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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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고 이긴다.

 

러 전쟁이 장기화되어 양측 군사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먼 이야기로 여겨지던 전쟁이 우리 바로 눈 앞 현실로 다가오는 오늘날. 북한과 인접하여 아직도 휴전 중에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걱정이 들었다. 오늘날까지 북한의 도발은 여러 있었으나,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평범하게 하루를 보냈고, 내일도 아무 일 없이 평안하게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각국과의 외교가 중요한 시점에 이르러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손자병법에 손이 갔는지도 모른다.

 

책에서 이르기를, 전쟁은 최후의 수단으로 명분과 실효성을 중시한다고 기술되어 있었다. 또한 제 아무리 본국이 부국강병할지라도 전쟁은 피하고 외교로서 문제를 해결 할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속도전을 중히 여겨 양국에 끼칠 피해를 최소한 해야 한다 제시하는데, 이는 민본주의에 의해 편찬되었고 그를 전제로 병법이 편찬되었다 여겨진다. 병법에 이르기를, 전쟁은 국세를 낭비하고 국민 자체를 소비하는 고육지책이다. 명분 없이 전쟁하면 군사의 사기가 떨어지고, 실리를 챙기지 못하면 국세를 탕진한다. 그렇기에 전쟁이 필요불가결하다면 속도전으로 초창기에 끝내야 국민과 국세를 보전하며 실리를 챙길 수 있다 말한다. 이는, 현재 러시아의 상황과 맞아 떨어져 나는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는 명분 없는 전투와 강제징병에 의해 군사들의 사기는 물론 국민들의 신용도 바닥을 기고 있다. 무엇보다 실리 또한 챙기지 못해 국고는 낭비되어 종전 후, 러시아의 경제가 어떻게 굴러갈 지는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

 

병법에서 감명을 받은 구절은 더 있었다. 전쟁은 공세보다 수세가 중요하며, 공세가 속도로 끝낸다면 수세는 장기전을 염두하여 임해야 한다고 기술되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 침공에 의해 영토를 빼앗겼으나, 뉴스의 정보에 의하면 구산들의 사기는 높고, 징병율도 높았다고 한다. 이는 전쟁에서 명분이 중요하다는 반증이며 수세에 임할 때, 병사의 사기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나, 장기전으로 들어가면서 우크라이나의 형세는 좋다 볼 수 없게 되었다. 군사들의 사기는 떨어졌고, 지속되는 전투에 전쟁이 언제 끝날 지 의심하고 있다. 이부분 또한 병법에 명확히 기술되어 있었다. 수세라도 전쟁이 장기로 지속되면 국가가 기운다. 그러므로 외교에 의해 협의점을 찾아 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 러 전쟁은 장기전에 의해 양국 모두 국가적 손실을 입고 있다. 종전 후의 양국의 경제상황은 파국에 이를 것이라 전문가들도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정확하게 우리나라는 아직 전쟁 중이며, 휴전 중인 분단국가다. 북한, 남한 양국 모두 국방과 방산에 몇 십조에 이르는 세금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현역에 복무하고 있는 각 군인들의 사기는 그렇게 높지 않으며, 이는 군기문란, 방산비리로 이어지고 있다. , 손자병법과 접목하여, 현 대한민국은 전쟁 그 자체로 국세, 국민 면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결론이다. 전쟁은 현실과 먼 아득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쟁은 훨씬 우리와 밀접해있었으며, 경계해야할 대상이었다. 나는 책을 완독하고 불안한 미래를 걱정했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손자병법은 누누이 외교의 중요성을 말한다. 문득 5년 전의 남북정상회담이 떠올랐다. 우리는 아직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외교의 중요성과 전쟁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손자병법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전쟁 중에 있는 국민이라면 한 번은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공감의 배신 (아직도 공감이 선하다고 믿는 당신에게)

이 책은 공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사람들은 공감을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안좋은 면도 매우 많다는것이다. 그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공감 능력은 굉장히 편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이 여러 사람이 죽은 사고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에 깊게 남으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매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는데 이를 하나하나 슬퍼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것처럼 우리의 공감 능력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전쟁의 경우도 자기 나라의 사람들에게 공감 능력을 발휘하고 적국에게는 발휘하지 않아 벌어진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을 보고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공감능력을 강조했던 것을 떠올렸다. 공감받지 못하면 기분이 나쁘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공감을 해달라는 식의 논리인데, 공감이 되지 않는데 억지로 공감을 해야 할 그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괴로울지 공감하지 못한 편협한 주장이라는 생각이 이 들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공감이 절대적으로 좋은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유익했고, 사람들이 이성과 질서를 중요시하면 더 좋은 세상이 올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큰글자도서)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이 책은 에리히 프롬의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담긴 책이다.

에리히 프롬은 현대사회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와 다른 문제라고 한다. 과거의 착취, 약자 억압 문제는 사라졌지만 이제는 다른 방식의 문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상품화하고 억압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을 망가뜨린다고 한다. 현대 사회는 평등을 강요하는데 평등을 남들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게 되며 그것은 곧 남들과 같아지기 위한 노력이 된다. 이는 광고에서 알 수 있다. 과거의 광고는 이성적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광고했다. 그러나 현대의 광고는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한다. 이 제품을 쓰면 멋져진다거나 이 제품을 쓰지 않으면 큰일난다거나..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게 되어 일정 수준의 만족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별 볼일 없고 무기력하다는 느낌도 강화시킨다. 그리하여 현대사회의 인간들은 타인의 기대에 맞춘 거짓된 감정을 배우고 이는 대중 매체로 해소된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남의 기대에 맞추어 살아가게 되어 자신이란 것이 무엇인지 희미해졌으므로 이를 스포츠가 주는 스릴이나 스크린의 허구적 인물을 통해 해소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에리히 프롬은 자발적 활동을 강조한다. 자발적 활동은 사회의 압박이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 자아를 잃지 않으며 고독의 공포를 극복하는 자신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자발적 활동은 사랑과 일이며 결과가 아닌 과정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결과에 초점을 두며 불행의 길로 들어선다고 한다.

또한 과거의 악덕에 비교하며 현재의 악덕을 등한시하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왜냐하면 과거의 여성 억압을 근거로 남성 혐오적 사상을 펼치는 페미니스트들을 보면서 느꼈던 점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일어났던 여성 억압은 실재하는 사실이지만 그것이 현대의 남성들이 받는 피해를 합리화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의미의 평등에서 사람은 누구나 동등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인식할 수 있을 때에만 타인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고 하는 에리히 프롬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디어 에번 핸슨

이 작품은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책이다. 2021년에는 영화화도 되었기 때문에 평소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시청하였다.
작품의 원작인 뮤지컬은 보지 못했으나, 영화와 책만으로도 꽤 다른 점이 많아 책을 읽으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사실, 영화 자체는 지루하고 개연성이 없는 장면이 많아 영화로 처음 이 작품을 접하는 나에게는 조금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해서 의문점이 생겨나 집중하기 어려웠는데, 책을 읽으면서는 그러한 의문점이 해소되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는 ‘진짜’ 코너의 의중을 알 수 없었으나, 책에서는 코너 시점의 이야기가 짧막하게나마 담겨 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꽁꽁 싸매져있어 줄곧 궁금했던 코너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와 성격, 삶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다. 미겔의 등장으로 ‘가짜’ 친구인 에번과 ‘진짜’ 친구인 미겔의 대비가 특히 흥미로웠다. 
결말 부분에 대해, 영화를 먼저 보았기 때문에 에번이 거짓말한 것에 대해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며 결말까지 용기를 내길 기다렸으나, 영화와 달리 깊이 있는 심리 묘사 덕분에 에번의 거짓말이 밝혀지면 에번의 상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머피 가족의 선택이 더욱 이해가 갔다.
또, 에번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 나도 책을 읽으면서 에번의 독백이 가슴에 사무쳤다. 
뮤지컬인 원작을 직접 관람하기 못해 선택한 영화의 빈틈을 완벽하게  메꾸어주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스윗 프랑세즈 (이렌 네미로프스키 장편소설)

스윗 프랑세즈라는 영화를 보고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소설이 원작인 것을 알게 되어 책을 읽게 되었다. 영화에서는 독일군 장교 브루노와 프랑스 여인 루실의 로맨스가 중심내용이지만, 소설에서는 그 밖의 인물들의 이야기까지도 알 수 있었다. 영화에서는 브루노와 루실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키스를 하는 장면이 있지만, 소설에서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알면서도 밀어내다가 결국 독일군이 마을을 떠나며 작별 인사를 하게 된다. 영화에서의 애틋한 애정씬도 물론 좋았지만, 오히려 소설에서 어떠한 스킨십도 없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이 드러나는 것이 더 애틋하고 아련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브루노가 루실에게 “우린 다시 만날 거에요. 군인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날 알아보지도 못할걸요.”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스윗 프랑세즈의 모든 장면이 마음 아프고, 애타고, 사무치지만 유독 이 장면에서 더욱 그렇다. 한번쯤 감성에 바지고 싶은 날에 읽어보길 추천한다.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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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과 편견은 과연 죄일까?>

 

나는 인상적인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을 좋아한다. 이 책을 읽는 매 순간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 감상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책이든 부모님이 손잡고 자면 임신한다고 믿을 때의 감상과 22살 대학생의 감상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인상적이고 좋은 책은 일정 주기로 다시 읽고는 한다. 그리고 오늘 추천할 책인 오만과 편견은 약 4년 주기로 읽고 있다. 그만큼 재미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꼭 언급하고 싶다.

 

나는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장 추천하는 책이 이 오만과 편견이다. 두께가 길지만 가독성과 내용이 좋고, 흔히 웹소설이라고 불리는 라이트하고 재미있는 소설과 결이 비슷해 큰 부담이 없다. 웹소설은 호흡이 짧고 대중성만 노린 장르의 소설이기에 문학적 가치가 낮다. 혹자는 웹소설과 감히 오만과 편견이라는 명작을 견주어 비교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름지기 진입장벽을 낮추어 한 명이라도 더 책의 매력을 아는 사람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오만과 편견을 품위 있고 고급스러운 로맨스 판타지에서 판타지 요소를 뺀 웹소설의 상위호환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며 추천한다.

 

실제로 오만과 편견은 내용의 재미도도 높고 이야기 진행 자체가 어렵지 않다. 누가 범인인지 추리할 이유도 없고, 거대한 적과 싸우는 피로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장미꽃이 한 아름 핀 정원과도 같은 로맨스 소설이다.

 

6학년 때 처음 오만과 편견을 읽었을 때 느낀 감상은 오만과 편견이 나쁘다였다. 두 주인공의 사랑이 쉽게 이어지지 못한 것은 여자주인공의 오만과 남자주인공의 편견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대상을 알아도 결혼에 목매는 여성들의 태도에 공감할 수 없었다. 사랑의 도피를 떠난 리디아도 이해하지 못했었다. (사실 지금도 리디아의 행동은 이해하지 못한다.)

, 고등학교 시절을 감상은 넘기겠다. 대학생인 지금의 내가 느낀 도서 감상과 비교한다면 오만과 편견이 과연 나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소설 속 시대는 여성이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 결혼배우자 보필이던 시절이다. 엘리자베스의 편견은 자신이 인생에서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을 잘하기 위한 방법이다. 잘 모르는 사람과 성공적인 결혼을 하는 것이 인생에 전부인 여성들에게 편견은 필수적이었지 않을까? 결국 편견이 시대가 여성에게 주입한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쁜 건 편견이 아니라 편견을 깨지 않으려는 고집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만도 결국 자신의 위치에서 가지는 방어 기제라고 생각한다. 다아시는 돈과 지위를 노리고 접근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괜찮은 배우자를 골라야 한다.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꾀하는 여성들이 매우 많은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지위가 높은 남성들이 배우자를 구할 때, 더 조심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 사이에서 고르는 입장으로서 행동한 다아시가 오만하게 비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두 주인공의 행동을 단순히 나쁘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의 눈에는 그저 나쁘다로 규정했던 행동들을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앨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오만하고 편견이 있었다기 보다 그 시대상 속에서 살기 위해 인간적이었던 게 아닐까?

아비투스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자기계발 관련 품격에 관심이 가서 읽기 시작했으나 오히려 경영·경제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한 기업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저자의 국적이 독일이라 그런지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아 자기계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의 사업가들에 대해 더 알기 쉬웠다. 기대하던 목적이 아니라서 아쉬웠다. 또 이걸 읽으면서 내 안에 굉장히 열등감이 많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중간에 상위층과 중위층의 생활과 교육 차이에 대해 나오는데, 읽기가 거북할 정도로 상위층 생활과 교육이 짜증 났다. 그 안에 들고 싶으면서도 들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미우면서도 열등감이 심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내가 고작 이런 아비투스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게 느껴졌다. 실은 연장을 실패하여 30페이지 정도 읽지 못했는데 다시 대출해서 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읽은 기간 : 23. 04. 12.~04. 26.

줄리아나 도쿄 (한정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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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모국어를 하지 못하게 된 한주와 그런 한주와 같은 서점에서 일하는 유키노의 이야기다. 어느 날 유키노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한주는 경찰로부터 유키노가 연인인 한수를 죽인 용의자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전개된다.

 

먼저, 책을 읽으면서 한주라는 인물에게 부여된 설정이 눈에 띄었다. 한주는 데이트 폭력으로 인해 모국어를 하지 못하게 돼 그나마 할 줄 아는 일본어를 쓰게 된다. 그리고 한주는
폭력적인 애인에게서
,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로부터 도망치듯이 일본으로 가 살게 된다. 각국의 문화와 관습을 담고 있는 언어도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한주는 자기정체성에 혼동을 느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여럿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노동자, 어머니, 성소수자, 데이트 폭력 피해자와 같은 외면 받기 쉬운 대상들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여성들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았던 어머니, 여성 노동자들의 면모를단상위에
올려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것을 서사에 잘 녹여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에서단상은 소설을 관통하는 제재이다.
작가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던 대상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독자는 그런 모습들을 관망하도록 구성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위에 언급한 부분이 아닌 관계에 대한 모순적 묘사와 인물 간의 유대감이었다. 한주와
연인, 한수와 유키노 그리고 한주와 유키노. 소설 속에는
이렇게 크게 세개의 관계가 존재하며 한주와 유키노의 관계를 중점으로 각자 그들의 연인과 얽힌 이야기가 등장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소설 속에서 한주와 유키노는사랑하는연인과의 관계에서 옅어져 가기만 했다. 한주의 연인은 자존감을 갉아먹었고
그녀를 폭행했다. 유키노는 남자친구의 곁에서 항상 모자란 사람, 가르쳐줘야만
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하지만 연인이 아닌 한주와 유키노는 비로소 둘이 함께일 때 그들은 그들로서 존재할
수 있었고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연인이 아닌 관계에서 사랑을 느끼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며 둘은 연인이 아니지만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사랑은 에로스적 사랑이 아닌 필리아적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유키노는
게이이기 때문에 여성인 한주를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기
보다는 다른 형태로 한주를 사랑했다고 생각했다.

또 관계에 대한
모순적 묘사뿐만 아니라 인물 간의 유대감에 대한 내용도 좋았다. 소설 속에서 유키노는 한주를 내 끄트머리, 의지와 같이 표현했고 한수와 같이 있을 때 한주의 환상을 봤으며 한주를 소중히 여겼다. 한주는 유키노를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둘은 서로에게 의지했고
서로를 지켜주고 싶어했다. 이처럼 둘의 유대감을 따듯하게 그려낸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마지막 결말 부분이 조금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위의 두 인물 말고도 다른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하지만 그 인물들 사이에는 무언가 얽히고 설킨 것들이 있지만 사실 큰 관련이 없다. 이런 것들이 어떠한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인물 간의 연결에 아쉬움을 남게 했다. 그리고 인물들 간의 무언가 얽힌 것들이 너무나도 교묘해서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인물 관계도를 형성하는 데 깨나
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점을
차치하고 이 책을 계속해서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작품의 분위기였다. 한주와 유키노의 모국인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계속해서 겨울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부분이 많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일본의 다설지인 오타루와 주인공 유키노에 대한 설명을 여러번 반복하는 부분, 중간중간 눈과 추운 날씨에
대한 묘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분위기의 형성을 통해 작가는 읽는 내내 독자들이 겨울의 느낌을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가장 애정한다고 밝힌 캐릭터, 가가 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가가 형사 시리즈의 시작이다.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이 없다. 왜냐하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신인 시절에 쓴 책이라 후에 나오는 시리즈에 비해 구성이라던가 가가 형사의 성격 등이 뒤에 이어진 작품들과 비교해 봤을 때 안 어울린다는 평이 있다. 그 밖에도 요즘 작품이 아니라서 엣날 추리 느낌도 나고, 설월화 게임이 너무 어렵다는 등의 의견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가가형사가 아직 형사가 아닌 시절일 때 처음으로 추리를 하며 훗날 형사로서의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작품이고, 아버지와의 관게나 장래희망에 대한 복선이 많이 깔려서 다음 시리즈가 기대되도록 해준 작품이라 생각해서 만족스러웠다. 어쩌면 내가 뒤에 이어지는 ‘악의’와 같은 초대박 작품을 보기 전에 이 시리즈를 순서대로 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대학생의 가가 교이치로, 그리고 같은 대학교에 재학 중인 그의 오랜 친구들 사토코, 나미카, 도도, 와코, 하나에, 그리고 기숙사 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쇼코. 이들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중에 어느날에 쇼코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방에서 마치 자살을 한 것 같은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전날 밤에 나미카가 문을 두들겼을 때 대답이 없었고, 문틈으로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나왔었다. 그대로 아침에 발견된 것이었다. 하지만 자살이라기엔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쇼코의 옆 방에 지내는 도모코가 나미카보다 조금 먼저 문을 두들겼었고, 문이 잠겨 있지 않아 살짝 열고 불렀었는데 불이 꺼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가가와 사토코, 나미카의 추리는 경찰과 별개로 이뤄지고 있었는데 이를 기점으로 자살이 아닌 타살에 확신을 가지고 추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가가와 사토코랑 별개의 행동을 보인 나미카가 고등학생 때부터 하던 다도를 활용한 설월화게임을 미나미사와 선생님집에서 즐기던 중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렇게 가장 친한 친구들은 서로서로가 용의자가 되었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지경이 이르른다. 후에 밝혀지는 결말 속에서 앞의 이야기들을 다시 곱씹어 생각해보면 어쩌다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얽히고 섥히며 서로를 죽고 죽이게 만들었으며, 오랜 친구였던 서로가 냉혹한 사회로 도약하기 위한 하나의 넘어야할 시련 같은 것이었을까. 이런 고민을 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나도 대학생이고, 오랜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과연 이런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주인공처럼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까.. 정말 모르겠다.

[예스리커버]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배경이 담긴 흥미로운 소설이다. 물론 관광으로도 볼 건 없으나 그나마 관광을 통해야만이 돈을 벌 수 있는 작고, 그렇다 할 자랑거리가 없어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즉 이름 없는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주된 배경이다. 이 배경 속에서 코로나의 확산으로 인해 잦은 정책 변화와 여행이 줄어드는 사회상이 대두되며 크고 작은 피해를 본 마을들의 걱정을 소설로서 보여준다는 점도 유니크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배경이 더 흥미로웠다. 이 책에 대해서 조금 더 소개를 하자면 코로나가 잠시 완화된 틈을 타서 고향에서 중학교 동창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같은 학교 선생님이셨고, 친구들의 은사님이셔서 부담이 많았기에 마요는 참석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겐타와의 결혼 준비로 바쁘기도 해서 더욱 그랬다. 그런데 결혼 준비를 하던 중에 고향의 국번으로 연락이 왔는데 경찰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자살인지 아닌 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집 내부를 경찰과 함께 살펴보고 있는데, 마요의 삼촌이자 죽은 가미오 에이치의 동생인 가미오 다케시가 집으로 왔다.참고로 다케시는 집을 나가서 일 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인물이고, 과거에 마술사로서 많은 나라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그렇다보니 경찰을 비롯한 다른 인물들 모두가 지금 이 시점에 방문한 것에 의문을 가진다. 하지만 오히려 이 지역에 거의 오지 않으니 혐의점은 없는 그런 인물이었다. 다케시는 마요와 함께 이 의문투성이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다케시는 비상한 머리와 마술사의 손기술과 말기술을 활용해 경찰이 가진 자료들을 알아내고,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추리를 해나간다. 그렇게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나가는 다케시를 보며 마요는 대단하다고 생각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재수없고, 저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속으로 생각하면서 열심히 돕는다. 그렇게 범인을 잡고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사실 이 책의 결말은 여느 추리소설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무언가가 있다던가 그런 건 아니었다. 추리소설에 대한 눈이 높아진 것일 수도 있겠으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추리의 결과는 여느 작품과 같이 훌륭한 정도였다. 그런데 그 추리 과정은 다른 추리소설들과는 달랐다. 전문 탐정이나 관련 전문가가 경찰의 부탁을 받고 사건 해결을 돕는 것이 아닌 재수없는 한 마술사가 나타나서 경찰이 수사기밀이라며 숨기는 정보들을 불법도 합법도 아닌 선에서 알아내고, 그 정보들을 바탕으로 경찰보다 한 발 앞서기도 하고, 오히려 경찰에겐 없는 정보를 통해 다른 접근도 해나가는 등 사건의 추리 방식이 매우 독특했다. 그렇게 경찰과의 협업도 하고, 숨기기도 하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건에 접근해서 용의자를 특정해낸 뒤 학교에 모여서 펼친 추리 마술쇼는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해준다. 551쪽이란 큰 책 속에서 무수히 많은 복선이 깔렸는데 마술과 함께 펼치는 추리는 전혀 예상 못 한 결말을 만들어 나갔고, 범인의 정체를 밝힌 뒤 혼란스런 틈을 타 순간이동 한 것처럼 안경 만 두고 사라지는 장면은 다시 떠올려봐도 압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