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 구보씨?? 소설 구보 씨의 일일의 주인공이 생각났다. 이 책에서도 서울의 중산층에 속한 평범한 도시인으로 설명이 되니 내 생각이 맞은 것 같다. 조금은 낯익은 기분에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구보 씨는 우리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구보 씨가 마냥 평범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제목만 보았을 땐 그냥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는 시민에 대한 이야기인가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재활용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는 그 생각이 틀렸다고 스쳐 지나갔다. 이 책은 우리처럼 평범하게 일생을 살아가는 시민인 구보 씨가 살면서 소비하게 되는 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자연과 노동, 에너지가 소비되는 지를 말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소비하는 10가지의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의 처음과 끝을 보여주며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자전거부품하나하나의 원산지부터 비닐봉지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정말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카페에서
매일 원두를 갈고 커피를 제조하는 내게 커피원두에 관한 에피소드가 흥미로웠다. 콜롬비아 숲은 다양한
종류의 새들에게 고향인 숲인데 커피의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그 숲에 서식하던 나무들은 모두 잘라내고 커피나무들을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결과 토양이 부식되고 서식하던 95퍼센트의 새들이 사라졌다. 이 조그마한 원두 하나가 새들까지 사라지게 한 줄은 생각도 못했다. 또
커피나무에 뿌리는 살충제 때문에 나쁜 성분들이 노동자들과 동물들에게 흡수되며, 원두 겉껍질을 강에 버려
물고기까지 위험하다니 책을 읽는 나도 심각해졌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화물선과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된 석유로
운반된 원두는 한국에 도착해 볶아지고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용기에 포장되어 우리 매장과 전국각지로 운반된다. 힘들고 먼 여정과 많은 화학물질을
거쳐온 원두였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힘을 얻고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인데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써도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게 된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내가 살면서 잠깐 쓰고 버리는
일들이 얼마나 허무한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자연이 훼손되는 지를 다시 생각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구보 씨처럼 하나하나 따지고 생각하면 어떻게 살며 무엇을 먹고 어떤 것을 소비 하라는 거지? 라는
생각이 처음엔 들었는데 에피소드 마지막에 써놓은 녹색시민들이 해야 할 일을 보면 나처럼 생각하는 많은 이들에게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사소한
것 에서부터 시작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것 같다. 구보 씨처럼 자동차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고 이면지를 사용하며 비닐봉지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물건을 살 때 꼭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하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지가 생겼다. 책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지구를
위해 무엇을 했던가…… 쓰레기 분리수거,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나 걸어서 가기,,,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럼
나는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흔적을 남겼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오늘은 연휴여서 학교에 가지 않아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탈 일이 없었다. 다행이다. 나는 아 침에 일어나 물과 샴푸, 클렌징폼을 사용하여 씻고 중국에서 만들어진 삼성노트북을 켜서 웹 서핑을 하고 아침 겸 점심으로 제사하고 남은
전과 갈비찜을 먹었다. 아르바이트에 갈 준비를 끝내 고 걸어서 20분정도
걸리는 거리를 걸어갔다. 늦었을 때는 자전거를 타곤 한다. 걸어서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카페에서 사용하는 원두의 원산지를 확인해봤다.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여러 곳에서 생산된 원두였다. 이유를 여쭤봤더니 원두마다 맛이 다르며 신맛과 쓴맛, 부드러운 맛을 섞기 위한 것이라고 하셨다. 체인점카페라 그늘에서
자란 커피나무일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조금은 아쉬웠다. 그 후 주문을 받고 커피를 제조하였다. 가끔 실수로 음료를 잘못 제조하여 할 수 없이 그 음료를 폐기하고 새로 만드는 상황이 있다. 잘못 제조된 음료를 버리면 플라스틱 일회용 컵과 뚜껑, 홀더, 빨대 등등 낭비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제부터는 제조할 때도 정확하게 해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또 커피를 마시고 남으면 아무 생각 없이 버린 많은 커 피들이 환경에 흔적을 남겼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했을까 여기까지만 해도 나는 지구에 정말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내가 공장을 운영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해 직접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나도 일상 속에서 조금씩 오염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느껴졌다. 흔적을 남기지 말라. 저자는 물질 소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살아가면서 잊기 쉬운 비물질적인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지금부터 환경운동가가 될 수는
없지만 나도 사소한 것부터 절약하고 다시 생각하며 사고 싶은 것을 매번 사며 부족한 것이 없는 이 시점에서 자발적 가난을 실천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