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추천으로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책의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읽을 때는 그저 아무 생각이 없었고 재밌네, 잘 읽힌는 생각만 했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무언가 훅 느껴졌다. 이것을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소중한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구와 담의 이야기를 이해해 보려고 시도한 것일 수도 있다. 저자와의 만남으로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구와 담의 이야기가 평범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라는 문장이 너무 평범하지 않게 느껴졌는데 작가님의 말을 들으니 새로웠다.
최근의 책이 아닌데도 이해가 너무 잘되는 책의 내용들을 보며 이래서 이 책이 유명하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아닌 동물들의 시점인 것, 마지막에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는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는 책의 문장이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돼지들이 모든 분위기를 이끌며 그들의 이익을 많이 취하기에 그들이 나쁜 것으로만 보였었다. 그래서 그들을 통한 풍자만 생각하였는데 돼지들에게 저항도 안 하는 다른 동물들도 생각하게 되었다. 돼지가 그렇게 되기까지 다른 동물들이 한 번이라도 제대로 저항했었다면 다른 방향으로 갔을 것이다. 물론 그 방향이 더 나을지는 모르는 것이지만 한 번은 시도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동물들이 너무 현실 같아서 책을 한 번에 읽기가 힘들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은 후 비슷한 느낌인 책을 찾다가 발견해서 읽었다. 나는 무겁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밌는 책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무게가 있어서 읽는 재미가 더해졌다. 주인공의 얘기와 손님들의 얘기를 보며 실제로 이런 빵 가게가 있길 바라면서도 있으면 책보다 훨씬 난잡한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된다. 베이커리 사장이 주인공에게 정을 주는 과정도 좋았다. 결말이 두 가지여서 상상을 많이 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책을 읽으며 디저트의 모습들이나 인물들의 모습도 상상했지만 주인공이 지내던 아궁이 속 공간을 제일 많이 상상했다. 왠지 노란색이 떠오른다.
독서클럽 2학기 활동을 위해 읽었던 양귀자의 모순. 양귀자 선생님의 존함과 평판은 익히 들어왔지만, 개인적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벽이 있었던 터라 쉽게 손이 가지 않았었다. 한국문학에 대한 벽이라는 것은, 감정적으로 쉽게 매몰되기 십상인 내 독서 스타일 때문인데, 전쟁과 침략 등의 사건이 소설에서 빠지기 힘든 우리나라의 역사적 특성 상 항상 읽으면서도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는 경험이 썩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서클럽을 통해 모임에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어 읽었는데, 처음부터 완전히 몰입 되며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 특히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지는 않은 필자와 독자의 그 미묘한 텐션이 이 책을 집은 지 3시간도 안되어 양장본으로 된 이 책의 끝을 잡고 덮기까지 내가 책을 읽는다는 자각을 잊게 했다.
이 책에 대한 문장, 스토리 무엇하나 흠 잡기가 쉽지 않았고, 거슬리지 않아야 좋다는 기준을 충족한다고 믿는 내 취향에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중에 가장 제일은,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인 “역지사지”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으레 대부분의 소설은 주인공에게만 몰입하기 쉬운데 이 책은 모든 인물에게 역지사지를 하며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책으로 나는 나의 불행의 실체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순탄하고 굴곡 없던 삶에서 엄청난 헐떡고개가 생긴 올해 읽기 좋았던, 아니 올해 읽어야만 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