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집에서 요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겨 유튜브에서 [백종원의 요리 비책] 채널을 챙겨 보았다. 영상에서 백종원 씨가 ‘돼지고기 살 때 비선호도 부위를 사세요.’라는 말을 유독 많이 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 몇 주 전만 해도 이 말은 그저 내 지갑 사정을 고려해서 하는 말로 흘려들었지만, 지금은 이 문장 안에 담겨있는 대지 공동체의 살아있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식탁은 우리에게 하나의 문화다. 어릴 적부터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게 너무 익숙했다. 저녁 시간이 되면 가족 모두가 식탁에 둘러앉아 하루 동안의 일을 서로에게 이야기하며 지친 마음을 따듯한 음식과 말들로 위로받았다. 우리에게 식탁은 가족이자 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시작점이다. 하지만 우리가 나이를 들어가면서 식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는 갓 지은 밥과 국 대신, 스마트폰을 통해 메뉴를 고르고 배달을 통해서 음식을 전달받는 시스템에 너무 익숙해졌고, 음식을 통해 나눔이 아닌 개인의 요구를 채우는 것에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이러한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우리가 어렸을 적 느꼈던 식탁 공동체를 다시 되살릴 수는 없을까?
제3의 식탁은 뉴욕 최고의 요리사인 댄 바버가 현재 우리의 식품 체계가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하여 요리사의 관점에서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이 방식이 어떻게 음식의 맛을 해치고 있는지, 그리고 떨어진 음식의 맛이 어떻게 공동체를 서서히 와해시키는지 은연중에 알려준다. 하지만 저자는 예전의 음식의 맛, 그러니까 토양과 동물과 식물과 인간이 하나로 연결되어 이루는 생태계(공동체)를 다시 복원하고 미래식품이 어떠한 것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항상 일정한 모양을 원하고, 항상 일정한 맛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 일정하다는 특성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스며들어서 당연하게 그 기대가 충족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에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 ‘1년 동안에 4계절이 바뀌고, 동물은 자라나고, 식물도 각 각의 모양이 다 다른데, 어떻게 요리가 매번 똑같은 맛을 낼 수 있지?’ 여기에서 제3의 식탁이 시작된다. 즉 제3의 식탁은 공동체적 연대와 자유가 함께하는 식탁이다. 이 책에서는 특별히 이를 잘 보여주는 2개의 공간이 나온다. 스페인 데에사에 있는 에두아르도의 농장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프아그라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 농장은 거위를 가두지도, 억지로 먹이를 주지도 않는다. 그저 거위들이 좋아하는 먹이인 도토리나무를 심고 스스로 먹도록 한다. 하늘에서 매가 거위 알을 노리며 날아다녀도 억지로 매를 쫓아내지 않는다. 울타리도 없어서, 거위가 날아가고 싶으면 날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야생거위들이 이곳에 정착해서 살기도 한다. 이것이 거위들이 가진 자유이다. 이 거위에서 나온 프아그라 (거위 간)은, 프아그라 기름지고 부드럽지는 않아도 충분히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거위가 사계절 동안 먹은 먹이와 운동량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져 오히려 더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두 번째로 소개된 곳은 지금은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스페인 남부에 있는 ‘베타 라 팔마’라는 양식장이다. 이곳은 단순히 친환경적인 양식장이라 하기에는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양식장은 물고기를 좁은 공간에서 인위적으로 살찌우는, 어찌 보면 그들의 자유를 빼앗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양식장이 그러하다. 하지만 강 하류의 습지에 위치한 이 양식장은 그렇지 않다.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플랑크톤을 이용해 물을 정화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양식(양식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기르는)하는 물고기 중 숭어는 진흙을 먹기 때문에 형편없다고 여겨지기도 하는데, 숭어는 대서양에서 헤엄쳐서 스페인의 베타 라 팔마로 다시 돌아온다. 또한 습지대를 살펴보면, 거대한 홍학 무리를 볼 수 있는데, 새들이 이동하면서 이곳에 물고기가 풍부하고 깨끗하기 때문에 여러 조류가 모여서 지내는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스페인 데에사의 에두아르도의 농장과 베타 라 팔마가 가지는 공통점은 바로 공동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유를 준다는 점이다. 에두아르도의 농장은, 거위만 기르는 것이 아닌 스페인의 최고급 한몬인 하몬 이베르코 돼지와 양, 소를 같이 기른다. 그리고 도토리나무와 오크 나무를 기른다. 이 모든 동·식물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마치 커다란 톱니바퀴처럼 모든 게 알맞게 돌아간다. 베타 라 팔마도 마찬가지다. 플랑크톤에서 시작해서 숭어와 농어, 그리고 그곳에 모여든 새들까지 하나의 완벽한 공동체를 이룬다. 그리고 공동체를 구성하는 각 각의 생명체는 자유롭게 공동체를 구성한다.
빵을 먹을 때, 우리는 빵이 항상 똑같은 맛을 내기를 기대한다. 스테이크를 먹을 때도, 소의 특정 부위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음식에 있어 일정함이 과연 미래의 식탁을 위한 길일까? 일정함을 위하여서 생명체는 자유를 빼앗긴다. (대부분은 인간에 의해서이다) 일정함만을 중시하다 보면서 원래의 맛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되고, 결국은 음식의 맛도 떨어진다. 음식의 일정함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항상 일정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육류를 먹을 때 특정 부위와 특정 모양새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부위에서 오는 맛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에는 공동체를 살리는 길이고 제3의 식탁으로 한 발자국 다가가는 길이다.
이는 비단 음식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2020년 한 해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독서클럽 역시 직접 모이지 못하니 화상 모임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이 화상 모임이라는 것이 물론 편리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가장 첫 번째로 느낀 것이 공동체를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점이다. 제3의 식탁에서 공동체가 중요하듯이, 우리의 미래의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공동체이다. 스페인 데에사의 농장과 베타 라 팔마를 통하여서 우리는 삶의 방식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이 두 공간이 공통점은 개별 생물들의 자유를 존중하고, 인간이 개입하여 최상의 생태계와 공동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최고의 생태계는 인간의 개입으로 완성된다고 말한다. 이 문장이 완성되려면 우리도 우리의 삶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연결고리를 놓지 말아야 한다. 제3의 식탁을 통해 모든 생명의 공동체가 새롭게 형성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