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 사람들은 양귀자 작가가 쓴 연작 소설로 부천시의 원미동으로 이사온 은혜네부터 원미동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원미동에 사는 여러 인물들의 시선으로 원미동의 인물들과 사건에 대해 바라본 각 단편이 이루어져있다.
이번에 원미동 사람들을 읽으며 <비가 오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서울에서 원미동으로 이사온 은혜네는 화장실을 수리하기 위해 주물포 주씨에게 소개 받은 임씨에게 화장실 수리를 부탁한다. 처음엔 아내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일을 하는 잡부라고 무시하다가 이후에 임씨의 수리실력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그에게 수리 서비스까지 받는다. 이후 임씨와 술을 마시며 비가 오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는 말을 듣는다. 주인공의 임씨에 대한 인상을 말하는 것이 처음에는 부정적인 인상으로 바라보다 수리가 점점 진행되면서 임씨에 대한 인상이 바뀌어갔다. 일상에 있을 만한 소시민적인 인물이 누군가를 하찮고 부정적으로 보다가 인상이 바뀌며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내 주변에도 저런 사람이 분명 존재했을거고 나 또한 은혜네 아버지처럼 행동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미동 사람들 하면 고등학생 시절에 국어문제집 지문으로 등장했던 ‘원미동 시인’이었다. 어린아이가 관찰자의 시선으로 사건과 인물을 바라보는 것은 어른이 관찰자인 것보다 더 객관적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있어서 아직까지도 머리속에 남아있었다.
원미동 시인은 7살 어린아이인 주인공인 경옥이의 시선에서 인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소설이다. 원미동 시인인 몽달씨라고 불리우는 젊은 청년과 경옥이의 언니인 선옥이를 좋아하는 김반장을 바라보고 그 둘 사이의 이야기를 자신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김반장은 몽달씨에게 가게일을 도와달라고 말하며 여러 잡다한 일을 시키는데 불만이 생기려 하면 몽달씨의 시를 읽어보겠다면서 구슬려넘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어느날 갑작스럽게 몽달씨가 김반장 가게로 도망쳐 온다. 가게에서 나오라며 협박하는 이들을 보고 겁먹어 몽달씨를 도와주지 않는 김반장을 보고 경옥이는 실망한다. 더 이상 김반장의 장난에도 반응하지 않으며 간식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다시 김반장의 말에 속아 김반장네 가게를 도와주는 몽달씨를 발견한다. 경옥이는 그날 다 봤다고 김반장은 나쁜 사람이냐고 묻자 몽달씨는 부정하고 자신이 쓴 시를 넘겨준다.
원미동 사람들을 대학교에 와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는데 느낌이 사뭇 달랐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공부를 하기 위한 지문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위해서 읽으니 다른 느낌이었다. 경옥이가 세상 물정 모르는 그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아니였다. 자신의 처지와 부모님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들이 아니라 딸이 태어나서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자신보다 어른인 몽달씨와 김반장을 딱하게 안타깝다고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놀라웠다. 또한 자신이 그날을의 일을 다 보았다면서 나쁜 사람이냐 묻는 모습을 보며 그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라고 하기엔 어른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학교에 와서 다시 원미동 시인을 읽어보니 내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작품이 맞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 책장에 남은 수능 문제집들을 넘겨보다가 저번 1학기 수업 때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이 났다. 고등학생들이 배울 내용에는 성적인 내용을 배제한다며 일부 부적절한 내용을 잘라내거나 수정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렇지만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지문을 문제집에서 배제하는 것은 배우는 사람들에게 어린아이는 그저 순진하다는 생각만 주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