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은 두 남녀의 죽음을 넘어선 광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사랑의 힘. 비극적인 운명 앞에서도 한 줄기 희망이 되는 ‘사랑’이란 무엇인 지 잘 보여준다.
<시놉시스>
소설 속 배경인 워더링 하이츠에는 언쇼 주인과 그의 부인, 아들 힌들리와 딸 캐서린, 하인 조셉, 가정부와 그녀의 딸인 넬리 딘이 있었다. 어느 날엔가 주인인 언쇼씨는 리버풀로 여행을 떠났다가 한 고아를 데리고 온다. 그는 전에 죽은 아들의 이름인 ‘히스클리프’를 이름으로 붙여주고 친자식처럼 애정으로 키운다. 딸인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좋아했지만 친아들인 힌들리는 아버지의 애정을 가로챈 그를 시기하여 못살게 괴롭혔다. 훼방꾼인 힌들리가 유학을 떠나자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애정은 빠른 속도로 깊어졌다.
그러던 중 농장 주인이자 아버지인 언쇼가 죽게 되고 새로운 주인 역할을 맡아야 할 장남 힌들리가 결혼한 여인과 함께 돌아온다. 히스클리프를 아끼던 아버지가 없으니 힌들리는 아예 히스클리프를 하인으로 취급하며 학대하기 시작한다. 힌들리의 감시를 피해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들판을 뛰어놀던 중 캐서린이 낯선 농장에서 다리를 다친다. 그 농장은 린튼가의 드러시크로스 농장이었다. 그 곳에는 린튼과 린튼 부인, 아들 에드거와 딸 이사벨라가 살고 있었다. 린튼가는 천해보이는 히스클리프는 경멸하며 밖으로 내쫓고 이웃 가문의 아가씨인 캐서린은 5주간의 정성어린 간호와 손님 대접을 한다. 이 곳에서 야생마처럼 자유분방하던 성격의 캐서린은 교양 있는 성숙한 아가씨로 거듭나게 되며 에드거와 좋은 감정을 간직한 채 워더링 하이츠로 돌아온다.
얌전해진 캐서린의 모습에 히스클리프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런 와중에 의도치 않게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에게 수치심을 안겨주고 이를 놓치지 않고 힌들리 역시 그에게 수모를 안겨준다. 이를 계기로 히스클리프는 힌들리와 린튼가의 자녀들을 증오하게 되며 복수를 다짐한다. 캐서린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사랑은 여전했다. 그는 자꾸만 찾아오는 에드거 린튼이 못마땅했다. 반면 캐서린 역시 여전히 히스클리프를 사랑했지만 무일푼에 고아인 그와 결혼할 경우 자신의 신분이 낮아질 것을 염려했고, 에드거에게 청혼 받은 날 밤, 이를 친구 같은 하녀 넬리에게 토로하다 그만 히스클리프가 듣게 된다. 히스클리프는 그 길로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캐서린은 영혼의 짝인 히스클리프를 잃은 슬픔에 심한 열병을 앓았다. 그 즈음에 힌들리는 아내를 병으로 잃게 되고 핏덩이 같은 아들을 얻게 됐다. 그러나 그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이성을 잃고 아이를 방치한다. 방치된 이 아이의 이름은 헤어튼 언쇼이다.
여러 해가 지나, 캐서린은 애드거와 결혼하여 린튼 부인으로 드러시크로스 농장에서 살게 됐다. 그들은 서로의 비위를 맞추며 나름대로 행복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히스클리프가 돌아왔다. 그는 교양을 갖추고 많은 돈을 벌었으며 훤칠한 외모의 사내가 되어 돌아왔다. 그는 부유한 재산으로 술과 도박에 빠진 힌들리의 농장과 재산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복수를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여전히 캐서린만을 사랑했기에 끊임없이 드러시크로스 농장을 들락거렸으며, 캐서린 역시 그를 무척이나 반겼다.
남편인 에드거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그의 여동생인 이사벨라는 히스클리프를 사랑하게 된다. 히스클리프는 이사벨라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지만 에드거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이사벨라를 꾀어 도주한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가 떠남에 다시 열병이 도져 앓아눕게 된다. 캐서린의 병세가 악화돼 갈 때쯤 히스클리프와 이사벨라는 혼인한 채로 돌아온다. 히스클리프는 죽어가는 캐서린과 사랑을 확인하며 정열적인 재회를 한다. 그렇게 캐서린은 딸을 출산함과 동시에 사망하게 된다. 에드거 린튼은 딸의 이름을 어머니와 같은 캐서린 린튼으로 지어주며 사랑으로 키운다. 히스클리프는 한동안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지냈다. 그 기회를 틈타 이사벨라는 자신을 방치하고 학대하던 히스클리프로부터 도주하여 런던으로 간다. 그 곳에서 그녀는 그의 아이 린튼을 낳게 된다.
에드거와 달리 아내를 잃은 뒤 나날이 난폭하게 변해간 힌들리는 술에 취해 자신의 자식마저 죽일 뻔 한다. 무의식적인 반사작용으로 히스클리프는 힌들리 손에서 떨어지는 헤어튼을 구해주게 된다. 힌들리가 아버지의 역할을 못하자 히스클리프는 헤어튼의 아버지 역할을 자진했다. 그러나 이는 힌들리에 대한 복수였다. 히스클리프는 헤어튼이 타고난 성품과 기량이 뛰어났음을 알고도 가르치지 않았고 무식한 목동처럼 키운다. 못된 욕지거리를 내뱉을 땐 나무라지 않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는 칭찬을 일삼았다.
결국 힌들리는 병으로 죽게 되고, 워더링 하이츠는 완벽한 히스클리프의 것이 된다. 히스클리프의 아내인 이사벨라는 린튼이 12살 되던 해에 타지에서 병으로 죽게 된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아들이 아버지이자 잔혹한 악마 히스클리프 손에 넘어가게 될까 걱정됐던 이사벨라는 의절한 자신의 오빠 에드거에게 편지를 남겨 린튼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에드거는 곧바로 조카 린튼을 드러시크로스로 데려와 캐서린과 함께 키우려했지만, 이를 눈치 챈 히스클리프가 자신의 아들을 도착한 다음날 바로 데려간다.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아들 역시 무심히 대했다. 오히려 자신의 모습보다는 증오해마지않는 린튼가의 모습을 더 빼다 박았다며 헤어튼 보다도 꼴보기 싫어했다.
그가 자신의 아들인 린튼을 거둬들인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자신의 아들을 에드거 린튼의 딸과 혼인을 하게 만들어 린튼가의 농장과 재산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히스클리프는 끊임없이 캐서린과 린튼을 만나게 하여 두 소년 소녀가 서로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나중에는 자신의 아들이 병으로 죽어감에도 아랑곳 않고 캐서린을 꾀어내도록 궁지에 몰았다. 또한 에드거 린튼과 자신의 아들인 린튼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오늘 내일 하는 것을 보고는 조바심이 나 캐서린을 납치하기에 이른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캐서린은 다 죽어가는 린튼을 신랑으로 맞이하고 악에 바쳐 아버지에게로 돌아간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자마자 캐서린은 다시 워더링 하이츠로 돌아가야 했다.
이로써 린튼가의 재산까지 손에 넣는데 성공한 히스클리프는 이제 쓸모가 없어진 자신의 아들 린튼과 캐서린을 벌레보다도 못한 취급을 하게 된다. 린튼은 얼마가지 않아 병으로 죽게 되었고, 캐서린은 젊은 과부로 워더링 하이츠에서 지내게 됐다. 툭하면 자신에게 손찌검을 해대는 히스클리프와 거친 성미의 헤어튼, 저주를 일삼는 하인 조셉, 이 세 남자들 틈에서 캐서린 역시 방어적이고 교양 따위는 잊어버린 채 독에 차서 살아간다. 그나마 헤어튼은 캐서린에게 호감을 사고자 호의를 베풀곤 했는데 그때마다 캐서린은 그의 무식함을 경멸하며 방어적으로 응대했다. 헤어튼은 글공부를 시작함으로써 캐서린에게 인정받고자 했지만 그 역시도 수치스러움만 안고 끝났고 이로써 헤어튼은 화가나 그녀의 호감을 사려던 행동을 그만둔다.
헤어튼의 화난 모습에 캐서린은 그가 진심이었음을 깨닫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를 건네며 직접 글을 가르쳐주기로 한다. 젊은 두 남녀는 오해의 벽을 넘어서 진심을 확인하고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 둘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처벌했을 히스클리프는 캐서린 언쇼에 대한 병적인 그리움으로 기력이 쇠한 상태였다. 캐서린의 영혼을 찾기 위해 정처 없이 밖을 떠돌다 워더링 하이츠로 돌아온 어느 날, 다정히 한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캐서린 린튼과 헤어튼 언쇼를 보며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는 헤어튼에게서 캐서린을 사랑하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았고 또 헤어튼의 얼굴이 캐서린과 많이 닮았기에 더욱 고통스러워한다. 그 이후로 그는 캐서린에 대한 기억과 추억에 잠겨 나흘간 음식을 먹지 않았고 끝내 죽음을 맞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캐서린과 함께할 수 있음에 입가에 환한 미소를 띠고 죽었다.
이 지방에는 사람들이 폭풍처럼 정열적인 삶을 살다 죽은 후 무덤 속에 들면 무덤 속에서도 편안히 누워 있지 못한다는 전설이 있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히스클리프가 죽은 후에도 종종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영혼을 본 것 같다고 한다.
<인상 깊은 구절>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틀림없이 너 나 할 거 없이 누구나 자기를 넘어선 자기가 있고 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법이야. 나라는 존재가 오로지 나에게만 국한된다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말야. 이 세상에서 나의 큰 비참함은 히스클리프의 비참함이었어. 나는 처음부터 그 불행의 각 품목을 지켜보고 느꼈어. 삶에서 내 머릿속을 전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것은 히스클리프야. 다른 것이 모두 없어져도 히스클리프만 남는다면 나는 계속 살아갈 테지만, 다른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사라진다면 이 우주는 지독히 낯선 곳이 될거야. 나는 우주의 일부로 보이지 않을 거고. … 넬리, 나는 히스클리프야. 그는 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내게 늘 즐거운 존재가 아니듯 그가 즐거운 존재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존재로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 _ 이는 캐서린이 에드거의 청혼을 받은 날 밤 넬리에게 토로한 말이다. 불행히도 히스클리프는 이 전의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말만 듣고 떠났기 때문에 이 말은 듣지 못했다.
“린튼의 무덤을 파고 있던 묘지기더러 캐서린의 관 뚜껑 위에 덮인 흙을 치우라고 하고 나서 내가 직접 뚜껑을 열어봤는데, 그녀의 얼굴을 보니…… 아직도 옛날 그대로였어. 거기 함께 누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내가 거기 묻히게 되면 그녀의 관 한쪽을 뜯어버리고 내 것도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해두었어.” _ 이는 히스클리프가 캐서린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정처 없이 떠돌고 돌아온 밤 넬리에게 건넨 말이다. 캐서린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사랑이 얼마나 광적이고 지독한 것인지 알려준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은 후에>
종종 다른 독자들은 여자 주인공인 캐서린의 감정 변화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상황에 처한 세 남자 린튼, 언쇼와 히스클리프가 보인 각각 다른 반응에 더 흥미를 느꼈다. 린튼은 이별의 아픔을 딛고 아이를 돌보며 치유의 과정을 겪지만, 언쇼는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술과 도박에 빠져 망나니의 삶을 살게 된다. 주인공인 히스클리프는 더욱 더 독기를 품고 복수를 이어가는 광적인 면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사람이 인생을 살며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슬픔이자 절망적인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을 각각의 캐릭터가 어떻게 겪어내는 지를 매우 대조적으로 잘 풀어낸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히스클리프를 데려온 언쇼부터 케서린, 헤어튼까지 무려 3대를 걸친 사랑 이야기가 책 속의 세계관을 더욱 더 견고하게 만들어주어 독자로써 매우 몰입하기 쉬웠다. 초반에는 쉽게 인지되지 않는 등장 인물 간의 관계들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의 변화 등의 이유로 쉽게 몰입되지 않는 책이라 여겼었다. 그러나 한 번 인지의 장벽을 넘어선 후에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게 된 흡입력 있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