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최근에 서구연극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아주 유명한 입센의 ‘인형의 집’을 읽어 보기로 하였다. 사실 많은 고전 소설들이 그렇듯이 현재 우리의 삶과 아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내용은 적을 것 이라고 생각하였다.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시대가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에 고전 속에 숨겨진 보편적인 교훈을 찾아야 겠다 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너무나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입센의 인형의 집은 헬메르가 아내인 노라를 인형처럼 여기며 살아왔지만 결국은 노라가 각성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처음에 노라는 전형적이 가부장적인 가정의 아내로 등장하는데 노라는 중산층의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면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틀에 맞추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헬메르는 이러한 노라를 나와 다른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해주기보다는 자신이 소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들은 아주 행복해 보이지만 노라가 거짓 차용증서를 작성하여 돈을 빌린 것을 헬 메르카 알게 되면서 노라에게 각성하는 기회가 오게 된다. 헬메르는 노라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체 자신의 사회적 평판만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노라는 헬메르에게 자신은 오직 헬메르의 사회적 평판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헬메를를 집에 두고 노라가 집을 떠나는 것으로 이 작품이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억압받던 여성의 해방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게 가장 크게 드러나는 이 작품의 주제이다. 하지만 나는 인형의 집을 읽으면서 헬메르를 더 중점적으로 관찰하고 그에 대하여서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헬메르가 가지고 있던 사부장적인 생각들도 사회가 심어준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당시에는 그러한 생각이 옳다고 여겨질 때였기에 억압받는 여성들도 자신이 억압 받는줄 모르고 살아왔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성인 헬메르는 당연히 여성인 노라가 당했던 억압과 차별을 아무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니 알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공부하면서 궁금했던것 중 하나가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 유모가 잠깐 등장하는데 헬메르 가족과 하녀의 관계는 어땠을까? 하녀가 노리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림이였기에 노라나 헬레르도 유모를 사람으로 대했을까? 이 질문이 나에게 떠올랐다. 또한 이 작품에서 나타난 강자와 약자 사이의 차별을 나에게 적용해서 과연 내가 나보다 차별받는.사람들, 즉 장애인이나 어린아이들을 차별하지 않았나? 라고 질문했을 때 나는 차별한적없어!! 라고 말하기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헬메르를 욕할 자격은 나에게 없다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헬메르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행동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나도 그럴 수 있다라는 것을 항상 인지하면서 옳은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것이다.

 

 

 

바깥은 여름 (김애란 소설)

<바깥은 여름, 우리는 겨울.>
 
여름이라는 단어가 주는 싱그럽고 푸르른 느낌과는 다르게, 이 안에 실린 이야기들의 무게는 어딘가 허망하고 어둡다.
 
오랜 시도 끝 얻은, 전부였던 아들 ‘영우’를 교통사고로 빼앗긴 후 부모의 상실감을 담아낸 <입동>,
삶의 초입에 접어들기도 전 아버지를 잃고 만난 작고 하얀 개 ‘에반’과의 추억. 그리고 암에 걸린 ‘에반’을 떠나 보내기까지의 기록을 찬성의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 <노찬성과 에반>.
노량진 고시촌에서 만난 ‘도화’와 ‘이수’의 위태로운 동거, 그리고 그들의 8년이 마침표를 찍기까지의 <건너편> ,
언어의 영혼이 소수언어 박물관에 갇혀 소멸되고 소실되어 가는 이야기를 그린 <침묵의 미래>,
시간강사 ‘이정우’의 두 가지 선택과 두 가지 실패를 그리며, 현실에서의 소실과 관계에서의 상실을 담은 <풍경의 쓸모>,
현 시대에서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 잊혀져 가는 슬픈 세대의 이야기 <가리는 손>,
남편과 사별한 주인공에게 물든 장미색 비강진. 자신의 몸에 비친 반점을 이별의 아픔으로 표현한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자식, 개, 꿈, 사랑 등 소설 속 주인공들은 소중한 것을 잃는다. 작가는 이들의 고난을 격한 감정이 아닌 덤덤한 문체로 담아낸다.

슬픔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거나 표현한다는 것은 때론 그것을 치열하게 받아들이는 것 보다 더 먹먹한 감정을 안겨주기도 한다.

덤덤하게 그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과 더불어, 작가는 아픔을 겪은 이들이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이겨내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일곱편에 공통으로 관통하는 ‘상실’이라는 주제. 작가의 탄탄한 표현력과 그로 그려낸 이야기들이 주는 뭔지 모를 허망함이 주는 여운이 긴 책이다.

오스카 와일드, 아홉 가지 이야기

아름다운 동화와 아름다운 세상


읽는 것이 서툴던 어린시절, 세계 명작 동화 전집 그림책 한번쯤은 본적 있을 것이다. 그때는 책읽는 것이 어렵지만 열망만큼은 가득했다. 은근히 우리 아들 딸이 어서 잠들기를 바라는 부모님께 읽어 줘야지 잘거라고 협박(?) 하던 어린이였을 수도 있다. 그런 기억이 남아있어서인지 내가 도서관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고있었을때 내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책의 아홉가지 동화를 사람 오스카 와일드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유명한 작가다. 그의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던 동화행복한 왕자나이팅게일과 장미 사람인지는 몰랐다. 그는 문자보다는 목소리를 중요시하는 아일랜드의 전통이 따라 구술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그의 동화들도 어릴적 동사무소에서의 구연동화 수업처럼 쉽고 흥미롭게 들어온다. 화려하고 유려한 묘사와 그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등장인물들과 배경이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이런점들이 산만한 아이들을 충분히 집중시킬 있게 해줄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글읽는 것이 서툴고 금방 질려하는 어린아이들에게는 말로 들려주는 것이 쉽다. 앞서 말했듯이 부모님의 동화 나래이션을 들으며 상상하며 즐거워 하던 기억처럼.

또한 어린아이들은 화려한 원색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장난감이나 어린이 만화영화를 보면 쉽게 알수 있다. 그래서 동화들의 원색 같은 화려한 묘사는 어린이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이렇게 아이들의 시선을 끌어서 다음의 하는 일은 살아가는데 중요한 교훈을 전달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나은 세상을 만들기위한 교훈들. 사랑, 나눔, 우정, 공감 말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아홉편의 동화에 대해서 아이들과, 아이같은 마음을 지닌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동화들을 들으며 알게 모르게 뜻이 스며들어 자랐기 때문에, 어른이 후에도 그뜻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뜻을 받아 나만의 동화같은 이야기를 만드는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로봇 시대, 인간의 일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

  이 책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인공 지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앞으로 로봇 시대가 다가왔을 때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을 던져준다.
  예전에 학술정보관의 독서 프로그램으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며, 앞으로 사라질 직업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때 강의를 감명 깊게 들어 독서 클럽의 주제 도서로 정하게 되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저자의 생각과 많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의 가장 좋았던 점은 한 쪽으로 편향된 시각이 아닌 양 측 모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생각할 거리가 많고, 토론할 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덕분에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로봇 시대가 다가올 것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인 입장은 아닌 것 같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기술을 소유한 사람에 의해 지배될 수도, 또 소수의 사람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주제는 무인자동차와 자동 번역, 로봇과의 연애였다. 아무래도 가장 실생활에 밀접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무인자동차를 그저 TV에서 보듯이 운전자는 쉬고, 자동으로 주행을 해주는 그런 것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앞으로 다가올 무인자동차는 운전자 자체가 없다고 해서 놀랐었다. 사실 놀랄 것도 없는 게, 미래의 과학 발전은 정말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얼마나 사고도 많이 나고 위험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에 대해 대찬성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토론을 해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자율주행차의 사고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게 되었다. 사고의 가능성이 있을 때, 과연 누구를 죽일까에 대한 문제는 사람마다 주장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심지어 그 사고는 누가 책임지게 되는 것인가? 나는 이것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예전에 자신의 아이와 기차에 탄 승객들 사이에서 누구를 죽일지 고민하는 철도 관리자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직관이 아닌 오로지 알고리즘에 의해 피해자가 결정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끔찍한 일이다. 또한 이를 악용하는 일이 생기면 절대 안 될 것이다. 책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장점을 설명하면서도 그 위험성과 도덕성 논란을 이야기해준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당연히 자율주행차가 사람의 운전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사고가 날 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는 도덕성 논란을 보았을 때 생각이 조금 바뀌기도 했다. 해킹의 위험이 있기도 하고, 어린이와 노약자, 여성 중 누구에게 피해를 입힐지에 대한 딜레마는 데이터 과학자가 많아져서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자동 번역 시대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사람들은 영어를 배운다. 자동 번역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얼마나 좋은가?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이전에 번호를 모두 외우고 다녔지만 이제는 긴급 상황에만 대비해 특정 번호 몇 개만 외우면 된다. 이처럼 영어도 기계에 의존하지 못하는 배터리가 바닥났거나 하는 등의 상황만을 대비해 최소한의 회화만 알고 있으면 될 것이다. 비록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또한 국적에 따라 발화하는 습관이나 은어 등의 번역 논란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SNS를 빼놓고 살 수 없는 지금에서 인터넷의 방대한 말뭉치 데이터를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 러닝의 심화 신경망 알고리즘을 통해 유행어, 은어, 속어까지도 실시간 업데이트될 것이다. 외국어 공부는 정말 그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싶을 때만 필요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 ‘HER’이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었다. 인공 지능과의 연애라니 정말 신선한 소재가 아닌가? 영화를 볼 당시에는 형체도 없는 인공 지능 시스템과 연애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훗날 정말 인간과 똑같이 생긴 로봇이 발명되고, 회색 인간아웃팅처럼 서로가 서로를 구분하지 못할 때가 오면? 아마 나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린 왕자에서 사막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들인 시간이란다라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로봇에 대한 애착 감정은 상대의 반응이 얼마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냐 못지않게 내가 얼마나 그 대상에 주의와 감정을 기울였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한다. 로봇과 정말 함께하는 시간이 많고, 그에 대해 많이 의존하게 되면 그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어릴 때 아끼던 인형이 터져서 더 이상 안고 자지 못할 때의 슬픔 같은 것도 사랑 아닐까? 하지만 이는 정말 인간과 같은 로봇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인간에 의해 알고리즘 된 로봇은 인간에게 좋은 감정만을 제공하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기분에 다 맞춰주고 순종하는 로봇과 지내던 사람이 실제 사람을 대한다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에 대해 적응하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미래는 통제와 예측의 대상이 아닌 학습을 통해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 대상이라며, 디지털 세상에선 영어나 운전 기술처럼 코딩 능력을 필수로 익혀야 한다는 코딩 교육 주장론자의 이야기를 했다. 기술에 눈 뜬 사람이 악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불안하면서도, 하지만 데이터 과학자들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코딩에 접근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관심 있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고, 그 관심에서 시작해 직업이 될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이렇게 데이터 과학자들이 점점 많아져서 오히려 정말 로봇 시대가 왔을 때 이러한 사람들에 의한 다양한 알고리즘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지금의 국영수처럼 필수과목보다는 중고등학교의 보건 교육처럼 성적 외 과목으로 가르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사람들이 코딩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가르쳐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인공 지능과 로봇은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주겠지만 모든 것에는 그 이면을 알아야 한다. 편의에 대비하는 위험을 인지하고, 데이터 과학자들이 많아져서 그를 견제할 사람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이 책과 독서 클럽 토론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을 많이 접해보았고, 편향적인 시각이 아닌 다양한 생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긴 것 같아서 좋았다.

 

괜찮지 않습니다 (최지은 기자의 페미니스트로 다시 만난 세계)

[상상독서 베스트리뷰 선정 도서 | 대출하러가기]

   화장실에 들어가, 칸 안에서 마주한 깨끗하게 사용합시다.”라는 문구를 보고 읊조리길,

 

   “죄송합니다. 깨끗하게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대부분 겪었을 것이다. 화장실 벽면에 뚫린 구멍을 보고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것. 이전까지도 이것이 나는 혼자만의 유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여성들이 함께 공유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떻게?’라는 질문을 내게 되묻는다면, 용변을 보는 곳, 화장실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말할 것이다. 화장실 칸마다, 뚫려있는 구멍이나 나사의 수만큼 꽂혀있는 휴지들 혹은 붙여진 스티커들. 나의 두려움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막혀있는 구멍과 가려진 나사를 보고 안심하며 용변을 본다는 건 참으로 가혹한 감정이다. 우리네는 화장실 내부가 깨끗할수록 거듭 두려움을 느끼는 세상에 산다. ‘restroom’, 그러나 더이상 여성에게 화장실은 ‘rest’의 공간이 아니다.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것은 표지 뒤편에 적힌 살아남은 여성이라는 어구가 내 마음에 시린 잔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살기위해 살거나 혹은 살아져서 산다. 어쩌면 살아남은은 전자에 가까운 생존 이유이다. 그러나 이 책은 후자에 가깝게 생존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살아남지 못한 여성들은 얼떨결에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어서, 우연히 여성으로 태어나서, 어쩌다 묻지마 범죄를 당해서 죽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묻지 마!”하고 운이 나빴다라고 생각하며 입을 다물 문제인 걸까?

 

   이 책은 일상, 혹은 대중매체에서 은연중에 맞이하게 되는 여성이기에 겪는 경험에 관해 이야기한다(‘혐오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섣불리 운운하기에는 너무도 조심스럽고 무겁기에.). 한편으로는 여성이 살아가면서 평생을 느낄, 사회적 노이로제에 대한 원인을 밝혀주고 있는 것도 같다. 저자는 독자에게 괜찮다고 생각했던 어떤 불편한 것들이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책은 그러한 책이다. 거북하다고 느꼈던 것이 실로 그대만의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일러주어 조심스레 독자를 다독인다. 이 책은 실제 사건 중심으로 쓰였으며, 몰랐던 사건을 생각해보도록 하는 마음의 자리를 마련해준다. 대중매체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된 장면을 재조명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여기서 저자는 그것이 잘못됐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그저, 독자에게 생각의 기회를 나누어 줄 뿐이다.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한 문장에 대해서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졌다. ‘여자니까 밤길 조심해야 해라는 말, 누군가는 수없이 발화했을 것이고, 여성은 수없이 청취했을 말이다. 이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알지만, 그래서 또 한편으로 쓸쓸하고 끝이 없는 의문을 품게 된다. 도대체 ?, ?, ?’. 성별로 인해 어두운 밤길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우리는 이 세상을 과연 누구를 탓해야 할까. 저자가 그랬듯 지켜주겠다는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누군가가 지켜주는 세상을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혼자서도’ 잘 살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더는 침묵하지 않는 것이며, 그저 그뿐이다.  

 

   책 소개에서 저자는 끝의 시작이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책을 읽은 뒤, 나도 이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동안 괜찮아요.”하고 멋쩍게 웃어넘기던 지난날들, 이러한 세상이 이제는 끝을 맺기를. 그리고 솔직하고도 의연하게 괜찮지 않아요.”라고 자유롭게 말하는 세상이 도래하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외친다. 괜찮다고 착각했던 모든 이들에게, 당신은 사실 괜찮지 않았다고.

아홉번째 파도

 이 책은 추천도서에 있어서 읽게되었다. 강원도 삼척 척주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이지만 실제 사건인 시멘트회사 시위, 핵발전소문제 등 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더 재밌었다.

 척주는 강원도의 있는 작은 산골 도시로 오래 산 사람들이 많았고 서로서로 얼굴을 아는 사이였다. 동진시멘트라는 시멘트 회사가 척주를 먹어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여주인공인 송인화는 어렸을적 아버지가 동진시멘트에서 근무하시다가 사인도 모르게 돌아가셨다. 그 후 송인화는 약사가 되어 척주 보건소로 돌아왔다. 거기서 공익인  서상화를 알게 된다. 약대에 다니는 서상화는 보건소에서 공익근무를 한다. 둘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었고 사랑하게 된다.
 송인화는 아버지 죽음에 관련된 유력한 용의자 이영관이 죽고 그가 남긴 녹음기를 손에 쥐게 된다. 그 사이 척주시는 핵발전소를 설립한다느니 마느니 하면서 소란스럽다. 시장인 오병규가 찬성 서명은 조작하는 바람에 시장을 소환 하자는 투표가 진행된다. 척주시에는 또 한가지 사이비 종교인 약왕성도회 존재했는데 그들의 세력이 점점 커지고 모든 것이 낫는다는 약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었다. 약왕성도회 사람들은 전도를 시끄럽게 하다가도 어느샌가 사람이 없어진다. 시멘트회사 광산에 석회동굴이 있었는데 그것을 시장도 덮으려 하고 약왕성도회와 관련이 있어보인다. 송인화는 그것을 이영관의 녹음기를 통해서 차츰 알아가려 하는데 서상화가 시멘트회사 부근에서 죽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송인화는 모든것을 밝혀낸다. 약왕성도회는 시멘트 회사에게 거액의 돈을 주면서 외국에서 마약을 밀수입 하고 있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경비원이 필요했고 위험한 곳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초반에는 내용이 천천히 전개되다가 마지막에 휘몰아친다. 등장인물이 많은 편인데 한명한명 다 중요한 역할이다. 주인공이 죽는 내용은 책을 읽어도 적응이 안된다. 뭔가 일상적이면서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그런 내용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배경과 상황 등은 실제로 따왔다고 한다. 그래서 머리에 배경과 상황이 더 잘 그려졌나보다. 아홉번째 파도라는 제목은 인터넷에 찾아보니 아홉번째 파도가 제일 강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송인화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녀가 하는 생각, 느낌 등이 잘 전달 되었다. 곱씹을 만한 문체도 많았고 아름다운 표현들도 많았다. 내용이 밝지는 않지만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의 슬픔을 잘 보여준다. 몰입해서 단숨에 읽은 책이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실존주의 문학작품의 대표적인 소설이다. 
주인공인 뫼르소는 양로원으로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지만 어떤 감정의 동요도 받지 않는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도 않고 어머니의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 아닌 
매우 무덤덤하게 어머니의 장례식에 가기 위한 자신의 계획을 먼저 떠올린다. 
장례식장에서도 그는 역시 슬퍼하지 않았으며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하였다. 이처럼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며 장례식장에서도 어머니의 관 옆에서 밀크커피를 마시면서 밤을 새운다.
어머니의 죽음에 어떻게 이토록 아무런 반응 없이 행동 할 수 있을지 뫼르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장례식 후에도 그는 어김없이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낸다. 
여자친구인 마리와 데이트를 하고 사랑을 나누지만 그녀에게 마음을 주지는 않는 듯 보였다.
그의 삶이 그에게 어떠한 것도 활력을 불어 넣어 주지 못하는 듯 보였다.
아니면 그가 자신에게 일어나는 삶을 외면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떤 상황에도 그는 
적극적이지 않으며 감정의 변화 없이 하루하루를 무덤덤하게 보낼 뿐이다.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다가 그는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기게 된다. 
자신의 삶에서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던 뫼르소가 왜 살인을 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강렬한 태양빛이 왜 그를 살인으로 몰고 갔을까
그건 그저 그 때 태양빛이 이글거리던 것이고 그것으로는 살인의 동기가 되지 않아 보인다.
재판 과정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그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지는데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
이유가 그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도 슬퍼하지 않았고
무덤덤한 반응을 한 것에 대해서 그가 누군가를 살해할만한 사람이라고 몰고 가는 것은 부조리하다고 생각 된다.
처음엔 그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함부로 판단하여
그로 인해 그가 살인을 할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잣대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지도 않았고, 상대방을 자신의 해석대로 판단하지도 않았다.
삶에서 자신을 가장 큰 주체로 보았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슬퍼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는 상실에 대해서 아직 와닿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그를 이해 할 수 없었지만 마지막은 그의 죄를 묻는 재판에 대한 의구심을  남기게 되었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상상독서 베스트리뷰 선정 도서 | 대출하러가기]

 저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여성이 약자가 되었을 경우를 떠올리며 작성한 글이다. 연애, 결혼을 포함하여 모든 사회생활 즉, 사회운동과 학교, 가정, 회사 등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적 요소를 담은 책이다. 그럴 때마다 여성으로서 느끼는 불편함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대부분의 여성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도서 자체가 페미니즘에 대한 내용이다.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타 국가와 대한민국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갖춰나가야 할 점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도 갖추어야 할 인식의 개선 또한 요구된다고 본다. 우선 대표적 선진국 유럽 아일랜드에서는 한 여성이 낙태를 하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많은 시민단체가 분노하고 그로 인해 낙태죄 폐지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낙태죄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낙태는 임신이라는 행위가 남녀 모두에게 책임이 부여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법이라는 점에서 불평등하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독일에서는 낙태 합법화가 이루어진 후 결과적으로 낙태율도 20076명에서 20145.5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가임기 여성 1000명 당 출산율은 약 3명씩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독일 전문가들은 낙태 합법화는 생명 경시의 시작이 아니라, 생명 존중의 출발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만약 폐지가 되지 않고 오히려 낙태죄의 처벌이 강력해져서 여성이 반강제적일지라도 결국 아이를 낳게 되었을 때 그것이 정말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든다.

이어, 미투 운동이 실패한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도 나눈 적이 있다. 사실상 미투 운동이 잠잠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여전히 성폭력, 성희롱 등의 피해 여성이 속출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미투 운동과 같은 사회적 운동은 불씨와 같아서 잠잠해진 것 같아도 결코 그렇지 않다. 작은 사건 하나가 생김으로써 다시 활활 타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미투 운동은 결론적으로는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미투 운동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많은 여성들에게 사실을 고발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고 직장 내 성폭력과 학교 내 성폭력을 수면으로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심신미약이나 증거 불충분들의 사유로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처벌이 내려지지 않고 2차 가해가 무분별하게 일어났다는 점에서는 실패를 도출했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꽃뱀으로 낙인이 찍히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됨을 우려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오히려 못하게 된다고 본다. 따라서 2차 가해를 저지르는 이들을 엄격한 처벌을 내림으로써 현재 잠잠해진 미투 운동을 더 활성화 시켜야 각종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여성성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성성이라는 것이 편견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정말로 성 염색체에 의해 나타나는 차이만 여성스러운 것으로 규정해야 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주입한 여성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가 규정한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 사소한 것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여성성을 젠더 정체성이라고 정의하며 여성성과 구별되고, 전통적으로 서양 사회에서의 여성성은 상냥하고 온화함, 감정이입적, 감각적이라고 말한다. 이는 모두 과거의 가부장적 의식에서 시작된 것이다. 여자는 조신해야 하고 남성을 우선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국내, 외의 남성우월주의가 지금의 여성성을 만들었다. 여성스러운 여성을 무엇이고 남성스러운 남성은 무엇인가.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학적으로 규정지어진 성은 개인적, 사회적 프레임에 갇힌 고정관념일 뿐이다.

그리고 최근 일어난 이수역 사건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이는 과연 여성혐오 사건일까? 나는 이수역 사건이 여성혐오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언론은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느냐에만 초점을 맞추고 피해자를 2차 가해자라고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사건은 남성 다수가 일방적으로 여성 피해자를 계단에서 발로 찬 것이다. 아직 사회가 페미니스트를 받아들이기에는 무리였다는 것을 실감했다. 술집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로 폭행들 당해야 하는가? 이는 페미니스트를 더 많이 양성해야 할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팀이 읽은 당신이 계속 불편했으면 좋겠습니다‘82년생 김지영같은 페미니즘 관련 도서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에 동의하며 함께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현재 페미니스트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서로 보이지 않는 익명성을 띠고 있어 격한 언어로 감정적인 싸움까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해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이 결코 나쁘고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주는 입문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저자가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하고 낙태를 결심한 경험, 비혼 주의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세상에 내놓게 되었을까 하는 의도에 대해 궁금했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저자 또한 나와 같이 대한민국에 더 많은 페미니스트가 양성되기를 바람과 더불어 숨어있는 페미니스트가 자존감을 갖고 더 활발하게 활동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저자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우리나라 페미니스트들이 남의 신경을 쓰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여성의 권리를 찾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미키 마우스, 오늘부터 멋진 인생이 시작될 거야 (작은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자기 전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미키 마우스, 오늘부터 멋진 인생이 될거야.’는 참 적당했다. 가끔은 진부하지만 진심이 담긴 짧은 글이 나에게 힐링과 위로가 되어주곤 한다. 언제나 행복한 표정에 생기발랄한 미키 마우스의 모습은 대공황으로 무력감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의 마음에 위로를 주었고, 지금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귀여운 미키마우스들은 나에게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긍정의 힘과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한 선택을 할 때, 멋진 인생이 된다는 메시지를 들려주었다.

 

상식이라는 말에 주눅 들지 않아야 인생이 더 가벼워져요.

세상에는 생각보다 참견쟁이들이 많아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희망사항을 말했을 뿐인데도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 며 나를 제어하려고 하죠.

나를 구속하는 타인의 말에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에게 중요한 가치를 찾는 것이 인생을 좀 더 멋지게 만들어줄거예요.

 

남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많이 말했고, 또 그만큼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이다. 안정적인 취업을 포기하고 다시 공부를 한다고 했을 때, 참견쟁이들이 참 많았다. 내 인생을 내가 선택했을 뿐인데 나는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했고, 또 이러쿵저러쿵 변명해야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남들보다 늦은 거라고 말했다. 우리는 타인과 비교하는 순간 주눅 들게 된다. 인생이란 긴 레이스에서 1,2년 늦게 간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또 일찍 취업하는 것만이 답이 아닌데도 우리는 타인의 기준에 맞추게 되고, 얽매인다. 어쩌면 진부할 수도 있는 글이지만, 나에게는 나의 선택이 맞았다고, 나는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위로를 하며 확신을 주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바쁘고 정신없게, 가끔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억누르며, 그리고 가끔은 실패에 좌절하며 살아온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귀여운 미키마우스의 삽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는 솔직한 삶의 태도가 사랑스러워요’, ‘내면 깊이 뿌리내린 자신을 믿어요이다. 솔직한 사람을 보고 사랑스럽다고 느낀 적이 있기 때문에 더 와 닿았고, 자신을 믿으라는 말은 나에게 건네고 있는 듯 했다. 귀여운 그림들과 쉬운 글들은 오히려 심적으로 복잡한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사람들의 삶이 어렵고 힘들수록 쉽고 잔잔한 영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랑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 에세이

모순 (양귀자 장편소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모순에 맞닥뜨리게 된다. 책의 제목 ‘모순’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주인공 안진진은 스물 다섯의 나이로 자신 인생의 볼륨이 빈약하다는 사실에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고 말한다.
가장 우울해하는 것은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처럼 말하는 이유는 그녀가 스물 다섯 결혼 적령기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았다.
지금의 시대로서는 공감 가지 않는 어린 나이이지만 그녀는 그 때 그랬던 것 같다.
만나는 사람이 없던 것도 아니고 자신에게 머지않은 시간에 청혼을 할지도 모를 두 명의 남자가 있다.
이십대는 가만히만 있어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얽어맬 수 있는 기회들이 심심찮게 찾아온다고 믿고 있다.
이십대란 나이는 무언가에 사로잡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시간대이며,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하나씩은 필히 사로잡힐 수 있어야 인생의 부피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두 명의 남자와도 몹시 무덤덤하게 만난다.
단 한번도 무엇에 빠져 행복을 느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불안해 하는 것 같았다.
이십대가 끝이 아니고 이십대란 나이라고 저절로 기회들이 오는 것도 아닌 데 이십대에 대한 환상과 좌절을
말하는 것에서 안진진의 모순된 생각이 느껴졌다. 또한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드러나는 부분이 많았다.
자신의 삶을 변명하기 위해서 어머니의 삶을 들춰내는 어리석은 변명 또한 늘어 놓는다.
어머니는 일란성 쌍둥이인데 늘 똑같았던 어머니와 이모가 결혼과 동시에 이들의 삶이 급격히 달라졌다.
한 사람은 세상의 행복이란 행복은 모두 차지하는 것으로, 나머지 한 사람은 대신 세상의 모든 불행을 다 
소유하는 것으로 신에게 약속이나 받았던 듯이 그렇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불행을 소유한 것은 자신의 어머니, 행복을 소유한 것은 이모이며 자신이 불행을 짊어진 쪽으로 태어난 것을 원망했다.

자신의 삶이 건조하고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머니와 이모가 서로 다른 삶을 사는 것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모두 다 어머니에게 떠넘겼다. 하지만 그녀가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 이모는 
정작 행복하지 않았다. 이모는 자신의 삶보다 그녀가 불행하다고 여기는 어머니의 삶을 더 부러워했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을 비교하며 말했다. 누구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지 않는 다면 조금 덜 불행하진 않았을까?
이모의 끝이 너무도 허망했다. 그토록 선망의 삶을 사는 이모의 죽음에 안진진은 더 충격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이 만나는 두 명의 남자를 계속 저울질 했다. 그녀의 선택을 알 것 같기도 하면서 모르기도 했다.
김장우와 나영규는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남자인데 그녀가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여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누구를 선택할지 결말을 궁금해 하면서 읽었지만 결말을 읽고 나서도 그녀의 선택에 대한 갈증은 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