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독서 베스트리뷰 선정 도서 | 대출하러가기]
점점 알 수 없는 도식으로 빠져드는 이 세계의 흐름을 명쾌하게 설명해줄 이론이나 글이 있다면 얼마나 유익할까. 자크 아탈리에 의하면 마르크스, 자유주의 이론을 포함하여 세상에 나와 있는 이론 만으론 세상에 대한 물음에 명확히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현상을 관찰하고 관련된 추론을 행함으로서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있으며 흘러가는 과정 끝에 어떤
세상에 도달할 것인가 예측한다. 다가올 세상을 예측함으로서 사람, 기업 그리고 국가 간 질서가 설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선택에 대한 몫은 인류에게 주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부와 권력에 관련없이 모든 삶을 집어삼켜 버릴 쓰나미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결과로
남은 잔해 위에서 원망과 한탄을 할 뿐이다. 따라서 책의 목표는 이 세상이 지닌 위험과 약속을 깨닫고
위기와 기회를 따져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암초를 피해 훌륭히 항해하며 원하는 항구에 잘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의 세상을 이룩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세상에서 저마다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9p
우리는 계속 변화하는 세상의 주체이자 관중이 되고 있다. 미국 주도 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유지하고 국제 단체가
인도주의, 이타주의 활동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국가적 기술 발전과 자유의 확대로 삶이 다양해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모두에게 열려 있다. 지금처럼
개인이 국경을 활발히 넘나들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때가 없었다. 하지만 세계가 긍정적인 기운을 활발히
하는 한편 위협하는 힘 또한 강해졌으나 이는 자본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동안 모두가 돈은 살아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며 권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다르지 않으며
자본을 추구하는 것이 내일의 희망을 만들기도 하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가능성을 극대화 한다고 생각한다.
이윤 추구의 목적은 그 자체로 문제삼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행위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면 내 삶에는 위험이 된다. 이 논리는 개인뿐만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도 해당되며
국가도 다르지 않음에 의미를 확장한다. 이윤을 추구하되 어떤 주체로서 행동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자크 아탈리도 청빈과 무욕을 옹호하는 주장이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이것이 소수에게만 이로운 행동으로 귀결될 것이라 말했다.
자유가 극대화되는 세상에서 폭력이 양산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자크 아탈리의 경제에 대한 해석을
보고 세계의 ‘자유도’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표현의 자유, 이윤 추구의 자유,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유. 자유라는 이름으로 올림픽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욱일기를 허용한 사건이 증명하듯 모든 행위에 자유라는 관대한 이름을 붙여 휘두르고 있는 세상이다. 자크 아탈리에 의하면 이미 세계 곳곳에 민주주의는 형식으로만 남아 그 힘이 퇴보하고 있는 강력한 증거는 국가의 손을 벗어나는 기업에서 볼 수 있다. 국가의 산업 근간이 되는 기업들은 단하나의 독재 세력, 즉 시장경제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동에 경계가 무너진 지금이 보호와 질서가 가장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민주주의는 자크 아탈리가 주장하는 현재와 미래를 규명할 수 있는 두 가지 원리 중 하나이며 법적 규범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시장’이며 이 두가지 원리가 세상을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그 세상은 어떤 모습들을 하고 있는지, 자크 아탈리는 아래와 같은 글로 표현했다.
“오늘 날의 세계시장은 법치가 갖춰지지 않은 사상 최초의 시장이다. 법치가
없는 이러한 시장에서는 소비자와 투자자의 힘이 근로자나 유권자보다 강해지기 마련이다”-107p
“국경 안에만 갇혀 있는 민주주의는 의미와 영향력이 점차 사라진다. 생존을 위해 경쟁하게 되면 법치의 영향력 최소화가 필수적이고, 단기적인 것만을 추구하며 의미를 잃어간다. 다음 세대의 삶이 지금의 세대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해지고 있다”-108p
“이러한 난관 앞에서 분노는 격분으로 변화한다. 많은 사람이 그 어떤 미래도 가능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 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전혀 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체념하거나 분노할 뿐이다.”-109p
최선의 세상을 위해
격분의 사회로의 전환이 종식되길 바란다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자크 아탈리는 죽음에 대한 인식을 제안한다. 불멸성을 기대하지 않고 현재의 고귀함과 진실함을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이
모든 면에서 상호 의존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타인의 실패를 통해 이득을 얻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되 최대한 이타적으로 살아야 함을 주장한다. 자크 아탈리는 이것이 세상의 자아에 자신의 자아를 새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겪은 규율사회에서 개인은 복종적 주체로서 명령사회의 계율을 따라야 했지만 지배기구의 소멸도 자유로 이어지진 않았다. 소멸의 결과는 자유와 강제가 일치하는 상태로 변모했다. 가능성의 극대화와 자유롭다는 믿음 때문에 성과주체는 브레이크가 없으며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리되지 않는다. 자유는 폭력으로 돌변하는 자유를 낳았다.” – 피로사회(김병철)
자유를 극대화하는 사회가 개인에게 끼치는 병리학적 영향을 이야기기한 김병철 또한 이 사회의 체계도가 무너지고 있는 과정에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자세가 자크 아탈리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다는 데에 의미를 다시 새긴다. 이타주의 행동과
‘자기 자신되기’ 행보로 인한 작은 바람이 거대해져 세상에 유효해지는 날이 오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