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 어렵기로 유명한 <피네간의 경야>와 <율리시스>를 쓴 아일랜드의 대문호이다. 원래는 그의 이름만 알고 있었지만, 도서관을 둘러보다 우연히 <더블린 사람들>을 읽게 되었다. 조이스가 쓴 책들 중 그나마 대중들이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책이다. 그가 쓴 책들 중 가장 대중친화적인 책임에도 불구하고, 완독하고 작품 해설을 볼 땐 정말 놀라웠다.
감상
우선 책의 구성이 흥미로웠다. 이 책은 15개의 단편 작품을 ‘유년기–청년기–성년기–공동생활’이라는 큰 구조로 구성하고 있다. 유년기에서 성년기까지의 작품은 주인공 중심의 일화를 다룬다. 공동생활로 넘어가면서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다양한 인간들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읽으면서, 점점 나이가 많은 주인공으로 바뀐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개인에서 집단으로의 변화는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이러한 구성 덕분에, 책이 굉장히 체계적으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단편집을 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주제의식이 비슷한 작품을 묶어둔 경우를 많이 봤다. 작품들이 별로 연관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더블린 사람들>은 단편집이지만 마치 하나의 장편처럼 느껴진다. 이런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할 텐데, 조이스가 대문호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에 든 것은 조이스의 ‘솔직함’이다. 그는 타락한 아일랜드의 모습을 현실 그대로 묘사하려고 했다.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나라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지적함으로써 ‘정신적 해방’을 도모했던 것이다. 사람 또한 자신의 과거를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과거에서 해방되고, 미래를 도모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것처럼 아일랜드 사람들이 타락과 혼란에서 해방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국뽕도 애국심에 도움 되기는 할 테지만, 문제점을 온전히 직면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에 좋은 도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좋았던 것은 ‘묘사’이다. 사실 이 책의 묘사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배경 묘사가 매우 자세해서 책 속의 세계에 한 번 빠져들면 마치 상황을 직관하는 느낌이 든다. 여러 인물이 나오는 부분은 배경을 파악하는 데 힘을 좀 써야 한다. 따라서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한순간에 흐름을 놓쳐버리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독자가 지루함을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묘사에 더 얹자면, 이 책의 묘미는 “에피파니(epiphany)”이다. 에피파니란 ”행동이나 마음 자체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정신적 현현“을 말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물이 특정 사건이나 자신의 본질 등을 깨닫는 현상이다. 책에 나오는 내용으로 예를 들자면, <애러비>의 마지막 부분에서 소년이 거의 문 닫은 바자에서 어둠이 깔린 곳을 허무하게 응시하는 장면이 있다. 또한 <작은 구름>의 챈들러가 현실을 직면하는 부분, <가슴 아픈 사건>의 더피가 뒤늦게 외로움에 빠진 것 등이 있다. 아마 수록된 단편 대부분에 어느 정도의 에피파니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마치며
고전답게, 작품 해설을 읽는데도 정말 재밌었다. 책에 숨겨진 내용, 이해를 더 깊게 해주는 내용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조이스가 20세기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대문호이고, 그의 작품이 고전으로 평가받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율리시스>를 읽어봐야 그의 진가를 알 수 있겠지만.. 아무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매번 다른 인물들과 다른 배경들을 파악하느라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모든 작품이 연결되어 하나의 구성을 이루니 정말 새로웠다. 킬링타임 위주의 소설보다 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더블린 사람들>을 읽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