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행복을 있는 그대로 완전히 누릴 수 있는 사람, 그 가득 찬 환희로 불행이 찾아올 때까지 온전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게 하는 책.
“좋은 건 못 말리게 좋아하고 싫은 건 잘 참지 못하는, 감정의 역치가 낮은 사람의 어떤 하루. 문득 슬퍼하고 분노하고 그러다가도 깔깔 웃는 이의 이야기.” 는 작가 소개의 첫 문장이다. 그리고 이 문장은 정말 나를 설명하는 것과 같다고 느껴 구매를 결심했었다. 그리고 첫장을 읽어보니 역시 작가는 나와 같은 사람이었다. 매일 웃고 울며 조금 다른 사람이 되는 나를 그대로 표현한 것 같은 책. 매일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원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사랑이야기는 사랑을 정의하지도 않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다. 오히려 현실 속 이야기가 담겨있어 더 재미있게 본 책이다.
작년 여름 제주 한달살이로 정말 싫었던 여름이 정말 좋아지려고 할 때 쯤 샀던 책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도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내다 불현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 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라는 구절이 마음에 닿았다. 여름이 좋아지니 가벼운 옷차림도 좋아지고, 바다도 좋아지고, 활동적인 것을 별로 안좋아했던 내가 어느새 서핑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름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는 줄 알았던 책에서 내가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것들을 인지하게 되어 기억에 남는다.
어딘가 마음이 불안해졌을 때 읽는 책이다. ⍤⃝이 책은 불안한 마음에 좁은 시야로 코 앞의 일에만 집중하며 불안해하는 나를 넓은 시야로 데려가준다. 그 곳에 놓여지면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내 주변은 정돈되어있는지, 너무 눈 앞에 닥친 일에만 조급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 날 살피도록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최근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밑줄 친 페이지들을 봤다. 그 중에서도 “어쩌면 지금 눈 앞에 있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얼마나 온갖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를 그에게 보여주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라는 구절은 이 책을 대변하고 있는 문장인 것 같았다. 이 책은 세상사람들이 온갖 방식으로 서로 사랑을 주고 받는 모습을 그렸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나 자신은 누구를 어떤 모습으로 사랑하고 있는지,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있는지, 과연 사랑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에 이어 “누구에게나 삶은 한 번이고, 흘러간 시간은 같은 모습은 돌아오지 않을테니 이 말은 진리다” 라는 구절은 사랑이라는 한정된 주제가 아닌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기억 서점, 어떤 것을 기억하는 서점일까 궁금해 하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추리 소설과 서점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이 재밌게 다가와서 책장을 빠르게 빠르게 넘겨나갈 수 있었다. 15년 전 본인을 사냥꾼이라 지칭하는 살인마를 만나 아내와 딸을 잃고 다리도 쓸 수 없게 된 주인공 유명우 교수는 고서적을 사랑하는 살인마를 끌어들이기 위해 고서적 서점을 차린다. 살인마가 서적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사냥꾼이 어떤 경로로 고서적을 접하고 빠지게 됐는지 궁금해 졌고 사냥꾼과 유명우 교수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나와 지루하지 않았다. 또 다른 추리 소설들과는 조금 다르게 주인공이 범인들을 찾아 여기저기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 고서적에 이끌려 용의자들이 제 발로 서점으로 찾아와 용의 선상에 오르게 된다. 범인 용의자가 모두 의심스러운 점이 많아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가장 마지막에 범인이 밝혀질 때 조금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결말이라고 느껴 아쉽기도 했지만 빨리 다음 장이 읽고 싶은 책이었다.
기억 서점은 국내 추리 소설이다. 첫 장면부터 독자에게 몰입도를 확 이끌어주며,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성도 뚜렷하다. 그리고 사냥꾼의 시점과, 유명우 시점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면서 지루하지 않다. 또한 챕터마다 끝나는 지점 또한 독자에게 다음 이야기 궁금하게 만든다. 왜 기억 서점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평이 좋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기억서점은 주인공 유명우 교수, 사냥꾼, 사냥꾼으로 의심되는 4명이 등장한다. (4명 중 한 명이 사냥꾼이다.) 목수 김성곤, 유터버 오세준, 김새벽, 아들 아빠 오형식 총 4명이 있는데, 나는 처음에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한 후보는 오형식이었다. 왜냐하면 아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사냥꾼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만약 사냥꾼이었다면 그럴싸하게 다른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후보자들은 들키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 아들도 유괴당한 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아들을 이용해서 유명우 교수를 위험에 빠뜨리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점차 뒤로 갈 수록 오형식과 그의 아들에 대한 묘사가 매우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설마 오세준이 사냥꾼이라면 정말 실망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진짜 범인은 오세준이었다. 오세준이 범인이 아니였음 하는 이유는 너무 뻔한 반전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살안마에게 살해당한 유가족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오세준이 유명우 교수와 같이 사냥꾼을 복수했더라면 더 큰 카타르시스가 있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사실 마지막으로 가면서 조금은 실망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서점이 갑자기 개조 되어서 사냥꾼을 미로로 괴롭히는 장면이 갑자기 몰입도를 깨게 만들었다. 그 전까지는 꽤 사실적으로 그려나가고 있어 몰입이 잘 되었는데, 갑자기 버튼을 누르고 서점이 미로가 되고, 염산이 뿌려지고 하는 것들이 몰입도를 방해하였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유명우 교수는 어떻게 현명하게 복수를 할까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살인자와 같은 방법인 살인으로 복수를 한다는 것 또한 나의 몰입도를 방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또한 유명우 교수와 사냥꾼이 조금 더 진지한 내용을 나누길 원했는데, 오직 서로 죽이려는 장면만 나오는 것도 아쉬웠다. 그리고 오형식 아들로 나온 아이는 어떤 결말이 되었는지 이야기가 나왔다면 조금 더 완벽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여러모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일단 빠르게 전개되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고 사냥꾼과 유명우 시점이 교차되는 것도 재밌었다. 그리고 재미난 이야기들이 힐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여행 갈 때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짧고 빠르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넷플릭스 못지 않게 큰 재미를 주는 책이었다.
말의 소중한 가치를 안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틀림없다. 그러한 사람들중 말의 깊이까지 소위 말해 말 그릇을 넓힌 사람들은 더욱더 특별한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