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통해 조원재 작가님의 ‘미술을 만나는 눈’강연을 들었다. 강연을 듣고 난 후 현장에서 직접 들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고 신선한 강연이었다. 강연에서 미술을 만나는 눈은 어린아이의 눈이라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어른의 눈이 아닌 아는 것이 없어 모든 게 신기하고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의 눈. 미술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되는데 그동안 너무 어렵게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연을 들으니 미술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 작가님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다음에 작가님의 강연을 또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현장에서 들어보고 싶다.
방구석 미술관 2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한국)
강의를 들으니 미술작품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원래 미술관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강의에서 여러 작품을 보고 설명을 들으니 흥미가 생긴다. 또 미술 작품을 보면 어렵고 난해하다고 생각했지만 꼭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검은 꽃
이 책은 1905년, 대한제국 시기 러일 전쟁에서의 일본의 승리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일본이 조선을 강합하는 나라의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살기 위해, 또는 나라의 앞날을 위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해외 이민을 시도했다. 소설 <검은꽃>은 이러한 상황 속에 멕시코로 떠난 조선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05년 4월 5일 제물포항에서 영국 상선 일포드호를 타고 멕시코에 도착한 1033명의 사람들은 대부분 농민 또는 노동자이거나 몰락한 양반, 무당, 신부, 내시, 도둑, 그리고 대한제국 신식 군대의 군인 등이었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민을 선택했고, 어떤 이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또 어떤 이들은 어렴풋한 희망적인 미래를 상상하며 일포드호에 올랐다.
그러나 멕시코에 도착한 그들은 에네켄(5~6년 정도 자라면 섬유를 뽑을 수 있는 식물) 농장에서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게 된다. 채찍에 맞아가며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매일 12시간씩 에네켄을 따는 삶이었다. 사실 그들은 농장주에게 4년 동안의 계약을 조건으로 팔린 것이었다. 도중에는 그 생활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과 살인자가 나오기도 했고, 모기와 벌레에 뜯겨 가면서도 대부분의 조선 노동자들은 악착같이 농장일을 했다. 하지만 그중에 농장주에게 옥수수와 급료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하며 사람답게 대우해달라고 농장주에 집으로 쳐들어간 조선인들도 있었다.
이 책의 묘미이자 큰 특징 중 하나는, 등장인물과 그들의 특징이 많고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조선 출신 통역사 권용준, 몰락한 대한제국 황족의 가장 이종도, 그의 아들 이진우, 딸 이연수, 이외에 최선길, 박광수, 이정 등… 그들 중 한 사람도 배경이 비슷하거나 겹치는 사람이 없었고, 모두 소설의 실제 역사적 배경을 면밀히 보여준 인물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책의 결말은 사실 어떻게 보면 참 허무한 결말이다. 인물 대부분이 상상치도 못했던 변화를 맞기도 하고, 죽음을 맞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말과 상관 없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이 여러 인물들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하면 ‘독립운동가’, 또는 ‘상하이’, ‘만주’ 등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적어도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은연중에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민족적 아픔과 설움을 어떠한 틀 안에서만 바라보았던 것 같은데, <검은꽃>을 읽으며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조선인의 이민이라는 주제를 통해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수 있었다. 독립운동가 분들이 독립운동을 하며 겪었던 아픔과 설움, 가난과 더불어 독립운동에 발을 담그지 않았던 여러 사람들도, 국가의 위기와 숨 막히는 통제 속에 살기 위해서 뼈저린 아픔과 설움과 가난을 겪어야만 했다. 살고 싶다는 마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그 마음이 그들을 낯선 하와이로, 멕시코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가장 많이 생각했던 점은, ‘나라면 어땠을까?’였다. 내가 이종도라는 인물이었다면 어땠을까. 온 가족을 이끌고 멕시코로 가서 결국엔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을까. 내가 이정이었다면 어땠을까. 멕시코에 내리지 않고 요시다와 함께 항해하며 요리사로 전 세계를 누볐을까. 그리고 나라면 일제강점기에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그 고민에서 한참을 멈추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누구나 숨이 턱턱 막히는 총칼과 고문 등의 통제 속에 자유와 나은 삶을 원하는 마음은 똑같았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결국 나의 그 고민은 이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면서 그저 열린 결말처럼 고스란히 소설 맨 뒷 장에 놓인 것 같다. 그리고 역사를 배울 때마다 또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역사 속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그냥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책의 내용과 내 생각을 비교해보고, 타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면서 타인의 가치관에 대해 알아보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2022년 1학기 독서클럽 활동으로 이 책을 선정하여 매주차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이를테면 자신의 인간관계, 연애관, 힘들고 슬펐던 경험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사실 친구들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게 조금 뜬금없고 쉽지 않은 경험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다. 또한 타인의 가치관을 받아들이며 한층 성장함을 느꼈다.
책에서 인상깊었던 이야기를 말해보자면, 모두들 소년병 이야기를 꼽을 것 같다. 한 여인을 사랑했던 소년병이 죽기 직전 누군가에게 제안을 받는다. 그 여인에게 돌아갈 수 있는 기회이지만, 그녀 입에서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이 나온다면 소년병은 소멸될 것이다. 소년병은 결국 그녀에게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고 이내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소멸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내가 소년병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오랜시간 고민을 했다. 결국 나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선택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보고싶다면 같은 선택을 반복할 것 같다.
방구석 미술관 2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한국)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과 강연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현대 미술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과 강연을 통해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었다. 특히 최근에 이건희 컬렉션을 보고 왔는데 보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미안 (세계문학전집 44)
데미안은 1장~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는 구절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고 나 역시 이 구절을 먼저 알고 책을 읽게 되었다. 여러 번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잘 이해가 안 되어 이번 독서토론 활동을 통해 제대로 읽고 해석해보기로 결심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싱클레어는 학교에서 데미안이라는 상급생 소년을 만나게 된다. 데미안은 남들과 달라보였고 싱클레어의 마음을 훤히 안다는 듯 행동하고 다녔다. 싱클레어는 또래 아이들과 달라보이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데미안이 신기하였지만 크로머와 얽힌 자신의 치부를 데미안에게 드러내게 되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잊지 못하고 꿈속에서 데미안을 찾기도 했으며 결국은 제대로 된 주소도 없이 무작정 데미안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다. 놀랍게도 싱클레어는 데미안으로부터 답장을 받게 되고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극적으로 데미안과 조우한 싱클레어는 이전에 거리를 두었던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데미안을 따르고 데미안을 의지하기 시작했다. 가끔은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어린아이 같이 군다며 농담을 던졌지만 싱클레어는 함께 하는 나날을 행복해했다. 그렇게 평화로운 날을 보내던 중 전쟁이 일어나고 데미안은 전쟁에 참여하기로 하며 데미안과 데미안의 어머니, 싱클레어는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싱클레어가 다시 데미안을 만났을 때는 싱클레어가 보초를 서다가 폭격을 받아 정신을 잃었을 때인데 데미안이 나타나 싱클레어에게 나는 네 안에 있으니 언제든 네 안의 나를 찾으라고 전하며 떠나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데미안은 누구인가, 그는 정말 인간일까? 신일까? 허구의 인물일까?에 대해서는 여러 논쟁이 있지만 나는 데미안은 곧 싱클레어가 바라던 이상적인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되고 싶은 자아상이 데미안으로 나타나 싱클레어의 10대를 함께 보내주고 마침내 도달하고 싶었던 수준에 이르자 데미안은 싱클레어와 완전히 융합되고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남들과 다른 비범한 모습을 보이는 데미안을 알아차린 것에서부터 싱클레어 역시 또래의 아이들보다 명석함을 알 수 있었기에 알 안에 갇힌 새는 싱클레어, 알을 깨고 나와 비상하는 새는 데미안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이 잊힐 때쯤 한 번 더 읽으면 다른 해석이 나올지도 궁금하다. 심오하고 어렵지만 그렇기에 토론 주제가 많이 생길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 (IT시대의 필수 교양서)
이 책은 비전공자의 시선에서 어렵지 않게 IT 산업에서 꼭 필요한 지식들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 컴퓨터공학부에 재학중인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내용이 그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접했던 내용들이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소 어렵게 느껴졌던 API와 같은 개념들도 책에서 비유를 통해 쉽게 설명해주어서 헷갈렸던 부분들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배울 때는 딱히 궁금증을 갖지 않고 그냥 받아들였던 부분들도 막상 책에서 질문을 하며 짚어주니 덩달아 궁금해졌고, 그에 대한 답도 저자가 쉽고 명확하게 답해주어서 좋았다. 또, 아직 개발을 직접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실제로는 어떤식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는지, 다른 사람들과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현업에서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협업해야하고, 각자의 분야만 공부하기보다는 서로의 분야에 대해서도 공부해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개발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직군의 업무도 잘 이해하고 배려도 필요할 것 같다. 전공과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자고 마음 먹어도 어렵게 느껴져서 쉽게 도전하지 못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관련 내용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복잡한 지식들을 쉽게 설명해 놓아 IT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었다. 비전공자이지만 개발자와 일하거나 일할 사람들, 앞으로 개발자가 될 사람들, 프로그래밍에 대한 개념을 쉽게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방구석 미술관 2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한국)
나는 살면서 미술관에 가본 기억이 없다. 아마 어릴 적엔 가본 적이 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철이 들고 난 이후는 안 가봤다. 하지만 이번 방구석 미술관 강연을 들으면서 미술관에 가서 차분하게 미술 작품을 감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박한 현실에 잊고 있던 문화 생활이 떠오르는 그런 강연이었다.
방구석 미술관 2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한국)
미술을 지식으로만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직감으로 관람하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작품 자체를 개개인의 삶의 경험,지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스스로 정의하는 것의 재미를 체험할 수 있었음.
2022.06.10. 후기도서가 잘못 선택되어 변경하였음
방구석 미술관 2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한국)
사실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책을 알고는 있었는데 읽어볼 기회가 없어서 이번 강연으로 작가님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항상 나도 미술관이나 전시를 보러 갈때면 그림의 의도가 내 생각과 맞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고 혹여나 내가 잘못 해석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어 미술관을 잘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강연을 들으면서 일단 내가 이때까지 작품을 자세히 관찰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느낀 그대로 해석해도 된다는 말이 와닿았다. 아이의 시선으로 보라고 한 말도 인상깊었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강연을 듣고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느껴도 된다는 말을 들으니 미술관이나 전시를 보는것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