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야매 득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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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야매 득도 에세이)
평소 도서관 혹은 서점에 가도 절대 에세이가 있는 서가 근처에는 가지도 않은 내가 독서클럽을 준비하면서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내가 에세이를 자주 읽지 않는 이유는 나와는 너무 상반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어 나에게 큰 도움,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또, 힐링과 같은 에세이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지금 나에게는 별로 맞지 않아 에세이를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었다. 이 책 역시 처음 부분을 읽으면서 ‘아 내가 역시 에세이를 읽지 않는 이유는 틀리지 않았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계속 읽고 나보니 내 생각이 얼마나 좁은 사고였고, 선입견을 갖고 있는 채로 에세이를 보고 있었는지를 알게 해 준 책이었다.
책의 내용은 책의 서명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너무 삶을 살면서 열심히 살지 말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열심히 살지 말자라는 말의 맥락은 지금 현대 사회는 너무 열심히 사려고 하니까 승패에 목 매게 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래서 마흔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저자가 퇴사한 이유는 딱히 큰 이유가 아닌 그저 저자를 짓누르고 있는 여러 문제로 멀어지고 싶었다고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세대들이 많이 공감할 수 있고 또 웃고는 있지만 맘 편히 웃을 수는 없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우리가 평소에 살아오면서 매우 소수의 사람은 한번쯤, 다른 보통의 사람들은 거의 매주 생각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존감, 노력, 실패, 계획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들 고민으로 생각하는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자기가 실패했던 (자기가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4수를 했다는 내용 ⋯)경험을 솔직하게 다 말하면서 저자 또한 좌절과 여러 고민을 겪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가 겪는 다양한 시행착오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작가의 위로는 다른 에세이 보다는 투박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 투박한 위로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나와 친한 언니 혹은 오빠가 이야기 해주는 것과 같이 다가왔다.
종강이 다가오면서 방학때에 ‘무엇을 준비해야지 내가 남들보다 더 나아질까?’,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으려면 내가 어떤 학원을 다녀서 어떤 자격증을 따야할까?’ 와 같은 고민을 하는 나와 같은 학생들이 많을 것 같다. 무의식 속에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조금 쉬어가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앵무새 죽이기
어쩌다 이런 가족
처음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바로 제목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떤 가족이길래 이런 제목이 붙은 걸까?’ 하고 의문이 생겼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선택할 수 없기에 어쩌다 이런 가족을 만났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은 주인공 가족은 ‘완벽한 가족‘이다. 외부에서 보자면 말이다. 대기업을 운영하기까지 자수성가로 이뤄낸 아버지 ‘용훈’, 온실 속 화초처럼 큰 태풍없이 자란 엄마 ‘미옥’, 아버지의 열정과 어머니의 지성을 물려받은 완벽한 첫 째 ‘혜윤’, 언니에 비해 나은 것이라고는 얼굴 밖에 없어 반항심만 가지는 철없는 둘 째 ‘혜란‘. 겉에서 보기엔 완벽한 가족이지만 사실 속은 텅비어있는 가족이다. 그런 가족에게 혜윤이 폭풍을 몰고 온다. 바로 누군가가 성관계동영상을 찍어서 협박을 해온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줄곧 성매매를 해왔다는 것. 그야말로 충격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집은 수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그 누구도 혜윤에게 욕하지 않는다. 물론 용훈이 발 벗고 나서겠다며 큰 호통을 치긴 했다. 미옥의 속은 뒤집어지지만 철저히 겉으로 티를 내지 않으며 평소처럼 행동한다. 그 누구도 혜윤의 잘못을 캐묻지 않는다. 그에 반해 혜란은 오히려 재밌겠다며 조사를 한다. 완벽한 언니의 흠집을 캐는 일이 그녀에겐 쉽사리 오지 않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일까? 진실에 점점 빠르게 가까워지는 혜란은 언니를 더욱 깊은 곳으로 빠뜨린다. 그러다 그 속에서 언니가 왜 그런 일을 해야만 했는지 깊은 속을 깨닫곤 가족의 진정한 역할을 찾는다. 겉으로 완벽한 테두리가 있으니 속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이제야 알아가는 셈이다.
한번쯤 기분전환으로 읽기에 나쁘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전반부는 상류층에 대한 묘사, 주인공가족에 대한 배경들을 이야기한다. 이 작가가 상류층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묘사가 보다 사실적이고 빠져든다. 또한 전개되는 사건 하나하나가 평범하지않고 몰입력을 높힌다. 하지만 후반부는 아쉬웠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절정이 앞선 발단이나 전개에 비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품성이 중요한 스토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을 읽고 싶은데 난해한 내용은 읽기 싫고 책에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들에게 책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분명 책에 빠져드는 몰입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무인양품 디자인 1
간략하게 도서를 풀어내보자면, 이 도서는 무인양품의 디자인 철학 뿐만아니라 고문위원이자 디자이너들의 인터뷰, 프로덕트, 커뮤니케이션, 매장인테리어와 비주얼머천다이징 그리고 매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house project 나 collaboration 까지 모든 것을 담아낸 책이다. 간소하면서도 치밀하게 계산된 디자인, 일본에서 시작했지만 뿐만아니라 세계에서도 사랑받는 디자인, 무인양품 디자인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군더더기 없는 그들의 디자인은 바로 프로덕트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의 “ 디자인을 통일한 것은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스탠더드한 제품이 되길 바랬다. ” 라는 바람 덕에 다른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 이것으로 충분하다 ’ 라는 미니멀리즘을 그대로 보여주는 깔끔한 디자인이 될 수 있던 것이다.
공간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무인양품 매장은 화려함을 피한다. 소재 본연의 것을 소중히하고 그들의 철학은 매장 공간에도 스며들어있다. 프랜차이즈인만큼 매장 마다의 통일성이 있는데, 변함 없는 기본인 나무와 벽돌 그리고 쇠를 유지하는 것이 그들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모습에 깔끔하다는 인상을 확 받았다. 나는 그래서인지 그들의 조용한 매장분위기며 깔끔함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무인양품 매장에 갈 때마다 설레인다. 그렇다면 VMD 는 어떨까. 사실 브랜드의 가장 큰 목적은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출을 위한 디자인이 있는 것이고. 매장에 가면 무인양품의 진열대는 사람의 키보다 훨씬 크다. 키 큰 진열대를 사용할 경우 시선은 높아지고, 상품 구성이 풍부해짐을 확 느낄 수 있다. 높은 선반을 설치하면 보다 많은 상품을 진열할 뿐만아니라 진열량을 늘려 상품을 풍부하게 준비해둘 수 있다면 품절 등으로 인한 판매 기회를 놓치는 손실 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간단하지만 강하다고 생각했다. 패브릭 상품 코너에는 소재의 느낌을 직접 확인할수 있도록 손이 닿기 쉬운 위치에 샘플을 놓게한 것이 소비자들을 배려해주었다고 생각했다. 직접 만져보고 사는 제품이라면 더 신뢰가 가는것이니, 설치아이디어가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깔끔한 진열이 조건이면서도 라이프스타일 상품 특성에 맞춰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무인양품식 비주얼 머천다이징을 책에서 볼 수 있는데, 다 읽고나서 그들의 군더더기 없이 화려하지않고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철학을 바라보며 깔끔한 VMD를 만들어가고싶다고 생각했다. 굳이 많은 패턴이나 울룩불룩한 외형이 아니더라도 깨끗하고 단색만으로도 사람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싶고, 앞으로 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해준 뜻깊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