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관련이 거의 없는 것을 공부하고 있지만, 나는 어렸을 때 잠시 심리학자를 꿈꿨었다. 그것도 ‘상담’심리학 말이다. 그 로망을 심어 준 것이 웹툰, ‘닥터 프로스트’였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중심인물은 ‘프로스트 교수’이다. 이름만큼이나 비밀이 많은 이 교수는 감정의 어떤 부분이 결여되어 있으며, 이 부분을 메꾸고자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을 읽어내고, 책 속의 사례와 통계에 적용하며 감정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공부하는 것이 스스로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감정을 잃은 대신 인지능력, 암기력 등에 뛰어난 모습을 보였던 어린 프로스트 교수는 꾸준히 공부해 학술적인 면에서 거의 완벽한 면모를 보이는 교수가 되었고, 은사님이 계시는 대학교로 와 상담소에 배치받게 되었다. 그리고 원래 상담소에 있었던 윤성아 조교와 함께 상담을 하게 된다.
프로스트 교수에게 상담이란 일종의 ‘실제 감정 접하기 프로젝트’다. 책에서만 봤던 사례들이 실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어떻게 해쳐나가는지를 알아보는 실험 같은 것이다. 이와 다르게 윤성아 조교는 실제로 사람을 만나 이해하고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꿈을 꾸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상담자를 꿈꾸는 사람이다. 이렇게 다른 관점으로 사건에 접근하다 보니 사사건건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 부딪힘 속에서 윤성아 조교도, 프로스트 교수도 함께 성장한다.
심리학과를 나온 원작가와 더 많은 전문가들의 자문으로 이루어진 사건들은 생생하고 깊이있게 표현된다. 여러 심리학 교수와 이론들이 나오는 연출이 부자연스럽지 않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멋있다’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내가 어렸을 적 상담심리학에 대한 로망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case 6#으로 시즌 1을 마무리하면서, 완벽한 사건 해결을 보였던 프로스트 교수의 첫 상담 사례가 나오며 실패와 그로 인한 내담자의 죽음을 다룬다. 사람의 마음을 다룬다는 것은, 원인을 읽어내고 내담자가 원인을 해결할 수 있도록 치료를 이끄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새 삶을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구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무게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사람의 심리를 판단하는 프로스트 교수를 보며 내 스스로의 모습, 혹은 내 주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사실 스스로는 생각보다 자기 자신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며, 더 깊은 사유로까지 들어가게 되기도 한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금 더 심리학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심리학에 대한 의식이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꿈 해몽이나 최면술사, 혹은 심각한 정신병을 가진 사람만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 등이다. 이 책은 그런 편견을 깨주면서도 대중을 심리학의 세계로 손쉽게 들일 수 있는 개론서 비슷한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어쩌면 단점일 수도 있는 만화라는 장르까지도 이러한 목적에 알맞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내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