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X 여행 (공간 큐레이터가 안내하는 동시대 뮤지엄)
이번 2차
독서아카데미 강연은 1차와 달리 비교적 가까운 일본과 한국이 포함되어 있어 조금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접근성이 높아 마음만 먹으면 실제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첫 번째 여행지는 일본의 데지마 아트뮤지엄이었다. 건축물 자체가 예술인 독특한 공간으로, 천장에 구멍을 뚫어 비나 눈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따라 바닥에서 올라오는 물방울들이 모여 웅덩이를 만들게 하는 등 자연과의 경계를 두지 않는 공간이다.
내부에 전시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텅 빈 공간으로서 굉장히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들을 보며 사유에 잠긴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공간이다. 사실 상상만으로는 그 텅 빈 뮤지엄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직접 보고 그 웅장함을 느껴보고 싶었다.
두 번째 여행지는 오사카빅뱅아동관이었다. 지금까지의 다른 뮤지엄들과 달리 대상 중심 박물관으로서, 아동을
타겟으로 설계된 점이 독특했다. 메인 영상관에서 소개하는 박물관의 역사에 대한 애니메이션과 건축물을
연결지은 것이 인상깊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덕분에 넘쳐나는 에너지가 많은 지구라는 별에 내부와 외부는
유에포 형상을 하고 있는 박물관이 자리잡은 것이다. 내가 아이의 입장이었다면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다. 또한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거리들을 만들어 놓은 것 역시 뮤지엄의 의도가 돋보인다. 지루한 것은 참지 못하고 한창 뛰어다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이기때문에 다양하고 선진 문물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강사님의 말씀이 공감되었다.
세 번째 여행지는 드디어 서울의
한국가구박물관이었다. 뮤지엄이라기보다는 멋이 느껴지는 궁궐 같은 느낌이었다. 한옥의 멋, 그리고 계절과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깊었다. 외국의 인사들도 가구박물관에와서 감탄하였다고 하는데, 사진으로만
보았는데도 조상님들의 미적 감각이 돋보였다. 제일 마음에 든 것은 한옥에서 문을 열면 자연 경관이 그대로
내다보이는 것이었다. 여름에는 울창한 나무와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새하얀 풍경이, 그런 그림 같은 집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여행지는 정선의 사북
탄광 문화관광촌이었다. 이 곳은 실제 운영하던 탄광으로, 역사의
산증인들이 머물렀던 공간이다. 탄광 작업에 실제로 사용되던 지도, 도구, 플랜카드, 샤워실 등 운영되었던 형태가 그대로 보존된 공간이다. 사실 나에게 탄광이란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소이지만, 나의 부모님
세대만해도 굉장히 가깝고 삶에 있어 필수적인 공간이다. 역사의 흐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작업이 중단된 공간이지만 그것을 허물어버리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살아있음에 대한 경험을 역사로서 보존하고 있는 것이 숭고하게 느껴졌다.
이번 여행은 한국인이지만 내가
모르고 있던 한국의 뮤지엄들을 알 수 있어서 더욱 뜻 깊었다. 평소에 도시 내에서 영화관이나 PC방처럼 활동범위 내에서만 여가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조금은 집에서
멀리 떠나야 하지만, 시간을 내서라도 방문해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공간을 가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생각과 감정을 느끼듯이, 강사님이
전해주신 그 느낌과는 또 다른 나만의 경험을 쌓고 싶다. 이번 독서아카데미는 나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자극과 동기부여를 주었던 시간이었다.
뮤지엄 X 여행 (공간 큐레이터가 안내하는 동시대 뮤지엄)
– 서울 한국가구박물관
– 정선 사북탄광문화관광촌
– 일본 데지마아트뮤지엄
– 오사카 빅뱅아동관
나라별 박물관은 각 고유의 역사의 스토리가 녹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여행이었다.
서울의 한국가구 박물관은 한국의 정통 가구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떤식으로 발전되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선조들의 지혜와 노력들이 빛나는 순간들이 한 곳에 모인 시대가 현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일본의 데이마아트뮤지엄은 일본 고유의 역사와 예능 등과 같은 다양한 선조들의 문화를 바탕으로 각 지역의 세세한 차이점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오사카 빅뱅아동관도 마찬가지로 고유의 정서적 가치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뮤지엄 X 여행 (공간 큐레이터가 안내하는 동시대 뮤지엄)
뮤지엄 X 여행 (공간 큐레이터가 안내하는 동시대 뮤지엄)
내 심장을 쏴라 (2009,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뮤지엄 X 여행 (공간 큐레이터가 안내하는 동시대 뮤지엄)
첫 번째 소개 박물관은 나오시마 섬 박물관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일본의 데지마아트 뮤지엄이다. 외관부터 범상치 않다. 우주선 하나가 떠 있는 모습이다. 박물관에 들어가는 길조차 바로 이어져 있지 않고 구불구불하다.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을 것, 말을 하지 말 것, 물을 밟지
말 것, 음식을 먹지 말 것 등 주의사항을 안내한다. 다른
주의사항은 이해해도.. 물을 밟지 말 것과 신발을 벗을 것은 매우 신선했다. 도대체 안에 무엇이 있기에 이런 규칙을 걸었는지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였다. 초반에는
주의사항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박물관 사진을 보니 왜 이런 사항이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박물관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나오는데 이것 또한, 충격이다. 박물관에 가구나 구조물, 전시품 없다는 것은 건물 자체가 전시물이라는
것이다. 가운데 거대한 동그란 형태의 창이 있어 그 사이로 비가 오면 빗물이, 눈이 오면 눈발이, 그리고 바람이 들어온다. 이 곳에서는 물방울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들은 움직이며 모였다가 증발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우리 삶을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두 번째 박물관은 오사카에 있는 ‘빅뱅아동관’이다. 이 박물관 외관부터 내부까지 정체성을 잘 가지고 있다. 우주선 컨셉을 가진 이 박물관의 메인 영상관은 은하철도 999와
비슷한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요약하자면 외계인이 우주선을 타다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가 어느 곳으로
나오게 되는 데 그곳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지구다. 외계인은 지구라는 별을 한 바퀴 돌아 탐색한 후
수 많은 나라 중 오사카에 관심을 보인다. 우주선 시스템이 오사카를 분석하더니 오사카에는 에네르기가
넘친다고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이유를 아이들의 웃음 때문이며 여기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이 박물관이며 외관은 우주선이 도착한 모습이다. 이러한
컨셉을 시작으로 내부도 우주선을 만들어 놓아 아이는 물론이고 아이와 동반한 어른도 호기심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이 박물관이 컨셉을 잘 잡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 서울 한국가구 박물관이다. 이전에는 외국인 신분의
귀인이 왔을 때 이곳에서 대접하거나 문화 행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한국가구 박물관의 정미숙 관장은 어린
시절 유학할 때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물어보는 질문을 받았는데 대답을 잘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게 너무
속상해서 한국에 돌아와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박물관을 만들 당시에는 새마을 운동이 진행되면서 많은 한옥이 허물어지는 시기였으며 그 안에 있는 가구도 많이
버려졌다. 관장은 버려지는 가구들과 한옥을 모아 현재 박물관을 만들었다. 이렇게 가구와 한옥이 모여 만들어진 한국가구
박물관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한옥 그리고 그러한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한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네 번째는 사북 탄광문화관광 촌이다. 이곳 옆에는 석탄을 캔 후 나온
돌이 모여 이룬 산이 있다. 이 산을 보면 광부들의 땀과 노동을 느낄 수 있다. 사북 탄광문화관광 촌은 탄광을 운영하는 회사가 2004년에 폐업하고
탄광이라는 것 자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싫었던 근로자들이 관련 문서와 장비들을 두어 만들어졌다. 탄광이라는
것이 마냥 석탄이나 다른 광물을 캐는 곳만 있는 게 아니라 석탄을 캐는 중에 찢어지거나 해지는 작업복을 수선하기 위한 재봉틀이 있고 광산 안을
지지하기 위한 나무판자도 만들어야 하며 광부가 사망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관을 만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왔는지 알 수 있게 지도도 만들어야 했다. 탄광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각종 시설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운영되던 때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두어서 거의 모든 것들이 멈춰 있지만 그 속에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강연 중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서울 한옥가구 박물관이다. 평소
계절의 변화 그리고 각 계절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며 집에서 성북동이 가깝기에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한옥과 주변 자연물의 조화는 시원하게 숨을 내쉴 수 있는 풍경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이로써 1,2차 강연이 끝이 났다.
답답한 삶, 단비 같은 강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