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IVER (기억전달자)
현재 우리는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 만약 개인의 가족, 직업, 그리고 감정상태까지 모두 규칙적으로 통제된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 이 주제는 아마 우리 모두가 살면서 한번쯤은 떠올려 본 이야기일 것이다. 필자가 읽은 도서 <기억 전달자> 에서는 조너스라는 주인공이 모든 것이 통제된 마을안에서 살아간다. 시민들의 안전, 평등, 효율적인 분배를 목적으로 마을의 원로 위원회가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결정한다. 이렇게 감정없이 오로지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과연 지금보다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조너스가 사는 마을은 공통적으로 색, 감정, 감촉, 개인의 선택권이 없다. 개개인이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원로 위원회에서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관리한다. 심지어 가족구성원도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와 가장 적합다고 생각되는 엄마, 아빠와 배치하여 구성한다. 또한 장애인, 쌍둥이, 노인들과 같이 더이상 사회에서 쓸모없다고 판단되거나 부적합한 인원은 가차없이 임무해제된다. 여기서 뜻하는 임무해제는 약물을 투여하여 인위적으로 죽이는 행위이다. 조너스는 12살 기념식에서 보육사, 오락지도자, 산모, 교사 등의 다양한 직위를 받은 친구들과 달리 “기억 보유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기억 보유자는 마을내에서 유일하게 기억을 가지고 있는 기억전달자에게 과거로부터의 기억을 전달받는다. 조너스는 기억 전달자로부터 부드러운 깃털같은 감촉이 있는 눈, 따뜻한 햇볕, 가족들간의 사랑, 전쟁당시의 상처의 기억등을 전달받는다. “늘 같은 상태”에서만 지내왔던 조너스는 새로운 기억들을 전달받고 감정을 느낄때마다 놀라움에 젖어든다. 하지만 임무해제의 비참한 현실을 알고 난 후에는 통제된 마을을 원래의 마을로 변화시키기 위해 마을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조너스가 사는 마을은 효율적이고 안전한 사회를 명목으로 한치의 오류와 차이도 인정하지 않는다. 원로 위원회는 마을의 효과적인 생산성을 위해 쌍둥이, 노인, 장애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주기율표의 18족 원소처럼 항상 안정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다. 늘 같은 상태가 아닌, 반전과 또다른 새로움이 있을 때 잠재되어 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고 수많은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다. 개인의 자질에 맞게 정해진 삶을 편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경험해보아야 비로소 나 자신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꾸준한 도전을 통한 경험은 우리에게 가치있는 지혜를 선사한다. 인생에 정해진 길은 없다. 주인공 조너스처럼 주어진 틀을 깨고 도전을 시도할 때 우리의 삶은 더욱 다채로워질 것이다.
언어의 온도 (170만부 기념 에디션, 말과 글에는 그리고 삶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인간 실격 (세계문학전집 103)
서론
몇 달 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었다. 책을 구매하기 전에 서평을 먼저 읽어봤는데, <인간실격>의 퇴폐적인 감성과 우울감 때문에 읽기 거북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그래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실격’이라는 책의 제목이 너무나도 강렬한 나머지, 바로 주문해버렸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봤는데, 책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어떻게 고독, 우울, 배신, 인간, 죄라는 핵심 단어들에서 “인간실격”이라는 제목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본론: 책이 재미있었다고 느낀 이유
책을 읽기 전에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지루할 틈 없이 후루룩 읽어버렸다. 여러 독후감을 읽어 보니, 주인공의 성격과 비슷하거나,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재미있게 읽은 것 같았다. 물론 지루했다고 하더라도 공감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말이 아니다. 지금부터는 내가 이 책을 재밌게 읽은 이유를 적어보겠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나의 어린 시절,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이 주인공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 예민한데다가 청력이 조금 좋아서 듣고 싶지 않은 것까지 들어버릴 때가 많았다. 물론 지금은 타인의 시선을 거의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아무튼 이 책의 주인공 요조는 예민한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예민한 사람이었다. 그러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성적인 성격에 공감하고, 그가 겪었던 일들을 마치 내가 겪었던 것처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재밌었던 이유는 ‘문체’이다. 나는 사실 경어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경어체를 사용하면 자신도 모르게 독자를 신경 쓰게 된다. 그렇게 되면 등장인물의 내면, 행동, 사건의 묘사가 부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소설뿐만 아니라 모든 글에 해당된다. 경어체를 사용하면 ‘솔직함’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경어체를 사용하면서도 주인공의 불행, 깊은 내면 안에 쌓여 있던 불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경어체를 사용하면서도 너무나 솔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글을 읽는 내내 새로운 느낌이었다. “아무리 책이어도 사람들은 작가와 작품을 연결시켜 이해하기 마련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서술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로 재미있었던 이유는 ‘죄의식’(자아성찰)이다. 이 책에는 큰 배경이 두 개 있다. 그것은 ‘공산주의’와 ‘패전 이후’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주인공 요조는 하인들을 두고 있는 부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부자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그것을 선택받은 것으로 여기고 만족해할 것이다. 하지만 요조는 부자인 것,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삶을 사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꼈다. 특히 패전 이후 내려앉고 있는 나라에서, 비참한 삶을 사는 주변 사람과는 다른 자신의 특권에 죄책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공산주의 운동가들을 지원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당시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이유 말이다. 현대에 들어서고,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주의가 심화되어 가고 있다. 그렇게 사람들은 멀어지고,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불공정과 차별에 대해 죄책감을 덜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은 ‘나만 좋으면 된다’라고 생각하며 뻔뻔하게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고발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론: 책의 교훈
나는 이 책의 핵심이 ‘자아성찰’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책 맨 뒤의 역자 해설을 보고 동의한 것이긴 하다. 주인공 요조의 내면을 보면, 해결 방법이 부정적이긴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조는 자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아마 다자이 자신도 같은 방식으로 살았던 것 같다. 여기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요조가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물론 이 질문이 성립했다면, <인간실격>같은 작품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요조가 파악한 문제들에 대해 직면하고, 해결하기 위해 긍정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면 그는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결국 이 책은, “섬세한 감각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삶을 살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는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산문집)
어떤 나무들은 (최승자 아이오와 일기)
생각 끄기 연습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의 장르를 꼽자면 자기계발서이다. 하지만 항상 읽으면서 과연 내가 이 저자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이렇게 매일 계획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끄기 연습의 저자 역시 자기계발서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보다 불안하게 만든다며 다른 이들이 그리는 이상형에 나를 끼워맞추려 하고 따라하면 나만의 가치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 거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이 행복이 언제까지 유지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쌓인다. 저자는 그 이유가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 즐거움이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행복과 즐거움은 어찌보면 같은 맥락인데 저게 무슨 말일까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해야할 일, 신경써야 할 일 등을 모두 끝내야 하거나 끝내더라도 미래의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즐거움이 빠져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쉬운 일인데 왜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할 때 죄책감이라는 방해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할 때마다 우리는 밀린 일은 없는지, 지금 해야 할 일은 없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바심을 떨쳐낼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가 바쁜 이유
‘여가’의 사전적 의미는 일이 없어 남는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여가는 그저 돈을 벌지 않고 하는 일을 의미한다. 즉 요리, 예배, 영화 보기 등등을 말한다. 하지만 ‘닉센(Niksen)’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Nothing, 우리나라의 말로는 멍 때리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여가 시간에 활동적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다수이다. 취미 활동 역시 여가 시간에 주로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의식 없이 쉬는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고, 진정한 쉬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바쁜 이유는 아무런 마음의 부담이나 죄책감 없이 쉬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실험에서도 나타난다. 버지니아대학교의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의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 스스로 전기 충격을 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인간은 대게 고통을 피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상에서 개선해야 하는 부분은 세상 그 자체 – 독일 신문 타게스슈피겔 中
오늘날 바쁨의 상징은 부유층이다. 물론 모든 문화권에서 그렇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그렇다. 기술이 발전했고 그 발전한 기술로 인해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일들이 생겼다. 물론 기술 발전 덕에 더 빠르고 획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더 많은 걸 바라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한 후에 은퇴까지 한 직장에서 일하는 것은 과거의 일이다. 현재는 단기 계약이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계약은 안정적이지 못해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시간에 쫓기며 일에 압도당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라도 쉬는 것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된다.
“평범하게 해, 그 정도면 충분해”
네덜란드에서는 평범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어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임한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과제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더 해보자, 여기까지만 하고 쉬자 등 이런 생각으로 늘 나를 채찍질 해왔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스스로부터 바꿔야한다. 스스로 적당히 멈춰서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할 일을 미루는 것이 닉센이 아니다. 닉센은 바쁜 업무를 해결하기 위한 정신적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이지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닉센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로 무장하고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작가는 닉센을 추천하지만 사람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즉 닉센이 무조건적인 답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갖고 책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집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쉴래, 하면서 나는 어느순간 노트북으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며 핸드폰을 하고 있다. 나는 이런 생활이 휴식이라고 생각하고 내 할 일을 미루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고, 한 편만 더 보자’ 이런 식으로.
작가의 지인 중 뜨개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뜨개질을 하는 순간에는 뜨개질만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 역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그 사람에게는 뜨개질이 닉센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시간을 정해 닉센을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는 아직 없는 거 같다. 하지만 내가 정말 힘들고 지쳤을 때 온전히 휴식하며 나를 달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누워서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 있어 힐링은 맞지만, 가끔은 온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