이 당연하다는 듯한 사회가 되었다. 호의를 베푼 자는 좋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고 뒤처리는 전부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신뢰가 마치 죄의 시작이나 근본이 되어 버린 사회다. 믿으면 배신 당하는 건 일도 아니다. 배신한 자의 죗값은 사회에서 제대로 정당하게 치뤄지지 않으며 피해자들의 속앓이와 육체적 또는 금전적 피해만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면 정말 신뢰는 죄일까. 믿는 자의 아픔은 믿었던 자의 온전한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