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이 책은 고등학교 때 우연히 읽게 된 제가 가장 아끼는 책이다. 주인공인 로버트가 아버지의 직업인 도축사인 것을 알지만 자기가 키우게 된 아기 돼지인 핑키를 죽이게 된 아버지를 원망하고 싫어하는 과정은 아직 로버트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이후에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의 직업인 것과 아버지의 눈물에서 이해하는 모습이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기르게 된 로버트의 성장적인 모습을 더 돋보여주었다 이 책을 읽고 온전히 이해하기 전까지 제목만으로 이 책의 깊이와 뜻을 이해할 수 없고 추론할 수 없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밀려오는 감동과 로버트의 성장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는 아직 어리지만 어른이 될거라고, 불안하고 불안정한것은 당연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비상문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작가에 대해서도, 이 책에 관해서도 그 어떤 것도 모른 채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비상문의 한 문구를 발견했다. 그 문구가 정말 마음에 들었고 이 문구가 담긴 책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찾아 보니 최진영 작가의 비상문이라는 작품인 걸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바로 읽진 않고 제목을 메모장에 기록해둔 채로 시간이 흘렀다. 대학생이 된 후로 공공 도서관에 갔다가 비상문을 발견해 읽었다.
  ‘···동생은 혼자 걸었고 혼자 건물에 들어섰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동생을 따라 계단에 올랐다. 층이 바뀔 때마다 비상문 표시가 나타났다. 그 표시를 따라 계속 오르다 보니 정말 대피하는 기분이었다. 그 끝에 희망이 있다는 표시 같았다. 끝에 다다라 비상문을 열었다. 옥상이었다. 그다음엔?’ 비상문의 화자인 형이 자살한 동생의 CCTV 영상을 보면서 생각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어쩌면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견지망월(見指忘月)이 떠올랐다. 비상문은 탈출하는, 대피하는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다. 하지만 이 표지판만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 보면 정작 도착해 있는 곳은 텅 빈 옥상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집착하는 지엽적인 모습과 대피장소로 가리키는 비상문 표지판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비상문을 따라 도착한 다음, 무엇이 있나?
  책 속에서 형(최금도)은 동생(최신우)이 자살한 이후에서야 자신의 삶에 동생의 자리를 마련한다. 항상 생각하고 상상한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상상해도 동생은 상상 속에서 죽는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최금도가 최신우와 대화하는 상상이 나온다. 상상 속 최신우는 최금도에게 낙엽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무가 죽어 가면서 배출하는 오물을 보고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관광하고 사진 찍고 그러는 거라고. ···한창 살아 있을 때, 푸를 때는 왜 아름답다고 하지 않지? ···푸를 때는 왜 덥다고 짜증만 내냐고. ···다 푸르니까 모르지 사람들은. 살아 있는 그 함성을. 시끄럽다고.’라고 최금도에게 말한다. 최금도는 이렇게 말하는 최신우에게 너도 시끄럽고, 푸르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책의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이 책 속 모든 등장인물이 모두 푸르고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최신우는 더이상 뱉지 못하는 살아 있는 함성을 내고 있는 등장인물이 모두 푸르고 아름다웠다. 최신우도 그랬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 속 등장인물뿐만 푸르고 아름다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살아 있는 함성을 각자 갖고 있다. 나는 이 사람들이 모두 푸르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 또한 있겠지만,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가진 푸름과 아름다움이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채 죽어가지 않길 바란다.

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운을 먼저 조금 띄워보자면, 정말 정말 재밌는 책이다. 왜 이 책이 베스트 셀러인지 모든 단편이 깨닫게 해준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단편 4개로 구성되어 있다. ‘초대’, ‘습지의 사랑’, ‘칵테일, 러브, 좀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가 각각 제목이다. 솔직히 ‘초대’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으나 이야기 구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했다. 이건 내가 멍청한 탓이다. 다시 읽고 ‘초대’를 이해해야겠다.

‘습지의 사랑’은 인간이 파괴하려고 하는 자연 생태계 속 서로 사랑하고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이다. 극적으로 느껴지게 만든 요소들이 몇 있으나, 난 그중 인간이 두려워 피했으면서 후에는 두려워 했던 곳을 파괴하고 자신의 공간으로 만드려고 한 점이 가장 극적이면서도 마음에 들었다. 항상 주체가 되는 존재들보다 조연이나 배경에 관심을 두는 편이기 때문에 이런 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싶다. 물론 물과 소녀의 서로를 찾고 아끼는 모습도 정말 좋았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정말 좀비 세계가 이세상에 퍼지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 책이었다. 이게 주된 내용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장도 가장이라고 할 수 있는가. 너무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했는데, 뜻을 조금 더 설명하자면 가장이라는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정도. 좀비라는 기이한 형태의 가장을 살리고자 하는 사람과 죽이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가장의 반복되는 행동. 이 단편을 읽은 사람과 여러 주제로 나눠 토론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그런 책이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상을 탔다고 한다. 왜 탔다고 하는지 읽어보면 알 것이다. 나는 추리 소설이나 영화에서 뻔하게 흘러가도 눈치를 못 채고 반전이라며 시끄럽게 떠들고 다닐 정도로 이런 면모에서 눈치가 없다. 그래서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조금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장면은 하나도 안 나오지만, 시공간이 맞지 않는 존재들의 이야기라 그랬을 것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가장 큰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모든 타임리프에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켰다고 할까.

단 한 사람 (최진영 장편소설)

‘단 한 사람’이란 무엇인가. 만약 수백만 명이 넘는 사람 중 단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나는 그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런 걸 의미하는 바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책보다 ‘단 한 사람’이라는 단어에 더 집중했다. 책을 읽기 전에도, 읽는 중에도, 읽은 후에도 나에게 ‘단 한 사람’이라는 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만 사람을 대하는 건 무척 두렵고 힘든 일이기도 하며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슴없이 미소를 짓는 날도 많았다. 물론 안 그런 날이 더 많았지만, 대인관계란 계속 이어나가기 어려운 일인 것은 확신한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 건 두렵지만, 이미 나와 연을 맺은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 어려운 일일까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왜 어려운 일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연인을 향한 연심만 사랑이라고 부르지는 않으니까 넓은 사랑의 의미에서 말하자면, 사랑은 상대를 매우 아끼고 그에 따라 다정하게 행동하며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겹겹이 쌓여 불안감이라는 형태가 탄생하게 된다. 상대를 대할 때 조심히 말하고 행동한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잃지 않기 위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의 책이다. 책 내용과 의도도 다 다른 방향으로 튀어 생각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봤어야 하니까.

굿모닝, 커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시절 같이 근무하시던 커피에 굉장한 애착과 사랑을 가지고 계시던 매니저님께서 즐겨보던 책이라 읽어보았습니다. 커피에 대한 미세한 정보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창작과 농담 (이슬아의 창작 동료 인터뷰)

창작과 농담은 나의 창작에 가뭄이 생겨 힌트를 얻자는 마음으로 골랐다. 원체 좋아했던 새소년 황소윤 가수부터 처음 알게 된 김규직 작가…
다양하게 따뜻한 마음을 자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 생각했다. 나는 ‘인터뷰’형식이라 배울 수 있었던 대화방식이 좋았다. 나도 사람들과 얘기 할 때 이렇게 이끌어가야겠다 생각하고 밑줄을 그어놓은 곳도 많다.
95p. -도 인상적이고요. 어떻게 높아졌죠? 제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요.
가장 인상적인 페이지다. 상대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준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말했을까?
‘잘 회복하는 건강함’을 보며, 상처를 받는 건 어느 순간이든 예상치 못한 무방비한 상태에 온다. 상처를 받고도 잘 회복해내는 것이 나의 방향이겠단 생각이 들었다.
작가도 내가 만든 작품을 모른다. 그래서 독자는 작가가 보지 못 한 거시적인 것에 손을 뻗어주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측면을 봐주기도 한다. 내가 이 문장을 보며 위로가 된 건 나또한 창작자라 그랬으리라. 내가 만든 작품에 확신이 있다면 물론 좋겠으나, 나의 작품을 공유하며 같이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겠구나. 앞으로 나의 창작을 더욱이 감추지 말아야지. 이것도 나를 위한 것이니. 생각했다. 
강말금과 김초희의 사투리가 밴 말들은 즐거웠다. 누군가의 대화를 엿보는 일, 어렸을 적 명절에 고스톱을 하는 어른들 사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내가 생각났다. 그녀들의 대화가 그랬다.
여기에서 나온 영화도 보고싶고, (미리 보고 책을 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일고 알게 된 사실은 난 작품 속 소개되는 작품에 나는 유독 끌린다. 하물며 재미없는 작품에도 그렇다. 나도 누군가를 깊게 인터뷰 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에 깊은 이해를 가지는 연습을 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