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인간은 태어났을 때부터 악한 존재다.’ 라고 하는 순자의 성악설과 ‘인간은 태어났을 때부터 선한 존재다.’ 라는 맹자의 성선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이 선과 불선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는 고자의 성무선악설 등 다양한 철학점 논제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문학과 철학이 아닌 수치와 계산, 검증으로 이루어진 과학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답을 ‘유전자’에서 찾아내었다. 
인간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짧은 시간 내에 모든 생물체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거대한 몸집, 강한 털가죽이나 억센 털도 가지지 않은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생물이라면 생존을 위해 살고, 더 강하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진화한다. 인류는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며 양 손의 자유를 얻었고, 양 손의 자유를 얻자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생물에게 있어 진화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장치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진화에 대해 개체 간의 유리함, 즉. 더 강한 개체가 오래 살아남아 그 형질이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에 있어 ‘개체’가 아닌 ‘유전자’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보았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생물 진화의 주체는 유전자이고, 생물들은 단지 유전자를 자가복제를 최우선으로 두는 기계적 존재다.”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다고 하면 어째서 책의 이름이 ‘이기적 유전자’인 걸까? 이런 주제로는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붙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를 이해하려면 책에서 말하는 ‘이타적’의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이타심 또한 이기심에 기초하였다고 주장한다. 일개미가 생의 전부를 희생하며 여왕개미를 보좌해 여왕개미의 번식을 돕는 것, 내장이 뽑혀 죽을 위기를 감수하면서 까지 벌집을 지키는 일벌의 행동을 본다면 자신이 아닌 타 개체를 위한 행동이므로 겉으로 보이는 것은 지극히 이타적인 행동이지만 그 내면에는 여왕개미, 여왕벌의 번식을 통하여 자신과 동일한, 혹은 비슷한 유전자를 자가 복제해 다음 세대로 보내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즉, 이 책이 말하는 이기심은 다음 세대로 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이기적인 본성을 이야기한다.

우리 인간도 진화의 수혜를 받은 생물인 만큼 이러한 유전자의 본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은 이기적인 본성 뿐만 가진 것이 아니라 ‘이성’을 가지고 있다. 타인과 교류하기 위해, 인간으로서 살며 사회가 약속한 규범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이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작가가 전하고 싶은 하나의 주제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상에서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유전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 끝의 온실 (여름 에디션,김초엽 장편소설)

SF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소재는 지구의 종말과 그 이후의 이야기이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인 지구 끝의 온실 또한 2055년, 자가 증식하는 분자 단위의 먼지 더스트가 지구를 뒤덮어 수많은 인류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 까지 많은 생명체들이 목숨을 잃게 되었고, 살아남은 인류는 생존을 위해 돔을 만들었으나 돔이라는 장소 특성 상 수용할 수 있는 인간의 수가 한정되어 있어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의 분쟁과 분열, 투쟁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거나 죽임을 당했다. 개중 더스트의 내성을 가져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공동체를 이루었으나 자신들만의 문제로 또다시 분열과 생존을 반복한다. 
간단한 개요만 들어도 암울한 세계관이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점점 종말해가는 지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 더스트 사태는 종식되었으나 지구의 상태는 이미 황폐하고, 살아남은 사람들 또한 살아남기에 넉넉치 않은 세계에서 삶을 이어가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다. 이 또한 이 분야를 자주 찾아 읽었던 사람이라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었겠으나, 책의 구성은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장마다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책의 시작이 되는 프롤로그는 더스트에 내성을 가진 아마라와 나오미 자매가 랑카위 연구소에서 실험당하던 중, 기회를 얻어 연수고에서 도망쳐 수많은 위협과 절망을 마주하고 생존을 위해 나아가던 중 아마라의 상태가 안좋아지게 되고, 결국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 거대한 온실이 있는 축복 받은 숲 프림 빌리지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책의 시작이 되는 부분부터 이 책의 세계관에서만 사용하는 단어와 개념들이 다수 등장하여 조금 난해하고 어렵게 다가올 수 있지만 문장의 구성이 매끄러워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설정들이 세계관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이야기는 각각 2070년 더스트 종식 이후의 더스트 생태 영구원 아영, 도피처에 도착한 나오미, 다시 아영의 시점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기억칩의 비밀번호를 푼 이후 지수의 시점으로 바라본 과거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점이 자주 바뀌는 편이라 자칫 깜빡하면 이야기의 흐름을 놓쳐버리기 쉬울 법도 한데, 특별하게 거슬리는 전개도 없었을 뿐더러 다음이야기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장들이 가득하여 작가의 구성력이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있는 것을 없애는 것은 쉽지만,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사람들은 보통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와 비슷하게 세상을 망가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다시 복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미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세계를 다시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게다가 그 방법에 확신을 가지기도 어렵다면 자신의 신념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 수 있을까. 반대로 자신이 행동하지 않아도 책임을 물을 사람은 없으나 단지 옳은 일이기 때문에 선뜻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혹은 누구도 탓하지 않을지라도 제 책임을 두고 도망가지 않을 사람들 또한 적을 것이다. 
이 책의 지구에 재앙을 안겨준 더스트는 과학 기술을 신뢰한 인류가 기후 위기를 손쉽게 극복하려는 시도 중에 발생한 재앙이다. 게다가 연구소 내부에서 끝날 수 있었던 사고가 책임을 뒤로 한 채 도망쳐버린 직원들이 폐쇄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아 전 세계에 걸친 대재앙이 되어버렸다.
 이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이야기에 단순히 멸망과 재생 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 문제를 일깨우는 경고를 넘어, 자연을 제압하고자 하는 오만함, 그리고 그 결과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인류를 꼬집으며 인간과 자연, 과학 기술의 공존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그 과정에서 인간 사이의 공동체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양상의 갈등과 화합을 조명한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아주 간단한 일이라도 시도해 보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당장 행동하지는 못하더라도 언젠가 위기가 닥쳐온다면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남을 끌어내리는 것이 아닌, 서로 협력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지기 마련이다. 특히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일상적인 경험은 더 쉽게 잊혀지고, 살아가며 지나간 기억들을 무의식에 남겨둔 채 새로운 기억을 저장한다. 그런데 만일 일상적인 기억 뿐만 아니라 소중했던 기억, 절대 잊고 싶지 않았던 기억까지 모두 지워진다면 어떨까? 그것도 특별한 사건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실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자신이 기억을 잊었음을 완전히 잊을 수도 있다면 일상적인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주인공인 히노 마오리는 하루 마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아 매일 같이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던 중 카미야 토오루라는 한 남학생의 거짓 고백을 시작으로 교제를 시작하게 되고,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뒷 내용은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만큼 자세히 서술할 수는 없지만 전개 방향이 흥미롭기 때문에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만일 내 연인이 매일 나와 함께한 기억을 잊어버린다면 어떨까?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 싸우거나 불편했던 시간, 슬펐던 시간도 전부 잊어버린다면 나와 함께한 시간들이 없다고 생각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는 기억하겠지만, 기억을 혼자만 가지게 된다면 추억을 공유할 수 없으니 함께 있어도 결국 혼자 기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외롭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상실로 인한 비극을 비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매일같이 사라지는 순간들임을 알고 있어도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어 상대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관계 속에서 사랑의 깊이를 느낄 수 있으며, 마오리 또한 자신의 상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매일 같이 기록을 남김으로서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을 기억하려 한다.
결국 이 책은 기억의 소멸과 재생이라는 주제를 통하여 사랑의 불변성을 이야기한다. 비록 함께 지낸 시간이 기억에서 사라질 수 있어도, 함께 했던 시간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감정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사랑은 남기에 둘의 이야기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며,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깨우쳐 준다. 

언어의 온도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모든 사람들은 타인과 소통하며 살아간다. 어떤 사람도 말 없이 살아가지 않으며, 작은 감정 하나를 표현하는 것에도 언어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언어에는 온도가 존재할까?
사람들은 그냥이라는 말은 자주 사용한다. 그냥 그런거야,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에게 그냥이라는 단어는 어떤 일을 단순히 넘겨버릴 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단순하게 눌러 버리는 용도가 되듯 간편하게 사용하고 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 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후자의 의미로 “그냥”이라고 입을 여는 순간 ‘그냥’은 정말이지 ‘그냥’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그냥이라는 단어에 큰 의미를 부여해본 적이 있을까? 이 책의 작가는 이런 단순한 단어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와 온도의 차이까지 다양한 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따뜻한 말과 차가운 말, 날 선 말과 다정, 모든 언어들에는 그 마다의 온도가 있음을 알려준다. 게다가 온도라는 것은 상대적이기에 내게 차갑게 느껴질 말이었더라도 다른 누군가에겐 온기로 다가 올 수 있고, 그 반대로 다정했다고 생각되었던 말이 사실은 차가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즉 이 책은 언어가 줄 수 있는 다양한 효과를 통해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동시에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까지도 풍부하게 서술해 언어와 그 속에 내재된 감정의 온도를 일깨워주는 귀중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일상 생활에서 무심하게 사용했던 단어와 표현들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언어는 사람의 소통 수단이며, 사람과 사람이 저마다 다르듯 말 또한 같은 단어로 이루어진다고 하여 결코 같아질 수 없는 것처럼 애일 사용하는 언어라도 의미와 온도를 생각하여 말한다면 살아가며 마주치게 될 수많은 소통의 순간 타인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한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감정조절이 필요한 당신을 위한 책)

이 책은 굉장히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내용 자체도 어렵지 않은 것 같아 고르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고 화도 많이 내지 않았었다. 그러나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이 책의 제목과 같이 기분이 태도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풀어내는 그런 사람들도 있었다. 이 책을 읽어보니 그런 사람들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런 사람이 되지 않는 방법도 알게 된 것 같다.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많은 20대들이 겪고 있을 고충, 아픔 들을 이겨내는 방법들 또한 이 책에 담겨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한번은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는 인간관계를 대할 때, 어떠한 방식으로 대해야 할지, 내 감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아 사람으로써 한 단계 더 성장한 것 같다.

아몬드 (양장)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도서 선정 이유]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책의 표지와 제목은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책의 표지였다. 
소년으로 짐작되는 사람이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듯, 무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반면 책의 제목은 ‘아몬드’ 꽤나 단순한 제목이었으나 표지와의 연관성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게 되었다.
  책을 펼치고 머지 않아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였던 책의 표지와 제목 사이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었다.
표지 속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보였던 소년은 예상대로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책의 제목인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는 편도체의 생김새를 의미하고 있었다.
(+ 실제로 궁금증이 생겨 검색해본 결과,  편도체의 모양을 묘사할 때 아몬드를 비유한 문장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책의 줄거리와 소감] 
  여하튼, 본 책은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진, 즉 감정이 없는 소년이 성인이 되어가기까지의 성장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년은 ‘평범함’을 쫒아 감정을 가지기 위해 수많은 노력들을 기울인다.
하지만 ‘평범함’을 타고나지 못한 탓일까, 누구나 그렇듯 주인공도 여러 맛을 지닌 삶을 살아가지만 그 맛이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
주인공은 어릴 적 집단 폭행으로 인한 살인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생일 날 주인공의 친모와 조모가 묻지마 살인사건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 주인공이지만 그의 친모와 조모는 주인공에게 주인공은 느끼지 못 할 아낌 없는 사랑을 주었다.
그런 가족이 한 순간 눈 앞에서 희생 당했을 때의 고통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픔과 두려움, 그리고 고통일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 소년은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별다른 마음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무감정’을 부러워하고 닮고자 하는, 누구보다 감정적인 소년이 어느날 주인공 앞에 나타난다.
감정이 없지만 감정을 갖고자하는 자와 누구보다 감정적이지만 감정을 못느끼고 싶어하는 자.
감정이 없으나 무한한 사랑을 받아온 주인공과 누구보다 감정이 풍부하지만 사랑을 받아오지 못 한 친구를 둘러싼 이야기.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위대함, 우정의 힘, 때론 이론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랑의 위대함, 냉혹한 현실…
이 책의 주제를 하나로 딱 정하기는 어렵지만, 인생을 다루듯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해당 책을 추천하는 이유]
  이 책을 읽으면서 해당 책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뚜렷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책이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이 많달까..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싫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의 좋은 필력과 더불어 다방면으로 책을 즐겨볼 수 있었다.
별 생각 없이 넘긴다면 가볍게 넘길 수도 있겠으나, 곱씹으며 읽을 수록 한 문장 문장이 그리 가벼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한 문장 한 문장에서 인생에 대한 작가의 고심과 고찰을 엿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냉혹한 현실에 대한 뼈저리지만 공감되는 문장들도 많아, 씁쓸하기도 했다.
분량이 짧고 가독성이 좋은 책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다루는 내용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기 때문에 몰입하여 읽는 동안 다채로운 생각과 감정들을 느끼며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우들에게 본 책을 추천하고 싶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장편소설, 40만부 기념 벚꽃 에디션)

 요즘 편의점을 주제로 한 책이 많네? 라는 생각으로 고른 책. 사실 제목과 표지만 봤을 때는 별다른 끌림이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몇 안 되는 큰 글자 도서이기 때문이다큰 글자 도서는 실버층을 포함한 시각 약자들을 위해 단행본을 크게 만든 책이다. 본문 및 표지 등 디자인과 내용은 동일하지만 글자와 판형이 커진 형태이다. 한국도서관협회와 한국학술정보 등 기관에서 공익적인 목적으로 좋은 분야의 도서를 선정해 만들고 있다. A4 사이즈의 눈에 확 띄는 크기인 이 책이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지만, 소비는 곧 공급으로 이어지기에 택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이 노숙자라니. 노숙자와 편의점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의 여정은 시작되었다독고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서울역에 거주 중인 한 노숙자는 편의점 주인의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준다. 그 계기로 독고 씨는 편의점의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되었고 다양한 손님을 만나며 그 손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그것이 곧 독고 자신에게도 변화의 계기가 된다. 가명을 쓰는 이유는 주인공이 알코올 중독인 삶에 빠져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기억이라고는 서울역에서 생활을 하는 자신의 모습뿐이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시현과 오 여사, 퇴근 후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을 자주 먹는 경만, 배우라는 직업에서 작가로 새 꿈을 이어나가는 인경, 경찰복을 벗고 심부름 소로 그리고 또 편의점으로 일을 이어가는 곽씨.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불편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독고는 말아 든 행동이든 또는 그것이 마음이든 변화의 씨앗을 준다. 기존에 삶을 탈피하고 변화를 준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 될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평생 행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하물며 서울 바닥에 널리고 널린 그 흔한 편의점 중 하나그곳에서 이뤄지는 평범하고도 특별한 아이러니한 일들은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준다. 이 책은 나에게 다양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다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여정의 끝에서 나는 주인공에게 동화되었다.

 

한 낮의 시선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결핵에 걸린 주인공.
어머니가 마련해준 새 자취 방에서 전염성을 핑계로 여자친구인 P와의 만남까지도 피한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쉰다는 느낌.
을 만끽할 새도 없이, 앞집 사는 심리학 교수와의 대화로
주인공의 마음은 한순간에 어딘가로 이끌리게 된다.
여기까지가 본격적인 줄거리의 배경이다. 그리고 난 여기까지 읽고 이틀 정도 책을 방치했다.
심리학 교수가 너무 불쾌해서 혹시라도 더 나올까 봐 읽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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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기를 시작한 계기는
‘당신이 우울 할 때 세상은 빛을 잃는다. 당신 내부의 우울이 세상 외부의 빛을 삼켜버리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이다
감정이 너무 커지면 세상이 작게 느껴진다고도 말했던 작가인데, 그게 실은 감정이 세상을 덮을 만큼 커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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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주인공이 찾아 헤메는 아버지는 아버지로써 보여지는 문장이 단 한 가지도 없다. 철저하게 남인 아버지. 주인공은 심지어 이름도 몰랐다.
뭘 하던 사람이고, 왜 이렇게 됐는지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없다.
단지 아버지를 찾아 헤메는 한 청년의 불안정한 상태만 보여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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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에게 부모는 사랑하지 않아도, 부모 그 자체의 존재만으로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주인공처럼 아버지가 없이 살았어도
내가 태어난 이상 아버지라는 건 존재 한다는 것이다.
죽었다면 죽은 채로 존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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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관계는 없다고 하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식에게 부모는 절대적일 수 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랑하지 않아도 부모는 부모다 라는 부분에서
나는 부모님을 사랑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정의한 사랑을 기반으로 구분 짓는다면 난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내용이 우리 가족이 가족으로 존재하는 데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부분에서 부모는 절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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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뭐길래 이렇게 얽매이게 되는 걸까?
‘사랑 때문이라고 말하지 말자. 그처럼 모호하고 지시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내용이 텅 빈 단어가 어디 있는가!’
나도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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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책을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였다.

욕조가 놓인 방 (이승우 소설)

이 책은 어쨌든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타인에게 이끌리지만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감당하지 못하는 당신.
그녀가 떠나고 나서 그녀의 욕조에 잠겨가며 비로소 사랑을 받아들인다.
“충동과 열정을 혼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신은 신중하다.
그러나 충동이 제 노릇을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당신의 열정은 함량 미달이다.”
작가는 현대인의 사랑은 욕망 그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야기 ‘당신’ 처럼 계속해서 핑계와 이유를 찾는다고 한다.
연기가 일상이 되어 본인이 연기하는 그것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하는 현대인…
난 특히 끝에 나오는 작품 해설 부분이 참 좋았다.
내가 읽은 것과는 조금 다른 해석. 그렇지만 이해되고 납득 됐다.
“당신과 그녀는 신화적인 만남을 한다. 첫 키스조차도.”
해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마야 문명 유적지에서 만난 그녀와의 며칠은 거의 성스로울 정도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게 강렬한 매혹을 느낄지언정 서로에게 일상적 열정과 성실성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신화적 공간에서는 서로에게 한없이 이끌리지만, 
그들의 사랑이 일상의 시공간으로 안착하게 되었을 때 그는 그녀의 고독과 상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현대인에게는 그 어떤 사랑도 ‘신화적미달태’ 일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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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점은 ‘당신’이 이미 결혼하여 와이프가 있다는 사실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녀와의 사랑은 불륜이 되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헤어질 결심’ 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마지막 장면까지도 그 영화와 유사한 점이 많은 책이다.
사실 난 그 영화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책은 좋았다.
‘당신’이 사랑을 외면하지만 결국엔 빠져드는 그 감정과 묘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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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두 문단을 읽고 난 이 책을 한 번 더 읽었다.
단기간에 연속으로 두 번 읽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당신의 소설이 당신의 의도를 배반하고 있거나, 당신이 진짜 의도를 감추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 책이 연애 소설로 읽히길 바란다.
연애보단 사랑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소설)

 가장 사랑하는 최애가 있는가?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카리는 아이돌 최애를 응원하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 소녀이다. 최애를 위해 앨범을 사려고 돈을 벌고, 최애를 이해하기 위해 최애가 나오는 영상과 방송을 챙겨보고, 최애의 인터뷰를 적어 분석하는 것은 아카리의 일상이다. 남들이 평범하게 해내는 모든 일들이 아카리에게는 버겁다. 하지만 최애를 위해서 버거운 일들을 버텨가며 하루하루를 나아간다. 그렇게 살아오던 아카리는 최애의 논란을 마주하게 된다. 논란은 금세 조용해졌지만, 일 년 후 아카리가 응원하던 그룹은 해체를, 아카리의 최애는 은퇴를 발표한다.                                                                               나의 최애도 아이돌이다. 그래서 아카리의 행동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 많았다. 최애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던 아카리처럼 나 역시도 최애의 세계가 궁금했고 그 세계를 이해하고 싶었다. ‘살아만 있어도 주름처럼 여파가 밀려온다.’라던 아카리의 말처럼 지치고 피곤한 일상에도 최애가 추천해 준 음식을 먹어보고 최애가 좋아하는 곡을 듣고 최애는 내 삶에 그렇게 존재했다.                                                                                                                                               그렇게 사랑했던 최애의 은퇴로 아카리는 무너지게 된다. 하지만 이내 최애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 최애를 사랑하며 버텨온 모든 것들이 삶의 결과임을 깨닫게 된다.

이족보행은 맞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 당분간은 이렇게 살아야겠다.’

 기어다니면서라도 나아가려는 아카리의 모습은 아카리를 끝내 이해하고 응원하게 만든다. k-pop이 유명해지면서 아이돌 덕질에 대한 인식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대가 없는 사랑을 믿지 못하고 아이돌을 향한 사랑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이돌이 최애인 사람이라면 아이돌이 밥 먹여주니?’, ‘네가 이렇게 좋아해도 걔네는 너 알지도 못해와 같은 말을 한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아이돌은 팬에게 돈을 주지 않고 모든 팬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대가 없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 소설을 통해서 최애를 사랑하는 마음이 척추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최애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공감을, 최애로 인해 상처받고 무너져 본 사람에게는 위로를, 최애가 없어서 최애를 그런 기억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사랑의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