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손원평 장편소설)

 주인공은 선천적으로 편도체가 작아서 감정을 느끼지도 공감하지도 못 한다. 즉, 감정표현불능증이라는 장애를 갖고있다.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그런 주인공이 곤이와 도라를 만나면서 감정을 배우고 느끼게된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이 주인공의 병을 이해할 수 없기때문에 처음에는 주인공의 마음을 상상하면서 읽었다.
계속 읽을수록 감정표현불능증인 주인공이 현 시대의 이기적이고 차가운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지만 감정을 숨기고 살아간다. 책 내용 중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라는 말이 참 와닿았다. 나 혼자 살기 바쁘다고 남의 아픔은 무시하고 살아도 되는 걸까? 내 감정을 속이면서 사는 게 맞는 걸까? 서로 돕고 도우며 살고 내 감정에 더욱 솔직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평가된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대한민국을 대표할 황금주 37종목 전격 공개!)

저금의 시대가 아니 투자의 시대가 된 오늘날 주식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이 도서는 전문가가 기업을 보는 시선을 간접적으로 느껴볼수있는 책이다.
투자의 두가지 원칙인 기술적투자와 기본적 투자 중 후자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이 출판이 된지 10년이 지나 신빙성이 떨어졌을거라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100년도 훨씬 넘은 시장이며 투자자로써 기업을 평가하는 기본적인 기준은 크게 변하지 않아 읽는데 문제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페미니즘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고 싶어서  먼저 페미니즘에 쉽게 접근하고 읽기 쉬운 책을 찾다보니 읽게된 책이다.  정말 페미니즘 입문 도서로 딱 인 것 같다.  일단 책이 얇다보니 금방 읽을 수 있고 어려운 어휘나 표현이 없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 동안 그냥 무심코 지나칠 수 있고 당연히 교육되어왔던 여성을 차별, 무시하는 생각, 말,관념 등이 잘 못 됐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진정한 페미니즘 도서이다.

열혈강의 최호성의 C 프로그래밍 (메모리와 디버깅은 배신하지 않는다)

개발자로의 진로를 생각하고 있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많은 유용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또한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는 저자의 동영상 강의까지 함께 본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나는 25살 때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접하여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 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초심자가 접하기에 어려울 수 있는 깊고 심오한 내용을 쉽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도와준다.
C언어를 공부하지 않을 독자에게도 이 책은 추천한다. 언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컴퓨터의 본질에 대해 더 많이 얻어갈 수 있는 강의와 책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처음 시작하는 누군가가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거리낌 없이 이 책과 강의를 추천할 것이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오랜만에 영풍문고에 가서 책을 한번 쓱 훑어보며 무엇을 읽을까보다가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표지에 싸여진 종이에 ‘돈 이야기는 그만두고 오늘 읽은 책 이야기를 합시다!’라는 글이 눈에 띄어서 이 책을 사게 되었다. 내가 알바를 해서인가 점점 돈에 얽메어지는 것 같아 이 글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작가가 의사인데다가 그가 전에 쓴 시리즈책의 총 판매부 수가 320만부가 넘었고 2010년 서점대상 2위를 기록했다길래 이번 책은 얼마나 흥미롭게 썼을까 흥미가 생겨서 책을 샀다.  
 
이 책은 ‘나쓰키 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서점의 문을 닫아야 되는 상황이 오게된  고등학생 ‘나쓰키 린타로’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그에게 큰 존재였던 조부의 죽음 이후 큰 충격을 받아 제대로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한다. 그 때 한 고양이가 그에게 찾아와 미궁을 함께 풀어나가자고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을 받아 드린 ‘ 나쓰키 린타로’는  첫번째 미궁인 책을 많이 읽으려는 자, 두번째 미궁인  책을 자르는 자, 세번째 미궁인 자극적인 책을 팔아버리는 자로부터 책을 해방시킨다. 그리고 마지막 미궁에서 만난 오싹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에게 책의 힘에 대해 설득을 하고 현실의 일상세계로 돌아온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그 동안 내가 책에 대해 잘못 생각한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 기억에 유명한 사람들 중 몇 명이 책을 6만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많은 책을 읽고자 한 달에 10권의 책읽기를 목표로 삼았던 적이 있었다.(물론 실천이 잘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근데 주인공이 첫번째 미궁에서 만난 사람을 바라보며 한달에 10권 등의 몇 권의 책을 읽는 것이 중요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니 한 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음미하고 반복해서 읽는 것이 좋지 않은가?라는 궁금증을 품게 되었다. 또한 세번째 미궁에서 만난 자를 바라보며 그동안 자극적인 책만을 추구하여 ‘오만과 편견’, ‘데미안’등과 같은 명작책들의 멸종을 이끄는데 힘을 보태지 않았나 반성을 하게 되었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돈,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무슨 직장을 지니며 살아갈 것인지 등 거센 물결이 치는 겨울 파도와 같은 복잡한 심정을 섬세한 문장으로 이 책은 나에게 잔잔한 물결이 흐르는 오후의 강을 주었다. 즉, 빠르고 급하게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허둥거리던 나를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한 번 되돌아 보게 만들고 차분함을 주었다.
특히 무엇보다도 말하는 고양이라니 너무 매력적이지 않은가 게다가 사랑스럽기까지 한다. 이 책은 그리 두꺼운 책이 아니기에 시간이 날 때 약1~2시간 정도 따뜻한 커피나 홍차를 마시면서 읽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본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소설이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라니.. 책의 제목부터 다소 철학적이며 ‘도시’라는 것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진다. 나는 도시에 살면서 단 한번도 ‘도시’ 가 살아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책을 읽기 전 나에게 도시라는 것은 단지 농촌, 시골과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푸르고 생기로운 자연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삭막하며 위압감이 느껴지는 고층 빌딩 숲들과 그 사이를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도로가 있을 뿐이라고 인식했었다. 나에게 도시는 딱히 새로울 것도, 주목할 만한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내가 일명 “알쓸신잡” 이라는 TV 프로를 보게 되었고 그 중 유현준이라는 교수를 알게 되었다. TV프로를 통해 그의 말을 듣고 그의 세계관을 이해하며 건축이라는 것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그의 책을 한 단원 한 단원 읽어가며 나는 우리 서울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탁트인 한강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마당이 있었는데 그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집들 사이를 이어주던 골목들은 도시를 어떻게 살아 숨쉬게 해주었는지를 차츰 알아갔다. 
  지금의 우리들의 집에서 TV는 과거의 마당 역할을 하고 있다. 마당은 위쪽이 뚫려있어 하늘과 소통할 수 있으며 자연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다. 눈이 오면 눈이 쌓인 마당의 모습을, 가을이 오면 바람에 날린 단풍잎을 살풋 가져다 놓고, 비가 오면 처마 밑에 비를 피해 있는 가족들에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마당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평상을 놓으면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놀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바닥에 큰 대야를 두면 김장도 할 수 있는 작업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기분에 따라 가끔은 예쁜 꽃 화분들로 화사하게 장식할 수 있고 새로운 강아지 가족이 생긴다면 강아지의 집도 마련할 수 도 있다.  한 마디로 과거 집에서의 마당은 TV같은 것 없이도 즐겁고 다채로운 체험을 제공해주던 공간었던 것이다.
  골목길은 어떠한가, 지금은 층과 벽으로 막혀 있는 이웃 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만남의 광장이었다. 아이들에게는 같은 동네에서 사는 친구들끼리 한 데 모여 뛰놀 수 있는 작은 놀이터의 역할을 했다. 그때의 아이들은 닌텐도나 스마트폰은 없었지만 단순 골목길에서도 하루종일 즐겁게 놀았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마냥 옛 동네들은 부숴 없에고  신식 호화 아파트 단지를 앉히는게 맞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내가 평소 걷고 싶어하는 거리들은 왜 나에게 그러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지 깨닫기도 했다. 책에는 뉴욕의 거리는 인기있는데 왜 뉴욕처럼 격자무늬로 만든 여의도의 도로는 왜 걷고싶지 않은지, 명동의 거리와 세종 문화로의 거리는 어떻게 다른지 같은 것들을 예로들며 그 이유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빠른 발전을 위해 거리와 건물들을 단조롭게 만들어 놓았지만 막상 때가 되면 아름다운 거리를 찾아 헤매이다 결국 비싼 돈을 들여 유럽의 작은 시골  마을들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들의 도시나 거리가 특별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유럽의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골목길은 우리의 골목길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가 개발을 위해 도시를 부수고 다시 짓는 일을 반복할 때 그들은 기존의 건물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체 유지해온 것 뿐이다.

바깥은 여름 (김애란 소설)

슬픔의 무게를 잴 수 있을까?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슬픔이 있지만 그 중 하나도 똑같은 슬픔이 없다. 슬픔의 깊이, 무게, 이유 그리고 그에 담긴 사연 모두 다르다. ‘바깥은 여름’에는 7가지 서로 다른 슬픔들이 담겨 있다. 때문에 이 책은 빨리 읽으려 하기 보다는 한 단원, 한단원 천천히 그 속에 담긴 묵직한 감정을 음미하며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실로 나는 이 책을 주로 출퇴근길에 읽었는데 각 장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한 단원 이상을 연이어 읽어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가슴이 너무 먹먹해져 더 이상 읽을 수 없었고, 그 다음에는 소설 속의 이름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마음을 가지며 한 단원의 슬픔을 읽은 후에는 다음을 읽기까지 시간을 두었다.
 
[입동]
  봄은 참 아름답다. 추위가 사그라들고 따사로운 햇빛이 언 땅을 녹이며 녹은 그 땅에는 어여쁜 꽃이 핀다. 그런 봄을 채 다섯 번도 못 느껴본 아이가 유치원에서 찰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이를 떠나보내고도 가장으로서 생계를 유지해야했던 아빠와 정상적인 삶을 되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했던 아이 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빠는 보험회사 직원이다. 동네 사람들은 애아빠가 보험회사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을 하고 뒤에서 소문을 만들어낸다. 아이 엄마가 마트에 가서 장을 보려하면 “애 잃은 여자는 저렇게 입고 다니는구나”, “애 잃은 여자는 마트에서 시식도 하는구나” 와 같은 시선을 보낸다. 아이를 잃어 이미 깊은 슬픔의 바다 속에 잠겨있는 젊은 부모를 사람들은 다시 수면 위로 나올 수도 없게 묵직한 돌덩이를 던져든다.
[노찬성과 에반]
  찬성이는 최근에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늙은 할머니는 고속도로 졸음 휴게소에서 커피를 팔거나 휴게소에서 음식을 팔며 간신히 손자를 키우며 생계를 유지한다. 아이는 또래 아이답지 않게 철이 일찍들어 친구들이 다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사달라며 응석을 부리지도 않고 혼자 있는 시간에도 민폐를 끼치지 않게 조용히 지낸다. 그러던 찬성은 버려진 늙은 유기견에게 정을 주게 되고 그에게 에반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러나 늙은 에반은 곧 암에 걸리게 되고 어린 찬성은 의사의 말에 따라 에반에게 가장 편한 선물인 ‘안락사’라는 것을 주려 한다. 무엇인지도 잘 모르지만 매일 고통스러워 하는 에반이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거라는 ‘안락사’ 수술을 위해 전단지를 돌리며 돈을 번다. 어느새 십만원이 조금 넘는, 그러나 어린 찬성이에게는 그동안 만져보지 못했던 큰 돈이 생긴다. 곧장 에반의 수술을 시켜주려던 찬성은 예기치 못하게 수술을 곧장 하지 못하게 되고 그 사이 다른 유혹에 휩쓸린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버텨주며 기다려줄 것 같았던 에반은 어린 찬성이 다른 유혹에서 빠져나와 다시 돈을 모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위의 이야기들은 가장 앞에 나오는 두 이야기다. 책을 끝까지 읽을 때 까지도 처음에 느낀 신선한 충격과 슬픔의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어 보았는데 그녀만의 애상적인 소설을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사람은 두 발로 걷기 때문에 하늘을 쳐다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우리는 동물과 함께 땅 위에서 살아왔지만, 두 눈만은 항상 높은 하늘과 먼 지평선을 바라보는, 꿈꾸는 동물이었다. 별과 달이 불변의 법칙에 맞춰 같은 시간에 뜨고 지는 것을 보면서 법과 질서를 만들었다. 별을 보고 자기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나무로 만든 뗏목에 몸을 싣고 태평양을 건너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원주민이 되기도 했다. 조그마한 방에 앉아 우주의 지도를 그릴 줄 아는 용기, 미지의 것을 이해하고 내 이성으로 정복하려는 욕심이 바로 인간과 동물의 차이다.   – 조승연의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中에서

  예쁜 얼굴에 잘 빠진 몸매를 가진 줄만 알았던 Glamourous 글래머러스한 여자는 사실, Grammar 문법에 능통한 여자이며 머리가 똑똑한 여자라는 것, 많은 여심을 훔쳐 자신의 즐거움만 취하는 줄  알았던 Casanova는  먼 옛날 어린 나이로 시집와 남편과는 신혼조차 즐겨보지 못한 체 정조대를 차고 여생을 보내야 했던 귀부인들을 사랑의 즐거움으로 채워준 영원한 여자의 편인 남자였다는 것. 금을 찾아온 무시무시한 서양 해적들에게  “빼루(저 쪽)에 가면 금이 물 흐르듯  나오는 마을이 있다.”고 말해 자신의 마을을 지킨 추장에게서 비롯된 나라의 이름 Peru 페루와 Roma 답다를 뜻하는 Romance 로맨스 까지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를 가지고 낯설지만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사의 이야기꾼에 설민석이 있다면, 세계사의 이야기꾼으로는 조승연이 있다. 조승연의 이 책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부터 마음가짐이 사뭇 진지해지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깊이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전달해주고 있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없으면 인생이 재미없어지는 것이 인문학인 듯 싶다. 막막한 미래를 위해 지루한 돈벌이와 학업을 반복하던 찰나에 만난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은 한 줄기의 비가 되어 나의 굳어버린 머릿 속을 교양으로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장편소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 김영하

 

 짧은 문장과 빠른 전개 속도, 흥미로운 내용들 이 모두가 독자의 눈을 가리며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 이끌어 간다. 앞에 언급한 요소들에 현혹된 독자들은 연쇄 살인마로 나오는 김병수(70)의 의식이 흘러가는 과정에만 집중하게 되고 이때 그의 세계가 차츰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한다. 그러다 소설의 마지막 10페이지 정도에서 독자들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려 혼돈에 빠진 주인공보다 더 큰 혼란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부터 이미 이 소설의 끝은 크나큰 반전으로 마무리 되겠거니 예상했었다. 이렇게 소설을 읽는 내내 어떠한 반전이 있을지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던 나로써도 마지막에 김병수가 구속된 이후 부터의 내용에 혼란스럽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책의 90%를 거의 하루 만에 읽었는데 마지막 반전 부분 만큼은 쉽게 읽히지가 않았다. 조금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이렇게 치밀한 반전과 구성은 꽤 마음에 들었다.

  소설은 치매에 걸린 연쇄살인마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그의 의식이 흘러가는 양상이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유형의 것이라 매우 몰입이 되었다. 이해할 수 없을 거 같지만 읽다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의 세계가 마침내 무참히 파괴되는 그 순간에는 그동안 그의 세계를 열심히 이해해보려했던 나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는 것만 같아 허탈해지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평범한 독자의 수준으로는 그의 세계를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된 순간이기도 했다. 김병수의 대사 속에도 이런 말이 있었다.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악이 아니오. 그냥 기도나 하시오. 악이 당신을 비켜갈 수 있도록.” 이는 그를 찾아온 기자가 악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악을 이해할 수 있을런지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김병수가 건넨 말이었다.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당신을 위한 감정의 심리학)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관계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상대가 가족이든 친구든 우리는 혼자 있는 시간보다 타인과 살을 맞대며 살아가는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았거나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몰라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처방전이다.
 
  대학 진학 이후 여러 부류의 관계 속에서 회의감을 느끼고 많이 지쳤던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던 것 같다. 책의 저자인 유은정 정신과의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나’가 상처받지 않으며 건강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지 알려준다. 얼핏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방법들도 있지만 저자만의 전문성과 따뜻한 말솜씨로 전해주는 조언들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상대와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 나에게 야박했던 그동안의 나에 대해 반성하고 달라진 삶의 태도를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수도 없이 했다. 그 결과 책을 읽은 후인 요즘의 나는 확실히 전보다 나를 사랑하게 되었고 하루하루를 나름대로 만족하며 보내고 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연애를 할 때 나에게만 문제가 있어 제 짝을 못 찾나 싶었던 고민도 이제는 타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을 알게 되어 더 이상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혼자 보내는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일들, 나를 발전시키고 가꾸는 곳에 사용하며 알차게 보내게 됐다. 또 나만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 같아 섭섭했던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대화를 통해 서로가 원하는 바와 싫고 좋음을 명확히 알려주며 조금은 더 나아진 가정으로 바뀐 것 같다. 이 외에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에게는  소소한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단지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만 읽기에도 좋은 책이지만 늘 방 한켠에 두고 힘들 때마다 찾아보고 싶은 책이다. 누군가가 이 책을 읽을지 말지 고민한다면 나는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한 단원만이라도 읽어보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