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홀릭 (되새길수록 좋은 서울의 한옥마을 이야기)
책의 저자인 로버트 파우저는 1983년에 혜화동에서 한옥 생활을 시작하면서 한국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이웃과 가까이서 소통하는 한옥마을의 정취, 자연을 벗하며 일상에 휴식을 가져다주는 한옥에서의 삶, 한국의 정서, 문화를 사랑하게 된 그였지만, 한국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 ‘전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에서 한국이 지향하는 변화의 방향은 아주 특이했다.
그 방향이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문화를 이용하거나 시대에 맞추어 전통을 개발하지 않는 심리,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전통은 부끄럽거나 고루하다고 여기는 한국의 분위기는 그에게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특히 한옥마을이 그랬다.
무조건 옛 건축물을 없애고 새로 지으려고만 하는 한국인의 ‘재개발’을 지은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쉴 새 없이 모습을 바꾸며 서구화되는 서울의 모습과 한국의 문화를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는 서울에서 서촌을 ‘발견’했다.
매일 빠르게 변하는 서울의 중심에 가장 변화가 느린 마을, 서촌이 존재한다는 것은 반가움이자 충격이었다. 그는 서촌의 정취에 단번에 매료됐다. 21세기에도 1980년대 끝자락의 정취를 뿜어내는 이 작은 한옥마을에는 남다른 힘이 있었다.
바로 전통성이었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맞게 한옥이 조금씩 수선됐지만 원형이 보존된 집이 많았다. 낮은 담벼락, 이웃간의 소통, 네트워크처럼 집과 집을 연결하는 골목길 등, 주거 문화도 도시의 옛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국의 전통성이 시대에 맞추어 조금씩 변화된,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이 응집되어 있었다.
이 책은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이 어떻게 변해왔고,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그의 삶과 기억을 통해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서촌에 매료되어 1년간 서촌지킴이로 활발하게 활동한 어느 지식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매력에 대한 비평도 담았다. 너무 익숙해서 의식하지 못하거나 간과한 한국의 독특한 정서와 장점을 소개한다.
그는 지금 교수생활를 마감하고 미국의 고향땅에서 지낸다. 그곳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살아가는 요즘 우리들에게 문화의 힘은 그 어느 시대보다 중요하고 필요하다.
서촌에 대한 저자의 사랑을 통해서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운동 100주년 시집 (독립시인 6인의 저항시와 서정시 100선/쉽게 쓰여진 시)
<독립운동 100주년 시집> – 한용운 시인
살면서 간발의 차로 놓쳐본 것들을 떠올려보자면 눈앞에서 지하철을 놓친 것, 몇 점 차이로 놓쳤던 장학금 등이 생각난다. 이것들은 당시에는 아쉬울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예 기억조차 나질 않거나, 남들이 들었을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 듣는 이로 하여금 대다수의 안타까움을 자아낼 사연이 있다. 만해 한용운 시인의 이야기다. 한용운 시인은 승려의 신분으로 민족운동을 펼쳤다. 몸져 눕기 전까지 내내 일제의 통치에 시달렸고, 민족운동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가난에 시달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화된 신경통과 더불어 영양 실조까지 겹쳐 몸져 누워 있다가 해방을 1년 앞두고 타계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서 시를 읽으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 한용운 시인은 우리가 너무도 익히 아는 시인이지만 그의 작품이 아닌 그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용운 시인의 시는 대부분 누군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재회의 희망을 믿어 의심치 않는 내용이었다. 그의 시에서는 유독 ‘님’, ‘당신’처럼 누군가를 지칭하는 시어가 자주 등장하며 그것은 아마 조국의 독립일 것이었다. 즉 ‘님과의 이별’은 국권 상실을, ‘다시 만날 때’는 광복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떠났다고 생각했던 님이 사실은 떠난 게 아니라 단지 침묵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또한 화자는 재회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는 이별이라는 아픔을 기꺼이 감수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는 곧 조국의 광복을 위해 결연히 나섰고, 광복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조국을 잃은 상실감과 동시에 광복이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을 문학으로 형상화하는 등 온몸으로 이를 실천한 한용운 시인의 삶의 자세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얼이 담긴 시를 감상하며 내가 그 시대 현실에 처했더라도 내 모든 것, 심지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을까.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진짜 서울은 골목 안에 있다 (낭만청춘들이 모여드는 서울의 핫 플레이스 골목 이야기)
<진짜 서울은 골목 안에 있다> – 성북동
성북동은 으리으리한 저택이 몰려있는 부촌과 좁은 골목길 사이 옹기종기 모인 작은 집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이룬 곳이다. 성북초등학교가 성북동의 아랫동네와 윗동네를 나누는 기준이 되며, 각기 다른 멋을 뽐내고 있다. 지명은 도성의 북쪽에 있다고 하여 ‘성북‘이라고 붙여졌다. 북한산과 서울 성곽이 동네를 감싸고 있고, 근처 낙산 공원은 빼어난 야경으로 유명하다. 동네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조용하며 동네 곳곳에 위치한 소소한 상점과 맛집들이 이야기를 더한다. 등교하며 매번 같은 길로만 다녔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쳤던 성북동의 숨은 명소와 정취를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는 여행 코스를 짠다면 윗동네보단 명소가 더 많이 몰려 있는 아랫동네를 추천한다. 성북동의 아랫동네는 한적하지만 멈추어 있지 않다. 느리게 흘러가지만 옛것보단 새것이 늘어가고 있는 동네다. 음식점과 카페가 새로이 생겨났고, 그 사이 크고 작은 가게들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여전한 모습으로 골목을 지키고 있는 건물들도 현재한다. 지금은 보기 드문 이발소, 40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킨 중국집이 그렇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가 성북동만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성북예술창작터는 성북구립미술관의 분관이다.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한 신예 작가를 발굴하고 주민들을 위한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중이다. 예술을 일상에서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기획 전시, 윈도우 갤러리 전시, 대관 전시 등을 진행한다. 신인 작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지원해 그들의 작품을 손쉽게 관람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누구나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우일요는 수공예품과 도기를 판매하는 곳이다. 그릇, 접시, 머그잔 등 일상에서 쓰이는 생활 도기는 물론이고 백자 달항아리, 백자 오리, 새, 양 등 여러 동물들의 오브제까지 전시와 판매를 겸한다. 유네스코 우수 수공예품으로 선정되었으며 국빈들의 선물로 채택되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단골들은 그릇은 그릇대로, 장식용 작품은 또 그것대로 이질감 없이 공간에 잘 녹아든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애기한다. 새롭게 이전한 전시장은 한옥으로, 브랜드와 더없이 잘 어우러진다는 평이다.
본문에는 없지만 ‘문학기행‘인 만큼 성북로에 위치하는 문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장소를 찾아보았다.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에 위치한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시인이 살았던 한옥집이다. 한용운 시인의 동상이 보이는 작은 광장 옆 계단을 따라 좁은 길을 걷다 보면 심우장이 바로 보인다고 한다. 규모는 작지만 단란하고 정갈한 한옥이 인상적이었고, 한용훈 시인이 직접 심었다는 향나무가 마당 한켠에 있다. 한옥을 지을 때는 볕이 잘 드는 남향으로 짓는 게 일반적이다. 그에 반해 심우장은 북향으로 지어졌다. 집주인인 시인 한용운이 북향인 성북동에 터를 잡은 이유는 조선총독부가 남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절대 남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 대목에서 살아생전 독립 운동에 목숨을 마치고, 시에 저항혼을 담았던 시인의 굳건한 의지가 느껴졌다.
독립운동 100주년 시집 (독립시인 6인의 저항시와 서정시 100선/쉽게 쓰여진 시)
그동안 <쉽게 쓰여진 시>를 정말 쉽게 읽었다. 나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교과서에 수록된 ‘외우고 공부해야 할 작품’으로서 처음 접했다. 시어의 의미를 곱씹기보다는 그저 선생님의 정형화된 해설을 그대로 따라적었고, 시험을 치기 위해 기계적으로 암기했다. 윤동주 시인 하면 부끄러움의 시인이라는 수식을 떠올리면서도 정작 그의 부끄러움, 고뇌, 갈등을 온전히 느끼려 노력한 적이 없었다.
이 책의 본문에는 정말 해석과 같은 주석이 없이 시의 전문만을 충실하게 실어놓았다. 처음에는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책을 펼쳤기 때문에 막막하기만 했다. 앞서 이야기했듯 누군가가 앞서 정리해 놓은 시의 갈래, 주제, 시어의 의미, 형식에 대한 정보 없이 시를 있는 그대로, 나의 사고로만 향유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무작정 읽었다. 정말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아픈 역사의 한가운데 놓인 시인의 심정을 헤아리려 노력하며 한 글자, 한 글자씩 곱씹어 보였다. 그러자 조금씩 눈에 보이는 것들이 생겨났다. 오히려 시를 학문으로 공부해야 했던 학창시절보다 더 시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제서야 정말 ‘시’를 ‘시’로서 바라볼 수 있었다.
윤동주 시인이 ‘저항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그 시절의 다른 시들에 비하면 윤동주 시인의 시는 비교적 담담했고, 외부적인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윤동주는 다만, 절망적인 시대 현실 속에 홀로 무기력하게 침전하는 스스로에게 저항해 왔던 게 아닐까.
윤동주 시인이 <별 헤는 밤>에서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 그리고 어머니와 같은 시어를 하나하나 부여했던 그 별들은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별들과 같을까. 윤동주가 남의 나라에 있는 육첩방에서 <쉽게 쓰여진 시>를 적었지만 나는 그 시를 우리나라에 있는 편한 나의 공간에서 읽었다. 24세의 윤동주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부끄러워하고, 시로써 시대 현실을 고발할 때 나는 그 시를 아무 생각 없이 손에 쥐었다. 부끄럽다.
하지만 부끄러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서라도 깨달았으니 깨달음을 변화의 발판으로 삼아야겠다. 지난날의 잘못된 나의 모습에 대해 반성하며 다가올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겠다. 나쁜 행동인 줄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 양심을 속이며 옳지 못한 행동을 했던 적이 있다. 혹은 직접 자행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옳지 않은 행동을 방관한 적이 있다. 나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분명 있지만, 이제는 과거의 행동들을 반성하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서촌 홀릭 (되새길수록 좋은 서울의 한옥마을 이야기)
서촌 홀릭 (되새길수록 좋은 서울의 한옥마을 이야기)
정의란 무엇인가 (한국 200만 부 돌파, 37개국에서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의)
정의란 무엇인가 (한국 200만 부 돌파, 37개국에서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의)
소수집단우대정책에 대해서 평소에도 관심이 있었기에 이 부분을 읽으면서 평소 나의 생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소수집단 우대정책에 전부터 찬성을 하고 있었기에 관련 내용을 읽고 가장 떠올랐던 점은 ‘사람들이 만약 자신이 소수집단이라면 이 정책에 반대를 할 것인가’ 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소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소수라는 것을 작은 의미로만 보지 않아야 한다.
단순히 현재의 결과의 머물러 결과가 극적으로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으로 전체적인 큰 그림을 못 보면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찬성 측의 입장이 강했지만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반대 측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을 해보았다.
소수집단우대정책에 대한 반박 입장 부분을 읽으면서 “과거에서 잘못한 일을 왜 우리가 보상을 해주어야 하나?’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책에서 언급한 부분인 인종별 우대 정책은 오히려 인종을 의식하게 만들어 또 다른 차별을 존재하게 한다는 점이 소수집단우대정책을 찬성하면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점이라 인상 깊었다.
단순히 “소수집단은 그동안 피해를 받았으니 당연히 보상해 주어야 한다.”라는 식으로 얇게 생각한 것 같아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다.
또한 보상받는 사람이 애초에 피해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은 찬성 측의 입장이 강했던 나조차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우대 정책으로 인한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을 가능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아직 ‘정의란 무엇인가’를 전부를 다 읽지 않아 이해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존재했다.
이번 내용을 통해 나의 고정적인 소수집단 우대정책에 대한 찬성 의견보다 반대 의견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던 점이 이번 독서에서 얻어 가는 점이라 생각한다. 소수집단우대정책은 찬성과 반대의 의견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고 차별에 대해 민감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