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괭이부리말’이라는 지역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는가에 대해서부터 시작된다. 생각해보니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이름 모두 어떻게 붙여졌는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그 지역 이름이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고 살았을 뿐.
괭이부리말은 인천에서도 가장 오래된 빈민지역이다. 그 지역에는 숙자, 숙희 쌍둥이 자매, 동준이, 동수 형제, 영호, 호용이 그리고 마지막엔 명희 선생님까지 같이 산다. 이 책에서는 그들의 삶, 아픔, 슬픔, 소소한 행복 등이 나와 있다. 그들은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부모님이 집을 나가시거나 돌아가셨다는 점,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점, 부모님을 원망하면서도 사랑한다는 점, 성탄잔치를 한다는 생각에 전 날 밤부터 행복해 한다는 점처럼 말이다.
만약 내가 그 당시 괭이부리말에 살았다면 명희선생님과 같은 생각을 가졌을 것 같다. 누구와 어울리지도 않고 추억을 만들지도 않고 오직 공부만 해서 빨리 그 지역을 뜰 생각만 했을 것이다. 또, 선생님이 되어 괭이부리말에 발령이 나도 아이들에게 정을 주지 않고 3년만 버티자는 식으로 했을 것이고 본드를 한 동수를 맡아 달라고 부탁을 받았다면 매몰차게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명희 선생님은 후에 생각을 바꾸고 영호의 집에 가 동수를 봐줬고, 방학식 때 아이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써줬고, 마지막엔 괭이부리말로 이사를 갔다.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은 동수가 명희 선생님을 데려다 주면서 오고 갔던 대화였다. 명희 선생님은 동수에게 다른 큰 꿈이 없냐고 묻자 동수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무슨 말씀 하시는지 알아요. 선생님은 좀 그럴듯한 직업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런데 전 그냥 기술자가 되고 싶어요. 한 가지 기술로 오랫동안 직장을 다닐 수 있는 그런 기술자, 그게 제 꿈이에요. 배우는 데 좀 힘들어도 오래 할 수 있는 일 말이에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근데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꼭 그런 기술자가 되어서 우리 동준이 대학도 보내주고, 착한 여자 만나서 잘살고 싶어요. 그리고 좋은 아빠 되는 거, 그게 제 소원이에요. 선생님은 제 소원이 시시하다고 생각하시죠?”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현재 우리의 동네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어느 집에 불이 났어도 직접 가보지 않고 핸드폰으로 소식을 듣는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다른 곳에서 만나도 이웃인지도 모른 채 지나가고, 어느 누가 한 순간 없어져도 아무도 모른다. 옆집이 라면에 김치를 같이 못 먹을 정도로 힘들어도 모르고, 나쁜 쪽으로 향하고 있어도 그 사실을 몰라서 도와주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아무 일이 생기지 않아도 마음이 졸여지고 걱정되고 마지막에 행복하게 이야기가 잘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 . 그만큼 주인공들에게 애착이 가게 되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그 아이들이 살았던 동네에 한 번 가보고 싶다. .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 무슨 생각을 했을지, ,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지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