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문
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운을 먼저 조금 띄워보자면, 정말 정말 재밌는 책이다. 왜 이 책이 베스트 셀러인지 모든 단편이 깨닫게 해준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단편 4개로 구성되어 있다. ‘초대’, ‘습지의 사랑’, ‘칵테일, 러브, 좀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가 각각 제목이다. 솔직히 ‘초대’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으나 이야기 구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했다. 이건 내가 멍청한 탓이다. 다시 읽고 ‘초대’를 이해해야겠다.
‘습지의 사랑’은 인간이 파괴하려고 하는 자연 생태계 속 서로 사랑하고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이다. 극적으로 느껴지게 만든 요소들이 몇 있으나, 난 그중 인간이 두려워 피했으면서 후에는 두려워 했던 곳을 파괴하고 자신의 공간으로 만드려고 한 점이 가장 극적이면서도 마음에 들었다. 항상 주체가 되는 존재들보다 조연이나 배경에 관심을 두는 편이기 때문에 이런 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싶다. 물론 물과 소녀의 서로를 찾고 아끼는 모습도 정말 좋았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정말 좀비 세계가 이세상에 퍼지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 책이었다. 이게 주된 내용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장도 가장이라고 할 수 있는가. 너무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했는데, 뜻을 조금 더 설명하자면 가장이라는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정도. 좀비라는 기이한 형태의 가장을 살리고자 하는 사람과 죽이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가장의 반복되는 행동. 이 단편을 읽은 사람과 여러 주제로 나눠 토론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그런 책이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상을 탔다고 한다. 왜 탔다고 하는지 읽어보면 알 것이다. 나는 추리 소설이나 영화에서 뻔하게 흘러가도 눈치를 못 채고 반전이라며 시끄럽게 떠들고 다닐 정도로 이런 면모에서 눈치가 없다. 그래서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조금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장면은 하나도 안 나오지만, 시공간이 맞지 않는 존재들의 이야기라 그랬을 것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가장 큰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모든 타임리프에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켰다고 할까.
단 한 사람 (최진영 장편소설)
‘단 한 사람’이란 무엇인가. 만약 수백만 명이 넘는 사람 중 단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나는 그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런 걸 의미하는 바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책보다 ‘단 한 사람’이라는 단어에 더 집중했다. 책을 읽기 전에도, 읽는 중에도, 읽은 후에도 나에게 ‘단 한 사람’이라는 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만 사람을 대하는 건 무척 두렵고 힘든 일이기도 하며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슴없이 미소를 짓는 날도 많았다. 물론 안 그런 날이 더 많았지만, 대인관계란 계속 이어나가기 어려운 일인 것은 확신한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 건 두렵지만, 이미 나와 연을 맺은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 어려운 일일까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왜 어려운 일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연인을 향한 연심만 사랑이라고 부르지는 않으니까 넓은 사랑의 의미에서 말하자면, 사랑은 상대를 매우 아끼고 그에 따라 다정하게 행동하며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겹겹이 쌓여 불안감이라는 형태가 탄생하게 된다. 상대를 대할 때 조심히 말하고 행동한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잃지 않기 위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의 책이다. 책 내용과 의도도 다 다른 방향으로 튀어 생각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봤어야 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