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를 읽고
1871365 신종현
처음에 ‘백의 그림자’라는 책을 읽으며 나는 그림자가 무슨 존재인지, 이 소설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읽었다. 책을 읽다보면 수시로 그림자라는 존재가 등장하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따라가다 서서히 죽어갔으며 등장인물들은 늘 주인공인 ‘은교’에게 그 그림자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그 패턴이 나타나는데, 사실 이 책의 인물들이 어떠한 고난이나 어려움을 겪는다고 느끼면 그림자가 스스로 자신에게서 분리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 그림자를 자신의 어려움도 잠시 잊어둔 채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은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 그림자는 그저 자신을 죽음으로 이끄는 저승사자일지, 그저 삶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의지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 그림자의 존재가 그저 이 소설의 주제를 부각시키려는 작가의 표현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작 이 소설은 그림자보다는 낡은 전자상가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두고 있었다. 오래 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드는 전자상가에서 삶의 고난을 느끼며 걱정을 가진 사람들. 빚이 점점 쌓이고 쌓이는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 오랫동안 지낸 터전이 어느 순간에 사라져버리게 된 이야기.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들은 ‘백색’보다는 짙은 ‘회색’의 느낌을 주는, 그야말로 그림자 같은 이야기라고 느꼈다.
이 소설에선 주인공인 ‘은교’와 ‘무재’는 이 암울한 분위기의 현실 속에서 연애를 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잔잔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위로해주고 다가가게 된다. 사실 이 둘을 보면 재밌는 점을 느끼게 되는데, 이 둘은 그림자에 대해 별 감흥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남들은 자신, 또는 남의 그림자가 일어서면 놀라서 따라가지 마라는 충고를 하기도 하거나 두려워하기 마련이었지만 이 둘은 그림자에 연연하는 일이 없었다. 소설 처음에서 ‘은교’가 그림자를 따라가며 시작되면서도 소설 안에서 그림자에게 가지는 감정은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무재는 덤덤히 그저 따라가지 않으면 어떤 일도 없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것에서 회색의 삶 속에서도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의, 청춘의 자세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마지막을 보면 바다 쪽으로 여행간 두 명의 차가 고장나고 곧 어둠(그림자)에 휩싸이지만, 이 둘은 자신들을 도와줄 누군가를 찾기를 바라며 소설이 마무리가 된다. 이는 곧 서로를 의지하며 그림자를 이겨내기를 바라는 작가가 청춘들에게 전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소설은 결국 현대인의 삶을 투영하고 있는 소설이다. 누구나 그림자를 가지고 있으며, 누구나 두려워하고, 누구나 도망치기도하며 서로 의지하기도 한다. 그들은 서로의 그림자를 볼 수도 있지만 볼 수 없기도 하며, 자신의 그림자가 어느 순간에 자신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것을 모르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그림자는 어떤 의미를 가진 걸까 다시 곱씹으며 나도 모르는 그림자가 어딘가에는 존재하는 걸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작가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이와 같은 현대인의 감수성이 아닐까 싶다.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는 차이나타운에서 많은 일들을 겪는 ‘나’ 성장하게 되는 소설이다. 전쟁후의 모습과 여성의 잔혹했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 속 ‘나’ 주변의 많은 등장인물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어려움을 안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겪는 사건들을 모두 극단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결말 부분에서도 나타나듯이, 어린 나이의 주인공은 중국인 거리에서 끔찍이 여성들이 학대당하는 모습을 거의 직접적으로 보는 과정에서 마지막에 초경을 겪고 여성으로서 한층 성숙해진다는 마무리로 끝이 난다. 오늘날의 페미니즘 문학처럼 적극적이진 않지만, 여성의 아픔과 비애를 담고 있ㄷ는 점에서 여성문학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중국인 거리는 인천 상륙작전 당시의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 본인이 당시의 인천에 거주해 사실성이 더 드러나는 책이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이 사실에 기반했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책이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와 배경을 보여주고 있으며, 당시 시대적인 상황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무엇보다 인간이 약육강식의 상황에 있을 때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항상 약자라는 결말이 서술될 때 현실보다 더 실재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옛날 여성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삶의 행복을정하는 기준이였다는 게 실감이 났다. 현재도 가부장적 사상이 군데군데 남아 있지만 저자가 살았던 시절에는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운 가부장 사상이 존재했다는 것도 무섭게 느껴졌다.
소설의 굵은 줄거리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항구도시 인천에 위치한 중국인 거리, 탄가루로 잿빛을 이루는 공기, 해인초 냄새 그리고 그 속에 가난과 차별로 물든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내는 하층민들의 이야기를 혼란 속에 성장해 가는 한 소녀의 관점에서 쓴 단편 성장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보다 더 마음이간 인물은 국제결혼을 통해 미국에 가게 될 거라는 희망을 안고 힘든 삶을 버텼지만, 결국 흑인 군인에게 처참히 살해당한 매기 언니이다. 그녀는 ‘양갈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매기를 살해하기 전에 함께 살았던 미국 시민권을 소유한 군인 남자는 헌신적인 그녀를 학대하였고 술에 취한 채 아무 거리낌이나 죄의식 없이 떨어트려 살해하였다. 그 후에 그 살인자가 재판을 받고 합당한 처벌을 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녀를 제외하고라도 이 소설에서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죽고 고통스러워하고 삶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인물들 뿐이였다.
소설을 읽으며 당시 차이나 타운의 생성도 흥미로웠지만 당시 주둔했던 미군의 실체를 알게된 소설이기도 하였다. 이 소설에서는 누구하나 불쌍하지 않은 인물도 없었고 착한 사람도 없었다. 시대적 배경때문인지 모두 공포스럽고 괴기스러웠다. 현대와 비교해보면 나는 상상도 못할것 같다.
전쟁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사람들과 인천이라는 지역에 새로이 만들어진 중국인거리 그리고 미군들 지금의 평화로운 인천 차이나 타운의 모습은 전혀 생각나지 않은 오정의 작가의 “중국인 거리”이다.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는 우리 문학사의 현대소설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 작품은 그러나 사실 처음부터 인기를 얻지는 못하였다, 이 작품은 교과서에 수록된 이후 대중들에게 멀리 퍼지게 된다. 원작의 제목은 <소녀> 였지만 교과서적 특성상 선정적인 부분을 총 세 곳 삭제한 후 <소나기>라는 우리가 아는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또한 이런 선정적인 부분 말고도 그당시 영미문학에 심취해 계셨던 황순원 작가는 다산을 상징하는 대추와 밤을 유럽문화와 관련 깊은 호두로 바꾸는 등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느낄 수 있는 그러한 소설이다. 이러한 작품 외적인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순진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살펴본다면 더욱 흥미진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625 전쟁 이후에 주인공 소녀는 인천의 중국인 거리로 이주하게 된다. 책 속 폐허가 된 건물, 그리고 중국식 건물들은 전쟁의 아픔을 담고있는 모습의 배경을 표현한 내용은 전후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지금의 삐까번적한 차이나타운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중국인의 거리는 알고보니 함께 전쟁을 이겨낸 아픔이 있는 장소였던 것이다. 그동안 중국인이라고 하면 화교가 생각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몇 십년 전부터 우리와 같은 아픔을 지니고 이겨내고 같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는 생각에 약간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녀의 눈으로 본 그 당시 모습은 마냥 좋기만 하지 않았다. 석탄가루와 과자를 교환하는 아이들. 양갈보를 꿈꾸는 아이. 여덟번째 어머니의 임신. 죽음을 맞이한 메기언니나 할머니를 보며 성숙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린 소녀의 눈으로 이러한 죽음에 대한 목격 등은 슬픈 감수성과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교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전쟁을 간접적으로 겪은 세대에게도 전쟁의 여파가 은연중에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 일상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지고 주인공이 소녀이지만 담담한 문장들은 더욱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