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취업준비에 대한 막막함을 가지고는 있지만 취업과 회사생활에 대해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아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자극이 될까 싶어서 미생을 읽기 시작하였다. 사실 미생을 읽으면서 현실속의 직장인의 비애를 너무 잘 반영해서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간접적으로 받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중간에 그만 볼까 생각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생을 다 보고 나서는 왜 진작에 안 읽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보면서 아직 해보지 않은 회사생활이지만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 많이 웃고 많이 울기도 하였다.
미생은 9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단행본으로 나와 있다. 일단 미생의 스토리는 직장 인턴으로 들어간 주인공 ‘장그래’ 의 직장 생활로 흘러간다. 바둑신동 소리를 들으며 한국기원 연구생이 됐으나 집안사정 등의 문제로 프로입단에 실패한 주인공이 후견인 소개로 손꼽히는 회사인 ‘원인터내셔널’에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이다.
미생의 중심 등장인물은 장그래이다. 장그래는 낙하산으로 무역회사에 들어가게 되는 인물이다. 무역전공인 나도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과 다양한 외국어에 지식이 전혀 없는 장그래는 무역회사에서 많은 고생을 한다. 처음 회사에 와서 장그래가 느꼈을 이질감이 나에게도 처절히 와 닿았다. 나도 취업 전 사회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다양하게 했는데,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전까지 겉돌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더 공감이 되었다. 다음으로 똑 부러지는 캐릭터인 안영이라는 인물은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안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사회내의 남녀차별을 보여준다. 차별이라는 힘든 환경 속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여주는 안영이가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했다. 다음으로 장그래를 미워하는 인물인 장백기이다. 사실 장그래가 주인공이라서 사람들이 장그래에 몰입하게 되어 장백기가 미운 캐릭터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회사에는 장백기와 비슷한 인물들이 많을 것이다.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스펙을 쌓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인 장백기는 낙하산으로 들어온 장그래를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도 장백기 입장 이였다면 장그래를 좋게 보지는 못했을 것 같다. 다음으로는 자신의 팀원들을 잘 챙기고 자신의 업무에 대한 열정이 엄청난 오과장이다. 오과장을 보면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굽히면서 또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지만 가정에서는 자식들과 놀아주는 평범한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오과장을 보면서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아빠도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겠지만 집에서는 티를 안 내시는거라고 생각하니 감사하고 또 죄송했다.
미생 전권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반에 미생을 읽을 때는 사회생활의 부조리함과 각박함만을 보았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세상의 더러움, 냉정함, 따뜻함 등 세상의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모든 면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았다. 미생은 우리나라 사회의 모든 것을 담은 도서라고 말할 수 있다. 미생을 재밌게 읽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 속에서 다양한 인물을 통해 실제 직장 생활의 파편들을 실감나게 찾아볼 수 있어서인 것 같다. 장그래는 누구나 겪을 법한 낯선 환경으로의 입문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쌓는 동료애와 일에 대한 흥미와 집착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장백기는 잘나가던,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나 뜻대로 잘 되지 않는 신입사원의 모습, 안영이도 자기를 죽이며 살아남는 법부터 깨닫는 신입사원의 모습, 대리급 이상의 직장인들을 통해서도 직장 생활의 다양한 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구박하는 사람, 돌봐주는 사람, 일만 하는 사람, 이 모든 사람들 속에서 각자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투영할 수 있는 게 미생의 매력이다.
‘미생‘이라는 작품의 결말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드라마와 책을 보면서 장그래가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취직이 되는 것을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장그래가 정규직이 되는 것으로 행복할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그것이 꼭 정답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청년들이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20대의 삶을 투자하고 있지만 어쩌면 허황된 것을 쫒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린 어떤 생각으로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할까? 성공을 위해서? 먹고살기 위해서? 그냥 남들 다 하니깐?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린 어떠한 목표를 위해 향해 가는 것보다 현재 나의나 위치에 맞는 시점마다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를 거치며 의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10대 때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공부하고 20대 때는 좋은 직장에 가기위해서 스펙을 쌓고, 30대에는 승진을 하기 위해서 일을 한다. 그 이후에는 잘리지 않기 위해 두려움 속에서 일을 한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기다리고 있는 문을 열어가며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의무적으로 살아가는 삶속에서 성공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책 속의 김대리의 말처럼 성공은 자기가 그 순간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린 문제인 것 같다. 결국 성공은 자기 기준이고 자기 만족이다. 남들이 말해주는 성공이 아닌 자기 내면의 성공이 진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미생의 명대사인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바둑이 있다’라는 말처럼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세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바둑을 두기 위해서 구체적인 목표를 두고 그것을 향해 가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지금 힘든 청춘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미생의 대사를 말해주고 싶다. 뭔가 하고 싶은게 있다면 일단 자신만 생각하라고 말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