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로 넘어오면서 많은 기술의 발전에 비해 인류의 윤리적이나 사회적인 사고가 따라오지 못하여 대부분의 사람이 티가 나지 않거나 숨길 뿐, 어느 부분에서는 미쳐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2차 세계 대전 이후 많은 20세기의 예술가, 특히 록 음악가들은 어느 한 부분 혹은 여러 부분에서 단단히 미쳐있다. 그리고 미쳐있는 자신의 모난 부분을 숨기지 않는다. 특히 짐 모리슨은 오히려 더 미치고자 노력하는 편에 가깝다. 만약 내 주변의 인물이었다면 진작에 연을 끊었겠지만서도 절대 만날 일 없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서거한 미국의 젊은 음악가이자 시인의 위대한 발자취와 그 발자취를 남기기 까지의 수많은 일련의 과정들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
저명한 음악 프로듀서 릭 루빈의 예술 에세이이다. 책을 읽은 후 그의 다채롭고 종잡을 수 없는 음악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예술, 아니 창조를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높은 기준이 사라졌고 창조적 행위에 대해서 쉽게 접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책에서는 나태를 지양할 뿐 더러 꾸준함을 강조하고 있다. 예술적 원천을 얻기 위해서 막연히 기다리기 보다는 그저 매일 매일 원천에 대한 문을 오픈한 채로 창조적 행위를 하며 기다리라는 것이다. 창조적 행위를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는 권장을,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번 쯤 읽어볼 만한 책.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
이 책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다른 저서인 ‘총, 균, 읽다가 굉장히 감명을 받고 작가의 다른 저서도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이자 문명연구가다. 이 책은 교수님께서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큰 의문들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논리적이고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을 담아서 쓰신 책이다. 주제 몇 개를 말해보면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 ‘중국은 세계 1위가 될 ‘, ‘건강하게 삶의 질을 유지하며 오래 사는 법’ 등 총 7가지 의문에 대해 말한다. 비록 2016년에 쓰인 책이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흥미로운 주제들이었다.
인상 깊었던 구절이 상당히 많은 책이었는데 어떤 구절은 나를 뜨끔하게 하고, 어떤 구절은 충격에 휩싸이게 하고, 어떤 구절은 감동에 젖게 했다. 그중 한 구절을 뽑자면 “노르웨이는 북해 앞바다에서 거대한 해저 유전을 발견하는 불행을 맞닥뜨렸습니다.”, “보츠와나는 (생략) 안타깝게도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는 불운까지 겹쳤습니다.” 왜 이 구절이 인상 깊었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를 더불어 수많은 나라들은 천연자원을 ‘축복’으로 여긴다. 하지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천연자원의 저주’라고 하면서 불행이라고 하는 점에서 감명 깊었다.
책을 읽고 가장 많이 생각해 본 주제라면 ‘건설적 편집증’이다. 이것은 저자 본인이 만든 명칭이다. 자신이 뉴기니를 방문했던 경험을 말하면서 언급한 명칭인데 이것은 터무니없는 과민반응이 아니라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닌 조심스러운 자세를 뜻한다. 뉴기니 사람들은 밤에 쓰러지는 죽은 나무 밑에 깔릴 것을 대비하여 절대 나무 밑에서 지내지 않는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관습이지만 작가가 실제로 그곳에서 지내자 밤새 나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예를 들면 우리들은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나 항공기 추락에 대해서 많이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로 죽은 사람들은 실제로는 적다. 오히려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거나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훨씬 많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고, 한 번에 많은 피해자를 내는 위험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작가는 테러의 위험을 걱정하기보다는 빙판길에서 넘어지거나 사다리에서 떨어질 것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한테 해당할 얘기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하거나 별로 생각하지 않고는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상생활이 그만큼 우리에게 손해를 끼칠 가능성도, 영향도 크다. 사고란 예기치 않는 순간에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산문)
이 책은 SNS상의 홍보와 표지로 인해 읽게 되었지만 정말로 멋진 책이었다. 시대의 슬픔을 공부하는 자세를 어떻게 지녀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인데, 시사, 영화, 시,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 나타나는 작가의 생각을 모은 산문집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어떻게 문법을 해석해야하는 가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기사와, 시, 소설을 읽으면서 현상을 이해하는 데 급급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거나 나와 무슨 연관을 짓는 지 생각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슬픔을 느끼는 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남들의 슬픔에 무관심해지고 심지어는 본인의 슬픔마저도 무시해버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문학과 멀어진다. 슬픔을 기반으로 한 삶 속에 찾아갈 방향을 잃는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계속 공부해야 한다. 누군가의 터널 속 어둠의 일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공부해야하는 건 슬픔이다. 누군간의 슬픔이 원인에 속하지 않으려면 노력해야한다. 그 노력에 무엇이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신형철처럼 글을 쓰는 일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들어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슬퍼하는 이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만큼 힘이 되는 일이 없을테니까. 그래서 난 이 책을 읽은 뒤로 내가 보는 것들의 슬픔을 찾으려 노력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꾸준히 그 일을 해보려한다.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장편소설)
모모는 창녀의 아이들을 맡기는 라자 이모의 집에서 산다. 모모는 너무나도 빨리 세상을 배웠고 혼자서 자기 삶을 책임지게 됐다. 그런 아이에게 관심을 주는 몇 어른들마저도 그리 세상의 주류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모는 그들의 선함을 사랑해준다. 늙고 병든 라자를 보고 인간꼴이 아니라고 형용하면서도 곁을 떠나지 않는다. 책의 초반에 하밀 할아버지에게 모모가 묻는다. 사람은 사랑없이 살 수 있냐고. 하밀 할아버지는 그에게 그렇다고 답한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사랑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의 내용으로 해석된다. 창녀의 아이들을 적은 돈을 받으면서 보살피는 것은 결코 아이들의 사랑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며, 온갖 고난을 겪고도 모모가 살아가는 건 라자이모의 사랑때문이다. 또, 모모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기위해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을 기한다. 정작 부모로부터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니까. 모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쓰린 부분이 여럿 있었는데 그래서 사랑이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다 읽고 난 뒤에는 왜 이 책의 제목이 ‘자기 앞의 생’일까 고민했다. 내 앞의 생이 누구의 것인지 물어보기 위한 것일까, 아님 작가 개인의 삶에서 비롯된 것일까. 결론을 내리기 힘든 일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어린 나이에 놓여진 모모 자신의 삶을 말하는 것아닐까. 그래서 이 책이 모모가 자신의 어릴 적을 설명하는 구성으로 가지 않았나 싶다
키르케고르, 나로 존재하는 용기 (진실한 삶을 위한 실존주의적 처방)
철학은 누군가의 생각이 이렇게나 깊이 도달할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하는 학문이다. 같은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나랑 차원이 다른 생각들을 철학자들은 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읽는 게 재밌다. 키르케고르는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다. ‘나’가 사라지는 현대사회에서 실존주의를 생각하게 됐고, 기독교신자인 내가 신을 인정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거의 유일한 키르케고르를 좋아한다. 그리고 요즘 많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의 답을 찾아보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주가 되는 것은 저자가 살아날 수 있었던 키르케고르의 생각들이 주를 이루지만, 키르케고르뿐만 아니라 다른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조금씩 나온다. 그리고 인생에서 마주치는 많은 문제들을 키르케고르의 목소리를 통해 얘기해준다. 다 알던 이야기같지만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는 말, 절망이 꼭 우울로 이어지지 않는 다는 얘기, 고통이 꼭 고통으로만 남지는 않는다는 얘기 같은 것들 말이다. 내가 과연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자세를 지녀야하는 지 고민하게 되었다. 진실된 나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 것이고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아마 그 중에도 철학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모습일 필요할거라 예상된다. 끝으로 내가 겪는 고민들이 ‘나’로 살아가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쾌락독서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판사의 글은 간결하지만 유쾌했다. 누가봐도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 썼다는 게 느껴졌다.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재밌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독서라는 행위가 책의 제목처럼 쾌락을 위한 것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깊이 생각하고 싶어서 읽었던 이전의 독서와는 다른 기분이 들었다. 마치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친근하게 다가왔고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생각의 가지를 넓게 피면서 읽었던 것같다. 또한 판사라는 직업도 사람이 하는 것임을 실감했다. 판사는 이성적이고 논리에 의해서만 사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별 다를 게 없는 인간이고 (물론 학업에 있어 뛰어난 사람들이 하는 건 맞다.) 자녀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들이며 책을 좋아하는 독자였다. 냉철하지만은 않고 세상의 문제에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다른 책을 더 읽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판사가 말하는 다른 책에 대한 호기심이 앞으로 내가 독서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철학에 대한 관심이 생긴 건 오래전이지만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양도 많고 어려워서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 내용을 이해하는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듯하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 윤리와 사상에서 배우는 내용이 얕다고 생각하면서 느꼈던 갈증은 조금 풀 수 있었다. 서양철학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충분했던 것같다. 책의 좋은 점은 각 철학자의 생애를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사상이 정립되는 데에는 삶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의 생각이 시작된 지점도 그들의 삶이었고 철학자의 생애를 보면서 어떤 사람이었을까 추측하는 재미도 있었다. 또한 시간이 무색하게 오늘날에도 실현되는 사상들을 보면서 신기했다. 기술적으로는 많이 변화한 세상일지라도 사람이 생각하는 방향은 다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때문에 고전을 읽으라고 하는 게 아닐지.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장편소설, 40만부 기념 벚꽃 에디션)
편의점은 익명성의 대표적 공간이다. 구멍가게는 정이 있고 소통이 있고 오지랖도 있다. 언젠가부터 구멍가게는 편의점으로 바뀌었고 그곳엔 낯선 깔끔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편의점을 이용할 때 계산하는 사람을 주의 깊게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곳의 주인 같지도 않고 물건에 정을 쏟고 있다고 여겨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