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출판사에서 2015년에 출판한 책 냉정과 열정 사이(冷静と情熱のあいだ).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각각 번갈아가면서 쓴 릴레이 소설이다. 상상독서 페이지의 특성상 책을 한 글에 두권이상 고를 순 없어서 츠지 히토나리 작가의 책을 선택했다. 책의 맨 뒷편에는 작가의 후기가 있는데, 작가들은 연애하는 사람들이 연락을 주고받듯, 서로의 원고를 받아가며 설렘을 느꼈다고한다. 남자 작가의 책을 우선적으로 읽은 나는 당연히 여자 작가의 책 또한 읽기로 마음먹었다.
아가타 준세이와 아오이(실제 작품에서 성이 나오지 않고, 이름만 나온다.)는 불과 몇 년전까지만해도 연인사이였으나 그들의 사정으로 빚어진 오해로 인해 결별한다. 그들이 사랑을 가꿔나가며 한 약속이 있다. 약속을 한 시점으로부터 10년뒤 아오이의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의 그 끝에 오기로.
준세이는 메미라는 혼혈, 일본인 여자친구와 교제중이다. 아오이또한 마빈이라는 이탈리아계 남자와 연애하는 중이었다. 새로이 생긴 인연들과의 시간은 분명 행복했고, 다정했다. 그럼에도 계속 떠오르는 전 애인의 이름과 나누었던 말과 행동. 그 약속을 까먹었을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발은 이미 두오모의 거리로 향한다.
이 연인들은 그 날의 약속때문에 서로 잊지 못한채로 구속되어, 책의 스토리가 진행되어 갈 수록 현재의 인연을 뜨겁게 다루면서도 냉정하게 내치고 만다. 결국, 원래 이들이 있어야할 그 거리로 빠져나와 다시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얻어낸, 연인들의 일주일도 안되는 짧은 시간은 아지랑이가 햇살에 녹아 흩어지듯 빠르게 흘러갔다. 그렇기에 두 책 모두 그 묘사는 상당히 뜨거웠다. 서로 경쟁하듯이 말이다.
약속으로 빚어져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간이 흐르고 아오이는 전철을 타고 떠난다. 쥰세이에게 잡아주길 바라지만, 그것을 목 위로 올려내지는 못한채로.
쥰세이는 알고있는 것 같았다. 아오이의 묘사를 말이다. 아오이를 떠나보낸 쥰세이는 아오이가 떠나자 생긴 그 공허함을 깨닫고 아오이와 같은 목적지인 전철을 예약해 함께했던 둘 사이 10년이라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떠난다.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위 내용 중 일부는 에쿠니 가오리의 내용에는 없지만, 츠지 히토나리의 책에는 서술되어 있다.
쥰세이의 말과 행동, 아오이를 놓치게 만든 이유. 아오이의 말과 행동, 쥰세이를 놓치게 만든 이유. 이 두사람의 열정과 냉정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쥰세이와 아오이가 아닌 메미와 마빈. 쥰세이의 대학교수. 서로 남자임에도 사랑한 대학동료 등. 작중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각의 뜨거움과 차가움이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모래밭속 알갱이처럼 스며들어있다. 책의 묘미란 제목을 읽어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여겨지게 만든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