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언어(The Code Book) (암호의 역사와 과학)
‘비밀의 언어’는 제목부터 묘하게 끌렸다. 언어라는 친숙한 단어 앞에 ‘비밀’이라는 말이 붙은 순간, 평범한 말들 뒤에 숨어 있는 숨결 같은 것들이 궁금해졌다. 책을 펼치자마자, 단순히 암호나 수학 공식에 대한 설명이 아닌,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그리고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고대 로마의 암호부터 2차 세계대전의 에니그마, 현대의 인터넷 보안까지… 시대는 바뀌어도 사람들은 언제나 무언가를 숨기고 싶어 했고, 또 알고 싶어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하려던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수학이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목숨을 구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이 느껴졌다. 사이먼 싱은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마치 소설처럼 풀어내서, 수학이나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책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게 해주었다.
읽는 내내, 비밀을 품은 언어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절박한지를 느꼈다.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간절한 소통을 위한 기록처럼 느껴졌다. 『비밀의 언어』는 내게 암호의 세계를 처음 열어준 책이자, 정보와 진실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책장을 덮으면서도 마음속 어딘가에 작고 조용한 전율이 오래도록 남았다.
사양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장편소설)
아Q정전 (루쉰 소설선)
루쉰의 『아Q정전』은 중국 근대 문학의 대표작으로, 20세기 초 격동기의 중국 사회를 풍자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줄거리–
이야기의 주인공 ‘아Q’는 가난하고 무지한 농민으로,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중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남의 집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무시하거나 조롱하지만, 아Q는 자신이 그들보다 우월하다고 믿으며 자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는 정신 승리를 통해, 현실에서의 굴욕이나 실패를 스스로 왜곡해 위안을 얻으며 살아간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고도 “내가 자식한테 맞은 셈이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화풀이함으로써 열등감을 보상받는다. 그는 늘 ‘자기는 누구보다 깨끗하고 자존심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무능력하고 타인에게 착취당하며 살아간다.
이후 마을에도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Q는 혁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단지 자신도 “혁명당”에 소속되고 싶어한다. 그는 권력을 갖고 싶어 하고, 변화의 주체가 되고 싶어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아Q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체포되어 처형된다. 그의 죽음은 개인적인 잘못이나 혁명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지 권력의 변화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희생양일 뿐이다.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아Q는 마지막까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총살도 그리 나쁘지 않을 거야”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의 삶과 죽음은 사회의 무관심과 부조리 속에 끝나고, 사람들은 곧 아Q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린다.
아Q는 단지 한 개인이 아니라, 당시 중국 사회의 ‘무기력한 민중’을 상징한다. 그의 ‘정신 승리법’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자기만족에 빠진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루쉰은 이를 통해 변화 없는 사회와 민중의 나약함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회 구조의 부조리나 개인의 자기기만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현재에도 유의미하다.
독서토론 중에서도 오늘 날에 아Q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토론을 나누다 보니, 오늘날에도 아Q와 같이 정신 승리를 통해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거나, 넘어가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작가 루쉰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지만, 특히 신해혁명의 혼돈에 집어삼켜진 혼란스러웠던 그 당시 중국의 아Q와 같은 사람들을 계몽시키고자, 아Q를 반면교사삼아 그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돈의 심리학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보너스 스토리 수록))
만화의 이해
‘만화의 이해’를 선정한 이유는 단순히 만화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스토리텔링, 문화 이론, 매체 연구 등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책이기 때문이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1. ‘만화(Comics)의 정의’ 의도적으로 배열된 이미지와 텍스트의 연속적인 구조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거나 미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예술 형식. 2.아이콘(icon)과 추상화 3.구터(Gutter): 독자의 상상력이 작동하는 공간 4.시간(Time)과 공간(Space)의 결합 5.텍스트와 이미지의 상호작용 6.예술의 피라미드 (The Picture Plane) 7.만화의 역사와 문화적 위치 8. 독자의 능동적 역할로 이뤄져 있다.
『만화의 이해』는 만화를 단순한 오락이 아닌 복합적인 시각 언어이자 예술 형식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읽는 순간 만화를 포함한 모든 이미지 기반 매체의 구조와 가능성을 새롭게 보게 된다.
우리가 어떻게 시각 정보를 해석하고, 이야기를 이해하며, 이미지와 언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통찰력 있게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에 만화를 좋아하거나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소설집)
이유리 작가의 브로콜리펀치는 그저 청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람이 자기 자신과 싸우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세상과의 간극을 느끼고, 점점 외로워진다. 그런 고독 속에서 그는 자신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데, 그 과정이 묘하게 마음을 울린다. 마치 내가 그 주인공이 된 듯, 그의 고민과 갈등이 현실처럼 다가왔다.
책 제목인 ‘브로콜리펀치’는 뭔가 모호하게 느껴졌지만, 읽고 나니 그 의미가 조금씩 풀린다. 평범하고 무난한 브로콜리 같은 존재가 강하게 맞서는 펀치처럼, 주인공이 일상 속에서 부딪히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제목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어려운 시기가 떠올랐다. 주인공처럼 나도 한때 세상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혼자였다고 느낀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속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조금씩 깨닫게 됐다. 브로콜리펀치는 그 과정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