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햄릿의 복수지연, 우유부단한 햄릿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햄릿의 복수지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원인에 대해 집중하여 생각해 보았다.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썼던 엘리자베스 1세 시대(1558-1603)
이후에도 주인공 햄릿(Hamlet)에 대해 많은 비평가들이 분석을 하였다.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 아버지의 장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와 삼촌의 결혼식에 우울해 하는
초반의 모습에서, 햄릿이 유령의 증언을 듣고 복수를 결심한 후 아버지를 죽인 숙부를 살해하여 복수하는
모습으로 이야기의 막이 내린다. 따라서 『햄릿』은 주인공 햄릿의 복수과정을 다룬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도 햄릿의 복수의 지연과 그 원인에 대한 많은 비평이 나오고 있다. 햄릿은
복수를 바로 시행하지 않고, 극의 마지막 장에서 복수를 하게 된다. 특히
햄릿은 극의 중간에 클로디우스(Claudius)가 기도하는 장면에서 그를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복수를 미룬다. 햄릿이 클로디우스의 기도장면에서 “칼아, 참고 기다렸다가 좀 더 살기가 찬 기회를 포착하라”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햄릿은 복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햄릿은 클로디우스를 살해하지 않는다. 그 후 햄릿은 복수를 지연하는 자신에게 욕설을 내뱉으면서까지
자책한다. 하지만 이 독백 후에도 햄릿은 복수를 미루다가 클로디우스가 계획한 레어티스와의 검술시합에 참여해서야 클로디우스를 죽이게 된다. 이로
인해 햄릿은 극의 마지막에서야 복수를 하지만 그 과정에서 폴로니어스, 오필리아, 길덴스턴, 로젠크런츠가 죽게 되고 마지막에는 레어티스와 거트루드까지
죽게 되는 비극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게 만든 햄릿의 복수지연의 원인은 다양하다. 햄릿의 복수가 지연되는 것은 하나의 원인으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매우
복합적인 원인이 섞여 있다고 본다. 첫 번째로 주인공인 햄릿에 대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당시 엘리자베스 1세 시대는 기독교 가치관이 팽배해 있었고, 개인적인 복수로 인한 살인은 범죄로 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영국 사회에서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로 여겼다. 즉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는 사적 복수가 가문의 의무라고 여기는 전통적 의식과 사적 복수를 금지하는 종교적 가르침 사이의 갈등이
있었고, 그러한 갈등이 『햄릿』에 반영되어 있다. 그 당시
사회 속에는 가치관의 모순이 있었고 그러한 모순이 햄릿에게도 반영되어 심각한 ‘내적 갈등’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햄릿은 이러한 내적 갈등, 즉, 기독교적 가치관과 개인의 복수를 하고자 하는 의지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되어 복수를 하라는 유령의 말에도 복수를 망설이게 된다. 이러한 햄릿의 성격 즉 내적인
요인을 복수지연의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복수 지연에 대한 원인을 햄릿의 내적인 요인만
강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햄릿의 주변 환경도 둘러보아야 한다.
거트루드의 결혼, 폴로니어스와 오필리아의 죽음과
같이 햄릿의 내적인 갈등 외에도 햄릿이 복수를 지연하게 된 이유로는 외적인 요인이 있다. 햄릿이 내적
갈등을 겪는 동안 주변 인물들이 햄릿의 내면에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였다는 점이다. 먼저 거트루드는
햄릿 왕이 죽고 두 달도 되지 않아 숙부와 결혼을 하여 햄릿에게 삶의 회의감과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햄릿이 사랑하던 오필리아 역시 폴로니어스의 명령에 순종하여 햄릿을 속이고 염탐하는 일에 동참한다. 또한 햄릿이 유일하게 친구라고 생각했던 길텐스턴과 로젠크런츠도 클로디우스의 말을 듣고 햄릿을 감시한다. 즉, 햄릿의 주변 인물들이 햄릿의 복수대상자인 클로디우스의 편에
서서 햄릿의 복수를 방해하고 있다. 그리고 햄릿은 어머니를 찾아간 날 도중에 커튼 뒤에 숨어 있던 폴로니어스를
죽이게 되고 이로 인해 영국으로 가서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햄릿은 가치관 충돌에 따른 내적
갈등 외에도 주변 인물들의 배신과 폴로니어스의 죽음 등의 외적 상황에 의해서 외적 갈등을 겪는다. 이로써
햄릿은 자신의 가치관의 혼란과 더불어 주변 인물들의 배신에 대한 분노와 고립을 혼자 이겨 내야하는 외롭고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며, 그로 인해 햄릿의 복수는 점점 더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햄릿의 ‘내적 갈등’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로 인한 ‘외적 갈등’또한 햄릿이 복수를 시행하는 것을 방해한다.
햄릿의 복수는 왕을 죽이는 것으로 단지 개인적인 복수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햄릿의 내, 외적인 갈등뿐만 아니라 『햄릿』의 배경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이고, 그가 복수해야
할 대상은 바로 자신의 숙부이자 현재 덴마크 왕인 클로디우스이다. 즉,
햄릿이 복수를 하게 되면 왕이라는 나라의 최고 권력자를 죽여야 하는 불리한 환경에 있을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즉, 햄릿의 복수는 개인의 복수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덴마크라는 하나의 나라의 안위가 달린 문제로 볼 수 있다. 햄릿이 자신이 칼에 찔려 죽는 마지막 순간에서도 다음 왕위의 계승자를 지정하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햄릿의 사회적 지위는 햄릿이 자신의 복수만을 위해 무모하게 움직이는 것에 대한 한계를 나타낸다. 또한 설령 이러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무시하고 개인의 복수심에만 집중하여 클로디우스를 바로 살해할 수 있을지라도
햄릿 그의 개인 성향이 무모한 행동을 할 성품은 지니지 못한 인물로 보인다.
이럿듯 햄릿의 복수 지연 원인을 내적 갈등, 외적 갈등, 사회적 위치의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햄릿의 복수 지연 원인을 햄릿의
내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점이 있고 주변 인물에 의한 외적인 원인 또한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마지막으로 햄릿의 ‘사회적 지위’를 복수 지연의 세 번째
원인으로 분석하는 것은 중요하다. 햄릿의 내적 갈등은 아버지의 살해에 대한 복수 열망과 그것을 금기시하는 기독교 윤리와의 갈등이다. 『햄릿』이 쓰여진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는 기독교 윤리가 강하게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으나 실제 영국 사회에서는 아버지나 자신의 살해에 대한 친족의 복수는 오히려 가문의 의무, 정의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두 가치관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고 딜레마에 빠진 햄릿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햄릿은 선왕 햄릿을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한 숙부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과 한편으로는 클로디우스를
죽이면 기독교 윤리에 배반할 뿐 아니라 살인자가 되어 사후 심판을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다. 이러한
햄릿의 내적 갈등은 오로지 자신의 복수심에 빠져 행동하는 레어티스와는 다른 모습이다.
햄릿의 내적 갈등 이외에도 햄릿은 외부 환경에 의해 혼란스러움을 겪는다. 거트루드의 숙부와의 근친상간적 결혼은 햄릿을 고통속으로 빠지게 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사랑을 고백한 오필리아 역시 클로디우스의 신하인 폴로니어스의 편에 서서 햄릿을 염탐하는데 이에 햄릿을 매우
외로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햄릿 주변의 대대분의 인물이 햄릿의 복수의 대상인 클로디우스의 명령에
순응하고 햄릿을 공격한다. 햄릿은 주변 인물들의 배신에 실망하고 분노감을 느꼈을 것이다. 수많은 외부 환경들이 햄릿의 복수를 지체시키고 햄릿을 외적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햄릿의 내적 갈등, 외적 갈등 이외에도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로서 왕인 클로디우스를 죽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왕인 클로디우스를 죽이는 것은 덴마크의 최고
권력자를 죽이는 일이며 덴마크 사회 전체를 혼동에 빠뜨리게 되는 중대한 일이다. 설령 햄릿이 클로디우스를
죽인다고 해도 클로디우스가 선왕을 살해한 것에 대한 증거는 유령의 증언 뿐이기에 햄릿은 반역자라는 큰 범죄자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모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햄릿이기에 함부로 복수를 실행하지 못하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상황에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복수를 한 것으로 본다. 햄릿의 복수 지연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햄릿 자신의 내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햄릿을 둘러싼 외부 환경, 그리고 햄릿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여 한다.
햄릿을 매우 인상 깊게 읽었다. 읽으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 보았다. 아버지를 죽인 존재가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고 자신마저 죽이려한 상황에 놓였다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믿었던 존재들마저 자신을 감시하려든다면 이 세상에 자신의 편은 하나도 없어 외로웠을 것이다. 처음에는 햄릿이 복수를 망설이는 장면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햄릿은 자신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 그리고 나아가 자신의 나라의 안위까지 걱정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을 상황에서 고민하며 견딘 햄릿이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햄릿이 클라우디스 왕을 바로 죽였다면 어떠한 결말이 만들어졌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바로 살해하지 않고 신중히 고민하는 모습이 햄릿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고 햄릿을 읽고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