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대, 인간의 일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
<도서 선정 이유>
전공이 문헌정보학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다가오는 지금, 인간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가치를 가져야 할지 궁금했고, 그런 고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주요 내용 요약>
『로봇시대, 인간의 일』은 빠르게 발전하는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 속에서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탐색하는 책이다. 로봇이 노동은 물론 감정, 창의성까지 일부 대체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12개의 주제를 통해 풀어낸다. 감정 교류, 기억의 가치, 판단의 공정성, 노동의 의미 등 일상 속에서 충분히 느끼고 고민할 수 있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기술 중심 사회에서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을 무조건 경계하거나 맹목적으로 신뢰하기보다는, 인간의 시선으로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느낀 점 및 인상 깊은 부분>
책을 읽기 전에는 로봇이나 AI는 나와는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며 이 주제가 지금 우리 사회, 그리고 나의 일상과 매우 가까운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 ‘로봇과 감정 교류가 가능할까?’라는 주제를 생각해 보며, 로봇에게 감정이 있다고 믿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 아니면 인간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또 챗GPT 같은 AI와 대화할 때 느끼는 ‘공감’이라는 것도 사실은 인간이 만들어낸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일 뿐이라는 점에서 감정 교류의 한계를 분명히 느꼈다. ‘AI의 공정한 판단을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도, AI 역시 인간의 편견을 학습한다는 점에서 무조건 신뢰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반대로 ‘인간이 AI보다 나은 점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서는, 인간의 공감 능력과 주관적 사고의 힘이야말로 기계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AI와 경쟁하기보다는 각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유용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해졌다. 무엇보다 교수님과 팀원들의 다양한 시선과 의견을 들으며 나만의 생각도 구체화할 수 있었고,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이 단순한 독서 경험을 훨씬 깊이 있게 만들어 주었다.
<도서 추천 여부 및 이유>
『로봇시대, 인간의 일』은 가까운 미래뿐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어, 기술 사회를 살아갈 모든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는 이유리 작가의 섬세하면서도 도발적인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소설집이다. 일상의 균열과 인간 내면의 이면을 탐색하며, 감정과 상황의 미묘한 변화들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작가는 현실과 환상을 교묘히 넘나들면서도, 독자에게 진한 울림을 남기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작품집의 가장 큰 매력은, 마치 평범한 소재 속에 감춰진 ‘비범한 감정’을 끄집어내는 작가의 힘이다. ‘브로콜리’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다소 생경한 이미지처럼, 작중 인물들도 어딘가 평범하지 않은 상처와 분노, 희망을 안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은 ‘펀치’처럼 느닷없이, 혹은 묵직하게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이유리의 문장은 단순하고 명료하지만, 그 안에는 상징과 함축이 살아 숨 쉰다. 특히 감정의 묘사에서 탁월한 감수성이 돋보이며, 여성의 삶, 가족의 서사, 사회의 경계선에 선 인물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파편들을 성찰하게 한다.
이 소설집은 단순한 ‘읽는 즐거움’을 넘어서, ‘느끼고 사유하게 하는 문학’이다. 감정적으로 깊고, 때로는 거칠며, 그럼에도 따뜻한 위로와 공감이 깃들어 있다.
옷장 속 인문학 (키케로부터 코코 샤넬까지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인문 강의)
<옷장 속 인문학>은 우리가 입는 것들에 담겨있는 욕망의 역사, 유래, 심리, 미감 등에 대한 해설이 담겨있는 서적이다. 1부에서는 옷을 입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감의 원리> 챕터에 등장하는 개념인 ‘스프레차투라’ 에 관한 글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이는 르네상스 시대 궁정인이 반드시 성취해야 할 행동을 가리키는 것으로, 자신이 타인에게 보이는 말과 행동이 노력에 의해서가 아닌 저절로 이루어진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런 태도를 지칭하는 명사가 있는 것은 처음 안 사실이었지만, 이것은 내가 실제로 삶에 적용하고 싶어하는 태도이다. 스타일링이든, 지적인 면에서든, 실제로는 많은 노력을 쏟아 부은 것이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쉽게 이룬 것처럼, 무심한 듯 시크한 멋을 풍기는 사람이 되고싶다. 1부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 챕터를 읽고서는 내가 바라는 나의 40년 뒤 겉모습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일본의 락 밴드 ‘BUCK-TICK’의 기타리스트 이마이 히사시를 떠올렸다. 나이가 60이 다 되어도 머리를 무지개 빛깔로 염색하고, 화려한 퍼 코트를 입고, 높은 굽 신발을 신고, 고풍스러운 지팡이를 짚으며 남의 시선에는 개의치 않으며 입고 싶은 것은 다 입는 그의 모습이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다. 꼭 눈에 띄는 화려한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어떤 스타일을 입든지,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싶다.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달랐던 부분도 있었다. <나를 이해하고 싶을 때> 챕터에서 저자는 2년 이상 입지 않은 옷은 과감하게 버려야한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옷장을 꾸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정말 아끼는 옷이라서 1년에 한두번 입는 옷도 있고, 아예 입지 않고 소장만 하고있는 옷도 있다. 나는 시간이 지날 수록 옷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오래된 옷들에게 더 가치를 두고있기 때문에 그런 것 일지도 모르지만 옷을 정리한다는 것은 내게 너무 어렵고, 별로 하고싶지도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무슨 옷을 가지고 있는지 옷장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옷이 넘쳐도 늘 입을 것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무슨 옷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기에, 메모해두거나 사진을 찍어서 스타일링에 참고하는 편이 좋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개성의 탄생> 챕터였다. 루터는 형식적 의미의 ‘교회’와 ‘예배’를 중요시하던 중세 가톨릭에 대항하며 개인이 곧 교회이며 신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파격적인 주장과 개혁의 필요를 주장했다. 그리고 이것이, 신 중심에서 벗어나서 인간을 중심으로 문화와 예술을 창조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시작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어찌 되었든 개신교도 인간 중심보다는 신 중심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이전까지 귀족들은 맨 살을 드러내는 것을 불경하다고 여겼지만 르네상스 시대 이후 예술작품에서는 인간이 나체로 등장하는 일이 많았고, 이것은 종교적으로 불경하게 여겨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르네상스라는 사조가 종교적으로 엄격한 기성 세대, 지배 계급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것일까?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종교개혁에 영향을 받아서 인간 중심의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관능 자본> 챕터에서는 패션 산업 속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독서 모임 활동을 하면서도 나눈 이야기지만, 여성만 이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씁쓸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르네상스 시기에는 남성도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는 패션 아이템을 많이 착용 했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시대도 있긴 했지만, 과거부터 여성이 남성을 볼 때는 경제적, 사회적인 지위를 먼저 보고, 남성이 여성을 볼 때는 외모를 보던 사회적인 분위기가 지금까지도 이어져왔기 때문에 이것이 패션에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과거보다는 많이 발전했지만, 지금보다도 더 사회에서 여성이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패션에서도 여성의 성적 대상화는 줄어들게 될까? 의문이 들었다.
1부까지는 나에게 대입할 수 있는, 삶에 적용 가능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2부부터는 정보 제공의 내용이 많았다. 독서 모임을 진행하면서 가장 재미있게 토론했던 주제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에 인공지능에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등장하지 않지만, 명품과 장인 정신에 대해 다루는 챕터를 읽고, 한 팀원이 “인공지능이 장인의 손을 대체할 수 있을까? 손이 가진 불완전함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책에서는 사람의 손에서 오는 공감과 정성, 그리고 불완전함이 명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의 세상을 보면 공감은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대화형 AI인 챗 GPT가 등장한 후로, 단순히 정보를 찾거나 정리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연인으로 학습시켜 연애 시뮬레이션을 하거나, AI에게 고민을 상담하거나, 위로를 받거나, 마치 친구처럼 농담을 주고 받는 등 인간과의 관계를 대신하는 용도로도 AI를 사용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 맞춤형 양복처럼 나에게 꼭 맞춘듯한 답변을 제공해주고, 내가 듣고싶은 이야기만 해주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실제로 우리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인 대답을 해주는 것인데, 사람들은 여기에 공감을 받고있다고 느끼고, 실제로 위로를 받는다. 옷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가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지 않는 이상, 완성된 제품을 보고 어떤 것이 사람의 손에서 탄생한 것인지, 인공지능에게서 탄생한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인간 관계가 점점 소모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절대 대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인간 사이의 관계, 공감, 예술의 영역이 가장 먼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다가올 미래가 조금 두렵기도 하다. 책 163페이지에 등장하는 “인간의 손이 가진 불완전함이 반영된 제품이 기계로 생산된 제품보다 더 비싼 시장 가치를 얻게되는 모순”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만의 스타일, 개성,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멋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개인 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브랜드의 철학을 지켜나가는 것과,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점점 더 필요해질 것이다.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든, 패션에서든, 우리는 더욱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가야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허클베리 핀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어린 시절 단순한 모험 이야기로만 접했던 기억이 있는 작품이지만,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그 안에 담긴 사회 비판적 메시지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에 놀랐다. 특히 흑인 노예 짐과 백인 소년 허클의 관계는 단순한 동행을 넘어선, 인종과 신분의 벽을 뛰어넘는 우정의 서사로 느껴졌다. 허클이 짐을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지키려는 결정을 내리는 장면, “All right, then, I’ll go to hell”이라는 말은 지금 시대에도 강한 울림을 준다. 허클은 당시 사회의 윤리 기준과 충돌하면서도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진짜 옳은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토론 과정에서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점은, 짐이라는 인물이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허클이 성장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었다. 짐은 자신이 노예라는 한계를 넘어, 허클에게 아버지 같은 보호자이자 도덕적 거울이 되어준다. 이 소설은 결국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그리고 성숙한 자아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어릴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문장들, 풍자적 표현 속에 숨은 사회 비판의 날카로움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 느낌이다. 대학생이 된 지금 이 소설을 다시 읽게 된 것은 굉장히 뜻깊은 경험이었고, 앞으로의 독서에서도 한 권의 책을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해석하고 질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건축가가 사는 집
<건축가가 사는 집>은 단순한 건축 작품집이 아니라, 건축가들의 삶과 철학이 담긴 공간을 따라가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집이 단순히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건축가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언어라는 점을 느꼈다. 건축가 자신이 직접 지은, 자신이 사는 집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그들 각자만의 개성있는 집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건축가가 사는 집이라는 책 속의 집들은 모두 형태나 재료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일상의 리듬과 주변 환경에 섬세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평범한 공간 속에 숨겨진 건축가의 사소한 고민들이 인상 깊었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설계라는 작업이 단순한 도면 그리기가 아닌 삶에 대한 깊은 질문에서 출발한다는 걸 알려주었다. 앞으로 내가 어떤 공간에서 살고 싶은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건축을 조금 더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공간을 볼때, 설계자와 건축가의 의도를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