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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 부터 4년 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풋풋했던 20살의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난 굉장한 기대감과 설렘을 한가득 안고 있었다. 스스로 ‘나는 이제 어른이 됐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시절 20살의 나는 18.19살의 나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아직은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할 수 없는 나이. 세상의 흐름에 순응하지 못하고 아직은 반항하고 싶은 나이. 나는 ‘어른인척 흉내 내는 아이‘었다. 세상을 향해 내 꿈을 펼치고 당당히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모든 게 내 맘대로 흘러갈 줄 알았다. 모든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고 내가 주인공처럼 살아가고 싶었다. 그 때 마주한 노경원의 ‘늦지 않았어. 지금 시작해‘ 책은 그런 나를 구름위로 한껏 부풀려 올려주었다.
여유를 낼 수조차 없는 불우한 가정환경, 술만 먹고 들어오면 가족들을 폭행하는 아버지, 사람 한명이 누우면 공간이 가득 차는 옥탑 방에서의 생활 . 작가는 대학교를 다니며 밤낮으로 일하며 등록금을 마련하고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위로받았다. 그리고 나도 대학교에 가면 저렇게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했다. 그러나 나는 대학에 입한 후 그렇게 살지 못했다. 매일 친구들과 놀기 바쁘고 A+로 가득 찼던 노경원작가의 성적표와는 반대로, 내 성적표에는 C가 가득했다. 등록금을 대주시고, 나에게는 그리 넉넉하진 않았지만 필요한 만큼의 용돈은 항상 챙겨주셨던 든든한 부모님이 계셨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부족은커녕 여기저기 흥청망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하며 그렇게 신나게 놀고 즐기며 1년을 보냈다. 눈 깜짝할 새 1학년이 지나고, 2학년이 지나고 , 3학년이 지나갔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고 3학년이 끝난 후 휴학을 결정했다. 1학년 때의 그 들뜬 신입생 마음은 몇 개월을 채 가지 못하고 그 당시 이미 끝났지만, 2학년,3학년은 어떻게 그렇게 훌쩍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4학년이 된 지금, 그 시간들을 돌아보면 정말 학교를 제대로 다니기는 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공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성적이 안 좋았던 것은 당연하고, 왜 내가 여기 앉아서 이 공부를 하고 있어야하는지, 나는 졸업하면 ‘어디서 무얼 하게 될까‘를 생각하면 행복한 기대감보다 끝이 없는 두려움이 나를 더 잠식하고는 했다. 그렇게 휴학을 결정한 후에도, 지금부터 뭘 해야 할지도 여전히 막막했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건, 알바는 3년간 한 번도 안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 예비 사회생활은 계속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내 또래 친구들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각자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를 보며 나또한 도전받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내 길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 나는 ‘생활스포츠 지도자‘를 준비 중이다. 휴학 중,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감사하게도 나도 몰랐던 나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그들을 즐겁게 해줄 때 내 가슴이 뛰는 것을 알았다. 어려서부터 활동적인 걸 좋아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운동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점심시간 책상 위에 올라가 내가 춤을 추곤 하면 옆 반 아이들까지 몰려와 구경을 하곤 했었다.(지금도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 ㅎㅎ). 한번 결정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싶지 않아 지난 1년간은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아냈다. 부모님의 반대로 재정적인 도움이 완전히 끊긴 덕분(?)에 스스로 알바를 몇탕씩 뛰며 돈을 벌기 시작했고, 수많은 무대에서의 경험을 쌓고, 국가자격증, 에어로빅협회 자격증을 따며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에 도전하고 꿈을 품기 시작했다.
요새 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서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날따라 어떻게 그렇게 한눈에 딱 들어오는 책이 없던지.1시간째 인문학서적코너를 돌아다녔다. ‘오늘은 포기하고 그냥 집에 갈까‘하고 생각하던 중 한쪽 구석에서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래전 숨겨두었던 보물을 찾은 느낌이었다. 너무 반가웠다. ‘내가 20살 때 읽고 정말 좋아했었던 이 작가가 또 책을 냈었었구나!’. 고민하지 않고 당장 대출을 하고 집에 돌아와 정독하기 시작했다. 내가 3년간의 대학생활과 휴학 기간 1년의 시간을 보낼 동안 작가도 나름대로의 시간 속에서 삶을 살아냈구나.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른 곳에 있었지만 각자의 삶을 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구나. 무엇인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대학생활을 의미 없이 흘려보냈다는 그동안의 죄책감으로부터 훼방되는 느낌이었다.
20대는 그런 시기인 것 같다. 끝없이 고민하고 실패하고 넘어져보면서 새로운 시도를 꿈꿀 수 있는 자유로운 청춘. 그래서 최선을 다해 노력할 수 있는 시기. 작가는 어느새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인과 결혼하여 미국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있던 자신이 타지에 와서 이 직업으로 일하고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우리는 하루아침사이에 바뀔, 내일의 운명도 모른 채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아간다. 10년뒤,아니 어쩌면 1년 뒤에 나에게 일어날 일도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 이런 ‘나‘라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내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이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0%로라는 절대성을 0.1%라는 가능성으로 만드는 건 결국 실제로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인 것이다.’라고 고백했던 작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 책임과 의무 역시 내가 떠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살의 멋모르던 어린아이 같은 날들을 이미 지나갔다. 어느새 나는 졸업을 앞둔 4학년이 되었고 이제는 담대하고 그리고 성숙하게 내 삶을 바라보야할 필요가 있는 나이가 되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경제적인 부분도 스스로 해결하고 있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재정적인 부담도 커졌다. ‘책임‘과 ‘의무‘속에서 어쩔 때는 두려움과 걱정도 나의 부산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보면–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의 삶을 바라보며–나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는 나에게 주어진 부담스러운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20대는 그렇게 성장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지금의 나를 좀 더 이해해주고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고 싶다.
이 책의 제목처럼 그저 나이기만 하면 된다. 이 작가도 나처럼 많이 방황하고 고민하고 있었구나. 20대를 보내고 있는 이 시대의 수많은 청춘들도 똑같이 힘들고 똑같이 아프겠구나. 그러나 그 속에는 슬픔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또 기뻐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꿈을 꾸고 있는 거구나. 앞으로 내게 펼쳐질 미래를 기대하며 ‘0%라는 절대성을 0.1%의 가능성‘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실제하고 있구나(P263.).위로받고 도전받으며 꿈꾸는 살고 있는 나에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또 선물 받았구나하고 생각한다. 지난 나의 20대의 시간을 노경원 작가의 저서들과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의 형태는 다르지만 미래를 꿈꾸는 시간들 속의 간절함은 이제 조금은 작가와 비슷해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남들과 비교하기를 좋아하고, 부족하고, 어리석다. 그러나 젊기에 어리석고 어리석어 용맹한, 그리고 나만의 독특한 개성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나는 좀 더 나를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