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백은선 시집)

탄생과 소멸이 연쇄적으로 다가오는 시집. 삶에서의 흐릿한 기억이, 그러니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이 영사기에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독자가 멀찍이서 그걸 가만히 관망하게끔 시의 구조가 짜여 있다.
시를 읽으며 독자는 ‘나의 존재는 뭔지, 날 낳은 엄마의 존재는 뭔지, 그런 존재들의 내부는 어떤지, 존재가 나고 죽는 그 과정이 얼마나 이상한지’를 가만히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이 끝나고 나면 영사기 속 필름은 다 돌아가고 없다.  
그래서 무력감이 든다… 이런 거대한 고민과 생각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돌아가는 필름을 바라보는 일과 그 존재에게 연민을 느끼는 일 뿐이다. 그리고 필름이 다 돌아가고 나면 종내엔 나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게 되면서 큰 상실감과 허탈함이 몰려온다.
전체적인 감상은 하얀 눈밭에 나만 뭘 잃어버렸는지도 모르는 채로 우두커니 서있는 느낌… 내 주위는 너무 고요한데 이걸 읽은 내 마음은 너무 시끄러워서 내가 세계에서 분리된 거 같다.

만조를 기다리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조예은 작가의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서 찾아낸 만조를 기다리며, 


이 이야기는 섬뜩한 추리 속 여자들의 우정을 나타낸 이야기다.

주인공이 친구의 억울한 죽음을 파해지기 위해 찾아다니는 과정 속에 정말 이정도까지의 우정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감동을 먹었다.

이 책이 섬뜩한 이유는, 사이비, 미신, 살인의 배경 속에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배경 속 주인공은 친구를 위해, 극복하며 살아간다.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그리고, 작게 덧붙였다. “너랑 보는 바다가 제일 예쁜 것 같아”] 이다.

남여 사이가 아닌 동성의 친구 끼리 우정으로서 설렘이 나는 정말 따뜻하다고 느꼈고, 편안함을 느꼈다.

데미안

[이 책을 선정한 이유]

  나는 요즘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브랜딩을 공부하고, 창업을 준비하고, 에콰도르 봉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내가 선택하는 방향들이 과연 내 의지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따라가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데미안』은 “네 안의 목소리를 따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라고 들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 불안 속에서도 나를 찾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고,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던져줄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인상 깊었던 내용과 느낀 점]

  싱클레어는 어린 시절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데미안을 통해 기존의 도덕과 기준을 의심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다.

우리는 보통 “착한 선택”, “안전한 선택”, “남들이 인정하는 선택”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싱클레어는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점점 깨닫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내가 깨야 할 ‘알’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안전한 길만 선택하려는 태도, 실패를 두려워해 완전히 몰입하지 못하는 마음, 타인의 기대에 맞춰 나를 정의하려는 습관.

어쩌면 나는 이미 여러 번 알을 깨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런던에서 마켓 테스트를 했던 경험, 에콰도르 봉사를 선택한 결정, 내 브랜드를 직접 만들겠다고 선언한 순간들.

  하지만 아직 완전히 깨지 못한 부분도 있다.

『데미안』은 이런 내게 더 과감하게, 더 솔직하게 “네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 책이었다.

  때문에, 이 책은 단순히 성장 소설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찾는 철학적 여정이라고 느꼈다.

사실 처음에는 다소 어렵고 상징적인 표현이 많아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장을 곱씹을수록 내 생각이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남과 다르게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남들과 달라도 괜찮다”가 아니라, “남들과 다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받은 것 같다.

자신만의 세계를 깨뜨리고 나오는 용기, 그게 결국 한 사람의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추천 대상]

  • 1. 진로와 선택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

  • 2.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불안한 사람

  • 3.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

  • 4. 자기만의 철학을 갖고 싶은 사람

나는 이 책을 특히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추천하고 싶다.

겉으로 보이는 성공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나나가 아니다

  “이것은 바나나가 아니다.”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말들로 이어지는 시들을 모은 이 시집은 한 번에 읽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모래 알갱이가 끝없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이미지의 첫 시를 보고 이 시집은 해체주의처럼 보이는 작가의 상상력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존중으로 읽혔다.
  두 사람이 서로 트랙을 반대 방향으로 달리거나 정신에서 끊임없이 질문하는 이미지를 펼치는 작가는 죽음을 기다리는 무의미한 삶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간단히 말하면 인간은 늙고, 늙으면 죽는다. 하지만 작가는 시로써 생을 바라보며 그 삶을 가볍게 보지 않는 것 같다. 시가 무의미하지는 않다. 작가는 시로써 아픔과 독백을 표현한다. 대답하는 사람보다 질문하는 화자가 더 많은 이 시집에서는 끊임없이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이 세상에 애정을 붙이고 살아가는 일을 생각한다. 국어사전의 가나다순과 사람 기호성이라는 이상한 개념을 가져와 단어장을 만드는 작가의 집착은 꽤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됐다.
  서점에서 팔리는 시집 중에서 최승자 시인이나 기형도 시인의 시집을 읽어 본 적이 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허무주의적이거나 고통을 음미하는 감상적인 시를 읽어왔지만 이 시집을 통해 지루하고 답답한 인생에서 어떻게 하면 더 뜯어보고 만져봐서 의미를 만들어갈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의미가 과장되지 않고 열심히 일구어 낸 시어들이 보석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