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

백의 그림자를 읽고

1871377 오병택

 

이 책은 재개발을 앞둔 도심 한복판의 전자 상가에서 삶의 터전을 삼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평범한 두 남녀 은교와 무재의 사랑과 열심히 살아가는 상가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은교의 시선으로 시작하는데, 숲속에서 길을 헤매다 뭔가에 홀린 듯 낯익은 누군가의 뒷모습을 따라가다가 자신의 그림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림자가 책의 중심 소재다. 사람의 어두운 면과 고난. 하지만 자신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그런 존재인 듯하다.

 

은교와 무재는 어찌 보면 희망이 없는 청춘들이다. 수리실에서 접수와 심부름을 하는 은교. 공방의 견습공인 무재. 하루하루가 힘든 그들에게 사랑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입에선 죽겠다라는 말이 버릇처럼 나온다. 심지어 세상은 이들과 건물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사는 이보다 떠나는 이가 더 많은 전자상가 건물은 비효율 그 자체이다. 철거가 결정되고 이곳에서 수십 년간 시간과 추억을 쌓아온 평범한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그 모든 것을 잃게 될 처지에 처한다. 자신의 것을 언제나 지킬 수는 없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나 또한 재건축으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집과 동네를 떠나온 상태다. 걷기 시작할 때부터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랜 시간을 보낸 집과 동네를 건물을 다시 짓기 위해 떠나야 하는 그리운 감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전자 상가의 사람들은 어떨까? 몇 십 년간 같은 자리에서 돈을 벌고 주변 사람들과 감정을 나는 곳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 그들의 기분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책 후반부에서는 은교와 무재는 더 이상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초반과는 달리 서로 간의 사랑이라는 강력한 정서적 유대가 존재하기에 그들은 그림자를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로써 그림자는 돈이 없거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이들에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다가오는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을 때 그림자는 사람을 잠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현대 사람들은 누구나 삶의 그림자를 이고 살아간다. 누군가에게는 그 삶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그림자가 무겁게 그리고 진하게 그려질 것이다. 또한 삶의 그림자를 그들만의 방법으로 극복해내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혼자 힘들어하며 지쳐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그림자는 힘든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본심일 수도 있고, 탈출하고픈 현실을 극복하는 또 다른 자아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그림자가 필요한 것 같다.

백의 그림자

박병민

나는 백의 그림자를 읽고 나선 그때 그 순간을 다시금 느꼈다. 현실적이지 않은 (그림자가 일어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상황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요상한 말투, 그리고 책의 배경은 70년대로 나와 접점이 없는 시대이다. 이렇게 보면 이 책은 나와 별로 상관없고 읽었다 하더라도 나에게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작지만 울림이 넘치는 위로를 건네주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은교라는 여인과 그의 연인인 무재이다. 그렇다면 보통의 소설의 경우, ‘은교무재의 사랑이야기가 무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선 은교무재이 둘의 이야기와, 두 인물의 주변관계에 대해 들여다 보았다. 다들 참담했던 옛날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조용히 술 한잔을 기울이며 공감해준다.

 

어릴적 부모님의 잦은 다툼과 주위의 무시와 괴롭힘으로 인해 작지 않은 상처를 여러군데 간직한체 살아왔다. 주위를 둘러보며 내 주위 사람들은 나보다 행복하고 잘나가는데 나는 혼자서 뭐하나 싶은 생각을 했던 경험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그러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내다 보니 다들 마음 한 켠에 크고 작은 아픔들을 간직하고 있었고, 그저 숨긴 체로 살아온 것이다. 여태껏 나만 불행하다라는 편견에서 깨지는 순간이었다. 바보같지만 엄청난 깨달음이었다. 다들 자신만의 사연이 있고 다들 힘들지 않은 듯 살아간다. 자신의 슬픔이 더 나아가지 않도록이 소설를 읽으면서 그러했던 나의 편견이 깨지던 그 순간이 생각이났다. 다들 아프지만 담대히 나갈 수 있도록 서로를 조용히 보담아 주는 나에게 작지만 위로를 주는 소설이었다.

 

백의 그림자

백의 그림자를 읽고

1871365 신종현

처음에 백의 그림자라는 책을 읽으며 나는 그림자가 무슨 존재인지, 이 소설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읽었다. 책을 읽다보면 수시로 그림자라는 존재가 등장하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따라가다 서서히 죽어갔으며 등장인물들은 늘 주인공인 은교에게 그 그림자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그 패턴이 나타나는데, 사실 이 책의 인물들이 어떠한 고난이나 어려움을 겪는다고 느끼면 그림자가 스스로 자신에게서 분리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 그림자를 자신의 어려움도 잠시 잊어둔 채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은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 그림자는 그저 자신을 죽음으로 이끄는 저승사자일지, 그저 삶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의지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 그림자의 존재가 그저 이 소설의 주제를 부각시키려는 작가의 표현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작 이 소설은 그림자보다는 낡은 전자상가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두고 있었다. 오래 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드는 전자상가에서 삶의 고난을 느끼며 걱정을 가진 사람들. 빚이 점점 쌓이고 쌓이는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 오랫동안 지낸 터전이 어느 순간에 사라져버리게 된 이야기.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들은 백색보다는 짙은 회색의 느낌을 주는, 그야말로 그림자 같은 이야기라고 느꼈다.

 

이 소설에선 주인공인 은교무재는 이 암울한 분위기의 현실 속에서 연애를 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잔잔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위로해주고 다가가게 된다. 사실 이 둘을 보면 재밌는 점을 느끼게 되는데, 이 둘은 그림자에 대해 별 감흥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남들은 자신, 또는 남의 그림자가 일어서면 놀라서 따라가지 마라는 충고를 하기도 하거나 두려워하기 마련이었지만 이 둘은 그림자에 연연하는 일이 없었다. 소설 처음에서 은교가 그림자를 따라가며 시작되면서도 소설 안에서 그림자에게 가지는 감정은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무재는 덤덤히 그저 따라가지 않으면 어떤 일도 없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것에서 회색의 삶 속에서도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의, 청춘의 자세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마지막을 보면 바다 쪽으로 여행간 두 명의 차가 고장나고 곧 어둠(그림자)에 휩싸이지만, 이 둘은 자신들을 도와줄 누군가를 찾기를 바라며 소설이 마무리가 된다. 이는 곧 서로를 의지하며 그림자를 이겨내기를 바라는 작가가 청춘들에게 전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소설은 결국 현대인의 삶을 투영하고 있는 소설이다. 누구나 그림자를 가지고 있으며, 누구나 두려워하고, 누구나 도망치기도하며 서로 의지하기도 한다. 그들은 서로의 그림자를 볼 수도 있지만 볼 수 없기도 하며, 자신의 그림자가 어느 순간에 자신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것을 모르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그림자는 어떤 의미를 가진 걸까 다시 곱씹으며 나도 모르는 그림자가 어딘가에는 존재하는 걸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작가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이와 같은 현대인의 감수성이 아닐까 싶다.   


소나기 (한국인이 사랑하는 단편 24선)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라는 소설을 아는가? 교과서 혹은 청소년 필독도서로 흔히들 접해 봤을만한 단편 소설 소나기는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깨끗한 사랑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는 초등학생 때였다. 우연히 책장에 꽂혀있었던 소나기는 너무나 어렸던 나에게 흥미를 끌게 하지 못했던 작품이었다, 향토적인 배경에서 내용이 진행되다보니 도시에 살았던 나는 크게 공감할 수 없었다. 그 다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중학교 때였다, 정확히 읽었다라고 표현하기보다는 훑었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이 든다. 독후감은 내야하고 책은 읽기 싫었던 그 당시엔 대충 어떻게 쓰였나 훑고 나서 포털 사이트에서 줄거리를 찾아보고 내용을 짜깁기 한 후 독후감을 쓰고 제출했다. 그것이 나의 두 번째 소나기였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나는 문학기행을 위해 다시 한 번 책장에 꽂혀있던 소나기를 꺼내들었다. 소나기의 내용은 이렇다.

시골에 살던 한 소년 앞에 마치 소나기처럼 서울에서 윤초시의 손녀딸이 이사를 오게 된다. 그런 소녀에게 소년은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소녀 또한 소년과 가까이 지내고 싶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교 중 징검다리에서 물장난을 하며 놀고 있는 소녀를 보았고, 소녀가 비켜주기를 기다린다. 그때 소녀는 소년에게 바보라고 외치며 옆에 있던 조약돌을 소년 쪽으로 던지고는 달려갔다. 조약돌을 보면서 소년은 소녀를 떠올리며 그리워하게 되고, 그 이후에 개울가에서 둘은 다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소년과 소녀는 항상 함께했고 둘 사이의 정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소나기가 내려서 둘은 원두막으로 비를 피하게 되고 소년과 소녀는 좁은 원두막에서 둘 사이에 거리만큼 마음도 가까워지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 비 때문에 불어난 도랑을 건너기 위해서 소년은 소녀에게 등을 내주고 소녀는 순순히 응해 소년의 목을 끌어안고 건널 수 있었다. 그 후 소년은 소녀를 볼 수 없게 되었고 조약돌을 보며 소녀를 그리워하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소녀는 많이 여위어져 있었다. 소녀는 자신의 스웨터를 보며 그 날 소년에게서 옮은 물이라고 말하고 소년은 부끄러워한다. 그 후 소녀의 이사 소식을 듣게 되고, 소녀에게 줄 호두알을 만지면서 안타까워하던 중 그 밤에 마을에서 들어오신 아버지가 소녀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아버지는 소년에게 그런데 그 계집애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자기가 땅에 묻힐 때, 꼭 자기가 입고 있던 스웨터를 입혀서 묻어 달라고 하지 않았겠어.” 라고 말한다. 그렇게 소녀의 죽음으로 이 소설은 결말을 짓게 된다.

상당히 줄거리를 길게 썻는데 그만큼 나의 머릿속에 인상 깊었던 소나기의 내용이 많았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흔히들 소나기의 내용을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소년과 소녀의 첫 만남부터 이별직전의 그 순간까지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과 순수한 사랑이 느껴졌지만 마지막에 소녀의 유언을 듣고 뭔가 마음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소년의 시점에서 봐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함께 뛰놀고 함께 사랑했던 소녀가 가장 가까워졌고 사랑했던 비오는 그 날 때문에 소년의 곁에서 영영 떠나게 됐다고 생각하니까 또 한번 가슴이 미어진다. ‘소나기는 나에게 첫 사랑의 풋풋함을 다시 일깨워줬고, 어리지만 그만큼 순수한 사랑 또한 알려줬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소년의 슬픔과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한 소녀의 마음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중국인 거리 (사피엔스 한국문학 중 단편소설 8,중국인 거리,완구점 여인,저녁의 게임)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는 차이나타운에서 많은 일들을 겪는  성장하게 되는 소설이다. 전쟁후의 모습과 여성의 잔혹했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 속 주변의 많은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어려움을 안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겪는 사건들을 모두 극단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결말 부분에서도 나타나듯이,  어린 나이의 주인공은 중국인 거리에서 끔찍이 여성들이 학대당하는 모습을 거의 직접적으로 보는 과정에서 마지막에 초경을 겪고 여성으로서 한층 성숙해진다는 마무리로 끝이 난다.  오늘날의 페미니즘 문학처럼 적극적이진 않지만, 여성의 아픔과 비애를 담고 있ㄷ는 점에서 여성문학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중국인 거리 (사피엔스 한국문학 중 단편소설 8,중국인 거리,완구점 여인,저녁의 게임)

 
중국인 거리는 인천 상륙작전 당시의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 본인이 당시의 인천에 거주해 사실성이 더 드러나는 책이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이 사실에 기반했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책이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와 배경을 보여주고 있으며, 당시 시대적인 상황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무엇보다 인간이 약육강식의 상황에  있을 때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항상 약자라는 결말이 서술될 때  현실보다 더 실재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옛날 여성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삶의 행복을정하는 기준이였다는 게 실감이 났다. 현재도 가부장적 사상이 군데군데 남아 있지만 저자가 살았던 시절에는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운 가부장 사상이 존재했다는 것도 무섭게 느껴졌다.

 

소설의 굵은 줄거리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항구도시 인천에 위치한 중국인 거리, 탄가루로 잿빛을 이루는 공기, 해인초 냄새 그리고 그 속에 가난과 차별로 물든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내는 하층민들의 이야기를 혼란 속에 성장해 가는 한 소녀의 관점에서 쓴 단편 성장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보다 더 마음이간 인물은 국제결혼을 통해 미국에 가게 될 거라는 희망을 안고 힘든 삶을 버텼지만, 결국 흑인 군인에게 처참히 살해당한 매기 언니이다. 그녀는 ‘양갈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매기를 살해하기 전에  함께 살았던 미국 시민권을 소유한 군인 남자는 헌신적인 그녀를 학대하였고 술에 취한 채 아무 거리낌이나 죄의식 없이 떨어트려 살해하였다. 그 후에 그 살인자가 재판을 받고 합당한 처벌을 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녀를 제외하고라도 이 소설에서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죽고 고통스러워하고 삶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인물들 뿐이였다.

 

소설을 읽으며 당시 차이나 타운의 생성도 흥미로웠지만  당시 주둔했던 미군의 실체를 알게된 소설이기도 하였다. 이 소설에서는 누구하나 불쌍하지 않은 인물도 없었고 착한 사람도 없었다. 시대적 배경때문인지 모두 공포스럽고 괴기스러웠다. 현대와 비교해보면 나는 상상도 못할것 같다.

전쟁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사람들과 인천이라는 지역에 새로이 만들어진 중국인거리 그리고 미군들 지금의 평화로운 인천 차이나 타운의 모습은 전혀 생각나지 않은 오정의 작가의 “중국인 거리”이다.

 

소나기 (한국인이 사랑하는 단편 24선)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는 우리 문학사의 현대소설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 작품은 그러나 사실 처음부터 인기를 얻지는 못하였다, 이 작품은 교과서에 수록된 이후 대중들에게 멀리 퍼지게 된다. 원작의 제목은 <소녀> 였지만 교과서적 특성상 선정적인 부분을 총 세 곳 삭제한 후 <소나기>라는 우리가 아는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또한 이런 선정적인 부분 말고도 그당시 영미문학에 심취해 계셨던 황순원 작가는 다산을 상징하는 대추와 밤을 유럽문화와 관련 깊은 호두로 바꾸는 등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느낄 수 있는 그러한 소설이다. 이러한 작품 외적인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순진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살펴본다면 더욱 흥미진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소나기 (한국인이 사랑하는 단편 24선)

저희 조가 고른 책은 황순원의 작품 중 하나인 소나기입니다. 중학생시절에 읽고 났을 때에는 그저 시골을 배경으로 해서 향토적 정감과 소년과 소녀의 사랑을 얘기하는 내용으로 이해를 하였습니다. 대학생이 되고나서 다시 읽어보니 소년과 소녀의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 얘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소년과 소녀가 만나는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상세하게 표현이 되어 있어서 장면을 상상하면서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소년의 풋풋한 사랑을 몇 가지 부분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산에서 소년이 소녀를 위해 꽃을 꺾어주는 장면과 소녀의 무릎에 상처가 났을 때 송진으로 생채기에다 문질러 발라주는 부분에서 소년의 맑고 순수한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오는 도중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원두막으로 갔지만 원두막은 기둥이 기울어지고 지붕도 찢어져 있어서 비가 들어오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보면 무모해 보이지만 입술이 파래지고 어깨를 떨고 있는 소녀를 위해 거친 소나기가 오지만 자신을 희생해 소년이 수숫단을 가져오는 장면에서도 소년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년의 무모해 보이지만 풋풋한 사랑을 볼 수 있는 부분은 소녀가 이사를 가게 되는 걸 알고 그날 밤 호두 밭에 가서 작대기로 호두를 따는 장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소년은 아픈 소녀에게 호두를 주고 싶어서 낮에 봤던 덕쇠 할아버지의 밭에서 굵은 호두가 많이 떨어지길 바라며 작대기를 흔듭니다. 호두송이를 맨손으로 깠다가는 옴이 오르기도 쉽다는 말을 들었었지만 그런 말 같은 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책의 제목인 소나기라는 키워드로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 소녀의 죽음으로 인해 급작스레 마무리가 될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그러나 소녀가 죽기 전에 자신이 입고 있었던 분홍 스웨터를 묻어 달라는 부분에서 소녀도 소년을 생각하고 비록 짧았지만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려고 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그저 비극적인 결말로 아쉬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소년과 소녀의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자칫 풋풋한 사랑이 변질될 수 있는 부분을 소녀의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통해 사랑을 아름답게 승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중국인 거리 (Chinatown)

625 전쟁 이후에 주인공 소녀는 인천의  중국인 거리로 이주하게 된다. 책 속  폐허가 된 건물, 그리고 중국식 건물들은 전쟁의 아픔을 담고있는 모습의 배경을 표현한 내용은 전후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지금의 삐까번적한 차이나타운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중국인의 거리는 알고보니 함께 전쟁을 이겨낸 아픔이 있는 장소였던 것이다. 그동안 중국인이라고 하면 화교가 생각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몇 십년 전부터 우리와 같은 아픔을 지니고 이겨내고 같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는 생각에 약간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녀의 눈으로 본  그 당시 모습은 마냥 좋기만 하지 않았다. 석탄가루와 과자를 교환하는 아이들. 양갈보를 꿈꾸는 아이. 여덟번째 어머니의 임신. 죽음을 맞이한 메기언니나 할머니를 보며  성숙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린 소녀의 눈으로 이러한 죽음에 대한 목격 등은 슬픈 감수성과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교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전쟁을 간접적으로 겪은 세대에게도 전쟁의 여파가 은연중에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 일상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지고 주인공이 소녀이지만 담담한 문장들은 더욱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었다.  

소나기 (한국인이 사랑하는 단편 24선)

소나기 독서감상문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단편문학 중 하나로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았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 시절에 교과서에 항상 등장한 덕분에 여러 번 읽어보았으며 이 소설 내용으로 만든 드라마나 영화를 본 경험도 있다. 이 소설은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간결하고 깔끔한 묘사로 중학생이었던 나에게도 주인공인 소년과 소녀의 풋풋함과 순수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번 문학기행을 계획하면서 다시 읽어본 소나기는 그 때 읽었던 것과는 또 색다르게 다가왔다.

  소나기는 갑자기 내리는 비로, 짧은 시간동안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진다. 서울에서 살다가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된 소녀는 소나기처럼 갑자기 소년 앞에 나타났다. 학교가 끝나 집으로 가던 소년은 개울가 징검다리에 앉아 물장구를 치고 있던 소녀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다 소녀가 소년에게 던진 조약돌 하나로 이 둘의 직접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그 둘은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 친해지며 서로를 좋아하게 된다. 어느 날, 이 둘은 놀던 중 소나기를 만난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소나기를 피하려 수숫대 밑에 숨어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다 집으로 돌아오고 그 날 소나기를 맞고 앓아누운 소녀는 소년에게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소녀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면 소년과 소녀의 이름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는 것과 3인칭 관찰자의 시점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혹시라도 이 소설의 주인공이 소년과 소녀가 아닌 철수와 영희 같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었다면? 3인칭이 아닌 1인칭 또는 다른 시점으로 다루어졌다면 어떠하였을까. 어떤 이유로 소년과 소녀의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 이는 한 개인과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유년기를 벗어나는 통과 의례적 아픔을 소년과 소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표현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여러 번 읽어보았기에 분명 진부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오랜만에 다시 읽어 본 소나기는 더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으며 새롭게 다가왔다. 물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에 내용자체에서 새로웠던 것이 아니라 그저 풋풋하지만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에서 소년의 슬픔이나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소녀의 아련한 마음, 안타까움, 소년과 소녀의 순수함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더해진 덕분에 새로웠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