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크 트웨인 완전 팬이에요. 이런 주장도 가능할걸요.
현대 미국 문학은 허클베리 핀에서 시작됐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中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보진 않았지만 워낙 유명한 책인지라 전부터 이름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찾아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지금까지 읽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우연찮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다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언급되어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영화에서 저런 대사까지 나왔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일단 영화에서까지 언급될 정도로 유명한 책이라면 한 권 사서 계속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도서를 구입하러 서점에 갔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600페이지 정도 되는 도서였다. 솔직히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이왕 마음먹고 왔는데 사서 끝까지 읽어보자는 식으로 한 줄씩 읽어나갔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동기를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기소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추방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플롯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총살할 것이다.
-지은이의 명령에 따라, 군사령관 G.G.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맨 앞장에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써있다. 워낙 유명한 책이기에 이 안에서 우리에게 어떤 중요한 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맨 앞장에서는 위와 같이 이 이야기에서 무언가를 얻어갈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 경고하고 있다. 분명 추천도서에 떡하니 올라올 정도인데 동기, 교훈, 플롯 아무것도 이 안에서 찾지 말라하니 왜 그런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정말 동기, 교훈, 플롯 어떠한 것도 없어서 그런 것일까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어나갈수록 그러한 의문들이 차츰 사라져갔다. 앞서 저런 경고장을 우리에게 보낸 이유가 보였다. 다른 책들은 읽고 있으면 ‘이 책은 우리에게 이런 말을 전해주고 있구나’라든가, ‘정말 한 장 한 장 교훈이 담겨져 있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달랐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고 있으면 이 책에서는 어떤 교훈을 얻어갈까라는 생각없이 ‘아 다음 내용은 무엇일까’, ‘그래서 핀은 아빠한테서 빠져나갔을까’, ‘짐이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와 같은 앞으로 핀에게 일어날 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완전히 책에 동화된다는 것이다. 아마 마크 트웨인은 걱정했을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교훈을 얻고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분명 읽으면서 책에 동화되지 않고 ‘도대체 교훈은 어디에 나와있는 거야?’라는 생각을 할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앞에 있는 경고문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오롯이 핀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에 빠져들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제안에 해당된다.
이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제목 그래도 허클베리 핀의 모험담이다. 이는 <톰 소여의 모험>의 후속작으로써 톰 소여의 모험 뒷부분에 이어지며 주인공 톰이 헉으로 바껴 헉이 모험하는 내용을 그의 시점에서 적은 것이다. 그의 시점에서 써져 있어서 그런지 정말 나로서는 생각하지도 못할 아이다운 순수함이 돋보이는 책인것 같다. 친구인 톰 소여에게 존경심과 더불어 은근슬쩍 그에 대한 경계심, 자신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한 감탄들, 짐이 흑인 노예임에도 불구하고 잘못한 점에 대한 사과,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법을 어겼다는 죄책감 등 정말 솔직하고 깔끔하게 그대로 묘사되어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더 허클베리의 입장에서 재밌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고 다음 장면들이 궁금해졌다.
“검둥이한테 가서 내 머리를 숙이고 사과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15분이나 걸렸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이일을 해내고 말았지요. 그리고 나중에 가서도 그에게 사과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이 일이 있고부터는 다시는 그에게 비열한 장난을 치지 않았습니다.
만약 짐이 그렇게까지 마음 상할 줄 진작 알았더라면, 아마 처음부터 그런 장난을 치지 않았을 겁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中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헉의 모험에 대한 흥미 요소들 외에도 깊이 생각해봐야할 요소들 또한 많이 나와있다. 그 중 하나로는 바로 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흑인노예제도이다. 왓슨 아줌마네 흑인노예 짐을 보고 있으면 당대 미국의 시대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일단 ‘노예’라는 단어와, 그 노예가 탈출하면 오직 죽음뿐이었던 시절, 자유주의를 꿈꾸는 그들, 그들을 도와준 이가 가지는 법 위반에 대한 죄책감 등 흑인노예제도에 대해서 세세하고 잘 묘사된 것을 볼 수 있다. 위 헉의 대사를 보면 그 또한 그 시대에 있었으므로 흑인노예에게 사과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헉이 짐을 흑인노예가 아닌, 동정의 대상이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존중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도 그에게 사과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라는 대목을 봤을 때 단순히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 그랬던 것이 아닌, 나중에 모든 것을 알았을 때도 흑인노예 짐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과한 점은 당연한 점이었고, 흑인노예제도의 잘못됨을 그가 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