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의 문으로 (구병모 장편소설)

당신은, 당신이 누군지를 말할 수 있습니까? “ – p.165

 “ 그리고 마야는 의혹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물의 먹이가 되어 혼란의 위벽
안에서 녹아가고,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들과 한 몸을 이룬다. 부재야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것이자 모든 것이다. “
– p.210

인생에서
한 번, 그것이 비록 꿈속이더라도 명료함과 달콤함을 끌어안아본 사람이라면, 도래하는 불확실과 예약된 무미함 속에서 살기 어려워진다. 삶의 당도와
명도를 올리기 위해, 인슐린 부족으로 혼수상태에 빠질 때까지 밑도 끝도 없이 설탕을 퍼서 주둥이에 들이붓고, 눈이 멀 때까지 빛을 응시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 꿈 증상을 그대로 앓으면서 사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고 할 수 …… 있나? “
– p.111

 

 ‘상아의 문으로는 꿈이 현실로 출몰하여 사람들의 일상을 장악하는 꿈 증상이 도시에 질병처럼 퍼져 있는 상황에서, ‘진여라는 인물이 왜 꿈 증상이 자신에게 일어나는지 등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처음 읽을 때는 문장들이 길고 표현들이 난해해서 어렵게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가 꾸는 꿈들이 그 어떠한 맥락과 논리가 없듯이 그저 지나치듯 읽어나가며 소설의 흐름 속에 나를 차츰 맞춰가자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함께 깊은 꿈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현실을 위협하는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구병모 작가의 신선한 묘사들로 뒤로 갈수록 재미있는 책이다.

 책에는 비유적 표현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자주 나오는 숫자, 인물들의 특정 행위, 인물들 주변의 각종 사물들, 주변환경 묘사 등들이 곧 무엇을 의미하는지와 등장인물들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들이 오히려 책을 읽을 때보다 흥미롭게 느껴졌다무엇보다이라는 소재 자체가 가진 모호함이 있어서 독자에 따라 해석도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또 이 소설은 전반적으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살면서 한번쯤 시간을 들여 생각해볼만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도 던져보는 시간이 되어 의미가 깊었다고 생각한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독서클럽을 통해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게 되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톰 소여의 모험’의 후속작으로,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고 싶은 허클베리와 주인으로부터 도망쳐 자유를 얻고 싶은 흑인 노예 짐의 모험 이야기이다. 짐을 자유롭게 해주기 위한 모험에서 짐은 도망 노예인 것을 들킬 뻔하기도 하고 청년과 노인에게 사기를 당해 다시 노예로 팔려버리기도 한다. 허클베리는 백인으로서의 본인이 흑인 노예의 해방을 돕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가지며 원래 일하던 곳으로 돌려보낼까도 고민하지만, 짐과 모험하면서 서로 따뜻한 우정을 지닌 친구가 되며 그를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허클베리와 톰의 모험을 다루는 태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허클베리의 모험과 톰 소여의 모험은 매우 다르다. 잡혀간 짐을 구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울 때 톰은 판자만 뜯으면 구출할 수 있는 걸 곡괭이로 땅을 파서 구출한다거나, 죄수의 느낌이 나도록 얼룩뱀과 쥐들을 풀어 환경을 구성한다거나 짐의 피로 글씨를 쓰게 하는 등 아슬아슬하고 복잡한 계획을 세운다. 당장 짐을 구출해도 모자랄 판에 시간을 늦추면서까지 톰 소여는 본인의 쾌락을 우선시하고 마치 연극처럼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상황은 별로 신경쓰지 않아 보인다.
반면 허클베리는 본인의 이상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먼저 배려한다. 짐이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본인의 양심의 가책을 버리면서까지 최대한 도와준다. 윌크스 집안 사건 때도 메리 제인을 위해 본인이 죽을 위기에 처할 뻔 했는데도 온갖 수를 쓰며 그녀를 도와준다. 이렇게 톰 소여의 모험은 재미있는 판타지 모험이라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느끼며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조금은 현실적인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허클베리의 모험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방학 때 뭐라도 해보고자 독서클럽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명작이지만 중고등학생 시절에 읽어도 무관할 가벼운 이야기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원들과 토론을 해보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생각하게 되고 단순한 모험 이야기가 아닌 인종 차별 등 사회적으로도 깊이 접근해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한길그레이트북스 81)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기 전까지는 아이히만이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저 상관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는 주장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책에서 한나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히만의 무지와 무능, 무사유를 지적하였다. 독서클럽 활동을 통해 아이히만의 입장과 그를 분석한 한나 아렌트의 글을 접하면서 학살을 저지른 범죄자는 ‘여지 없이’ 무능한,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인간으로 규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다양한 측면이 있고 비판할점과 배울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이히만은 본인이 주도한 몇몇의 행위도 있었고, 또 무고한 사람들을 전혀 타당할 수 없는 이유와 명분을 만들어가면서 학살했다는 것은 여지없는 악행이고 그런 사람에게서 배울점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의 ‘명령에 응했을 뿐’이라는 말도 결코 영리한 말로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또 아이히만과 같이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은 사회 속 모두에게 해당되고 인간의 이중성과 모순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예시로 들 수 있는 역사적 상황이 일제강점기라고 생각하는데, 그 시대를 살던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독립운동을 하고, 누구나 일제에 저항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창씨 개명을 하고, 독립운통가들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러한 악의 평범성은 언제든지 발현할 수 있고 인간은 자기생존을 우선시하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스스로 경계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이러한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고와 판단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고 나의 행동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시키는 것이라고 느껴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번 독서를 통해 특정한 아이히만이라는 인물뿐만 아니라 인간의 악행과 모순,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한길그레이트북스 81)

  도서를 읽으며 아이히만이라는 한 인간의 생애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는 ‘희대의~’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엄청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집안 형편, 학력 등 여러 면에서 (굳이 표현하자면) 보잘것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별 볼일 없는 그는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악의 평범성’은 바로 이점을 말하고 있다. 이 개념은 우리 안에 내재된 악함을 들추고선 악인은 특이한 사람도 사이코패스도 아니며, 누구나 될 수 있는 존재임을 말한다.
  그렇다면 왜 악인이 되는 걸까? 책에서 찾은 이유는 ‘무사유’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의 가장 큰 이점은 다른 생물에 비해 높은 수준의 사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옳고 그름에 대해 토론할 수 있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답을 도출해낼 수 있는 능력은 분명 인간의 큰 장점이다.
  사고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무능함은 곧 말하기의 무능함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타인 이해의 무능함으로 이어진다. 생각을 하지 않으니 언어 능력도 퇴화하고 공감 능력도 상실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1930년의 아이히만에게서만 나타나는 문제일까? 현대 사회는 갈수록 짧고 가벼운 것을 추구한다. 심도있게 생각해보고 진지한 견해를 나누는 것은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여긴다.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쫓아다니며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점점 생각하지 않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회일수록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더 나은 존재로 발전할 수 있는 힘이자 악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인 ‘사고(思考)’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소설집)

 나는 이 책이 사랑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기계나 인공지능 등 과학적인 요소를 통해 차갑고도 외로운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차가움 속에 잠재된 어떤 따뜻한 사랑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미래 과학 쪽의 요소를 많이 가졌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술술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다. 판타지와 감성 소설이 섞여 큰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1인칭을 주로 사용하지만 매 챕터마다 글의 구성이 비슷하지 않았다. 어떤 챕터는 편지의 형식이었고, 어떤 챕터는 일기 같은 구성이었다. 다양한 구성과 가양한 연출이 책의 재미를 더 크게 만들어준 거 같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Classic,세계문학전집 6)

사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어렸을 때부터 자자하게 들었던 책의 이름이라 나는 지금까지 이 책의 내용을 알고 있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책을 선정하며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난 이렇게 유명한 책을 아직도 읽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고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허클베리핀은 마크트웨인의 대표작이며 세계문학의 고전 반열에 올라와 있는 작품이다.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읽자하니 미국의 현대 문학을 꿰뚫을 수 있을 정도의 깊은 내용이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었다. 마크 트웨인 특유의 필체로 미국 사회의 어두운 배경을 들춰내기에 충분했고 흔히 말하는 비행소년인 허클베리핀이라는 캐릭터 역시 흑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갈등을 빚는 내용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사실 줄거리라고 한다면 그저 모험 이야기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이야기지만 그렇기에 사람들이 더욱 찾고 그 문구 속의 의미를 갈망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무조건 합격하는 공부만 한다 (26살, 9개월 만에 사법시험을 패스한 이윤규 변호사의 패턴 공부법)



당장 어떤 시험을 준비할 일은 없다. 하지만 사법고시를 9개월만에 패스한 사람이라면 무언가 본받을 점이 있지 않을까하고 책을 펼쳤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에게서 배울 점을 많이 발견하였다.

먼저 ‘긍정’과 ‘낙관’에 대한 저자만의 정의가 인상 깊었다. 저자는 시험 공부 계획을 항상 정상적인 속도의 계획과 조금 느슨한 계획, 두가지를 준비했다고 한다. 느슨한 계획은 자신이 아프다거나 의욕이 없거나 무슨 일이 생겼을때를 대비해 세워둔 것이다. 자신이 항상 의욕이 넘치고 컨디션이 최상일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대비한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사정으로 인해 밀린 공부량에 압도되어 손 놓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공부하기에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여 계획을 짰다. 이렇게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대비하는 것. 이것은 긍정이다.

낙관은 의욕이 넘칠 때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은 무조건 이것을 해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했을때의 결과물은 다들 알것이다. 3일하고 없었던 일이 되어버린다. 나 또한 항상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 낙관으로 인해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가 몇번이나 엎어지는 걸 지켜봐야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를 가야한다거나 아프다거나 할때의 상황(즉, 습관을 행하기 최악의 상황)도 대비하여 습관 계획을 세워봐야할 것 같다. 즉, 긍정이라는 것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저자는 또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준다. ‘점수 취득, 시험 합격’이 아닌 ‘훌륭한 수험생’이 목표가 되어버버리는 수험생들의 이야기다. 수험생의 본래 목적은 당연히 시험 합격이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것보다는 자신이 오늘 일찍 일어났는지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가졌는지에 꽂혀집착한다고 한다. 말그대로 자신의 ‘성실함’에 매몰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보며 자기계발하는 일반인들의 모습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자기 계발을 통해 더 나은 아웃풋을 내고 어쩌면 이런 아웃풋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웃풋을 더 잘낼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 행위를 해야한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미라클 모닝, 찬물 샤워 같은 것들이 목적이 되어버려 이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비슷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저자는 집중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자신의 집중력을 올리라는 그런 조언들과는 사뭇 다른 조언을 해준다. 첫번째는 유혹거리는 없애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다. 두번째는 ‘과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쉬라는 것이다. 많이 쉬라고? 그래도 되나? 집중, 공부는 본능에 반하는 행위이다. 이렇게 자신을 몰아붙이고 난 다음에는 본능을 충복시켜줘야한다. 그런데 유튜브 영상 하나도 10분이 넘어가는 것이 많은 데 5~10분만 쉰다면 영상은 중간에서 끊기고 본능을 자극 하는 것에서 끝난다. 이렇게 되면 공부를 다시 시작했을때 다음 내용이 궁금해 더 집중이 안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럴때는 본능이 다 충족되도록 확 쉬어줘야한다. 그래야 뒷 공부시간에 영향을 주지 않아 더 집중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저자는 쉬는 시간에 만화를 보는 시간을 3시간으로 잡았다고 한다. 그냥 다 봐버려서 더이상 궁금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남들은 집중력에 대한 문제를 지적할때 저자는 차라리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버리고 공부로 돌아오라는 말이 예상 밖이었고 나름 유익했던 것 같다.

시험에 대한 직접적인 조언이 많았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시험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도 참고할 수 있는 조언들이 많아서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갈라파고스 세대 (그러니까, 우리)

  요즘 마케팅 쪽에서 가장 핫한 단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언컨대 ‘MZ 세대’라고 말할 것이다. 지나치게 큰 틀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놓고 경향성을 파악하려는 누군가의 시도는 한참 빗나갔지만 어쨌든 ‘요즘 사람’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을 전개하기는 아주 좋은 말이니까. 어느 시대나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행태를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는 사람은 정말 많았고 그것이 정설처럼, 혹은 가벼운 밈처럼 소비되기도 했다. 나조차도 이러한 세대 구분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관련된 기사나 책을 많이 읽어보고는 한다. 확실히 사람의 구미를 당기는 소재임은 틀림없다는 뜻이 되겠다.
  나는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어서 생각이 복잡해질 때면 가서 책들의 제목을 쭉 보고는 한다. 이 제목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이 책을 대표하는 것일지, 내용이 어떨지, 표지와 제목은 어떻게 이 책을 장식하고 있는지 등을 보다 보면 이렇게 흥미로운 세계가 또 있을 수가 없다. 그러다 문득 이 책의 제목이 나의 시선을 빼앗았다. 갈라파고스 세대라니. 이번 학기에 들은 과학 교양에서 중요하게 나왔던 지역 중 하나라 머릿속에 강력한 이미지 하나가 남아있었고, ‘갈라파고스’라는 섬의 이름과, ‘세대’라는 시선을 빼앗는 치트키같은 단어, 그리고 각도에 따라서 은은하게 다른 무지개빛을 내는 홀로그램의 책 표지가 자꾸 자신을 읽으라며 졸라댔다.
  이 책은 단락 하나를 시작할 때마다 짧은 카톡 대화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할 카카오톡은 편리하지만 그것이 곧 좋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 카카오톡을 통해 전해지는 이해 없는 소통으로 속이 답답해 질 때 즈음 그 답답한 내용을 말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읽을 때마다 정말 공감이 많이 되는 내용들이었다. 나에게 맞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맞다고 느껴지는, 그런 심리학 용어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러한 심리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일 거라고 감안하고 보더라도 수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들이 적혀있다. 그 중 하나가 카카오톡이었고, 코인 투자며, 시비 걸기와 가르치기가 일상화된 우리의 모습이며 또한 우리의 하이라이트를 전시하는 인스타그램이다.
오늘날의 변화는 너무나 빠르다. 어떻게 변화하게 될 지 아는 것도 쉽지가 않고, 때문에 우리가 노력해서 되어야 하는 모습이 무엇인지도 알기가 어렵다. 그저 지금보다 발전하고 나아졌을 사회의 모습을 그리며 나 역시도 지금보다 더 많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노력으로 된다고 생각했는데 노력은 뚜렷한 방향성과 목적성을 가졌을 때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무엇을 노력해야 할 지 ‘제대로’알지 못 할 때에는 번아웃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는 그런 시기에 살고 있고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각자만의 섬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그 세계가 공격 당하면 발 밑이 무너질 것 같은 거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그것은 우리를 가볍게 혹은 공격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섬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내 섬에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고 새들이 찾아와 지저귀게 하는 것도 좋겠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로또가 당첨되지 않은 마당에야, 혹은 로또가 당첨됐다고 하더라도 사회로 나아가지 않고서 혼자 살아남는 일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를, ‘나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고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어쩐지 위로 받은 기분이 들었다. 공감이라는 어렵고 큰 감정을 건드린 이 책을, 모든 갈라파고스 세대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