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를 읽고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왔다.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라…… 구보씨?? 소설 구보 씨의 일일의 주인공이 생각났다. 이 책에서도 서울의 중산층에 속한 평범한 도시인으로 설명이 되니 내 생각이 맞은 것 같다조금은 낯익은 기분에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구보 씨는 우리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구보 씨가 마냥 평범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제목만 보았을 땐 그냥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는 시민에 대한 이야기인가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재활용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는 그 생각이 틀렸다고 스쳐 지나갔다. 
이 책은 우리처럼 평범하게 일생을 살아가는 시민인 구보 씨가 살면서 소비하게 되는 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자연과 노동
, 에너지가 소비되는 지를 말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소비하는 10가지의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의 처음과 끝을 보여주며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자전거부품하나하나의 원산지부터 비닐봉지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정말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 카페에서
매일 원두를 갈고 커피를 제조하는 내게 커피원두에 관한 에피소드가 흥미로웠다
. 콜롬비아 숲은 다양한
종류의 새들에게 고향인 숲인데 커피의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그 숲에 서식하던 나무들은 모두 잘라내고 커피나무들을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그 결과 토양이 부식되고 서식하던 95퍼센트의 새들이 사라졌다. 이 조그마한 원두 하나가 새들까지 사라지게 한 줄은 생각도 못했다.
커피나무에 뿌리는 살충제 때문에 나쁜 성분들이 노동자들과 동물들에게 흡수되며
, 원두 겉껍질을 강에 버려
물고기까지 위험하다니 책을 읽는 나도 심각해졌다
. 일본에서 만들어진 화물선과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된 석유로
운반된 원두는 한국에 도착해 볶아지고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용기에 포장되어 우리 
매장과 전국각지로 운반된다. 힘들고 먼 여정과 많은 화학물질을
거쳐온 원두였다
.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힘을 얻고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인데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써도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게 된 것 같다
. 책을 읽으며 내가 살면서 잠깐 쓰고 버리는
일들이 얼마나 허무한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자연이 훼손되는 지를 다시 생각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구보 씨처럼 하나하나 따지고 생각하면 어떻게 살며 무엇을 먹고 어떤 것을 소비 하라는 거지
? 라는
생각이 처음엔 들었는데 에피소드 마지막에 써놓은 녹색시민들이 해야 할 일을 보면 나처럼 생각하는 많은 이들에게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사소한
것 에서부터 시작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것 같다
. 구보 씨처럼 자동차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고 이면지를 사용하며 비닐봉지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물건을 살 때 꼭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하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 지금부터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지가 생겼다책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지구를
위해 무엇을 했던가
…… 쓰레기 분리수거,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나 걸어서 가기
,,,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럼
나는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흔적을 남겼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오늘은 연휴여서 학교에 가지 않아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탈 일이 없었다. 다행이다. 나는 아 침에 일어나 물과 샴푸, 클렌징폼을 사용하여 씻고 중국에서 만들어진 삼성노트북을 켜서 웹 서핑을 하고 아침 겸 점심으로 제사하고 남은
전과 갈비찜을 먹었다
. 아르바이트에 갈 준비를 끝내 고 걸어서 20분정도
걸리는 거리를 걸어갔다
. 늦었을 때는 자전거를 타곤 한다. 걸어서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카페에서 사용하는 원두의 원산지를 확인해봤다
.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여러 곳에서 생산된 원두였다
. 이유를 여쭤봤더니 원두마다 맛이 다르며 신맛과 쓴맛, 부드러운 맛을 섞기 위한 것이라고 하셨다. 체인점카페라 그늘에서
자란 커피나무일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조금은 아쉬웠다
. 그 후 주문을 받고 커피를 제조하였다. 가끔 실수로 음료를 잘못 제조하여 할 수 없이 그 음료를 폐기하고 새로 만드는 상황이 있다. 잘못 제조된 음료를 버리면 플라스틱 일회용 컵과 뚜껑, 홀더, 빨대 등등 낭비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제부터는 제조할 때도 정확하게 해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또 커피를 마시고 남으면 아무 생각 없이 버린 많은 커 피들이 환경에 흔적을 남겼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했을까 여기까지만 해도 나는 지구에 정말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 내가 공장을 운영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해 직접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나도 일상 속에서 조금씩 오염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느껴졌다
. 흔적을 남기지 말라. 저자는 물질 소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살아가면서 잊기 쉬운 비물질적인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 갑자기 지금부터 환경운동가가 될 수는
없지만 나도 사소한 것부터 절약하고 다시 생각하며 사고 싶은 것을 매번 사며 부족한 것이 없는 이 시점에서 자발적 가난을 실천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   

모모 (: Momo(1973))

이 책은 ‘시간도둑’과 ‘사람들에게 빼앗긴 시간을 돌려준 한 아이’의 이상한 이야기로,
신비로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줍니다.


| 신비한 소녀 ‘모모’와 시간도둑 ‘회색신사’

  어느날 이젠 폐허가 되어버린 옛 원형극장에 신비한 소녀 ‘모모’가 나타났습니다. 모모는 까만 고수 머리에 누더기로 된 치마와 자신에겐 너무난 큰 어른 외투를 입은 초라한 아이였지만 어딘가 신비스러운 소녀였지요. 마을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원형극장에 살게 된 모모는 특별하진 않지만 사실은 아주 특별한 재주를 하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재주는 바로 ‘귀 기울여주기’입니다. 모모는 누구의 말에도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주었죠. 딱히 어떤 대화를 하는 것도, 조언을 해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모모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저마다 어떠한 해결점을 가지고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모모의 주위에는 언제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아마 모모의 이 특별한 재주는 모모가 가진 많은 시간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을에 나타난 회색신사들 때문에 모모는 더 이상 친구들의 말에 귀기울여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회색 양복을 입고, 회색 모자를 쓰고, 회색 구두를 신은, 온통 회색 빛을 띈 회색 신사들이 어느 날 사람들에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시간 저축은행의 사원이라고 소개하며 사람들에게서 시간을 도둑질했죠. 회색신사들을 만난 사람들은 더 바쁘게 살아가기 시작했고, 점점 삶의 여유를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더 빨리, 더 빠르게’를 말하며 잠 자는 시간도 줄이고, 여가생활도 하지 않고 심지어 어른들은 바쁘게 일하느라 자신들의 자녀들조차 돌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한 행동들이었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그 전보다 시간과 여유 모두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모의 친구들도 더 이상 모모에게 이야기하러 오지 않게 되어버린 거죠. 모모는 사람들에게서 시간을 빼앗아 가는 회색 신사들의 나쁜 계획을 눈치챘습니다. 회색 신사들도 모모가 가진 재주가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회식 신사들은 자신들에게 방해가 되는 모모를 처리하기 위해 모모를 쫓았고, 모모 또한 회색 신사들에게서 사람들이 빼앗긴 시간을 되찾기 위해 시간을 관리하는 ‘호라 박사’와 거북이 ‘카시오페아’의 도움을 받습니다. 결국 모모의 승리로 사람들은 다시 시간을 되찾고 시간을 빼앗기기 전보다 더 많은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 시간을 도둑 맞은 ‘대학생’들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대학생들은 아마도 회색 신사들에게 시간을 도둑 맞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미 이 사회가 회색 신사들의 계획대로 되어버렸을 수도 있겠네요. 대학생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더 나은 스펙을 쌓기 위해,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하루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고, 나은 스펙을 쌓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전혀 나쁜 일도, 잘못된 일도 아니지요.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했던 것들로 인해 더 시간과 여유를 잃게 된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처럼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점점 시간과 여유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캠퍼스 낭만’이란 말도 이젠 옛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막 시작된 청춘을 즐길 여유조차 없도록 사회는 점점 더 변해가고 있는 듯 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여가생활을 위해 시작했던 동아리 활동을 이젠 어떤 점수를 위해서 혹은 특별한 스펙을 위해서 하게 되었고,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보람을 위해서 했던 봉사활동이 이제는 단순히 봉사점수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하는 게 되어버리기도 했죠. 심지어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웃고 대화하는 즐거운 시간들이 나의 성공에 방해가 되는 걸림돌로 보이고, 때론 남들보다 못살고 있다는 죄채감까지 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정말 우리들은 나도 모르게 회색 신사를 만났던 걸까요?
  많은 대학생들의 고민 중 하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을까?’일 것입니다. 그러고는 지금까지 자신의 전공을 배워왔던 시간들을 아까워할 지도 모르죠. 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있지만 그 길이 빨리 보이지 않을 때, 자신이 하고 있는 노력들과 보낸 시간들이 헛수고이지 않을까 고민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서 많은 대학생들은 자신이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래서 회색 신사들에게 시간을 도둑 맞은 그 사람들처럼 ‘더 빨리, 더 빠르게’를 말하며 자신들 스스로 시간도 여유도 잃어버리고 있지요. 

모모는 거북이에게 말했다.
“부탁이야, 좀 더 빨리 걸으면 안될까?”
거북이는 대답했다.
“느리게 갈 수록 더 빠른 거야.”
.
.
“사실 진정한 시간이란 시계나 달력으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힘겨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수 많은 대학생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모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는 시간의 의미는 아마 우리가 평소 생각하고 있던 시간과는 좀 다를 수 있습니다. 느린 것이 어떻게 더 빠를 수 있으며, 시간을 재기 위한 것이 시계나 달력인데 이것들로 잴 수 없다는 게 무슨 말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겠죠. 하지만 진정한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 깨닫는다면 많은 대학생들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마도 회색 신사들은 대학생들이 진정한 시간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가봅니다.


| 특별하진 않지만 아주 ‘특별한’ 재주

  모모의 특별하진 않지만 아주 특별한 재주를 통해 우리는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과연 지금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귀를 기울여주고 있는지 말이죠. 학업에 쫓겨서, 스펙에 쫓겨서, 취업준비에 쫓겨서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여유가 없다는 변명에 우리가 귀를 기울여줘야 할 누군가에게 귀를 닫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점점 더 불신과 배신이 넘쳐나는 개인주의 사회로 바뀌어 가는 것도 회색 신사들의 계획 중 하나이지 않을까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나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회색 신사들에게 있어서 모두 시간을 낭비하는 일로 치부되니까요. 그래서 특별하진 않지만 아주 특별한 재주를 가진 모모가 회색 신사들의 계획에 방해가 되었던 거겠죠. 회색 신사들로부터 이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들도 모모의 특별한 재주를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도 모모처럼 회색 신사들에게 빼앗긴 시간들은 되찾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제1회 일본감동대상 대상 수상작)

스물아홉 생일 1년후 죽기로 결심했다. 
미래가 없는 삶을 살던 한 사람이 어떠한 계기를 발판삼아 한번도 독하게 마음먹고 정하지 못한 정한적 없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단하나의 목표를 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목표에 이르기까지 정한 기간이 자신의 스물아홉 생일인 1년후로 기약하고 그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좌절하고를 반복하며 지금까
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게 된다.
평소에 책을 안읽는 사람이지만 여름방학에 추천도서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의 양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읽기 쉽게 쓰여져서 누구든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는 책인것 같습니다. 이책을 읽고 든 생각은 나도 주인공처럼 목표없는 삶을 살고 있는것 같은데 목표를 정하고 목표에 다가가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평소에 책을 안읽던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지만 조금은 전환점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나태주 시인의 시 가운데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라는 시가 있다. 여기, 가장 예쁜 생각을 모아 우리에게 주는 책이 있다. 제목의 발음마저 아름다운 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이다.

 사실 모든 문학 장르 가운데 시를 가장 싫어했다. 학창시절 시를 분석하고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어떤 시인은 국어선생님들이 낸 문제를 풀어보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니, 빨간색이어서 빨갛다고 한건데 그거에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런 내가 갑자기 시집을 골라 읽은 까닭은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는 예쁜 말을 타인에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성격이 다소 즉흥적인데다 감정을 느끼는 구조가 단순한 탓에, 심금을 울리는 위로를 전하는 데 약하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처럼 생생한 말을, 때로는 깃털처럼 가슴을 간질이는 말을 하고 싶었다. 시에는 봄날의 바람같은 단어들이 많이 있다. 또 무언가를 끄적이길 좋아하는 나에게 시가 의외로 잘 맞는 장르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은 한 쪽면에 필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물론 도서관 책에 직접 필사를 하진 않았지만-더욱 안성맞춤이었다.

 이 책은 네 가지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는 드라마에 나온 ‘사랑의 물리학’이 유명한, 사랑의 단맛과 쓴맛을 담은 ‘잎이 필 때 사랑했네, 바람 불 때 사랑했네, 물들 때 사랑했네’이고, 2부는 자연과 다양한 감정을 노래한 시가 모인 ‘바람의 노래를 들을 것이다. 울고 왔다 웃고 갔을 인생과 웃고 왔다 울고 갔을 인생을’이다. 3부인 ‘바람이 나를 가져가리라, 햇살이 나를 나누어 가리라, 봄비가 나를 데리고 가리라’는 힐링의 메시지를 담은 시들이 있고, 4부는 저자 김용택의 시 가운데 가장 유명한 시들이 모여있다. 처음부터 읽어도 좋지만, 그날그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순서를 바꿔 읽어도 좋다. 나는 먼저 3부에 실린 ‘수선화에게’라는 시에서 외로우니까 사람임을 알았고, 2부의 ‘농담’이라는 시에서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해 종은 더 아플 수밖에 없음을 알았으며, 1부 ‘지워지지 않는 얼굴’에서 사랑하고 사랑하여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얼굴이 있음을 알았다. 시란 이런 것이다. 간지러워 견딜 수 없다가도,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대신 표현하니 뭉클하여 숨을 쉴 수 없는 것이다.

 때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있다. 혹은 이게 무슨 느낌인지 의문인 감정들이 있다. 그럴 때 시에서 마음의 행방을 찾으면 된다. 그래, 어쩌면 밤하늘의 저 별들이 나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모른다.

악의

  최근 뉴스에서 성인 절반 이상이 1년 평균 독서량 0권이라는 통계를 본적 있는가? 뉴스를 보지 않았더라도 요즘 시대에 책 읽는 사람이 굉장히 적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 할 것이다. 나 역시 요즘 시대의 사람들처럼 1년에 책 한권을 읽지 않았던 사람으로, 그런 나에게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지게 해주었던 책이 있다. 그 책은 바로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베스트 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악의라는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을 읽고 신선한 충격과 책 읽는 것에 대한 흥미를 얻었기에, 다른 사람도 그런 느낌을 받기를 바라며 책 추천과 리뷰를 작성해보고자 한다.

  우선 악의에 대해 겉표면적으로 소개하자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시리즈물 중 졸업’, ‘잠자는 숲에 이어 3번째 이야기에 해당한다. 3번째 이야기이지만 그 전 시리즈 물들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작품을 읽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필자 또한 시리즈물 중 악의가 첫 시작이었다.

  나는 특히 책을 잘 읽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자주 추천했는데, 그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문체가 간결하고, 감정의 묘사가 복잡하지 않아서 누구나 막힘 없이 쭉쭉 읽어 나가는 모습을 매번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추천하는 주된 이유는 추리소설 같지 않은 추리소설인 점이다. 여러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시중에 많은 추리소설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보통 추리소설, 혹은 평범한 소설이라 할지라도 어느정도 독서량이 많은 독자라면 소설이 어떤 형식으로 구성 되어있고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악의는 그러한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깨줄 수 있을 만큼 전개방식이 정말 참신하다. 중간, 중간 범인과 형사의 시점이 뒤바뀌면서 전개되며 범인이 누구이고 범행의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나가는 과정보다 범행의 동기’, 왜 범인이 그러한 범행을 저지르게 되었는지에 철저히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간단하지만 충격적인 최고의 트릭이 존재한다. 스포일러를 할 수 없기에 힌트를 주자면, 범인이 작성한 긴 이야기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짧은 단 하나의 문장이다.

  책을 끝까지 읽다 보면 악의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진짜 악의란 증오, 원한, 복수와 같은 감정이 전혀 아님을 깨달았다. ‘악의에는 이유가 없다. 내가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된 악의는 사람이 타인에게 품을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무서운, 사람의 깊은 곳에 잠재된 비뚤어진 본성이다. 평소에 나는 묻지마 범죄,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등 심각한 사회적 이슈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그러한 사건들이 한층 더 무섭게 느껴진다. 다시 한번 이 <악의>라는 작품을 많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나는 악의를 이질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공포라는 감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는 독자의 수 만큼 받아들이는 감정, 느끼는 생각들은 다양해질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악의라는 감정과 마주 앉아 고심하고, 내가 얻지 못한 무언가를 얻어가길 바란다.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도쿄대에서 우에노 지즈코에게 싸우는 법을 배우다)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처음 읽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라고 추천을 받아 이 책을 대여하여 읽게 되었다. 일본의 연예인인 하루카 요코가 도쿄대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는 내용인데, 페미니즘에 깨어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충격을 받았다. 요코와 같이 대학교에 다니지만 나는 여성학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문헌, 비판 등 나에게는 쉽게 접하지 못 했던, 어려운 용어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의구심이 들었던 한 가지는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연예인)이 무엇이 아쉬워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한 손엔 커피 한 손엔 펜을 잡고 신경쇠약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갈만큼 공부하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는 요코가 얼마나 남녀 차별적인 발언에 시달리고, 고통 받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성공한 연예인이지만 우리와 같은 여성이고, 아무리 성공했다고 한들 남성들의 공격적인 언어, 행동에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하루카 요코가 어느 날 갑자기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위해 도쿄대에 무작정 간 것은 아니고 나름의 배경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1985년 유엔의 여성차별철폐협약이 국내법으로도 효력을 갖게 되면서 여성학이 교육과정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그 때 이를 받아들인 대학 가운데 하나가 하루카 요코가 졸업한 대학이었다. 졸업한 뒤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고마쓰 마키코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여성학 과정을 수료했고 우에노 지즈코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부탁을 해서 아침 10시부터는 학부 수업, 낮에는 대학원 수업, 오후에는 학부 강의, 8시까지 콜로키엄이라는 빡박하 시간표를 소화하며 3년간 공부하게 된다.

 

  아무리 여성학 과정을 수료했다고 하더라도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병행한다는 건 쉽지 않을 일이었다. 3년간 500여 편의 논문과 문헌을 섭렵하며 처음에는 너무 어려워서 글자인가 보다 하고 마구 읽기만 하던 때도 있었던 요코였다. 나는 요코만큼의 어려운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유사한 경험이 있어 이 싸이클이 얼마나 몸을 힘들게 하고 공부하기에 힘든 환경인지 공감이 많이 되어 정말 요코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용기를, 열정을 가진 요코를 닮고 싶었다.

 

  다 읽고 나서 이 책은 나에게 꼭 구매하여 남성들에게 주눅들 때마다 꼭 꺼내 읽고 싶은 책이 되어 있었다. 주인공의 연예인이라는 직업 때문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 훨씬 많았다. 나는 연예계를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며, 토크쇼에 나간다면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곤란한 말과 질문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여성학을 배우며 모색한 싸움을 이길 수 있는 열가지 방법 또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터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여성학이라는 학문이 따로 있다는 것이 처음 알기도 했지만 나의 무지함에 페미니즘에 대해 많은 경각심을 갖게 되었고, 우리 대학에도 이런 강의가 생겨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밑에 내용은 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많은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요코의 싸움을 하는 열가지 방법들이다.

 

 

싸움을 하는 열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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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되받아치자: “그러고도 여자냐?” “그러고도 엄마냐” 등등 젠더를 공격하는 말은 많다. 그런 말을 듣고 흔들리면 진다. 그럴 때는 ‘자신이 소중한 게 왜 나쁘냐’는 식으로 되받아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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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르겠다’면서 질문하자: 공격 받았을 때 반론하거나 변명하기보다 상대방이 아무런 자각 없이 안이하게 쓰는 말이나 표현에 대해 질문하자. 이를 반복하다 보면 질문이 상대방에 대한 추궁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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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국가, 사랑, 가족, 결혼, 인종, 핏줄, 모성, 본능, 문화 같은 단어에 쓰면 좋다. 즉 모든 이념 장치를 따져 묻는 방법이다. 이런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핵심을 짚는 동시에 상대방의 무지를 드러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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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질문을 다시 질문하자: 예를 들면, ‘페미니즘에는 국가론이 없다’라는 비판에 ‘페미니즘에 국가론이 필요한가?’라고 되묻는 방법이다. 돌발적으로 되묻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자신의 무지를 스스로 폭로하게 된다. 비겁하기는 해도 비교적 간단한 공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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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폭넓은 지식을 갖추자: 많이 읽으면 꺼내 쓸 수 있는 지식이 늘어난다. 상대방이 단편적인 이론을 들고 나왔을 때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 폭넓은 지식을 쌓으면 어떤 사람의 말이 ‘논리’인지 그저 ‘신념’일 뿐인지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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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틀을 깨는 발상을 하자: 눈앞의 틀을 의심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이론을 구축하는 사람과 틀을 의심하고, 틀에 이의를 제기하고, 틀을 부수면서 그 너머로 나아가려는 사람이 서는 자리는 다르다. 이를테면 결혼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결혼 제도 자체를 의심하는 것과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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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말에 민감해지자: 추상적인 싸움은 애매하고, 승패를 가리기 어렵고,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게 될 때가 많다. 초점을 좁히라. 그렇다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해야 한다. 부주의하게 튀어나오는 말, 자각 없이 쓰는 표현, 애매한 말 등이 모두 공격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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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틈을 주지 말자: 공격할 때는 미처 생각할 틈이 없이 철저히 하자. 잇따른 공격을 퍼부어 상대방을 교란한다. 상대방이 비틀거리는 순간, 틈을 주지 않고 다음 질문을 한다. 방어 태세를 갖추기 전에 다시 질문해서 앞뒤가 맞지 않는 답이 나오면 주저 없이 또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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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냉정하고 침착한 목소리를 유지하자: 흥분은 방해가 될 뿐. 진짜로 위력적인 말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상황에 어울리는 말을 고르는 것은 무기를 고르는 것과 같다. 감정에 휩쓸리면 상황에 어울리는 무기를 고르는 대응력이 무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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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공부하자: ‘이기기 위해’ 체력을 단련하는 것처럼 머리를 단련해 지식과 더불어 머리의 순발력과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이론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되받아치면 그저 성격이 나쁘다고 여겨질 뿐이다. 이론 없이 질문을 퍼부으면 이해력이 모자란다고 할 것이다. 모든 고정관념과 싸워서 이기고 설득력을 갖추려면 이론이 필요하다. 이론을 갖추려면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256~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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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최갑수의 여행하는 문장들)

 초등학생 때부터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사는 것을 꿈꿔왔다대학을 오기 전에도 몇 번 해외여행을 다녀왔지만  대학을 가면 더 많이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대학생활이 쉽지 않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서 간다는 것도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20살부터 내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조금씩 여행을 다니고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 여행은 언제나 아쉬운 것이다.

요즘은 학기 중이라 여행을 가지 못하는 와중에 이 책을 발견하였다. 책 내용은 작가가 여행 작가로 돌아다녔던 여행지에서의 소소한 추억들과 다른 작가들의 책의 문장들도 함께 실어져있다. 책 내용은 전체적으로 인생, 사랑 그리고 여행에 대하여 쓰여 있는데 그 글들이 나의 삶을 위로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글과 함께 사진들을 보고 올 초 혼자 동유럽으로 20일간 여행을 갔을 때가 생각이 많이 났다. 그러한 추억이 다시금 생각이 나면서 지쳐버린 3학년 2학기가 위로가 되었다. 종강 후 또 한 번 혼자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여행지에서의 소소한 추억들은 글로 남겨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쳐버린 요즘의 나를 위로해주는 기분이어서 꼭 소장하고 언제든 여행이 가고 싶을 때 읽고 싶은 책이다.

 

나는 생활에 지쳤거나, 일에 지쳤거나, 사람에 지쳤거나, 혹은 자신에게 지쳤을 때, 세상과 불화할 때, 사랑하는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때,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은 여행이라고 확신했다.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이,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낯선 풍경이, 낯선 이가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이 엉망진창인 우리 인생을 위로해준다고 믿기로 했다. (p.129)

 

사랑이 그랬던 것처럼, 여행이 충분했던 날은 없었다. 여행은 언제나 부족했고 사랑은 언제나 목말랐다. 사랑이 그랬던 것처럼, 여행 역시 넘쳤던 적은 없었다. 구원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떠나야 했다. 떠난다는 행위 그 자체가 어차피 구원이었기 때문이다. (p295)

어쿠스틱 라이프 11

 언젠가 버스를 기다리며 서있을 때, 한 아이가 엄마의 손을 꼭 붙자고 하던 말이 기억이 난다. 
 “엄마, 비둘기는 좋겠다. 학원에 안가도 되니까.”
하루의 시간이 정말이지 천천히 가는 어린이에게 한 곳에 가만히 앉아 공부를 해야하는 학원은 얼마나 지루한 곳일까?
사람이란 참 신기한 동물이다.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는 동물은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고 여길 정도로.
유치원생부터 시작해 직장인, 부모님까지. 각자의 고민 한 가지씩은 가지고 스스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그것은 공부, 입시, 취업으로 시작해 각자 삶의 가치까지 이어지며 우리의 마음을 폭풍우치는 바다와 같이 만든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남자 학우에 해당하지만) 군에 입대. 그 이후 복학까지. 혹은 대학교 입학을 하게되어 자유라 생각했지만 막상 이어지는 4년간의 학업.
우리의 삶은 언제나 고민을 하게하는 순간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저절로 우리가 내뱉는 말이 있다면,
“인생 참 힘들다.”와 같은 부류의 말이 아닐까 한다. 

좋았던 기억들 중 특정한 장면이 머릿속에 각인되어서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한 컷의 이미지로 남은 기억들.

 
하지만 힘들다라고 느끼는 와중에 우리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몇 가지 영화처럼 밀려들어오는 기억들이 있다. 
입시때문에 좌절하던 도중 핸드폰에 도착한 합격알림 문자를 보던 그 순간.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가서 서로 비슷한 행복감을 공유하던 순간. 
퍽퍽하고 거친 질감의 빵을 씹는 중간에 간혹 느껴지는 단 맛이 있듯이 내가 느끼는 삶은 그런 빛이 나는 순간이 있다고 본다.
비록 내 삶뿐만 아니라 모두의 삶이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인생은 짧은데 슬픈 걸 느낄 새가 어딨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의 어딘가에도,그 사람의 힘든 부분은 내재가 되어 있으리라 여겨진다.
다만 그 힘듬을 잊고 이겨내기 위해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리잡게 된다. 
그런 내게 누군가 “왜 그렇게 열심히 무언가를 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저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한 개, 두 개씩 무언가 프로그램 혹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참여하는 나인데, 그 모습이 대단하다며 그렇게 물어보는 이가 있었다. 
아침부터 일어나서 아르바이를 가고 저녁엔 수업을 듣고 그 사이사이 짬을 내서 여러 일까지 참여하는 모습이 너무나 바빠 보인다며.

어설프지만 로망을 향해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어떤 로망은 은근 슬쩍 현실이 되어 있기도 하다. 
그건 꽤 질 좋은 행복임에 틀림없다.

문득 이 단어가 생각났다. ‘어쿠스틱 라이프’
어쿠스틱(Acoustic)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의 느낌은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어쿠스틱 기타외의 다른 느낌은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묘하게 그 단어와 ‘라이프(Life)’의 조합이 퍽 조화롭게 느껴졌다.
그 단어는 책의 제목이었고, 혼자 살던 시절에 가끔 보곤 했던 웹툰의 제목이었다. 
그냥 지나가면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한 사람의 생활기를 그냥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느낌을 가진.
어두울 때가 많고 부정적인 성격을 가진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단순히 읽기 편해서 그리고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부드럽게 넘기며 내용을 읽을 수 있기에 이 작품을 좋아했다. 
기존에는 일반 소설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당시 외국에 살고 있던 터라 소설을 읽는 것 마저 공부와 같이 느껴져 
담담히 읽혀지는 이 작품을 더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매일매일 어쿠스틱 라이프
다시 아까의 질문을 받은 순간으로 돌아가본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요? 
남들이 다 하니까. 라기보다는 결국 내 말의 종착지는 이와 같다.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어느새 평범하게 살기위해 아등바등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본다. 우리는 평범하게 친구와 만나고 밥을 먹고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빅데이터에 대해 배우고, 4차 산업에 대해 연구하며, 이전에는 관심도 없던 다른 전공에 대해 공부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잘 살고, 멋지게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닌.
막상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선 간단한 음식 만들기, 집안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세탁이란 이런 것이다와 같은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먼 지식이 난무하는 바다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표류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토익의 자릿수를 변화시키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달려가고 있는 모두가 그리고 여태껏 그렇게 달려온 모두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전혀 쓸모 없는 것을 배웠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는 그렇게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전력질주를 하며 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왜 달리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의 삶의 가치에 있어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스로 그 가치에 대해 되뇌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아빠의 행복을 부탁해

아빠의 행복을 부탁해

 

같이 있는 시간이 비례하는 것일까?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엄마와의 애틋함과 달리 아빠와는 어딘가 모르게 미묘한 어색한 감정이 있다. <아빠 어디가?> < 아빠 본색> 같은 아빠 참여 프로그램도 많이 생기면서 과거와 다른 친숙한 아빠, 친구 같은 아빠가 대세이고 점차 아버지에 대한 사회상이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아빠하면, 낯설고, 어색해한다. 일생을 가족의 안녕을 위해 바쳤는데 왜 고마움보단, 어색함이 앞서는 것일까? 작가는 아빠에게 이런 어색함을 갖고 있는 평범한 20대로써 아버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에세이이다.

 

아빠는 나를 위해서라면 바위 같은 자존심을 버리고 먼저 남들에게 나를 부탁한다는 말을 쉽게 하였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난 한번도 우리 아빠를 부탁한다는 말을 해본 적도,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아빠는 나에게 언제나 강인하고 척척 해내는 나의 슈퍼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퍼맨 아빠도 외로움을 느끼는 거 같다. 요즘들어 부쩍 엄마와 내가 이야기를 나누면, “그게 뭔데?” “무슨 얘기해?”, 영화를 보다가다 왜 갑자기 저 남자는 죽은거야?”라고 물어본다. 그럴때마다 그냥 그냥이라며 말끝을 흐리기 일 수 였다. 그러나 [아빠의 행복을 부탁해]라는 책을 읽은 후, 이처럼 아빠의 언어, 외로움, 고됨, 이런 감정을 다 느끼기란 아빠 당신만이 알기에 자식으로써 전부 헤아릴 수 없지만 아빠를 이해하고 내 자신을 반성하게 한다.

 

대나무 회초리로 맞아 종아리에 빨간 피멍이 생기도록 혼나야지 반성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아빠의 행복을 부탁해>라는 책은 받는 거에만 익숙한 자식을, 아빠와의 대화를 피하는 자식을….혼내키려는 책이 아니다. 단지 아빠를 위로 하는 글인데 내가 혹여 아빠를 속상하게 한 행동이 없나 반성하게 한다. 그리고 이 반성은 책을 덮고 고개를 돌리면 사라지는 연기 같은 반성이 아니다. 오래토록 책의 구절이 아빠를 마주할 때 떠오른다.

 

책을 읽기 전, 나는 다른 집과는 달리 아빠와 유독 사이가 좋다고 자부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아빠에게 잘하고 있다는 오만한 생각까지 가졌다. 그래서 아빠에 대한 위로의 글에 반응하지 않을 거 같았다. 그러나 중간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목넘이가 뜨겁다. 짧은 토막의 글만이라도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고 깊은 울림을 준다. 위로라는 것이 친숙한 사이에서 해야지만 와 닿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와 어색한 작가가 하는 위로는 소리 없는 울음 같아 더욱 절절하다.

아빠와의 사이가 좋은 집, 어색한 집 상관없이 나와 같은 20대라면 한번쯤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리뷰를 끝으로 책의 한 구절을 빌어 아빠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아빠가 지나가는 말로

인생을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것은 가족 때문이었다고 했는데

 

아니야, 아빠.

아빠는 가족 때문에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아빠니까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거야

퇴근하고 돌아오는 아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온다. 오늘도 난 아빠의 행복을 부탁해!

 

 

 

언어의 온도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나이를 먹고 점점 커 갈수록 말 한마디 마다의 중요성을 느낀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집어 들게 한 이유였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책을 읽을 시간을 거의 갖지 않았는데, 우리 학교 학술정보관에서 내가 스스로 책이 읽고싶다고 느껴서 책 대출을 한 건 부끄럽게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책은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일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기 좋았다. 공감되는 부분도 굉장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내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꼭 어른으로 자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답게행동하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어른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닌진짜 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자신과의 싸움보다 자신과 잘 지내는게 훨씬 더 중요하다라는 부분은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게 해 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얼만큼 잘 알고 있었고, 잘 해줬는지 생각해보았다. 나와 평생 할 사람은 다름 아닌 인데, 그동안 주변만 신경쓰면서 살진 않았는지, 그러면서 본래 나의 모습을 감추거나 바꾸려고 하면서 살진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이기주 작가는 방향키가 망가진 배처럼 갈팡질팡하는 상태를 말하는 ‘rudderless’라는 단어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삶의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인 러덜리스라는 영화를 언급하면서, “내 탓이야라며 혹독하게 스스로를 책망하며 죄책감의 바다에서 표류했었다는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나를 용서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굿 윌 헌팅이라는 영화에 자책과 분노로 똘돌 뭉친 월을 숀은 네 잘못이 아니야. It’s not your fault.”라고 위로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가장 못하는 스스로를 다독여주고 위로해주는 것. 타인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그게 뭐 대수야?’, ‘잘 할 수 있어라는 말로 위로와 용기를 불어주면서 우리는 정작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냉정하기만 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문장이었다. 작가는 가끔 삶이 버겁거나 내가 느끼는 죄책감이 비겁함으로 둔갑하려는 순간마다 인생의 바다에선 누구나 한 번쯤 길을 잃는다는 것과 숀교수가 들려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곤 한다고 한다. 우리도 지금 한번씩 말해주자. “네 잘못이 아니야.” “넌 잘하고 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었고, 나에게 한없이 차가웠던 내 자신에게 나름의 따뜻한 언어의 위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고민이 많고 현재 자신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직접적으로 힘내라는 말보다 따뜻한 언어 하나 하나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