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너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니 오늘부터 너는 혼자 시설에 가서 살 거야.”
이런 소리를 12살에 듣게 된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 만으로.
우리는 장애인들의 삶에 너무 무관심해 왔다. 내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예 잊고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면 이라는 책은 발달장애인 동생의 탈시설을 도와 함께 사회에서 지낸 400일의 일상을 담고 있는 책이다.
처음 책 제목인 ‘어른이 되면’은 주인공인 혜정씨가 아닌 혜영씨를 말하는 것인 줄 알았다. 혜영씨가 어른이 되어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로 책을 읽기 전에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이라는 뜻은 우리가 아이들의 관심을 돌리거나, 주의를 환기 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나중에 하자’, ‘이따가’와 같이 사용하는 거짓말이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혜정씨에게 사람들은 ‘그건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 헤정씨는 이미 30살이고 법이 말하는 성인은 예전에 지났다. 하지만 사람들은 혜정씨는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혜정씨에게 어른은 무엇이었을까?
12살에 가족과 떨어져 18년을 시설에서 생활한 혜정씨는 시설에서는 과격한 행동과 집착적인 행동 탓에 다른 시설인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관리자들에게 눈엣가시였다고 한다. 18년 동안 시설에서 생활해온 혜정씨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언니 혜영씨는 동생과 함께 살기로 한다. 발달장애가 있는 혜정씨를 혼자 둘 수 없어서 혜영씨가 일할 동안 혜정씨를 돌봐 줄 방법을 알아보지만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 활동보조인 지원금이라도 받기 위해서는 서울 거주 조건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동안 자신과 동생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찍어 장애인에 관한 이야기와 탈시설에 대한 생각을 전달한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내가 얼마나 편견에 가득 찬 사람인지 깨달았고, 다음에는 장애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장애와 질병을 헷갈려 했으며,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불쌍한 사람이라고 보고 있었다. 무의식 속에 장애인을 언제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는 경계 해야 하는 사람, 그리고 불쌍하니 도와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순된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애는 그저 그 사람이 지닌 특성이고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이 선택한 것이 아니므로 그저 있는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보내는 시선은 장애인들에게 동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동정 어린 시선이 사회에서 함께 섞여 살아가는데 방해물로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의 시선이 행동을 통제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질적인 시선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혀온다. 책 속에서도 혜영씨는 혜정이를 특별하게 취급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더 힘들고 기분 나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눈에 튀는 일 없이 평균의 삶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 힘듦에 대해 전부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장애인의 인권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다. 우리가 생각 없이 사용하는 일상적인 언어 표현에서부터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장애 자체를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너무 많았다. 생각 없이 사용한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편견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발달 장애인의 평범한 일상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미디어서 비추는 장애인의 모습은 힘들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었다.
장애인이 어디 사는 괴물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려준, 세상에 필요하지만 없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큰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