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아마 이 제목을 책보다는 영화로 많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티모시 샬라메를 굉장히 좋아했던 사람으로써 영화를 이미 알고 있었다. 영화의 첫 장면을 보자마자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꺼버린 기억이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지만, 음… 이 영화의 첫 장면은 굉장히 오래 전에 접했다. 고등학생 때였던가, 접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원작 책을 학교 전자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안 빌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굉장히 인생이 무료했기 때문에 재밌는 책이 읽고 싶었다.
정말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흡입력을 가진 책이고, 엘리오의 사랑이 정말 애절하게 드러난다. 제목을 번역해 보면,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라는 뜻이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자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아름답고 신비한 사랑을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엘리오만 엘리오라고 올리버를 부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내 기억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정말 높다. 왜 이런 기억이 남았냐면, 결국 올리버는 서로를 부르는 법을 잊는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엘리오만 엘리오라고 올리버를 부르게 되는 장면이 있다. 솔직히 그 장면을 읽으면서 올리버를 죽이고 싶었다. 그만큼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사회가 정한 가족에서 살고 있는 올리버다. 그리고 여전히 고등학생 시절에 머물러 이상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엘리오는 엘리오라고 올리버를 부른다. 달달하게 사랑을 하는 그들보다 십여년이 지난 그들의 관계성이 훨씬 내게 뭔지 모를 감정이 턱 끝까지 차오르게 했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시험 기간이라 그런가… 훨씬 재밌게 읽었다. 이제 영화를 보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시험만 끝나면 보러 가야겠다.
[하이라이트 문구]
– 유대인이 같은 유대인에게 보내는 친절함으로 내 안에 들어오는 상상을 했다. 제발 아프게 하지 말아요. 사실은 마음대로 날 아프게 하라는 의미였다.
– 그는 자신이 몇 달 전에 쓴 믿을 수 없는 글을 큰 소리로 읽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난 아냐.”
“쓸 당시에는 말이 됐나 보죠.” 내가 덤덤하게 말했다.
– 내가 푹 빠지면 상대방도 푹 빠진다는 법칙이 어딘가에 있다.
Amor ch’a null’amato amar perdona, 사랑은 사랑받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다.
– 나는 물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익사하려 하지도, 안전하게 헤엄치려 하지도 않고 그냥 머물기 위해.
–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숨기는 게 있어. 자신을 숨기거든.
자신을 숨기는 이유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
– “Baciami ancora, 다시 키스해 줘.”
– 진부하고 창백한 내 방의 분위기마저 좋았다.
– 서로가 되고 싶다고 서투르게 말하는 방법이라고.
– 갑자기 무언가 목에서 콱 하고 올라와 물속으로 잠수했다.
–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술기운이 결정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28 (정유정 장편소설)
28, 정유정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작가의 매력적인 문장 묘사력에 빨려 들어가 꽤 두꺼운 책인데도 불구하고 금방 다 읽었다. 특히나 최근에 있었던 코로나19 시국과 책의 내용이 비슷해서 더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정부가 화양을 봉쇄하는 장면에선 코로나19 초기에 대구에 신천지 문제로 병이 번지는 속도가 심각해져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말이 나와 혼란스럽던 때가 떠올랐고, 전염병으로 인해 인간성을 상실해 버린 사람들의 모습에선 코로나 때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에서 보이는 인간들의 모습이랑 비슷하다고 느꼈다. 또한 소설 속 등장하는 ‘빨간 눈 괴질’이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걸 한 기자가 알고 나서 바로 자극적인 기사를 쓰는 장면에선 현재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인간적인 면모를 상실한 채로 기사를 써대는 우리나라의 몇몇 언론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는 한참 동안 생각에 빠졌다.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과연 나는 책에 나오는 의료진들이나 서재형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내가 피해를 보더라도 나의 안전을 양보하며 나의 인간성을 지킬 수 있을까?
‘28’은 극한의 상황을 제시하며 인간의 선한 본성에서부터 가장 추악한 본성까지 인간 그 자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독자로 하여금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할 것이며 힘든 상황에서도 인간이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인간의 도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겉으로 보기에는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이 ‘다아시‘라는 인물에 대해 지니고 있던 편견을 버리고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져 있는 18세기 영국 사회 속 젠트리 계급의 부상에 따른 사회 분위기와 결혼의 가치에 대한 그 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책을 한층 더 깊게 음미할 수 있다. 필자는 특히 제인 오스틴의 흥미로운 아이러니 기법에 집중하며 책을 읽었기에 이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이 소설은 너무나도 유명한 첫 문장인 ‘꽤 재산을 가진 미혼남이 틀림없이 아내를 원하리라는 것은 널리 인정받는 진리이다.’와 함께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독자들은 알 수 있다. 이 문장은 그 자체로 당시의 시대적 풍습을 아이러니한 문체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당시 여성들은 이 문장과는 정반대로 생존을 위해 돈 많고 조건 좋은 남자와의 결혼을 쫓았지만, 그 와중에도 가장 세련된 행동과 감정을 지켜야 했다. 소설 전반에 걸쳐 ‘재산’과 ‘감정’이라는 상반된 요소들이 갈등을 일으키고 그로부터 삶의 아이러니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함에 주목하여 이 소설을 읽으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