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진짜’ 삶
1. 문제 상황 분석
주객전도(主客顚倒). 소설 속 ‘나’의 삶은 마치 주인이 다이소의 물건인 것처럼 보인다. ‘나’는 물건이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것 같아서 사고, 필요한 이유를 만들어서 사고, 급기야 새로 산 물건 때문에 다른 물건까지 구매한다. 보편적인 사람들처럼 필요에 의해 소비하거나, 적당한 기분전환에 그치지 않고 ‘중독’된 듯이 다이소에 가는 것이다. 그렇게 ‘나’에게 다이소는 삶의 일부에서 전부로 바뀌어간다. 그렇다고 다이소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나’에게 정말 만족스러운 삶을 선물하였는가?
‘나’가 다이소에서 산 물건은 어떠한 ‘느낌’을 선물하였다. ‘일류 레스토랑에 간 느낌’, 외국 영화의 커플이 된 것처럼 ‘이국적인 느낌’ 말이다. 그것은 ’진짜‘가 아닌 그러한 기분을 들게 하는 잠시의 착각이다. 이 잠시의 착각은 다른 곳으로 뻗어나간다. 특히 개에게 그렇다. 개가 아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완과의 말다툼에서 개를 아기와 연관 지어 생각한다. 개에게 밥을 주지 않은 영완을 육아를 여자에게 미루는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공동육아에 대한 문제까지 걱정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점점 ‘진짜’를 대체할 수 없는 영역과 마주친다. 영완과 싸우다가 지나가는 젊은 부부와 아기를 보며 자신이 ‘소꿉장난’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개는 아기가 아니다. 소꿉장난은 진짜 살림살이가 아니다. 아기를 키우는 친구의 삶을 ‘진짜’ 삶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나’가 은연중에 자신의 삶을 가짜라고 느낀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나’가 좋아하던 어떠한 느낌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아기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렇게 물건이 ‘나’의 삶을 빼앗는 상황과, ‘나’가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삶에 닿을 수 없는 것이 이 소설의 문제 상황이다.
2. 주인공의 문제 해결 방식
‘나’는 다이소에서 물건 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넌 다이소 없이 못 살 것 같다’라는 영완의 말에 겨우 2천 원짜리 물건에 엄살이 심하다며 대꾸한다. 처음에는 1층에서만 물건을 사던 ‘나’였지만, 나중에는 전 층을 망라하며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은 대수롭지 않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젖병과 딸랑이같이 쓰지 않는 물건도 마구잡이로 구매하던 ‘나’는 영완과 마지막으로 쇼핑하는 날까지도 아무 생각 없이 한가득 장바구니를 채운다.
그러나 영완이 정말 필요한 물건을 한 가지 골라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다이소를 찬찬히 둘러보며 지금까지 샀던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도 하지 못하며, 윤기 없으며, 정말 필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물건의 소용돌이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삶을 살다가, 영완과의 마지막 시간이 되어서야 문제를 인지한다. 소설 속에서 ‘나’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나오지 않았으나, 말미에서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였으니 앞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지지 않을까?
한편, ‘나’가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삶에 닿지 못하는 문제에서는 ‘나’의 해결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나’는 단순히 눈앞의 상황만 모면하는 방식을 택한다. 친구가 아기 이야기를 꺼낸 이후로 아기용품을 잔뜩 사는 모습은 현실을 외면하는 ‘나’의 방식이다. 잠깐 아기용품을 사고 아기를 떠올리며 행복해하는 것이다. 개에게 시선을 돌리며 개를 아기처럼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나’의 일시적 해결 방안은 순간의 기분만 전환시킬 뿐,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결국 ‘나’는 개로 인해 영완과 다툴 때 지나가는 아이를 보며 피했던 현실과 마주치고 상실감을 갖는다.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은 소꿉놀이에 지나지 않으며,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 진정 원하는 것은 다른 것임에 무기력해진다. 그러나 슬퍼하는 것도 순간이다.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는 계속해서 아기의 물건을 사들이며 마음을 달래고, 영완과 헤어지려 짐을 정리할 때도 애견용품과 아기용품을 놓지 못한다. 계속해서 순간을 모면하는 생활의 쳇바퀴에 갇힌다.
3. 평가 및 모색
이 소설을 읽으며 ‘나’에게 강한 동정심을 느꼈다. 한심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인데도 주체를 굳히지 못하고 물건에게 빼앗기는 것이 불쌍했다. 그리고 자신을 친구의 삶과 비교하며 ‘진짜’를 갈망하는 모습도 안쓰러웠다.
‘나’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일단 자신의 상황을 뚜렷하게 보아야 한다. 다이소의 물건들이 자신에게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 자신의 삶을 인지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가 다이소에서 과소비하는 행태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눈앞의 상황들만 임시적으로 모면하려는 행동도 돌이켜야 한다.
이렇게 삶의 주체를 되찾는다면, ‘진짜’ 삶에도 다가갈 수 있다. ‘나’의 문제는 ‘나’가 원하는 ‘진짜’ 삶, 즉 아기와 함께하는 삶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진짜’ 삶의 기준점을 친구를 부러워하며 잡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다시 생활습관을 바로 잡고 물건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을 되찾는다면, 친구와 비교하며 ‘진짜’ 삶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진짜’ 삶을 꾸릴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