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여행이라는 여행 상품, 자연재해일까, 인재일까. 남의 죽음이 관광의 가치가 있는 걸까. 만들어낸 죽음으로 돈을 번다면 떳떳하게 돈을 벌었다고 볼 수 있을까.
읽고 있으면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다. 사람들은 재난이 일어난 곳을 관광한다. 재난이 일어난 곳을 보면서 ‘저런 일이 있었지만 나는 살아있다.’라는 생각을 한다. 여행에서 항상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지만, 남의 불행을 구경거리로 삼는 건 올바른 일일까? 생각해 보면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폼페이도 이와 관련한 곳이다. 재해로 인해 사람들이 죽은 곳이지만 지금은 관광지가 되었다. 이런 곳이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이런 여행지가 많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결국 더 많은 관광객을 만들기 위해 자연재해인 척 인재를 만들려고 한다. 스토리가 있으면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질 거라는 이유로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연기까지 하게 만들면서. 만들어낸 재해로 마을 사람들이 관광객을 더 받을 수 있다면 이로운 일일까? ‘살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책이었다. 미래엔 정말 이런 관광 문화가 생길까….
내가 사람이 아니라 식물이라면? 내 손에서 잎이 자란다면? 식물과 대화할 수 있다면?
주인공에 대한 설명은 위에 세 질문으로 완성되는 것 같다. 나도 내가 1n년을 살았는데 알고 보니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엄청 충격일 것 같다. 나는 사실 다른 행성에서 온 새로운 종족이며 잎에서 태어난 생명체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든 당황하기 마련일 테니까. 본인도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을 소설 속 친구들은 항상 믿어 준다. 친구라는 이유로.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정말 소설은 소설인 것 같다. 물론 주인공도 설득하기 위해서 능력을 보여 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믿을 수 있을까? 읽고 있다 보면 내가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무얼 물어볼까 생각이 든다. 아니면 잠자코 식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능력이 정말 범죄와 관련된 조사를 할 때 도움이 된다면 범죄자들은 이 능력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든 찾으려고 하겠지. 네이버 웹툰 ‘숲속의 담’이 떠오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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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새로운 직장에 주요 임원급으로 이직하면서 이전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벤 나이트라는 인물이 CEO로부터
조셉이라는 코치를 소개받으면서 전개된다. 그 후, 벤 나이트는
조셉에게 질문들을 받으며 직장과 가정생활 등에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 책에서 내가 느낀 핵심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내 발언의 80%는 질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한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한다. 바로 이 대화는 심판자의
질문이 아니라 학습자의 질문이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심판자와 학습자의 질문에는 어떤 차이들이 있을까? 심판자의 질문의 특징적 예시에는 ‘뭐가 잘못됐지?’, ‘누구 탓이지?’,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내가 상처받을 수도 있겠지?’ 등등이 있었고, 학습자의 질문의 특징적 예시로는 ‘이 일에서 유익한 것은 뭘까?’, ‘내가 배울 점은 뭘까?’, ‘사실은 뭘까?’, ‘큰 그림은 뭘까?’ 등이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이 둘의 차이점은 적대자와 협력자의 차이인 것 같았다. 개인적인
사례로 이전에 학교에서 팀플 등의 일을 할 때에도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억지로 할 때보다 서로 협력하며 존중해주는 분위기에서 일을 진행할 때, 훨씬 능률이 오른다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 느끼는 피로도도 낮았다. 이러한 사례를 떠올리면서 어쩌면 대화에서도 이러한 기전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이 스스로 심판자가 되려할 때, 학습자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팁까지 전해준다. 이 과정은 총 4단계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바로 ‘인식’이다. 혹시 심판자의 길로 들어선 건 아닐지 스스로 인식해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호흡’이다. 잠시
호흡의 여유를 갖고 한 걸음 물로서서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지 점검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호기심‘이다. 나는
모든 정보를 확보했는가?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등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네 번째로 ‘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학습자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떠한 관계에서는 해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특히 이 책에서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을 선택할 수는 없다
해도 그렇게 일어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라는 구절이 인상깊었다. 사실 우리 모두는 태어나면서부터 유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많은
것들이 결정된 채로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그렇기에 개인에게 더 큰 책임을 돌리는 이 문장은 어떤 이들에게는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세상은 더 냉철하고 잔인하지 않은가. 어짜피 내가 책임지고 살아가야 할 인생이라면 조금 더 유리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문장을 오히려 희망으로 받아들였다. 우리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에 그저 휘둘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식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스스로 대화의 기술을 얻기 위해 자신을 바꿀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성격의 변화라는 것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의 저자도 책의 도입부에 ‘당신에게 일어난 일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에 따라 스스로 변화할 뜻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의 대답은 “예”,
하지만 책을 읽은 후 나의 삶에 적용시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차근차근 그리고 끈임없이
전환의 질문을 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때로는 책에서의 팁들을 떠올리며 내가 심판자인지 학습자인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대학 입시 시절에 많이 추천 받았던 시나리오 작법서 중 하나. 당시에도 조금 보긴 했지만 2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다시 읽으니까 전공에서 나온 부분들이 언급되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영화 시나리오의 8가지 법칙을 자기 마음대로 이름 붙이긴 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본 영화들도 해당 기법이 사용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시리즈로 나온 책 중 모든 영화 시나리오에 숨겨진 비밀도 있는데, 이건 영화를 가지고 설명을 하는 거다 보니까 영화 내용이 스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고 읽으면 될 것 같다.
<식물과 인간이 대화를 하는 듯한>
2371108 지연재
죽은 아버지의 유골함을 화분으로 만들어 그곳에서 자라는 나무 한 그루를 아버지로 보는 것이 인상깊었다. 나무 한 그루를 아버지로 보고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야기는 아버지의 유골함에서 자란 나무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다.
나무 한 그루가 마치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라고 느껴진다,
‘SF 소설’이라는 말을 들으면 당신은 무엇을 떠올리는가? 먼 미래,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 어려운 과학적 개념, 우주 등… 뭔가 방대하거나 웅장하고, 무엇보다도 기계나 유전 공학 등 대체로 ‘과학적’인 요소들과 관련된 것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천 개의 파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이고 과학적인 SF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은 가까운 미래가 배경인 SF 소설이지만, 그 내용은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이다. <천 개의 파랑>은 제조 과정의 실수로 조금 특별해진 기수 휴머노이드 로봇과, 그 로봇의 파트너 경주마, 그리고 둘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는 그 중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소수자(장애인), 보호되지 않는 동물의 권리 등 현재의 사회 문제를 녹여냈다. 또한 로봇에 비해 낮은 능률과 높은 인건비를 이유로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기술 격차를 통해 더욱 크게 다가오는 빈부격차, 기계에 대한 지원 집중으로 복지 측면에서 소외되는 인간 등 근 미래에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들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기술이 발전한 미래 배경이지만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소시민들의 이야기,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우려를 통해, 책 속의 세계관이 독자가 살아가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와 멀리 떨어진 공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적인 SF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천 개의 파랑>은 현대의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통용되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현실에 가까운 SF 소설이 되었다.
“애초에 천천히 달리는 것이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349p)
현대는 이른바 ‘무한 경쟁 시대’이고, 특히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많이 심한 편이다. 남보다 더 나은 성적, 더 나은 대학, 더 나은 회사와 연봉 등을 위해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쉼 없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빠르게 달리기에 집중하고 있는가. 사실 인생이라는 경주에도 속도에 대한 규정은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그 경주의 대다수의 참가자와 관중들이 빠르게 달려서 남들과 비슷하게 특정 구역을 통과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고, 천천히 달리는 사람에게 야유를 보낸다. 위에 나온 구절처럼, 한국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천천히 달리는 것은 규칙 위반이 아님을 깨닫고, 가끔은 하늘도 좀 바라보면서 ‘천천히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독특한 발상 속 깊은 이야기
<브로콜리 펀치>는 일단 제목부터 독특하고, 단편 소설이라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보였다. 물론 예상과 다르게 이 책의 내용이 어렵고 길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 책의 8가지 단편은 아버지의 화장한 뼈로 만든 화분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거나(<빨간 열매>), 사람의 오른손이 브로콜리로 변하거나(<브로콜리 펀치>), 바다 위에서 죽기 직전에 외계인들에게 구해지고(<둥둥>) 이구아나가 내게 말을 거는 등(<나와 이구아나>) 독특하면서 재미있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고, 중간에 유머가 섞인 말도 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고, 책장도 잘 넘어가는 편이다.
그러나 이 책의 단편을 읽으면서, 마냥 재미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약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브로콜리 펀치>에서 손이 브로콜리로 변한 ‘원준’이 ‘나’에게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이야기하는 장면, <이구아나와 나>에서 ‘나’가 수영 강사를 그만둔다는 동료의 말을 듣고 자신이 걸어왔던 길,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걱정하기 시작하는 장면 등이 이런 느낌을 주었다. <브로콜리 펀치>에서는 ‘마음의 짐’이 커지면 신체 일부가 강낭콩, 고추, 브로콜리 등의 채소가 된다는 발상을 통해, 어느 순간 사람을 때리는 것이 힘들어진 복싱 선수 ‘원준’이 가지고 있던 만들어진 ‘미움’과 마음고생을 표현하였다. 이 장면에서 ‘원준’이 가진 괴로움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으면서도, 이상하고 허무맹랑한 소재로 개인의 마음 속 응어리와 같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구아나와 나>의 해당 장면에서, 수영 강사로서 일에 만족하며 살아온 ‘나'(화자)가 “수영, 솔직히 난 미래 없다고 생각해. (중략) 살길 찾아야지.”라는 동료의 말을 듣고 자신이 미래에 대한 위기 의식 없이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에 빠지게 된다. 나도 가끔 내가 이 전공을 선택한 것이 맞는지,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어 보이는데 나만 이렇게 살아도 되는 지와 같은 불안이 있기에, 이 장면이 더욱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이 단편은 나와 같은 불안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고,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 단편도 있었다. <왜가리 클럽>에서 ‘양미'(화자)는 세 명의 여자로 이루어진, 2주에 한 번 주말마다 도림천에서 함께 왜가리를 바라보는 일명 ‘왜가리 클럽’에 가입하고, 가입 후 활동 첫 날 저녁 왜가리의 모습에서 느낀 것, 배운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왜가리는 나도 집 근처 하천을 걸을 때 자주 볼 수 있는 은근히 흔한 물새지만, 그렇게 쉽게 볼 수 있으면서도 왜가리를 보면서 ‘왜가리가 있다.’ 이상의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러나 하천의 왜가리의 모습에서 삶과 실패에 대한 태도나 교훈을 배운 클럽 회원들을 보면서, 이유리 작가의 발상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글의 소재는 일상의 사소한 것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는데, 해당 단편은 이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고 있다.
<브로콜리 펀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벌어지는 판타지 소설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과 세상, 사람의 감정과 생각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담겨 있다. 다채로운 이상한 소재와 유머 감각이 있는 문장들로 재미를, 그 속의 주제로 깊이를 모두 챙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은 고통과 고난의 연속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저마다의 크고 작은 어려움에 부닥칩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도, 어려움과 함께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유리 작가님의 ‘브로콜리 펀치’는 여덟 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소설집입니다. 각 단편마다 누군가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개중에는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금세 털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고(‘빨간 열매’), 오랫동안 힘들어하다 조금씩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손톱 그림자’). 버티기 힘든 역경이 밀려올 때 브로콜리가 자라다가도 주변 사람들의 격려로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도(‘브로콜리 펀치’) 힘든 일을 피하는 과정에서 미워하는 사람을 돌아보게 되는 일도 있죠(‘평평한 세계’). 사실 그렇게 힘들었고 자책했던 일도 돌아보면 별반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정말 중요한 건 실패가 아니라 왜가리처럼 앞으로도 한 번 한 번의 시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니까요(왜가리 클럽). 멕시코까지 바다를 헤엄쳐 가는 것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도 목표를 가지도 최선을 다한다면 이룰 수 있을 겁니다. 도전을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희망을 주는 어느 이구아나처럼 말이에요(‘이구아나와 나’).
이렇듯 고난에 대해 다양한 대처를 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독자에게 다정한 위로로 다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해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