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선생님, 모리구치는 1학기 종업식을 끝으로 사직한다. 자신의 네 살 딸, 마나미가 죽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이 가르친 반 제자 두 명에 의해 살해당했다. 모리구치는 입을 떼기 시작한다. 자신의 학생들이 배급받은 우유를 모두 마신 것을 확인하고는 자신이 미혼모로 살아왔던 이야기, 존경하던 선생님의 에이즈 소식, 그가 자신의 남편이자 딸 ‘마나미의 아빠’라는 이야기, 그리고 마나미 사건의 전말까지. 그녀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A군, B군이라 칭하며 익명을 보장해주지만 반 학생들은 모두 지레짐작하고 있다. A군의 사이코패스 적인 성향, B군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마나미 사건에 대해 담담하게, 감정없이 마무리하고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두 사람 우유에 오늘 아침에 갓 채취한 혈액을 섞어 놓았어요. 제 피가 아닙니다. 두 사람이 착한 아이가 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담아 ‘세상을 바꾸는 철부지 선생님’ 사쿠라노미야 마사요시 선생님을 본받으라는 뜻에서 그 피를 몰래 가져왔습니다.”
미성년자는 소년법이라는 법 아래서 어떤 죄를 지어도 가벼워진다. 청소년들의 잔혹한 호기심에 소년법은 과연 정당한가? 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책으로 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호쾌한 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보단 훨씬 심오하고 싶은 책이다. 또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는 사람과 그들의 관점에서 보는 같지만 다른 현실을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