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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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우리들 대부분은 우리 식탁에 정확히 어떤 고기가 오르는지, 또는 고기를 올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굳이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육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은 아니다. 자신의 입장을 독자들에게 관철하기 위한 글이 아니며, 독자들에게 강요하지도 않는다. 단지 우리가 먹는 동물들에 관해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면, 육식에도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따른다. 이 책에는 그런 의견에 관한 글도 실려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어떤 종은 다른 종을 잡아먹는다. 육식이 부자연스러운 형태의 식습관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그러나 인간만이 행하는 공장식 축산이 비윤리적이며 잔인하다는 사실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은 ‘부수 어획’이다. 이 책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지만, 해양과학용어사전의 설명에 따라 요약하자면 부수어획이란 어획 대상 목표종에 부수적으로 어획되는 어획물의 일부를 일컫는다. 우리는 소, 돼지, 닭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다루어지는지 논하면서도 물고기들의 사정은 잘 헤아리지 않는 듯 하다. 생선 한 마리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다른 수십 종의 물고기들도 죽음을 맞는다. 이 책에 따르면 참치를 잡기 위해 물고기 145종이 아무 이유 없이 죽는다. “상에 차려지는 초밥 한 접시를 생각해 보라. 그러나 이 접시에는 초밥 한 접시를 내기 위해 죽은 그 모든 동물도 담겨져 있다. 접시의 길이는 1.5미터까지 늘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라는 구절을 통해 더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장식 축산과 유전자 변형 식품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 그 이유는 역시 ‘돈’ 이다. 우리가 현재 가축을 다루는 방법들은 간편하며,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가축에 윤리 같은 것을 따진다면 ‘돈’은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감수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책을 읽으며 공장식 축산에 대해 하나하나 알게 되었다. 공장식 축산은 환경 오염, 온실 가스 배출, 감염균 확산 등 세상의 많은 것들에 영향을 준다. 전 세계 인간에게 쓰이는 항생제의 10배가 가축들에게 투여되며 이에 대한 내성은 꾸준히 늘어가고, 인간은 그것을 고스란히 먹고 있다. 동물들에 가해지는 비윤리적인 취급들은 너무 다양하고 그 방법들이 놀라울 정도로 획기적이고 잔인하며 충격적이다.

 우리가 단지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물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은 여러 가지다. 채식주의를 결심할 수도 있고, 이 모든 사실을 인정하지만 고기가 맛있기 때문에 육식을 포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앞으로 내가 어떤 음식을 먹을지에 대한 결정은 바뀔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정말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먹은 수 없이 많은 동물들과 그것들이 내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며, 내가 여태까지 애써 그것을 외면하고 모르는 척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며」는 정말 재미없는 책이다. 서점에서 몇 문장을 봤을 때 정말 재미없었다. 그럼에도 왜인지 모르게 이 책을 사서 집으로 가져왔다. 평소의 수집욕과는 다른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심정으로 책을 다시 폈다. 하지만 서점에서처럼 여전히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인생은 고통과 권태의 시계추 사이를 오고 가는 것이라는 쇼펜하우어 행님의 말대로 기다림의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신음하며 시적이고 지루한 헛소리만을 지껄일 뿐이었다. 헛소리라고 생각한 이유는 이들의 대사는 전혀 소통의 기능을 하지 않아서 극의 진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단지 자신들의 권태를 해소하려고 떠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대화는 독자에게 자신의 상태에 대한 단편적인 단서만을 제공할 뿐이다. 그들조차 대체 고도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왜 기다리는 지도 모르고 심지어 고도가 누군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고도를 기다린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이 두 인간들은 하루 종일 고도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심지어는 목매달아 죽을 생각을 하면서도, 죽었을 때 고도가 오면 어쩌냐는 대화를 나눈다. 블라디미르는 이에 ‘구원을 받겠지’라고 대답한다. 이 대화를 통해 고도는 신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그들의 믿음 속에선 자신들을 구원해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구원을 받기 위해 하루 종일 수동적으로 기다림을 반복한다. 고도는 대체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고도를 신이라는 구원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지만, 작가인 사무엘 베케트는 이 작품에서 신을 찾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면 대체 고도는 누구이고 언제 오는가? 고도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인가? 나는 신을 찾지 말라고 한 베케트의 말대로 신을 죽여 버린 철학자 망치맨 니체에서 힌트를 얻어 보려고 했다. 

  니체는 망치를 들고 전통적의 도덕과 윤리관 종교관 등을 쓸어버렸다. 그에 따르면 도덕이란 강자의 힘에 대항하기 위한 나약한 자들의 카르텔이다. 그리고 신은 이러한 나약한 자들이 세운 우상일 뿐이다. 그래서 니체는 이러한 신의 존재의 가치를 부정하고 자신의 운명 자체를 사랑하며 의지를 실현한 ‘초인’이 되라고 말한다. 그와 연관 지어보니 베케트가 이 작품에서 신을 찾지 말라고 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고도는 ‘의지가 실현된 나’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읽어보면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내일도 내일모레도 고도를 앉은 자리 그대로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할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구원은 없다. 따라서 나는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의지 실현을 통해 스스로 구할 수밖에 없음을 베케트는 이 두 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고도가 있냐 없냐가 아니라 그를 기다리느냐 스스로 찾아 나서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등장인물을 이토록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한 것은 일종의 자기혐오가 아닌가 싶다. 나 또한 제도와 전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며, 신을 믿진 않아도 한순간의 구원 또는 대박을 바라고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나의 의지로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기보다는 누운 자리에서 입 벌리고 홍시 떨어지길 바란 적이 더 많았다. 그래서 지금 나 또한 그들처럼 권태와 고통 속에 갇혀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으니 그동안은 내 고도는 내가 찾아보려고 노력해야겠다. 그러면 최소한 권태로부터는 스스로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

군주론 (개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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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을 때 문득 ‘나는 왕도 아닌 거지 대학생인데 군주용 자기개발서 읽어서 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주론」은 말 그대로 훌륭한 군주라면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가를 써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다 보니 곧 군주가 아니어도 이 책에 나온 지식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자인 마키아벨리의 인간과 정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하는 작자의 조언들은 도덕과 윤리와 얽힌 낭만적인 것들이 아니라 냉철하고 때로는 잔인하고 그래서 현실적인 것들이었다. 작자는 오랜 정치인 생활을 하며 보고 느낀 ‘실전 압축형 지식’을 군주론에 옮겨 놓은 것이다.

   나는 국정에 관련된 부분보다, 우선 나에게 더 실용적 이어 보이는 인간관계에 관련된 장들을 먼저 읽었다. 작자는 수많은 로마 왕들의 흥망성쇠에 대한 원인 분석 결과를 논거로 사용한다. 재밌게도 작자는 그 사례들을 보며 사람들은 모두 악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좇으며 온건하게 대해주면 만만하게 보는 존재라고 판단한다. 제일 공감이 가는 것은 사람들은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정치에서 군주는 때로는 윤리와 도덕을 저버리고 짐승의 방법을 사용해야 될 때도 있다고 말한다. 필요에 따라 여우처럼 권모술수를 써야 할 때도, 사자처럼 폭력을 사용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물론 작자는 그 악을 행함으로써 더 큰 악을 잡을 수 있을 때 한정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꼭 인간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떠나서, 국정에 관련된 부분도 유용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보았다. 그 결과, 나는 이 책을 우화처럼 읽어보기로 했다.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가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라도 그 속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듯, 나는 이탈리아 왕이 아니기에, 비유와 상징의 차원에서 작자의 뜻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일례로, 작자가 제시한 ‘자신의 무력과 역량에 의해서 얻게 된 신생 군주국’과 ‘타인과 무력과 호의로 얻게 된 신생 군주국’의 사례를 현실과 연결 지어본 것을 들 수 있다. 전자에선 내 능력으로 승진해서 얻게 된 팀장의 자리나 하다못해 동아리장이 되었을 경우에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것이 좋을지, 후자에선 그 반대의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참고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 「군주론」의 방식 그대로 정치를 하거나 개인의 삶의 방식을 설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군주국에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나타난 인간과 정치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잘 기억하고 응용할 수 있다면 살아가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은 다 비슷하게 생각하고 그래서 역사는 반복됨을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며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작가도 실천 못할 것 같은 자기개발서가 질린다면! 도덕과 윤리의 선비질로부터 일탈을 꿈꾼다면! 실전형 인사이트를 원한다면! 군주론 한 번쯤 볼만하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일본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재특회를 통해 본 한국사회

언론은 편향되었다. 인터넷만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 피해자나 유족, 사회적 약자에게 과도한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 자국민에 우선해 혜택을 받는 가짜 난민, 외국인은 추방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으려면 강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유사시 무력 사용은 물론 핵무장도 고려해야 한다. 낯설지 않은 주장들이다. 우리나라라고 생각했다면 오해다.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한국인의 특권을 철폐해야 한다 주장하며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를 일삼는 재특회(재일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시민 모임)의 이야기니깐 말이다.

한국과 일본의 헤이트 스피치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로 뭉친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에 ‘2ch’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일베가 있다. 이들의 주장은 네티즌의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인용되기에 이른다. 인터넷이 주 무대였던 이들은 거리로 나서 차별과 혐오 발언을 일삼는다.하지만 경찰은 이들의 시위를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들어 보호한다. 시위를 방해했다가는 집시법 위반이나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차별을 반대하기 위한 행동 또한 동일한 폭력으로 그려진다. 차별, 혐오 발언은 이렇게 언론에 노출되며 지속적으로 발언권을 얻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다. 재특회는 헤이트 스피치에 맞서 반대 시위를 하는 카운터스에게 너희는 반일이다, 한국의 공작원이다, 조센징이다라고 말한다. 독도에 방문해 독도는 한국땅이라 양심선언한 일본 역사학자에게도 일본으로 돌아오지 마라, 조선에서 살아라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일본인 한국인이기 전에 역사학자로서의 의견을 말한 것이지만 민족주의자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일본에게 불리하고, 한국에 유리한 주장을 했다면 그냥 매국노고 조센징이다. 그리고 그 행동이 자신과 조국에 긍정적인 일이라고 굳게 믿는다.

우리는 일본의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에 분노한다. 재일한국인에게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과 혐오 발언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내가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판단을 보류하거나 옹호하기도 한다. “그들은 권리만 주장한다. 평범한 외국인이 되어야 한다. 그들 때문에 자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재특회가 재일한국인들에게 가한 헤이트 스피치에서 재일코리안일본이라는 주어만 바꾼 것이다. 혐오의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재특회의 너희는 반일이다, 한국의 공작원이다“, “반일본적인 세력들입니다. 지금의 한국과는 친한 세력이죠.” 하는 인터뷰 내용도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빨갱이냐? 북한으로 가라.”라는 말로 대체될 뿐이다.

일본을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재특회의 시위를 막기 위해 도로 위에 드러눕는 한 남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재특회의 시위 현장마다 나타나 시위를 방해한다. 경찰은 재특회의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그를 제지하지만 굴하지 않는다. 경찰들을 매달고도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집으로 썩 꺼지라고, 들어가서 다시는 나오지 말라고 소리친다. 헤이트 스피치를 저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오토코구미(남자조직)의 대장 다카하시의 모습이다. 그는 우익이지만 차별 앞에 좌우는 없다며 재특회의 시위를 막기 위해 거리로 나선 전직 야쿠자다. 다카하시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폭력도 불사한다. 혐오발언을 주도하는 재특회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를 때려잡으려고 경찰 저지선을 뚫고 들어갔다가 체포된 전적도 있다.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순수하고, 평화롭고, 점잖아야 한다는 편견을 정면으로 깨부순다.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즉각 대응의 필요성

오토코구미의 폭력은 오직 헤이트 스피치에 반대하기 위해서만 사용된다. 하지만 폭력은 실정법에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혐오 발언을 하는 쪽이나 폭력을 쓰는 쪽이나 똑같다는 식의 야유나 비난을 감수해야만 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에도 적용되고 있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그들은 차별 발언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쏟아지는 차별, 혐오발언을 속수무책으로 듣고 있어야만 하는 사람이 지금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재특회가 공원 불법 점거를 주장하며 조선 제1초급학교에 항의 방문했던 날 그들은 김치냄새가 난다던가 조선인은 범죄자라던가 스파이라던가 하는 말을 수업중인 학생들에게 퍼부었다. 교사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재특회는 더 날뛰었다. 학교의 스피커 선을 끊고 골대를 쓰러트리기까지 했다.

물론 재특회의 행동이 명백한 인종차별임이 후에 재판을 통해 밝혀졌지만, 아이들의 상처는 한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혐오발언이나 차별에 폭력을 써서라도 즉각 대응해야 함을 주장하는 오토코구미의 주장에 일리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카운터스에는 물리력을 사용하는 오토코구미만 있는 건 아니다. 재특회의 혐오 낙서를 지우기 위한 모임도 있고, 헤이트 스피치에 반대하는 내용의 플랜카드를 만드는 모임도 있다. 만화가, 변호사, 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차별에 반대한다. 이들의 활동은 법 제정으로도 이어졌고 혐오표현금지법은 일본 국회에서 통과되어 201663일 시행되기 시작했다.

오토코구미는 더 이상 공식적으로 활동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해체했다. 하지만 혐오 시위가 다시금 세를 불리기 시작했고, 오토코구미도 활동 재기를 꾀하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2017년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가 표현의 자유 범위 안이다는 응답이 17%, ‘헤이트 스피치를 당하는 쪽도 문제가 있다는 답변이 10%에 달했다고 한다(일본 내각부 조사. 전국 18세 이상 남녀 3000. 응답률 58.6%). 피해자다움, 피해자의 책임을 강요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유의미하게 봐야 할 통계다. 일본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차별과 혐오에 반대해야 한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탓해야 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순간 차별의 싹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음을 배워야 한다.

차별과 혐오를 깨트리자

하지만 조심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헤이트 스피치를 일삼는 재특회를 나쁜 사람이나 적으로 규정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진심으로 걱정되어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선 시민들이다. 특정 기관이나 단체의 후원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은 본질이 되지 못한다. 후원이 사라진 후에도 그들은 자발적인 성금을 모아 활동을 계속한다. 비난은 충격을 가할 수 있을 뿐이다. 벌어진 틈으로 들어가 혐오를 깨부수지 못한다면 벌어졌던 틈은 오히려 단단해질 뿐이다. 충격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이해하려는 사람들도 있어야 된다. 어쩌다 우리는 서로를 증오하게 되었는가. 이 책이 그 질문에 대한 자그마한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능소화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능소화 꽃향기를 타고 4백 년 시공을 뛰어넘은 슬픈 사랑이 펼쳐진다!

능소화 피던 날 만나 능소화 만발한 여름날 이별한 여늬와 응태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감정이 절제된,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택지조성을 위해 분묘이장을 하던 중 한 남자의 미라와 한 통의 연서(戀書)가 발견된다. 국문과 교수인 ‘나’는 유물 조사 작업에 참여하여 연서의 해독을 맡게 된다.

그리고 마침 한국에 교환교수로 와 있는 기타노 노부시에게서 편지를 쓴 여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일기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나’는 편지와 일기를 바탕으로 400년 전 애틋한 사랑을 나누었을 부부의 이야기를 소설화하는데….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앞둔 사랑 이야기. 여늬와 응태는 본디 태어나 정해진 운명을 뜻하는 사주가 뚜렷하지만, 주변 인물들이 위험을 뚜렷이 감지했기 때문에 운명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사실 이런저런 이유를 벗어나 개인적으로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결말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400년 전에 쓰인 편지를 재구성한 책이었기에 역시나 두 사람의 끝은 이변 없이 흘러갔다. 두 사람의 감정선이 워낙 절절해서 그 마음을 따라가기 위해,  이미 예견된 슬픈 결말을 맞이할 두 사람의 운명이 궁금한 나머지 책을 펼친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읽었다. 그만큼 흡입력이 강한 매력 있는 책이었다.

소화라는 꽃의 유래라 할 수 있는 ‘하늘정원 속 도둑맞은 꽃’은 그만큼 귀하고 어여쁘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소화는 화려함 이면에 감춰진 슬픈 꽃임에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능소화(凌霄花)’는 하늘을 능히 이기는 꽃이라 한다. 비록 이승에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일찍 끝났지만, 결코 끝나지 않는 진한 인연이 남아 우리에게 감동을 전한다.

로봇 시대, 인간의 일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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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시대에 많은 매체에서 로봇시대가 다가왔다고 하는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다. 항공사 조종사와 같은 전문직업인들도 자동화의 영향권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문직 항법사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하게 되었다. 2010년 직업군 중 47%10~20년 안에 컴퓨터 자동화의 영향으로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오직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인지적 판단, 고도의 지적·정신적 임무를 로봇이 넘보기 시작했다.

기술발달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구조로 바뀌는 현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미 로봇이 서비스업, 즉 사람의 말과 기분을 이해하고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직업에도 침투하기 시작했다. 로봇이 일자리를 없앨 것이란 우려에 대한 반발도 있다. 이들은 흘러간 유행가라는 주장을 펼친다. 신기술이 노동자를 대처하는 것은 일차적 효과이고, 높아진 생산성은 결국 소비증대와 일자리 확대하는 2차 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래에 주목받을 직업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구글, 아마존 등은 이미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처하고 있다. 만물의 디지털화와 알고리즘을 통한 로봇 자동화가 거의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술 진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기에 직업선택 시 항상 로봇 대처율만으로 직업을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나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로봇 혁명으로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진짜로 직업이 사라질 수 있을까? 사라질 수 있다. 왜냐하면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그에 맞게 사람들의 필요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변하지 않는 것은 지구는 인간의 터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직업이라는 것은 인간의 필요와 원함에 따라서 탄생한 것이다. 세상이 변함에 따라 사람의 필요는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각종 신문과 뉴스에서 미래에 없어질 직업의 순위를 매겨놓은 표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직업이 타임스지나 설문조사에서 미래에 사라질 직업에 속해있다 하더라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명사를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동사의 꿈을 가졌을 때 현재 상황에서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어떤 개인이 절실하게 원하는 동사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막거나 제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권함이 기본적인 상식과 세상 도덕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원하는 동사의 꿈이 있다면 그 꿈에 가장 적합한 직업을 선택하여 얼마든지 자신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이다. 만약 내가 사서가 되고 싶다면 미래의 전망보다는 내가 그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직업을 가지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도서관의 이용자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지금의 것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발전된 기술과 생각을 어떡하면 나의 직업과 잘 연결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예전의 것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변화에 따라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면 아무리 내가 간절히 원하는 직업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로봇시대는 점점 더 가까워져 오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 스피커라는 것을 아주 신기해하였지만 지금은 주변을 살펴보면 인공지능 스피커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렇듯 로봇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첫 번째로 꿈을 동사로 꾸는 것과 두 번째로 변화에 따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잘 지키고 살아간다면 직업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검사내전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세상 공부)

자칭 ‘또라이 검사’이야기
법과 재판에 관한 이야기여서 법에 문외한인 나에게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김웅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재치와 입담 덕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대략적으로 두부분으로 나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김웅 검사님께서 검사실에서 겪었던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신기하고 기괴한 사기꾼들의  이야기들과 작가의 생각이 나오는 부분과

책의 뒷부분에서는 회복적 사법의 필요성, 법률시장이 직면한 현실 등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다루고 그에 대한 김웅 작가님의 신념과 생각으로 이루어져있다.

 

“법을 공부하다 보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이 보여. 우리가 생각할 땐 분명 사기인데 합법적으로 이걸 빠져나갈 수 있는 거야”(p.11)

현재 대한민국은 사기꾼들도 너무 많고, 그만큼 억울하게 사기를 당하는 약자들도 많다. 김웅 작가님는 이러한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법의 모순적인 면을 일일이 언급했다.

작가님은 대한민국을 ‘사기 공화국’이라고 표현하며 ‘사기는 남는 장사’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대한민국에서는 한 해에 24만건의 사기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사기꾼이 구속될 확률은 재벌들이 실형을 사는 것만큼 희박하고 처벌도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사기범의 재범률은 77%에 이른다. 책의 1장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사기가 행해지고 얼마나 어려운 사람들이 억울하게 당하며 사는지 알 수 있다.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것은 큰 위기이다. 재산을 비롯한 물리적인 피해를 당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정신적 상처를 입는다. 위기는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고 피해야 하는 것이라고 김웅 검사는 말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여럿이 모이면 좀 더 나은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집단 지성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18급 100명이 머리를 짜낸다고 이창호 국수를 이기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여럿이 모일수록 그 집단이 빠진 오류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오류에 빠진 사람이 오류에 빠진 사람을 만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p.78)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들은 사기꾼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해 더 쉽게 판단 오류를 범한다. 그리고 한 번 오류에 빠지면 어떤 증거와 사실을 보여줘도 그들은 자신들의 오류를 수정하거나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사기꾼들의 접근이 없었다면 당연히 피해자들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기꾼 천지인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도 조심성과 신중, 절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나 또한 내가 속한 집단에서 어떤 오류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 해야겠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때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 편을 들어 조용히 끝내기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학생들은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p.185)

김웅 작가님은 사기 범죄뿐만 아니라 학교 폭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작가님은 왜 피해자였던 학생들이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지 그 상황을 설명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아이들이 폭력을 당하지만 말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파헤친다. 그 이유는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음에도 상황은 더 악화되고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해자는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고 피해자는 더 큰 보복과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가해자의 속죄가 사법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작가님은 말하고 있다. 굳이 가해자를 용서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으며 피해자인 학생들에게 화해를 강요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한다.

 

검사내전은 평소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또한 김웅 검사가 겪은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운 변화의 시기에 법과 제도의 본질을 생각해보고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현대인 모두의 과제라는 것을 알려주며 복잡한 세상을 지탱하는 규칙인 ‘법’에 대해 사유하는 행위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현대인에게 크고 작은 통찰을 줄 것이라고 말해준다. 비록 마지막장에서는 법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다고 나오지만, 이러한 법의 본질적인 문제를 알고 있음으로써 옳은 방향으로의 긍정적인 변화가 조금씩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의 기원 (정유정 장편소설)

[상상독서 베스트리뷰 선정 도서 | 대출하러가기]

   인간이라는 종의 기저에는 무엇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인간의 본성에 관해서는 여러 설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단정 지어 말 할 수는 없습니다. 그 중 작가가 말한 종의 기원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내면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악으로부터 우리는 벗어날 수 없는 이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악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작가는 독자가 그 악을 알아채고 파악하여 다스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유정 작가는 우리의 본성 안에 숨은 악, , ‘어두운 숲을 똑바로 응시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내면의 악, 타인의 악, 나아가 삶을 위협하는 포식자의 악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음을 이야기합니다. 주인공인 유진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 나서야 자신의 어두운 숲을 깨닫습니다. 26년 동안 받아온 교육과 길러온 사회성으로 억눌러놓았던 자신의 본성을 자신의 삶이 위협당하고 나서 깨닫게 됩니다. 그는 약을 먹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발작을 단지 개병이라 취급하며 자신이 제어할 수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자신의 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지요. 유진은 자신의 어두운 숲을 보지 못한 대가로 그 악에 잡아먹히고 맙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신의 기원을 알아챈 유진은 이를 자신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이용합니다. 결국 연쇄살인범인 유진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악인인 유진이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지만 잡히지 않고 새롭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것입니다. 대다수의 소설은 권선징악의 형식을 보이고 특히나 유진과 같은 연쇄살인을 벌인 살인범의 경우에는 엄벌을 받거나 자신의 죄에 대해 뉘우치고 끝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유진은 끝내 잡히지도 않고 뉘우치지도 않습니다. 이 의구심은 작가가 의도한 점이라 생각됩니다. 죄를 저지른 유진이 자신의 을 알아채고 이를 다스릴 줄 앎으로써 자신을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깨달았음을 의미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어두운 숲에 대해 알아채어 자신의 무의식을 현명하게 다스릴 수 있기를 작가는 바랍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26년간 키워준 어머니를 죽인 유진이 나와 다른 세상의 사람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더구나 유진의 어머니가 살해당한 모습의 묘사는 인간의 무의식의 잔인함에 기함을 토하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상상 속의 유진로 바뀌어 그려지기 시작했고 그것을 인지했을 때 나무를 보게 되었고 이야기의 끝에 도달했을 때는 비로소 어두운 숲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간이라는 종의 기저에 대해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악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된 어두운 본성이며, 악인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나 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논리와 함께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유진에 비쳐 보이지는 않는지 자신의 심연을 살펴보고 무의식을 의식으로 통제할 수 있는 독자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위험한 과학책 (지구 생활자들의 엉뚱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

어릴 때 문득 들었던 호기심, 예를 들어 태양이 없어진다면?’, ‘모든 사람이 동시에 뛴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수능을 찍어서 만점을 받는 사람이 있을까?’, ‘구름을 탈 수 있을까?’ 이란 생각들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지금까지 공부하며 답을 찾은 것도 있지만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아있는 것 또한 있다. 이 책은 내 어렸을 적 호기심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호기심들을 정확한 과학적 근거로 풀어주고 있다.

 

수많은 내용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필자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을 소개하겠다.

첫째 모든 사람이 동시에 뛴다면?’

이 질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필자는 조금의 미동은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책의 저자는 전제 조건을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로드아일랜드에 모인다 로 설정한다. 책에서는 동시에 뛴 것보단 사후에 발생되는 결과에 더 집중해서 설명하고 있다. 일단 첫 번째로 50억개의 핸드폰이 동시에 켜져 대규모 부하로 인해 전화 통신망은 전부 다운된다. 두 번째는 모인 사람들이 흩어질 때다. 로드아일랜드의 공항이 하루에 수천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데 계속 가동한다고 해도 수십년이 지나도 사람이 줄어들지 않는다. 세 번째는 교통이 역사상 최악으로 마비된다. 네 번째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폭력이 난무 하고 배가고프고 목이 마른다. 결론은 로드아일랜드가 몇 주후에는 수십억명의 무덤이 된다. 뛰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만 했었지 뛰고 난후를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필자에게 이후에 발생될 수 있는 결과를 보니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결국은 모이면 안되는 걸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두 번째 진짜 광속구를 던지면?’

와 거의 광속군데야구를 시청하면 심심찮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진짜 광속구를 던지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무섭다. 너무 빠르게 날아가기 때문에 공기 속의 원자들과 야구공 표면의 원자들이 융합을 계속 하게 돼 야구공이 홈 플레이트에 도착할 때쯤에 이미 대폭발이 일어나서 몇 마일 정도에 있는 건물이 통째로 날아간다. 무심결에 한 말이 과학적으로 풀어볼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갖고 오는지 책에서는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엉뚱한 질문들이 많다.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하늘로 계속 올라가면 어떻게 되는지, 과속방지턱을 그냥 달리면, 무작위로 전화를 걸면, 등 엉뚱한 호기심을 책의 저자는 과학적인 논리에 근거하여 답을 한다. 물리적인 얘기로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그림으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내가 궁금한 내용을 자세하게 알게 되면서 갈증을 해소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필자처럼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너무 추천해주고 싶다.

모든 살인은 증거를 남긴다

 범죄심리학, 법의학, 프로파일러. 모두 가려진 범죄 현장을 밝히는 현대 수사의 등불들이다. 나는 강력 범죄, 특히 살인을 범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범인이 숨겨놓은 증거들을 종합해 미재로 남을 뻔 했던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 평소에도 이와 관련된 책을 주로 감상한다. 이 책은 리더스 다이제스트 사가 만든 정통 법의학과 과학수사의 교과서라 불리어도 무방하다. 책 속의 각양각색의 범죄들을 하나씩 짚어나가며 다양한 법의학적 증거들을 예로 들어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를 통해 과학적인 수사 방식으로 범죄 행각의 뒤를 쫓는 법의학자들의 노력을 추리소설처럼 박진감 넘치게 전하고 있다. 독극물학. 혈청학, 지문 감식, 사망자 얼굴 복원, 법의학적 탄도학, 범인에 대한 심리학적 추정, DNA감식 등 법의학의 여러 분야들을 총망라해 이론을 누구나 알기 쉽게 풀이한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용어들도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