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歲の誕生日, あと1年で死のうと決めた。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오만과 편견
이 책에는 낭만주의 시대 때의 여성의 지위라던지, 그 시대 풍습, 자연미를 중요시하는 요소들 등 많은 주목해야 할 요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제목인 ‘오만과 편견’ 처럼 말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생각을 해 보았다. 책 속에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서로를 오만하며 무례하다고 오해를 하는 장면들을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 표현을 했다. 그러나 이들 서로를 오해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도 크게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는 것이 오만한 일임을 깨닫지 못하고, 함부로 말하는 것의 무거움과 무서움을 알지 못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 못 했는지에 대해 미쳐 알지 못한 채 지나쳐 버린다. 자신이 정확히 아는 사실이 아닌데도 말을 전한다던지, 첫 인상만을 보고 쉽게 판단 해 버린다던지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의 말의 무게는 어땠는지에 대해 생각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얼굴
트라우마와 자기합리화.
자기 합리화라고 하면 보통 부정적인 성격이 부각되기 쉽다. 자신의 잘못을 적절한 핑계를 찾아 둘러대는 것을 우리는 보통 자기합리화라고 한다. 하지만 자기 합리화의 또 다른 성격이 존재한다. 내가 생각하는 자기합리화는, 자신의 극단적인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 피해를 입는 사람, 그리고 그 잘못을 명령하는 사람.
이순원의 소설 얼굴에는 이러한 세 종류의 사람들이 나온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의 대표적인 인물인 공수부대 소속의 김주호, 그리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희생자들의 유가족인 박영은씨, 그리고 잘못을 명령한 사람들은 또 따로 존재했다.
이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의 핵심은 김주호씨의 죄책감이다. 그는 우연히 특수부대에 들어갔으며, 광주에 내려가게 되면서 시위를 진압하게 된다. 그곳에서 상부의 명령을 따르게 되고, 그가 이행한 명령은 것은 대학살이었다.
이 대학살의 결과로써, 대부분의 사람들이 슬픔에 빠지게 된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당연히 가족을 잃은 슬픔과, 군인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게 되었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인 공수부대원들도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는 그날의 기억 속에 갇혀 산다. 그는 자신이 공수부대의 일원으로써 대학살을 집행했다고 생각하며, 그때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 간다. 이 소설속의 그는 자신이 했었던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헤어 나올 용기조차 없다.
김주호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합리화이다. 그날의 기억, 그 사건을 기억하는 주변사람들이 생각하는 공수부대, 공수부대원들이 저지른 왜곡된 만행, 그리고 자신이 그 공수부대라는 사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김주호 자신이 아닌, 명령을 내린 사람이다. 그는 그 공수부대의 일원으로써, 명령을 이행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는 명령을 따랐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남은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런데 그는 그 모든 사태의 책임을 자기 자신으로 돌리고 있다. 그에게 어느정도 잘못이 있을지라 하더라도, 잘못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명령을 내린 사람들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들은 방어의 수단으로 사람들을 죽였다고 자기들을 합리화한다. 정작 잘못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합리화를 하고, 명령을 따른 김주호는 합리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기억 속에 갇혀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 할 수 있는 용기. 그것만이 그를 그 트라우마 속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김주호처럼 광주 민주화운동 대학살이라는 극단적인 예시는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다. 그 트라우마는 과거에 일어난 일이다. 우리는 과거가 아닌 현재에 살고, 미래에 살 것이다. 트라우마를 자신의 과오로 생각하고 숨기는 것이 아닌, 그때의 실수, 잘못, 아픈 기억들을 인정하고, 그것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 그것이 바로 미래를 살아갈 우리들에게 필요할 용기 아닐까?
먼 그대 (서영은 소설 선집)
p.43
“하지만 H출판사 직원들이나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 문자는 그저 ‘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 사람’으로만 보였다. 그네들은 아무도 문자의 그런 침묵이 ‘어떤 상황, 어떤 조건 아래서도 나는 살아갈 수 있다’는 절대 긍정적 자신감에서 기인된다는 것을 몰랐다.”
문자는 겉보기에 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반응도 그냥 나약한 사람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신념이 확고하고, 남들을 신경 쓰지 않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따돌리고 무시해도, 그녀만의 절대 긍정적 자신감을 훼손시킬 수는 없었다.
p.45
“(중략…) 한수는 그녀에게 천 개의 흉터를 내었을 뿐, 그녀가 그 흉터를 스스로 딛고 일어선 지금에 이르러서 그는 이미 그녀의 맘속으로부터 지나가 버린 그 무엇이었다. 그가 무자비한 칼처럼 그녀에게 낸 상처 하나하나를 딛고 일어설 때마다, 문자의 정신은 마치 짐을 얹고 또 얹고 그러는 동안 자기 속에서 그 짐을 이기는 영원한 힘을 이끌어낸 불사의 낙타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상처를 남기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멀리한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아무리 많은 상처를 받아도, 이미 그것은 지나가버린 과거의 것이었고, 그것을 극복하고 나아갈 때 마다 그녀는 한 번 더 성숙해지는 것이었다. 이 소설속의 낙타는 문자를 완벽하게 묘사해줄 수 있는 대상이다. 낙타는 힘든 사막 속에서도, 오아시스를 발견 할 수 있는 존재이다. 또한 갈증과 같은 고통에 다른 것들 보다는 잘 견딘다. 문자도 역시 힘든 현실 속에서도, 이상향을 찾을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진다. 낙타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현실속의 고통에 무덤덤하다. 그녀는 마치 리비아의 사람들처럼 신의 길, 푸른 물길을 찾아 사막 속으로 들어간다.
p. 86
“리비아는 (중략…) 정부에서 다산을 권장하는 한편, 사막의 오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내기 위해 돈다발로 유혹한다. (중략…) 그러나 사막에서 살아온 유목민의 상당수가 그 유혹을 뿌리치고 더 깊이 사막 속으로 들어간다. 대부분의 인간은 시달리는 것, 즉 갈증을 몹시 두려워한다. 그런데 그들만은 갈증뿐인 사막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든다. 사막의 갈증. (중략…) 그들은 무엇 때문에 이 갈증의 길을 스스로 택해서 가는가. 리비아에는 조상 적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같은 지도가 있다. 그 지도에는 사막의 땅속 깊은 곳으로 흐르는 푸른 물길이 있다. 그들은 이 길을 신의 길이라고 부른다. 사막의 오지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들만은 이 푸른 물길이 어디 있는지 안다고 한다.”
처음에는 리비아의 사람들이 문자와 같은 특정 인물에만 해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리비아인, 문자, 그리고 이러한 혹독하고 가혹한 현실을 이겨내는 불사의 낙타. 매일매일의 고통을 감내하고,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찾아가기 위해, 고통 속에 남아 있는 그러한 인물. 그러던중에 다른 생각이 내 머릿속에 안개처럼 자욱해졌다. 리비아인, 문자, 낙타는 소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현실속의 우리들의 처지와 비슷한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지 못한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들을 들어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 조차도 큰 축복이라고 한다. 우리는 대부분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해,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 우리의 오늘을 희생시킨다. 우리 사회는 오늘을 단지 내일로 가기위한 계단, 성장을 위한 계단으로 만든다. 우리는 사막에서 다 똑같은 오아시스를 보며 살아가는 것 같다. 누군가는 확실하게 눈앞에 보이는 오아시스를 향해 가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의 신기루를 보며, 오아시스라고 착각하며 오늘도 사막에 있다.
소년의 비애 (이광수 단편선)
사회에 적응 해가는 청년, 신기하게 바라보는 소년
p.18.
문호는 이제 십팔 세 되는 시골 어느 중등 정도 학생인 청년이나 그는 아직 청년이라고 부르기를 싫어하고 소년이라고 자칭한다.
극중 주인공인 문호는 이미 청년이 된 나이이지만, 청년이라고 불리기를 거부하고, 소년이라고 자칭을 한다. 소년과 청년. 내가 느끼는 소년의 이미지는 순수함이다. 소년들은 순수한 눈을 가지고 있다. 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소년들은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른다. 소년들에게 세상은 그저 신기할 뿐이다. 소년들에게 세상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구일 뿐이다. 소년들에게는 당연한 것은 없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소년에게는 모두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소년들은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소년들에게 세상의 정해진 규칙은 없다.
p.27.
“흥, 우리도 벌써 아버질세그려. 소년의 천국은 영원히 지나갔네그려” 하고 웃으면서도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소년들도 청년들이 될 것이다. 소년들도 청년이 되는 것을 문호처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소년들은 청년들이 된다. 청년은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도기적인 상태이다. 그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른들의 세상을 이해해간다. 이해가 되지 않아도, 많이 쓴 근육이 단단해지는 것처럼, 청년들은 세상, 즉 사회에 적응을 해간다. 그들의 호기심은 무뎌진다. 어차피 이유는 없으니깐. 문호는 이미 청년이다. 다만 소년으로 남아 있고 싶을 뿐이다.
p.23.
“그러나 양반의 체면은 잠시 일이지요, 난수의 일은 일생에 관한 것이 아니오리까. 일시의 체면을 위하여 한 사람의 일생을 희생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하였으나 계부는 성을 내며, “인력으로는 못 하느니라” 하고는 다시 문호의 말을 듣지도 아니한다. 문호는 그 ‘양반의 체면’이란 것이 미웠다. 그리고 혼자 울었다.
청년은 사회에 적응해가면서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들에게는 자신만의 주관이 생긴다. 이제 그러한 주관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청년들에게도 보는 것 까지다. 청년들에게는 불합리함을 바꿀 수 있는 힘, 능력이 없다. 단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을 뿐이다. 어른이 되면 그 불합리함을 조금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p.23.
그러나 전하는 말을 듣건대 신랑은 논어 일행을 삼 일에도 못 외운다는 둥, 코와 침을 흘리고 어른께도 “너,나” 한다는 둥, 지랄을 부린다는 둥, 눈에 흰자울 뿐이요 검은자울이 없다는 둥, 심지어 그는 고자라는 소문까지 들려서 문호의 조모와 숙모는 날마다 눈물을 흘리고 혼인한 것을 후회한다.
소년에게 무지함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당시 사회에서 청년에게 무지는 죄였나보다.
소년과 청년은 나누는 명확한 기준이 나이 밖에 없다. 그 뜻은 나이가 많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청년이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사회에 적응한다.
나도 나의 소녀시절과 청년시절의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몇 살쯤에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만 생각 날 뿐.
나는 문호와 같이 소년으로 남고 싶어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나이가 들면서 그런 유치한 기억을 잃어 버렸을 수도 있다. 나에게 소년과 청년은 단지 나이의 구분이였다. 나는 중학생이 되면서 청년이 되었고, 대학생이 되면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이 소설에는 문호와 난수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난수의 결혼이라는 사건을 통해서 당시에는 당연했던 양반의 체면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관습이 남아 있지 않을까? 나에게는 소녀의 호기심이 벌써 다 사라져 버린 것 일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그리고 쾌락주의는 범법행위나 도덕적인 범위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며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나도 가끔 과제를 미뤄두고 유튜브를 시청하기도 한다.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안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어느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레이트 하우스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 (길 위에서 마주한 찬란한 순간들)
여행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좋은 생각만 드는 것 같다. 즐겁고 신나고 행복한 일들의 향연들. 우리나라와 다른 공기와 햇빛을 보며 누리는 낭만들. 하지만 여행은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지역의 음식이 나와 안맞아 다양한 음식을 접해보기는 커녕 한국에도 즐비한 패스트 푸드만 원없이 먹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계획한대로 여행을 진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여행중에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 날에는 그저 울고 싶다. 여행 스타일이 다른 친구들과 여행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이런 갈등은 여러명이서 여행을 약속했을 때, 여행계획에서부터 시작인 것 같다. 각자마다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행은 항상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편안하게 읽었던 게, 이 책은 다양한 여행을 다녀온 작가가 많은 나라에서 겪은 친절과 수모, 행복했던 일이나 눈물 맺힐만큼 힘들었던 모든 날들의 기록에 가까웠다. 여행에 대한 환상보다는 그 여행 자체에 의미를 담고 힘들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여행안에서 행복한 일들이 더 빛날 수 있다고 했다. 굳이 좋은 기억이 더 많지 않아도 나의 여행이 헛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작가님께 고마웠다. 나는 많은 여행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여행을 떠나면 항상 불행이 닥치고는 했다. 행복한 기억보다는 불행한 기억이 더 오래간다고 나는 좋지 않은 기억을 붙잡고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책을 읽고 불행보다는 나의 행복했던 여행기를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해외여행을 떠난 경험이 딱 2번있다. 내 주변의 사람들보다는 여행 경험이 적고 느린편이다. 18세에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하기위해 떠난 작가와 달리, 나의 첫 해외 여행은 20살이였다. 불과 작년의 여름의 일이다. 여행 경험이 많은 언니들과 부모님과 달리 나는 비행기를 타본 일이라고는 제주도로 떠난 수학여행 뿐이였다. 장시간 비행도 처음이라 나는 두근거릴 수 밖에 없었다. 힘들면서도 앞으로의 여행을 생각하면 설레는 가슴 떨리는 도약이였다. 첫 여행지는 베트남이였지만 많이 기대한거 치고는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아름다운 자연을 유명해진 베트남은 석회지대여서 석회질이 수돗물에 조금씩 섞여있어 물도 매번 사먹어야했다. 여름의 베트남은 매우 후덥지근했고 그런 더위에서 물은 금방 찬기가 가시기 마련이였다. 겨울에도 찬 음료를 사랑하던 나는 더운 날씨의 미지근한 물이 괴로웠다. 또한 내가 예민한 편이라는 것을 베트남에 와서야 깨닫게 되었다. 수돗물에 포함되어 있는 석회질을 견디지 못하고 트러블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덥고 햇볕은 따가워 선크림은 발라야하는데, 트러블이나다니. 정말 괴로웠었다. 그리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베트남의 한 섬의 전망대를 구경하기 위해 산을 오르다가 현기증이나 쓰러지듯이 해 주변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하였다. 한국에만 지내다가 사우나에 들어와 있는 날씨같은 베트남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냥 더운 것이 아니라 습한 더움이라 너무 힘들었었다. 그리고 패키지여행이라 여러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시간에 쫓겨 제대로 즐길수 없음이 아쉬웠다. 지각을 하면 다른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니 늦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다음에는 패키지 여행보다는 여유있는 일정과 그 나라에 대해 공부해 배경지식을 만들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준비가 너무 미숙해 아쉬운 여행이다. 가장 좋았던 시간은 저녁 일정이 끝나고 자유시간에 가족들과 나와 시장을 구경하고, 여러 열대과일을 사 숙소에 돌아와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던 밤이다. 베트남의 망고스틴과 파인애플은 잊지 못할 것 같다. 가족끼리 매년 꼭 여행을 다니다가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가족의 수가 많아 호텔에서 제일 큰 방을 주었기 때문에 베트남의 전망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였다. 커튼을 걷어놓고 밖을 보며 가족들고 웃고 떠드는 것이 정말 재미 있었다. 그리고 패키지 여행답게 옆의 다른 가족들과 나누었던 대화들. 내가 생각하는 패키지 여행의 최대 장점이다. 내성적인 나는 대화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엄마가 다른 사람들과 재미있게 나누는 대화를 보며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던 것 같다. 어린 남동생을 가진 누나가 남동생을 귀여워라 하는 모습을 보며 한번 더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사랑을 듬뿍받는 막내아들답게 참 귀여웠다. 일정이 늦여져서 점심을 늦게 먹었을때, 우리 가족은 들고 온 간식이 있어 차안에서 먹으며 기다리는데 옆자리에서 힐끔힐끔 시선이 느껴졌다.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과자를 나눠주니 감사인사를 시키던 둘째 누나의 모습은 아직도 나를 웃음짓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날에 저녁에 탔던 야간 투어 버스도 정말 재미있었다. 예뻤던 밤의 베트남은 다시 도전하고 싶기도 하다.
나의 두번째 여행은 일본 훗카이도의 삿포로였는데 일본 삿포로에서 동아리 전시회를 열 기회를 얻게되어 관광을 겸해 간 것이다. 아무래도 전시회를 설치하고 철거까지 마무리하고 가야했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 일본에 머물러야 되었다. 첫날에 전시 설치를 하고 철거까지 계속 자유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곳을 다닐 수 있었다. 같이 가는 동아리 친구들과 하루 먼저 일본에 도착해 삿포로와 가까운 명소인 오타루라는 지역도 관광을 했다. 그 지역의 유명한 치즈케이크도 먹으러 가고 예쁜 공방들도 가보고 정말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힘들기도 한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이였다. 6월에 간 삿포로는 한국과 달리 굉장히 추웠고 가디건을 가져가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감기에 걸려 골골거렸을 것이다. 첫 날부터 지갑을 잃어버린 적도 있는데, 오타루의 명소라는 오르골 공방에서 예쁜 오르골을 보는 것에 정신이 팔려 잃어버린 것이다. 돈을 여러곳에 분산시켜 보관해 큰 손해는 아니였지만 여행 첫날부터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 것은 카운터에 가서 어설픈 영어로 도움을 요청하니 한국인 직원이 도와주어 쉽게 지갑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해프닝으로 끝난 지갑 분실 사건은 이후에 나에게 큰 교훈을 주어 그 뒤로는 지갑을 꼭 확인하며 다녔었다. 그런데 일본에 머물면서 이같은 정말 웃기면서 웃을 수 없는 일들을 꽤 많이 겪었다. 숙소에서 친구와 섬뜩한 일을 경험한 것이다. 여러명이 함께 있는데 한 친구와 나만 남자 목소리와 남자 웃음소리를 듣기도 했다. 혼자 들었더라면 잘못들었으려니하고 넘겼겠지만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친구와 내가 거기에 누구 있냐고 질문을 해서 등 뒤가 서늘했던 것이다. 우리는 못들은 척하자며 웃으며 넘기고 장난이 많은 다른 한 친구는 무서워하는 나를 놀리기도 했지만 일본은 귀신이야기가 많고 숙소 분위기가 옛날 일본식 집이여서 더 섬뜩했었다. 지금에서야 즐겁게 친구와 그 때 정말 무서웠다며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무서워서 웃으며 잘못들었나보다 하며 넘기고는 이야기도 못꺼냈었다. 또 다른 일은 삿포로에 있는 유명 동물원을 갔는데 까마귀에게 습격을 당한 일이다. 나는 이 이야기가 아직도 웃기고 신기하다. 그 당시에는 정말 나한테만 왜 이런 일이 생기나하고 짜증도 많이 났지만 지금은 언제 이런 진귀한 경험을 해보겠나라고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일의 시작은 일정 마지막 날에 가기로한 마루야마 동물원이였다. 일본에는 정말 까마귀가 많았는데 특히 그 동물원 주변은 숲이 있어서 그런가 까마귀가 정말 많았다. 그래서 그 주변에서 반짝이는 것이나 먹을 것을 손에 쥐고 가면 까마귀가 빼앗기 위해 공격한다는 것이다. 경고하는 표지판을 본 친구와 나는 무섭다며 안내받은 대로 지켜서 안전히 잘 보고 가자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한지 2시간 후 나와 친구는 까마귀를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것이다. 동물원 구경을 마치고 동물원 굿즈 샵을 들리며 귀여운 상품들에 신이나 산 것들을 구경하며 나오느라 굿즈 샵에서 산 반짝이는 포장지 안의 스티커북을 손에 들고 까마귀 사이를 지나가고만 것이다. 까마귀는 반짝이는 표장지를 보고 아마 탐이 났을 것이다. 그렇게 나를 표적으로 삼은 까마귀는 내 손안에 반짝이는 물건을 얻기위해 내 머리를 공격했고, 나는 정말 머리에 엄청 큰 밤송이가 떨어진 줄 알았다. 뒷통수를 맞아서 나를 때린게 무엇인지 제대로 볼 수 없었고, 나와 달리 내가 까마귀에게 맞는 장면을 정면으로 본 친구는 놀라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공격이 안먹히자 까마귀는 내게 또 다시 다가왔고, 거기에 놀란 나는 들고 있던 겉옷을 던지며 도망쳤지만 까마귀는 생각보다 끈질겼다. 그러다가 표적을 내 친구로 바꾼 까마귀는 친구한테 다가갔고, 때마침 우리를 도와주러 오신 관계자분이 쫓아내주셔서 우리는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까마귀의 공격을 받은 나는 트라우마가 생겨 일본에서 돌아와서도 머리위로 지나가는 새들이 무서웠었다.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추억이 하나 생긴 것이다. 그리고 겪은 언어의 어려움과 외국인이라서 받는 시선들은 참 견디기 어려웠던 것 같다. 대놓고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고, 뒤에서 수근거리기도 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만큼 나쁜기억도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나의 적은 해외여행도 이렇게 하루하루가 새로운 일들의 연속이였는데, 여러 나라를 다녀온 이 작가는 책에 담지도 못할 만한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불행과 행복의 반복이고 너무 슬퍼 울고 싶은 날도, 너무 행복해서 울고 싶은 날도 있다. 작가의 글을 읽으며 이 작가도 이런 슬픔과 행복을 모두 안고 성숙해진게 아닐까 했다.
작가가 많은 나라를 여행하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일본에서 한 작은 결심이라고 했다. 18살의 나이에 부모님의 보살핌에서 떠나 타국에서 생활해야 했던 작가는 어느 날 혼자 일찍 하교를 하는데 하교길에서 많은 감정을 느끼고 많은 나라를 다니며 여행하는 사람이 되어야지하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 18살에 한 작은 결심을 이뤄낸 작가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온 대학교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린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사는 모습은 참 멋졌던 것 같다.
그리고 작가님이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도 굉장히 예뻤다. 그리고 여행 사진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참 멋지다. 그저 예쁜 여행 사진만이 아닌 사진 안에 그 순간의 내 감정이 있도록 하는 것. 책의 많은 사진을 보며 여행마다의 작가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해야 할 일 두가지가 생겼다. 하나는 엄마와 단둘이 해외여행을 가는 것. 엄마가 더 나이가 들어 힘들기 전에, 내가 더 여유가 없어지기 전에 다녀오고 싶다. 여행가서 그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고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본가에서 나와 자취를 했기 때문에 엄마와 애정은 많지만 떨어져 있던 시간 때문에 아쉬울 때가 많다, 지금도 그렇다. 아플때 투정도 부리고 싶고 엄마의 애정어린 보살핌도 아직은 받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을 때가 대다수이다. 그러니까 가서 즐거운 시간이라도 함께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작가가 엄마와 함께한 여행에서 서로 편지를 써준 것도 정말 멋진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백번 생각하는 것보다 직접 전하는 게 나을 때가 많은 데 나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여러면에서 따뜻한 책이였다.
두번째는 일기를 쓰는 것. 나는 초등학교 때도 방학숙제로 내주는 일기쓰기도 항상 제때 하지 않아서 나중에 한꺼번에 쓰느라 애를 쓰고는 했다. 어떤 말을 써야할지도 모르겠어서 대충 시를 지어 쓰거나 책에서 시를 보고 배껴쓰고, 나중에 가서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기도 했다. 애초에 어릴 때도 왜 하루를 기록해놓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차라리 그 시간에 노는게 좋았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일기를 쓰는 시간을 하루 일과를 생각하고 그 안에 가졌던 자신의 감정을 갈무리하며 나를 보듬어주는 시간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정돈하고 이를 엮어서 책을 낸다는 것도 대단하고 멋져보였다. 그 동안의 기록들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그리고 요새 사람들 사이에서도 힘들고 진로를 두고서도 여러 고민이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많이 배웠다. 힘든 일만 생각 나던 여행들이 알고보니 재밌는 일도 많았던 것. 결심을 실천하는 대단함과 나를 아끼는 마음.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나를 가꾸고 성장시키는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