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은 여행으로 이끈다. 저자의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통찰을 경험케 한다.
그런 뒤 행복, 저녁, 그릇, 세상, 여행, 어른, 열정, 후회, 걸음, 내일 ˴˴˴ 여러 단어를 조합하고 나열해서 인생의 빈칸을 채운다.
어딘가에 반드시 무언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늘도 문을 열고 나가 모험을 하는 모습이 꼭 나 같다. 더욱 마음이 가고 애정이 쌓였다.
불특정 장소나 관광지가 아닌 여정의 서사를 알고 나니 작가의 그릇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을 담았고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름다움이 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내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는지.”
“남한테 신경 쓰며 이것저것 맞춰 주다 보면 제 스타일만 망가집니다. 스텝이 엉키고 리듬이 흐트러져 버리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 방식대로 하세요,”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그릇을 가지고 있다. 20대와 30대에 이 그릇을 최대한 넓히고 많이 담아 둬야 한다. 나이 들면 이 그릇에 담긴 걸 꺼내 먹으며 살아야 하니까.”
“틈이 없는 톱니바퀴는 멈춰버리고 만다.”
“세상은 우리가 다가가지 않으면 진면목을 보여 주지 않는다. 저질러라. 그다음에 생각하라.”
“얘야, 여행은 우리가 원하는 것만 얻을 수는 없다는 걸 가르쳐 주지. 하지만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을 얻었을 때 그 기쁨이 얼마나 큰지도 가르쳐 준단다. 그러니 계속 걸어가렴.”
그 속에서 나도 마음에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도 생겨났다. 공책 한 장을 가득 채웠다.
인생의 진리와 정답을 탐색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세상에는 정말 뾰족한 해답을 가질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걸 체득했다.
옳은 길로만 걸어가고 싶은 시기였는데, 이 책은 내가 미궁 속에서 허우적댈 때 어느 길의 중간마다 띄엄띄엄 서있는 소나무 같았다.
조언이나 안내를 해준 건 아니다. 그저 쉼을 제공해주며 다른 형태도 존재한다고 내 어깨와 나란히 맞대고 있는 기분이었다.
뭐가 그리 조급하고 불안했는지 과거의 습관은 싹 잊고, 현재에 충실하도록 하루라는 카드를 선물 받았다. 더 가지고 싶지만 더 가질 수 없는 하루라는 카드.
이것만으로 닮고 싶은 마인드를 지녔음을 알 수 있었다.
순간마다 감사하기로 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러 문장들을 더듬어 갔다.
나는 다른 얼굴을 갖게 됐고, 깊은 눈빛을 지니게 됐다. 계속 걸어가기에 그만하면 충분했다.
이런게 삶의 모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