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다시피 기욤 뮈소의 책,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면 모를 수가 없는 작가들의 책 중 하나인 것 같다.
처음의 주인공, 엘리엇 쿠퍼. 60대의 남자는 곧 폐암으로 죽을지도 모르는 나날들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의 직업은 의사. 그런 그가 타지(캄보디아)에서 어느 부족을 도와주는 장면이 클로즈 업 된다. 그 마을의 장은 그에게 알약을 건네고, 복용하게 되면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말해준다. 문제는 복용시점, 현재에서 정확히 30년 전으로만 되돌아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찌보면 로맨스소설에서 그런 약을 굳이 먹어야할까 싶은 독자들이 분명 존재할 것 같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그런 알약이 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지만 그런 맛에 많은 책들을 읽어보는게 아닌가 싶다.
스토리의 전개를 위해서 엘리엇 쿠퍼는 약을 먹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일리나 크뤼즈. 플로리다주의 어느 아쿠아리움, 혹은 오션월드같은 곳에서 수의사로 근무하곤 했다. 약30년전 크리스마스날 아파보이는 범고래를 달래주려 거대 수조 속으로 들어가지만, 범고래의 난동으로 인해 죽었다.
단순한 사고사라고 볼 수도 있으나 엘리엇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전 날, 이브. 그와 그녀는 크리스마스에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지만 엘리엇이 그걸 어기고 말았다. 물론, 그 어긴 행위에도 엘리엇 나름의 이유가 존재했다.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살아가려는 여자에게 마음 쓰다 (사랑의 의미는 아니다.) 결국 약속을 취소 했고, 약속취소를 통보받은 일리나는 그저 일하러 돌아가버린 것.
위 내용에 대해서 반이상은 참회와 만회의 감정을 품은 엘리엇은 첫번째부터 세번째까지, 약을 먹고 과거로 돌아가 30년전의 자신을 만나 일리나가 죽는다는 말을 남기고 설득하기 급급해한다. 시간여행을 하는 알약의 지속시간은 겨우10분~20분 정도라는 설정으로, 주어진 시간이 터무니없이 짧았기 때문에 미래를 크게 바꿀 수 없었다. 과거의 엘리엇이 눈앞에 나타난 노인이 자신인지, 시간여행자체가 말이나 되는 일인지 의심을 많이했다.
그렇게 엘리엇은 머리를 써가며 신중히 알약을 먹기 시작하고, 미래를 개벽하기 시작한다.
엘리엇에게는 딸이 있었다. 아쉽지만 일리나의 딸은 아니고 그녀가 죽고나서 혼자 살아가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직장동료와의 딸이다. 그 딸은 작중, 엘리엇이 일리나를 살리는 걸 꺼려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일리나를 살리면 엔지의 존재는 사라지니까. 세상이 거기까지 미치자 엘리엇은 과거의 자신에게 엔지에 대한 내용을 털어놓고 조건들을 제시한다. 그 조건들 중 하나는 일리나를 살린 후 그녀와 헤어질 것이었다.
실제로 과거의 엘리엇은 일리나를 살려내는 데 성공했고, 이별을 고했다. 놀랍게도 일리나는 그 말을 듣고 순순히 응한 뒤, 다리에서 떨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다섯번째 알약이었다. 더불어 ‘매트’라는 이름의 남성. 절친으로 묘사되는 이 남자와도 상당히 싸우고만다. 여섯번째 알약부터 여덟번째 알약까지는 과거로 돌아간 뒤 일리나를 자신의 의술로 살려내기로 맘먹고 끝끝내 일리나의 목숨을 잡아낸다. 하지만, 책 초반에도 묘사됐듯. 엘리엇은 폐암으로 사망한다.
남은 2개의 알약은 이 책의 설정대로라면 없어져야 마땅하나, 작가가 실수한 건지 의도한 건지 끝까지 남았다. 10번째 알약은 그의 절친인 매트가 먹은 후 엘리엇을 살려낸다.
일반적인 달달한 느낌의 멜로 책은 분명히 아니었다. 30년이라는 시간을 오가는 주인공 엘리엇. 사람의 사랑을 계기로 하는 미지의 모험과 투쟁은, 그와 그녀들 사이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달콤씁쓸한 아픔을 자아내고 있다. 사랑을 만들어간다는건 그저 서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걸 나누는데 있어 지지할 존재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비가 내릴 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닌 같이 비를 맞아주는 느낌일 것 같다.
책에서 일리나는 엘리엇에 비하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비춰질 수도 있겠다. 그럴지라도, 매 페이지마다 적혀있는 수많은 글자들의 이면에서, 시간여행이라는 존재가 없는 뒷면에서 그녀도 나름대로의 싸움을 이겨내고자 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