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조차 희망으로 승화시킨 인간 존엄성의 승리)

2091216 현준혁 2025 독서 클럽(죽음의 수용소에서) 서평
이번 독서 클럽에 참여하며 읽은 도서는 빅터 프랭클이 저자인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이다.
빅터 프랭클은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정신과 의사이며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 경험을 토대로 해당 겸험과 자신만의 심리학 기법을 책으로 출판하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빅터 프랭클의 수용소에서의 경험, 그리고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미 치료(Logotheraphy)를  서술하는 부분이 있다.
먼저 수용소 안에서 겪은 경험 부분에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수용소 내부의 가혹한 환경,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며 느낀 생각에 대해 서술한다.
가장 기억에 떠오르는 부분은 가혹한 환경에서 인간이 신체적으로 자유를 억압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은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느 한 수용자가 살아갈 이유를 찾는데 있어서 저자인 빅터 프랭클이 그 수용자의 아내를 떠올리며 살아갈 이유를 찾게 해주는 부분이다. 
위 내용은 이후 전개되는 Logotheraphy를 구상하게 해준 의미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뒷 부분으로, ‘로고테라피’는 ‘의미 치료’라고도 불리며, 고통속에서도 삶의 의미, 즉 여러 가치를 찾을 수 있다면 무너져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책에서는 각각 창조적 가치, 경험적 가치, 태도적 가치를 찾는 방식을 통해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짧게 요악하면, 해당 가치들은 성취를 통해 얻는 가치, 어떤 일의 경험이나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얻는 가치,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결정하며 얻는 가치이다.
이러한 가치를 찾는다면 고통을 마주하며 버텨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해당 부분을 읽으며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의 가치들을 얻는다면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에 대답을 해보았다.
먼저 창조적 가치는 성취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나 자신이 세상에 의미가 되는 일을 성취하는 것으로 고통을 마주할 수 있는데, 나의 경우는 나만의 고통이 아닌 다른 이들의 고통도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선을 행하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한 경험적 가치는 내가 힘들 때 격려를 해주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책에서 사랑을 통해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 큰 가치라고 하는데, 여자친구에게서 큰 힘을 얻었기에 경험적 가치도 고통을 마주하는 것에 큰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태도적 가치는 그런 예시가 없어서 생각보다는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저자인 빅터 프랭클은 태도적 가치는 생각의 자유와 관련되어 어떤 태도를 취하는 지에 따라 고통을 크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이는 저자도 태도적 가치를 얻기는 어렵다고 말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피할 수 없는 너무나 큰 고통을 마주할 때, 나 자신의 생각, 그리고 태도를 유연하게 하며 고통을 정면에서 마주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좌절할 것을 생각한다면, 나는 곧장 좌절하는 것이 아닌, 태도적 가치를 찾아 고통을 마주해보려 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인 1900년대의 기록이지만, 고통이라는 것은 풍요로운 현대사회에서도 존재하기에 저자가 전하는 의미 치료는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담당 교수님과 진행한 토론에서,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쾌’ 라는 것, 다른 조원이 언급한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과 의미 치료의 세 가지 가치를 생각해보며 더 깊이 있는 고찰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밀의 언어(The Code Book) (암호의 역사와 과학)

‘비밀의 언어’는 제목부터 묘하게 끌렸다. 언어라는 친숙한 단어 앞에 ‘비밀’이라는 말이 붙은 순간, 평범한 말들 뒤에 숨어 있는 숨결 같은 것들이 궁금해졌다. 책을 펼치자마자, 단순히 암호나 수학 공식에 대한 설명이 아닌,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그리고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고대 로마의 암호부터 2차 세계대전의 에니그마, 현대의 인터넷 보안까지… 시대는 바뀌어도 사람들은 언제나 무언가를 숨기고 싶어 했고, 또 알고 싶어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하려던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수학이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목숨을 구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이 느껴졌다. 사이먼 싱은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마치 소설처럼 풀어내서, 수학이나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책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게 해주었다.

읽는 내내, 비밀을 품은 언어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절박한지를 느꼈다.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간절한 소통을 위한 기록처럼 느껴졌다. 『비밀의 언어』는 내게 암호의 세계를 처음 열어준 책이자, 정보와 진실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책장을 덮으면서도 마음속 어딘가에 작고 조용한 전율이 오래도록 남았다.

사양

다자이 오사무는 그의 병든 지적인 이미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의 소설들은 젊은 사람들이 읽기 좋아하는 경향이 있으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인간실격>이라는 강렬한 제목의 책도 있지만 난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 특유의 도입부부터 이 소설에 끌리기 시작했다. 직관적으로 세상을 파악하려 하고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이는데 많은 에너지를 쓰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세상을 자신의 감정으로 받아들이며 충격을 많이 받는 사람들에게 울림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선 지금과 같은 세상이라면 유쾌하고 낙천적인 성격이라 가정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길 주인공과 가족의 서사가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2차 대전 후 몰락한 화족이라는 계층이었다. 일본에 민주주의라는 게 들어오고 있고 세상살기는 척박한데 먹고살 생활력은 없는 사람들이었다. 전쟁 중 다같이 노동 동원을 나갔을 때 동생의 연줄이 되는 사람의 도움으로 슬그머니 노동에서 빠져 소설을 읽는 데 빠진 주인공의 묘사에서 나는 주인공이 너무 맘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야기에서 결국 주인공은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주인공을 들여다보면 주인공이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고 탓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도덕적으로든 먹고살기 위해서든 자신의 무력하고 세상과 동떨어진 인식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인식을 스스로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에 주목을 해야 한다.
이 소설의 결말로 이어지는 주인공의 선택은 중간에 역겹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자아의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심하다. 그러나 결국 주인공은 생활을 지고 나아갈 의무를 스스로 만든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과정은 이상하지만 결국 강인하게 살게 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 나는 인간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진정으로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힘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나는 이번 독서클럽을 진행하면서 이 책을 읽고 이에 대해 토론을 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떠오른 것들을 나열해보자면 생명의 특징에 맞춰 분류하는 작업이 과연 의미있는 작업인가’, ‘인간은 흔히 말하는 동물과 같은 짐승들과 다른점이 무엇이고 과연 그것이 인간의 우월함으로 이어지는가’ 과 같은 생각들이 들었고 이 같은 생각이 떠오른 이유를 차례로 설명해보려 한다.
  먼저 ‘생물의 특징에 맞춰 분류하는 작업이 과연 의미 있는 작업인가’ 라는 생각을 왜 하게 되었냐면, 작중에 나오는 인물중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은 처음 발견하는 물고기들을 박제하고 분류하며 이름을 붙히며 연구하는 사람이다. 분류의 기준이 되는것은 ‘고유성’이다. 남들과 동일하지 않으며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그 ‘고유성’말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현대의 분류 체계를 비판하고 있다. 생물들중 일부는 생긴것과 다르게 다른 과로 분류되고 분류 체계에 속하지 못하는 동물들도 있다는것을 근거로 분류체계를 지적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과연 생물들을 기준에 맞추어 ‘분류’ 하는 작업이 의미가 있는것일까? 이 질문전에 나는 생물들을 완벽히 분류해낼 분류 체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이 질문을 던진것이다. 지금까지 생물들은 많은 시간속에서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왔고 그만큼 다양한 특징들을 가진 생물들이 널려있다. 그 점을 근거로 이렇게나 다양한 종들을 분류할 완벽한 분류 체계는 없다라는 가정을 하였다. 자 이제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생각해보자. 완벽한 분류 체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분류하는 그 작업 자체는 의미없는 행동, 쓰나미가 덮칠 모래사장에서 모래성을 만드는 행위가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하였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의미가 아예 없진 않다”이다. 첫번째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분류를 해둔다면, 관련된 작업에서 효율성과 편의성이 올라갈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중요한건 두번째이다. 두번째는 분류를 하면서 서로의 고유성, 차이점을 재인식하며 그 생물을 더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 이해하고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 모조리 알고 있는것처럼 느끼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리는 우리의 뇌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였고 작동하는 방식중에 그 원인을 모르는것들이 산더미이다. 하지만 분류라는 작업을 통해 그 생명을 다시 보며 분석을 하고 몰랐던 고유성을 발견하고 다른 생물과 비교를 하며 차이점을 인식하면서 그 생물에 대해 보다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다. 이점을 근거로 나는 분류라는 작업이 의미없는 행동이 아니라 결론을 내린것이다.
  다음으로 ‘인간과 짐승의 다른점과 그것이 인간의 우월함으로 이어지는가’라는 의문이 나온 이유를 설명해보자.
책에서 데이비드의 스승도 생물을 분류하는데 시간을 투자하였고 종교적 관점과 결합하여 생물들의 분류 모델을 사다리에 비유하였다. 그의 스승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른 어류, 파충류와 같은 생물들보다 우위에 있지만, 살인같이 비도덕적인 짓을 하였을때 어류와 동등한 위치로 추락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인륜적인 행위를 하는 인간을 인간 이하로 생각하는 사람이였다. 책에서는 인간과 짐승의 차이점을 도덕성이라 표현하였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애초에 이타심은 차이점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며 차이점이라고 해도 이것을 근거로 인간의 우월성을 주장하기에는 너무 빈약한 부분이 많다. 나는 이타심이 인간이 생존 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에 각인한 하나의 생존 전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리 생활에서 내가 여유로울때 부족한 남을 도우면 나중에 남도 나를 도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생존에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 점에서 이타심은 인간의 우월성으로 주장하기엔 부족한점이 많다. 나는 ‘문자’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독보적인 차이를 가지며 우월성의 근거가 되는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목에서 나오는 소리와 같은 ‘언어’가 아니라 글이나 그림으로 써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문자’ 말이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정보를 넘기는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부모가 자식에게 사냥하는 법 같이 행동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있고, 태어나자마자 1시간도 안돼서 걸을 수 있는 기린과 같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유전자를 통해 정보가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이 방법들은 거의 모든 생물들에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방법으로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바로 ‘문자’를 통한 정보전달이다. 이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을 통해 이전 세대가 해결하지 못하거나 발명을 끝내지 못한것들을 이어 받아 다음 세대가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문자’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문자의 위대함을 위해 한번 예시르 들어보자. 인간보다 3배는 똑똑한 돌연변이 원숭이 한마리가 태어났다고 가정해보자. 이 원숭이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활과 화살을 만들며, 다른 원숭이 동료들이 지낼 집도 만들었다. 그렇게 그 원숭이가 살아있는 동안 그 원숭이 부족은 풍유롭게 살겠지만, 문제는 돌연변이 원숭이가 죽고나서 일어난다. 그 원숭이가 죽으면 활이 고장나고 화살이 부족해도 설명서가 없으니 수리를 하지 못하고 집을 만드는법도 마땅히 기록을 해두지 않아 그 원숭이 부족은 한 세대만에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게 된다. 이처럼 ‘문자’라는 것은 이전 세대의 지식을 통째로 다음 세대로 백업할 수 있는 수단인것이다.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인간이 이렇게 발전한것에 ‘문자’가 크게 기여를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우월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것이 나의 생각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들이 들었고 아직 정리가 안된 생각들도 있지만 어느정도 합리적이라고 결론을 내린것들을 한 번 나열해보았다.
나는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시작할 의지와 열정은 부족한 상태였다. 이렇게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책을 읽은것이 좋았고 다음에 또 이 프로그램이 열린다면 참여할 의지가 있다. 정말 생각이 많고 의미있는 시간이였다고 생각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앞부분 다섯 장 정도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시작부터 철학적인 내용이 이어져 쉽게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책의 초중반을 읽을 땐 등장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읽다보니 점점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술술 잘 읽혔고, 끝까지 완독했을 때는 테레자와 토마시의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운 책을 끝까지 읽어냈다는 뿌듯함이 크게 남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뿌듯함마저도 ‘키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키치’란 사물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이상이나 감동적인 이미지로 왜곡하고 추어올려 신봉하는 태도를 말한다. 나 역시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어려운 책을 읽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뿌듯해했던 점이 어쩌면 키치였던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키치는 현실에서 직면해야 할 문제들을 외면하고, 달콤한 환상만을 좇으려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 속 인물들을 보면, 사비나와 토마시는 키치를 인식하고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테레자는 신분 상승을 꿈꾸며 책을 들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취해있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키치에 얽매여 사는 인물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키치를 지니고 있고, 어쩌면 키치는 인간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러한 공허한 키치에서 벗어나 진실되고 무게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또한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은 토마시와 사비나는 ‘가벼움’을, 테레자와 프란츠는 ‘무거움’을 상징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키치에서 벗어나려는 인물은 오히려 가벼움을 추구하던 토마시와 사비나였고, 테레자는 무거움을 추구하면서도 키치에 갇혀 있었다. 작가는 ‘가벼움’과 ‘무거움’ 중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나 삶 속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모순적이고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처음에는 테레자처럼 무거움을 추구하는 사람과 토마시처럼 가벼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서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라리 가벼운 토마시와 사비나가, 무거운 테레자와 프란츠가 서로 짝이 된다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토마시는 테레자를 만나 덜 가벼운 사람이 되었고, 테레자는 토마시를 만나 덜 무거운 사람이 되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균형을 찾아갔고, 누구보다 행복하고 잘 맞는 한 쌍이 되었다.
이 책에는 정말 좋은 문장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라는 문장이다. 이 한 문장이 토마시와 테레자의 삶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장편소설)

 아무도 없는 학교 도서관에 들어가서 책을 꺼내 읽는 듯한 감각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었다. 현실과 동 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경계에 서 있었다. 글의 중심으로 등장하는 인물 세 명 중 한 명인 소리에게 초능력이 있다는 설정이 그 감각을 더 짙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글은 시작할 때 ‘이중 하나는 거짓말’ 게임으로 시작한다. 자신을 소개하는 여러 문장 중 딱 한 문장은 거짓말이고, 그게 무엇인지 맞추는 게임이다. 학교에 전학 온 한 학생이 이 게임으로 자기소개를 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글을 읽는 내내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 책에는 어떤 거짓말이 숨겨 있을지 찾아보다, 세 명의 등장인물이 서로에게 하나의 거짓말을 말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이자, 서로를 알아가는 게임의 취지를 고려해서 정한 제목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책에서 말하는 거짓말이란 무엇일까. 내 생각엔 ‘현실이 아닌 것’이다. 우리의 삶은 만화나 영화에서 나오는 극적인 것과 다르다. 누군가의 손을 잡으면 그 사람이 언제 죽는지 알 수 있다거나, 가족이 모두 떠나고 홀로 남겨졌을 때 따뜻하게 받아줄 누군가의 존재라든가, 가난에 허덕이면서도 두 눈을 밝게 빛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등의 일은 현실에선 보기 어려운 경우이다. 즉, ‘거짓’이다. 누군가의 손을 잡을 땐 온기가 느껴지고, 가족이 모두 떠나고 난 뒤 장례식장에서의 고독함은 그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 것이며, 가난은 밧줄이 되어 매일같이 목을 거슬리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그런 대로 살아간다. 이게 현실 내지는 진실이다. 나는 안도했다. 멋드러진 인생이 아니어도 괜찮다 위로 받은 기분이었다. 
 날개가 튼튼한 새를 귀여운 강아지라고 부를 순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판타지스러운 인생이 아닌, 그런 대로의 인생인 것이다. SNS로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시대가 왔다. 다들 자신이 가장 남기고 싶은 순간을 찍어 올린다. 그것들을 보며 부러움이 들거든 잠깐 멈추고 숨을 쉬어보자. 그리고 게임을 시작해보자. 이중 하나는 거짓말.

아Q정전 (루쉰 소설선)

루쉰의 『아Q정전』은 중국 근대 문학의 대표작으로, 20세기 초 격동기의 중국 사회를 풍자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줄거리–

이야기의 주인공 ‘아Q’는 가난하고 무지한 농민으로,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중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남의 집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무시하거나 조롱하지만, 아Q는 자신이 그들보다 우월하다고 믿으며 자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는 정신 승리를 통해, 현실에서의 굴욕이나 실패를 스스로 왜곡해 위안을 얻으며 살아간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고도 “내가 자식한테 맞은 셈이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화풀이함으로써 열등감을 보상받는다. 그는 늘 ‘자기는 누구보다 깨끗하고 자존심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무능력하고 타인에게 착취당하며 살아간다.

이후 마을에도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Q는 혁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단지 자신도 “혁명당”에 소속되고 싶어한다. 그는 권력을 갖고 싶어 하고, 변화의 주체가 되고 싶어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아Q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체포되어 처형된다. 그의 죽음은 개인적인 잘못이나 혁명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지 권력의 변화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희생양일 뿐이다.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아Q는 마지막까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총살도 그리 나쁘지 않을 거야”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의 삶과 죽음은 사회의 무관심과 부조리 속에 끝나고, 사람들은 곧 아Q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린다.

아Q는 단지 한 개인이 아니라, 당시 중국 사회의 ‘무기력한 민중’을 상징한다. 그의 ‘정신 승리법’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자기만족에 빠진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루쉰은 이를 통해 변화 없는 사회와 민중의 나약함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회 구조의 부조리나 개인의 자기기만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현재에도 유의미하다. 

독서토론 중에서도 오늘 날에 아Q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토론을 나누다 보니, 오늘날에도 아Q와 같이 정신 승리를 통해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거나, 넘어가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작가 루쉰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지만, 특히 신해혁명의 혼돈에 집어삼켜진 혼란스러웠던 그 당시 중국의 아Q와 같은 사람들을 계몽시키고자, 아Q를 반면교사삼아 그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돈의 심리학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보너스 스토리 수록))

 저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돈이 있어야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고,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행복을 얻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생각할 만큼 돈이 인생의 우선순위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이후로도 이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돈이 왜 필요한 지, 돈을 왜 얻고 싶은 지 등 돈을 수단으로서 쓰기 위한 생각은 제대로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저 ‘돈이 많으면 좋다’라는 단순한 생각만 하던 저를 깨우치게 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모건 작가께서 쓴 이 책에서는 돈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도 그 욕심은 꺼지지 않고 더 큰 부을 바라던 백만장자들의 예시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예시들의 결말은 그리 좋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뚜렷한 목표 또는 목적 없이 돈을 계속 모으기만 할 뿐 본인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사례를 토대로 저는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돈을 사용할 것인지’, ‘어떤 가치를 위해 돈을 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습관을 들여보려 합니다. 돈은 수단일 뿐이며, 그 수단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만족도는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만화의 이해

‘만화의 이해’를 선정한 이유는 단순히 만화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스토리텔링, 문화 이론, 매체 연구 등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책이기 때문이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1. ‘만화(Comics)의 정의의도적으로 배열된 이미지와 텍스트의 연속적인 구조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거나 미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예술 형식. 2.아이콘(icon)과 추상화 3.구터(Gutter): 독자의 상상력이 작동하는 공간 4.시간(Time)과 공간(Space)의 결합 5.텍스트와 이미지의 상호작용 6.예술의 피라미드 (The Picture Plane) 7.만화의 역사와 문화적 위치 8. 독자의 능동적 역할로 이뤄져 있다.

만화의 이해는 만화를 단순한 오락이 아닌 복합적인 시각 언어이자 예술 형식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읽는 순간 만화를 포함한 모든 이미지 기반 매체의 구조와 가능성을 새롭게 보게 된다.

만화의 역사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론서지만 지루하지 않게 만화로 풀어 연출하여 이해하기 좋았다. 또한, 전달하고싶은 대상자에게 맞춰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가 이해되었다. 점점 이 책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칸의 간격(홈통)에 대한 연출과 시간이야기와 선이 주는 메시지들이 흥미로웠다. 만화에서 이동할 때 여러 가지 유형을 알려줬는데 시간 이동과 무관계 이동이 일본에서만 나오는 연출인 것을 알게 되고 일본의 만화 연출에 익숙해서 그동안 봤던 만화의 호흡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개인적인 만화 과제에 큰 도움이 되었던 파트였다. 만화의 여섯단계를 설명함으로써 만화의 본질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었다. 겉모습만 화려한 만화에서 왜 공허함이 느껴지는지 알 수 있었고, 그것에 대한 피드백을 받은 부분이라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시각 정보를 해석하고, 이야기를 이해하며, 이미지와 언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통찰력 있게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에 만화를 좋아하거나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소설집)

 이유리 작가의 브로콜리펀치는 그저 청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람이 자기 자신과 싸우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세상과의 간극을 느끼고, 점점 외로워진다. 그런 고독 속에서 그는 자신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데, 그 과정이 묘하게 마음을 울린다. 마치 내가 그 주인공이 된 듯, 그의 고민과 갈등이 현실처럼 다가왔다.

 책 제목인 ‘브로콜리펀치’는 뭔가 모호하게 느껴졌지만, 읽고 나니 그 의미가 조금씩 풀린다. 평범하고 무난한 브로콜리 같은 존재가 강하게 맞서는 펀치처럼, 주인공이 일상 속에서 부딪히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제목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어려운 시기가 떠올랐다. 주인공처럼 나도 한때 세상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혼자였다고 느낀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속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조금씩 깨닫게 됐다. 브로콜리펀치는 그 과정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