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역사에 무지했기 때문에 드레스덴 폭격을 ‘제5도살장’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 때 많은 폭격이 있었겠지만, 대한민국의 광복이나 일본의 히로시마 폭격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다. 수많은 폭격 중 하나가 드레스덴 폭격이고, 제5도살장은 드레스덴 폭격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드레스덴 폭격은 ‘엘베 강의 피렌체’라고 불리운다. 커트 보니것은 이 폭격을 목격했고, 살아남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책 맨 앞에 적힌 문구가 커트 보니것이 적은 것인지 역자가 적은 건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비행접시를 보낸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이야기들을 약간 전신문체적이고 정신분열증적인 방식으로 다룬 소설이다. 평화를.’라고 적혀있다. 이 설명이 이 책을 꿰뚫는 설명이다.

  줄거리는 서점이나 오픈백과를 통해 검색해서 알 수 있으니까 줄거리는 따로 적지 않겠다. 내가 인상깊었던 장면들을 위주로 남겨보고자 한다.


– “··· 이렇게 하죠. 거기에 ‘소년 십자군’이라는 제목을 붙이겠습니다.”/그녀는 그후로 친구가 되었다.

  처음에 말했듯이 난 역사에 무지하다… 배워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배우지 않는 자세를 가진 한심한 사람이다. 그래서 십자군 전쟁을 이름만 알지 얼마나 심각한 전쟁인지 모른다. 어린 청년들이 군인이나 전쟁에 대한 존경이나 동경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는데 한 몫하는 책이 될까 작가를 싫어하던 지인의 마음을 돌린 장면이다. 지금 청년들은 군인이나 전쟁은 끔찍하게 여기는 게 대다수라고 생각했는데, 과거에는 다른 행태였다는 걸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지금 시기만 해도 군인이 고문으로 죽어가는데… 물론 대한민국의 이야기지만.


– 그런데 새는 뭐라고 할까요? 대학살에 관해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지지배배뱃?”같은 것뿐입니다.

  새는 무엇을 물어도 자신의 언어로만 대답할 뿐이다. 우리가 못 알아들었을 뿐일까.


– 빌리 필그림은 즐거운 환각에 빠져 있었다. 따뜻하고 하얗고 두툼하고 바싹 마른 양말을 신고 무도회장 바닥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수천 명이 환호했다. 이건 시간 여행이 아니었다. 그렇게 스케이트를 탄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터였다. 이것은 구두에 눈이 가득찬 채 죽어가는 젊은 남자의 광기였다.

  빌리 필그림은 작중 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저 고통은 시간 여행따위가 아니다. 눈밭을 헤치고 다니지만 제대로 된 군화 한 없어 발이 얼어버린 자의 즐거운 환각.


– 하느님, 저에게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차분한 마음과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언제나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이 책의 아마 가장 유명한 문구가 아닐까 싶다. 원래 있는 기도문인지 아니면 제5도살장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해서 여러 번 검색해봤는데 평온의 기도인가 그거라고 한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걸 신에게 맡겨야 찾을 수 있는 건가? 신은 존재하는가? 글쎄, 나는 이 질문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 “트랄파마도어에는 전문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 말이 맞습니다. 각 기호들의 덩어리는 짧고 급한 메시지입니다-하나의 상황, 하나의 장면을 묘사하지요. 우리 트랄파마도어인은 그것을 하나씩 차례로 읽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한꺼번에 읽습니다. 그 모든 메시지들 사이에 특별한 관계는 없습니다. 다만 저자는 모두 신중하게 골랐지요. 그래서 모두 한꺼번에 보면 아름답고 놀랍고 깊은 삶의 이미지가 나타납니다. 시작도 없고, 중간도 없고, 끝도 없고, 서스펜스도 없고, 교훈도 없고, 원인도 없고, 결과도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책에서 사랑하는 것은 모두가 한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경이로운 순간들의 바다입니다.”

  내게 가장 난해했던 트랄파마도어인의 이야기다. 깔끔한 스토리 전개라기보단 정말 빌리 필그림의 한 인생의 시간을 이야기로 담은 느낌이라 이곳저곳 시공간을 넘나들며 진행되기 때문에 읽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중 트랄파마도어인은 외계인인데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트랄파마도어인의 전달법이 마음에 들었다. 수려한 문장들로 이야기를 화려하게 이어가는 게 아니라 짧고 급한 덩어리지만 신중하게 고른 메시지… 나는 언젠가부터 유려한 문장들을 좋아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더 심했고, 지금은 과거의 쓴 글은 가독성이 떨어져 읽지도 못한다. 그때 열심히 사전과 시집을 찾아가며 썼던 단어들의 뜻도 기억이 나지 않아 글을 이해하지조차 못하는 것도 있다. 내 메시지는 짧고 급하지만 신중하게 담아내는 형태를 갖추길 바란다.


– 오, 이런-이 사람들은 린치할 사람을 잘못 고른 게 틀림없어!/ 이 생각에는 형제가 있었다. “린치하기에 적당한 사람들이 있다.” 누굴까? 좋은 연줄이 없는 사람들이지. 뭐 그런 거지.

  이 책에서 ‘뭐 그런 거지.’라는 문장이 나오면 참담한 현상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이해하고 납득하지 못하는 주인공, 빌리 필그림이 최대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쓰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람이 죽을 때마다 튀어나오는 문장이다. 린치 장면도 같다.


– ···아주 재미있는 일이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존엄을 빼앗아버리는 것이.

  사랑이라는 이름은 정당화될 수 없다. 쉽게 말하자면 범죄인 스토킹이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범죄가 아니될 수 없고, 아동학대가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괴롭게 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의 형태로 드러날 때가 있다. 이 장면에서는 딸이 아버지의 존엄을 무너뜨린다.


– 어린 경비병 베르너 글룩은 드레스덴 소년이었다.···그는 빌리처럼 키가 크고 몸이 약해, 빌리의 동생이라 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들은 사실 먼 친척이었는데, 둘 다 끝까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소년 십자군인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빌리의 동생처럼 보이는, 실제로 친척지간이었지만 그들은 몰랐던 어린 아이가 빌리와 포로들을 감시하는 경비병이다. 어린 아이들과 청년들이 전쟁에서 죽어나가고 트라우마를 가진 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 채로 살아갈 수는 없다.


– “나도 늙는 게 나쁠 줄은 알았지.”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쁠 줄은 몰랐어.”

  젊음이 좋은 건 알겠다. 하지만 늙음이 나쁜 건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늙음이 나쁜 게 느껴지지만, 좋은 늙음도 존재하지 않는가. 나는 나쁘게 늙어갈 것만 같아 늙고 싶지 않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늙는다면 젊음을 가진 청년이 늙은 나를 보고 늙음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해설) 이 책에서 누군가가 죽을 때마다 등장하는 “뭐 그런 거지”라는 표현-총 106번 나온다고 한다-도 체념적 수동성을 드러내는 말로 들리기도 하여, 과연 이 책이 반전의 메시지를 던지기는 하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책 맨 뒤에 짧은 해설이 있다. 죽음이나 고통을 이해하고 납득할 수 없지만 현실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만 했던 ‘뭐 그런 거지.’라는 문장이 106번 등장했다고 한다. 많이 등장했다는 건 알고 있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을 고르라고 하면 첫 번째로 ‘뭐 그런 거지.’를 고를 것이고, 두 번째도 기도문을 고를 것이다. 후반부에 기도문은 그림과 함께 등장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물론 그림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한 번 더 나에게 기도문을 새겨주었다고나 할까. 그냥 그런 거지, 뭐 그런 거지, 세상이 이런 거지 등 이런 생각으로 순간을 지나치려면 그전에 분명하게 그에 대한 고통이나 괴로움을 겪었어야만 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시험 성적이 그랬다. 반토막난 점수를 보면서 왜 이런지 따지고 들며 힘들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낮은 점수는 무감각해졌다. 그런 거지. 지금은 다양한 것들이 그렇다. 어제 있었을 동성애 폐해 예방의 날과 같은 것들. 사랑을 폐해라고 말하는 것들이 아직도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고 그런 생각을 가진 자들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그들을 증오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지만, 나는 그들에게 돌도 달걀도 던지지 못하고 내 의견도 소신껏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이런 나를 그냥 그런 거지, 그런 사람도 있는 거지라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이런 현상이 좋은 건 아니다. 이 책도 잠깐 청소년유해소설로 들어갔을 만큼 반문화적, 반전 소설이다. 하지만 글은 말보다 내게 강력한 무게로 다가와서 내게 유해되는 문장들도 쉽게 받아들여진다. 내 의견을 소신껏 말할 수 있어야 하는 단단한 사람이고 싶음에도 내 멋대로 잘 되지 않는다. ‘뭐 그런 거지’라고 받아들이지 말길 바란다.

페인트 (이희영 장편소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가족의 의미와 아이들의 권리에 대한 깊은 성찰이었다. 주인공들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부모를 찾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 특히 인물들이 겪는 감정과 고민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조건 없는 사랑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1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꿈의 소중함과 상상력의 힘에 대한 감동이었다. 특히 꿈을 만드는 이들의 세심한 노력과 배려는 현실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단순히 판타지를 넘어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지구 끝의 온실 (여름 에디션,김초엽 장편소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었다. 이 소설은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회복력과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읽는 내내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따뜻함이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긴 소설이었다.

오만과 편견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인간관계에서의 오해와 편견이 얼마나 쉽게 발생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편견과 오만을 돌아보게 한다. 

회색 인간

이 책은 현대 사회의 단절과 무감각함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익명의 회색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무관심이 사람들을 회색 인간으로 만든다는 묘사가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이 책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추리 소설계의 거장으로, 그의 <가가 형사> 시리즈 중 ‘악의’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기록과 정보가 얼마나 인간을 동화시키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중학교 국어교사 노노구치 오사무는 소꿉친구이자 유명 소설가인 히다카 구니히코의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가가 형사는 이 사건을 맡아 범인을 찾는다. 노노구치는 결국 자백하지만, 그의 수기에는 여러 의문점이 남아있다. 가가 형사는 이를 파헤쳐 노노구치의 자백이 거짓임을 밝혀내고, 진짜 동기는 단순한 질투였음을 드러낸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TV 프로그램이나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믿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기록된 정보가 항상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며, 편견을 버리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별인사 (밤하늘 에디션, 김영하 장편소설)

  김영하 작가의 도서를 읽는 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다음으로 두 번째다. 요즘 AI가 워낙 대세이기도 하고,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작품이 제법 많이 보인다. 나름 컴퓨터공학을 전공생으로서 과연 그렇게까지 될까 싶다가도, 일부 전공생들의 윤리 및 저작권 의식을 볼 때면 착잡하기도 하다.

  <작별인사>를 읽다 보면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인간다움은 무엇일까. 인간과 휴머노이드를 어떻게 구분할까? 뇌를 인공장기로 바꾸거나, 뇌 메모리를 클라우딩화하거나, 뇌만 남긴 채 나머지 부분을 모두 로봇 장치로 바꾸면 그것은 과연 ’, ‘인간일까? 독서클럽을 진행하면서도 계속 토의한 내용이다.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은 인간과 휴머노이드를 구분하는 이유다. 구분의 목적은 무엇인가.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다름’, ‘차이를 나타내기 위한 구분일까?

  무엇보다 잃지 말아야 하는 건 왜 살아가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물론 태어난 김에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삶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고민하며 사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1810년대 영국에서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다.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생각에 벌어진 기계 파괴 운동이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우위를 점하여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지낼 것인가? 물론 기계가 단순노동을 대체하며 새로운 일자리가 또 많이 생기기는 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테다. 근로 시간이 단축되어 자신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변화를 생각하고, ‘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철이와 같은 휴머노이드, ‘선이와 같은 클론이 멀지 않아 등장할 수도 있다. 그만큼 세상은 변할 테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윤리 문제부터 법 조항 등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고, 변할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작별인사>chat-GPT 등 인공지능이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세상에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인간다움이 뭔지, 인공지능이 발전한 세계를 상상하며 고민하는 독자라면 <작별인사>를 추천하고 싶다.

도둑맞은 집중력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도둑맞은 집중력은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집중력 저하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한 책으로, 저자의 분석과 해결책 제시는 매우 유익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우리의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책을 읽으며, 저는 자신의 집중력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으며 하리가 제시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실천해보고,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