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모비 딕 1
위대한 개츠비 (세계문학전집 75)
우리가 사는 이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위대함’을 가령,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하듯이 남들보다 막대한 부를 쌓은 사람이나, 더 높은 위치, 지위에 올라서서 그들을 호령하는 인물에게 부여한다. 하지만 개츠비라는 인물의 위대함은 이러한 사람들과 동급이라서 붙여진게 아니다. 그들을 뛰어넘는 능력으로 이 사회를 재패한 영웅인 것도 아니다. 종이 쪼가리에 모든 것을 바치는 우리들이 의식 저편으로 미뤘던 ‘낭만’이라는 보석을 끝까지 간직했기에 위대한 것이다.
‘데이지’는 위대했을까? 일견 개츠비와 만난 후, 그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고, 이성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현실을 택했다. 감당할 수 없는 큰 위협이 닥쳤을 때, 자연스럽게 그녀는 이상을 버렸다. 뿐만 아니라, 애초에 사랑에 대한 주체가 그가 아닌 그가 지닌 상상이상의 ‘부’였고, 자신이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물질에 감탄한 평범한 ‘속물’일 뿐이었다.
‘뷰케넌’은 위대했을까?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충분히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유서 깊은 가문의 일원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전형적인 엘리트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사랑꾼’과는 거리가 멀다. 데이지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을 한 낭만주의자이긴 커녕, 하류층의 다른 한 여인을 더 좋아했고, 이 또한 육체적인 사랑을 탐닉한 ‘비틀린’ 낭만을 행했다.
‘닉’은 위대했을까? 앞선 두 인물보다는 그러해 보인다. 비록, 부자는 아니지만, 항상 친구를 걱정하고, 그에게 충고와 조언을 해주는 우정을 보여준다. 또, 친구가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하고, 끝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그들에게 분노하고 경멸했다. 하지만 끝없는 분노보다는 그들의 태도와 현실에 순응하고 체념했다. 또 다른 관점에서, 개츠비는 자신의 많은 고민들을 그에게 털어놓았지만, 정작 닉은 자신의 속사정이나 고민거리 등을 개츠비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지 않았다. 즉, 일방적인 관계로써, 진정한 우정으로 볼 수도 없다.
물론, 개츠비는 자신의 틀에 갖혀서 모든 것을 바라봄으로써 죽기 전까지 그 환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한 삶의 방식 때문에 과연 그의 아름다운 ‘순수함’을 폄하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는 이런 낭만과 환상을 갖고 있었기에, 그 누구도 하지못한 무모한 사랑을 해봤고, 변치않는 우정을 보여줬다. 그 당시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우리가 잃어버렸고, 잊어버렸던 그 무언가를 품에 안고 살았던 위대한 그였다.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조남주 장편소설)
별 생각 없이 친구와 헤어질 때 주고받던 이 인사말이 ‘여자들’만의 것이었단 사실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남편은 친구와 헤어지면서 저런 말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나는 ‘여자’란 이유로 집에 가는 길에서조차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잘못되었음을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나서야 겨우 깨달았다. 내가 경험했던 평범한 일들이, 소설 속 김지영 씨의 삶을 통해 들여다보자 아주 이상하고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 되어 가슴에 박혔다.
<82년생 김지영>속 지영 씨는 흔한 이름처럼 흔한 인생을 보냈다. 초등학교 때 반장은 항상 남학생의 몫이 되는 걸 지켜보고, 학창시절 학교 앞에서 변태를 만나도 요란을 떨면 안 되고, 여자라는 이유로 취업시장에서 고배를 마시고, 회사 사람들과 식당에 가면 당연하게 자리마다 수저를 세팅하고, 결혼 전에는 된장녀라는 말을 들으며 웃고, 결혼 후 아기를 낳은 후에는 모르는 사람에게 맘충이라는 말을 듣는다.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모두가 경험해 보았을 그런 에피소드로 지영 씨의 삶은 꽉 차있다. 지극히 평범한 삶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 모든 경험들이 낯설지 않다고 느꼈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여성에 대한 폭력에 이미 익숙해졌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사실, 지영 씨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희생을 강요당하고, 때로는 멸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영 씨의 삶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주변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많은 사람이 지영 씨의 고민과 병에 공감한다. 결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그녀의 인생이 보편적인 여성의 삶으로 여겨지는 모습이 씁쓸할 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으면 좋겠다. 지영 씨의 삶을 통해 당신의 어머니가, 누나가, 언니가, 여동생이, 여자 친구들이 겪었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지영 씨의 평범한 삶이 사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고, 평범한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지나치게 밝거나,지나치게 자신에게 엄격하거나, 지나치게 잘해야 된다 생각하거나, 지나치게 눈치를 보거나, 지나치게 잘 참거나 , 지나치게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은 상처가 많은 사람입니다.”
꼴찌를 일등으로 (야신 김성근)
1969년 고교 야구 팀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11번의 감독을 맡았고 8번의 불명의 퇴진을 당했지만 쌍방울, SK등 여러 약체팀을 맡아 강팀으로 성장시키는 이른바 ‘마법’을 보여주며 강팀으로 성장 시켰고 그 과정이 책에 고스란히 남아있어 김성근 감독의 철학과 노하우를 엿볼수 있었습니다.
선수 하나하나의 개인 역량을 세밀하게 체크하고 메모하며 비주전 선수의 가능성을 보고 기회를 주어 성장시키고 전력을 분석해서 데이터 기반의 전술로 개개인의 역량과 팀의 역량을 성장시킨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허나 책을 읽으면서도 세간에서 흔히 지적받는 선수 기용이라던지 프런트와의 마찰이라던지 여러 야구에서의 매너라던지 김성근 감독의 단점이 책에서도 많이 보였으며 정신론적인 내용 또한 많이 있었기에 실력은 있지만 과연 무결한 명장일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재일 교포라는 한국 일본에서도 재일/반쪽발이 라는 차별속에 한국 야구에 큰 획을 그었고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사람으로서의 카리스마를 엿볼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책의 내용보다 그 제목이 워낙 유명해서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주는 느낌만큼 정말로 난해하고 복잡한 소설인 것 같다. 인간의 마음만큼이나 어떤 하나로 정의되거나 확정할 수 없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복잡한 심경만큼 그 복잡난해한 마음의 혼란스러움이 느껴지는 듯 하다.
네 명의 연애소설.-이 소설이 연애소설인 줄도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사실 읽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왠지 어렵고 지루할 것 같아 손이 안가는 소설이었는데, 생각보다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난해하긴 하다. 읽기는 쉽지만, 그 뜻을 새길수록 더 복잡해지는 소설같기도 하다. 아마 한 번 읽어서는 이 소설이 주는 감동을 충분히 느끼지 못할것 같기도 하다. 여러 번 읽어보아야 할 소설인 듯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자신의 인생에서 평생 가벼움을 추구했지만 정작 어느 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무거움의 의미를 알게 된 순간. 그 무거움이 자신에게 온전히 다가올 때의 그 무섭고도 아득한 기분이란 어떤 것인지.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뒤집어 생각해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 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 _p.9
자유롭고 가볍게 살 것인지, 무거움을 지고 살아갈 것인지. 등장인물들이 사랑하는 모습들로 표현했지만, 더 나아가 삶의 모습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사실 어느 한쪽으로만 일관되게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우리가 속한 사회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그 이전에 한 개인 안에도 여러 가지 모습들이 있기에 늘 한 방향의 올곧은 선택을 할 수 없다. 많이 알게 돼서 인지, 아님 우유부단해진 건지 전에는 비교적 명확하게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가끔은 고민이 된다. 그 반대 방향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나 부러움이 생기기도 한다. 좀 더 나이를 먹으면 흔들리지 않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이 짙어지는 깊고도 따뜻한 책이다.
“우리 모두는 사랑이란 뭔가 가벼운 것, 전혀 무게가 나가지 않는 무엇이라고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이 반드시 이런 것이어야만 한다고 상상한다. 또한 사랑이 없으면 우리의 삶도 더 이상 삶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소년이 온다 (한강 장편소설)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가 한강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다.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통해 저자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고통 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며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던 그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날, 돌아오라는 엄마와 돌아가라는 형, 누나들의 말을 듣지 않고 동호는 도청에 남는다.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은 5·18 이후 경찰에 연행되어 끔찍한 고문을 받으며 살아 있다는 것을 치욕스러운 고통으로 여기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진다. 저자는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 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2017년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말라파르테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날 해 질 녁에 느이 아부지 어깨를 짚고 절름절름 옥상에 올라갔다이. 난간에 기대서서 현수막을 길게 내리고 소리질렀다이. 내 아들을 살려내라아. 살인마 전두환을 찢어죽이자아. 정수리까지 피가 뜨거워지게 소리 질렀다이. 경찰들이 비상계단으로 올라올 때까지, 나를 들쳐메고서 입원실 침대에 던져놓을 때까지 그렇게 소리 질렀다이.” 189, 190p, 6장 꽃 핀 쪽으로
각 장의 목소리가 독보적이었지만, 6장은 ‘소년‘의 어머니가 들려주는 육성이 내내 귀에 맴도는 기분이었다. 그 먹먹함이, 그 분노가 가슴에 차오르곤 하였다. 필연적으로 겹쳐지는 각 장의 전개, 그럼에도 독립적으로 펼쳐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사실을 뚫고 가슴을 울리는 묘사, 책을 읽는 내내 이것이야말로 소설이구나 생각했다.
소년이 온다는 그동안 많이 다뤄지지 않았고 영화로서만 많이 다뤄졌던 그 이야기를 수면 위로 그리고 놀라운 문학적인 필체와 함께 씌어졌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아픔이 되살아나고 부끄러운 역사가 되살아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진실을 밝혀야 하고 그리고 이겨야 한다.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들 너머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 끝나지 못할 소설의 ‘끝‘에서는 새로운 아픔이 아닌 한 단계 진보된 민주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남은 자들은 죄책감과 책임감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그것은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일이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무언가라도 해보는 것 일테다. 이제, 우리는 ‘그 도시‘를 광주라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소설가 한강은 진실을 담아 소설을 썼다. 소설로 ‘소년‘을 부르고 있다. 언제까지나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마다 ‘소년‘은 올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