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세상 공부)

자칭 ‘또라이 검사’이야기
법과 재판에 관한 이야기여서 법에 문외한인 나에게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김웅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재치와 입담 덕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대략적으로 두부분으로 나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김웅 검사님께서 검사실에서 겪었던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신기하고 기괴한 사기꾼들의  이야기들과 작가의 생각이 나오는 부분과

책의 뒷부분에서는 회복적 사법의 필요성, 법률시장이 직면한 현실 등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다루고 그에 대한 김웅 작가님의 신념과 생각으로 이루어져있다.

 

“법을 공부하다 보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이 보여. 우리가 생각할 땐 분명 사기인데 합법적으로 이걸 빠져나갈 수 있는 거야”(p.11)

현재 대한민국은 사기꾼들도 너무 많고, 그만큼 억울하게 사기를 당하는 약자들도 많다. 김웅 작가님는 이러한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법의 모순적인 면을 일일이 언급했다.

작가님은 대한민국을 ‘사기 공화국’이라고 표현하며 ‘사기는 남는 장사’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대한민국에서는 한 해에 24만건의 사기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사기꾼이 구속될 확률은 재벌들이 실형을 사는 것만큼 희박하고 처벌도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사기범의 재범률은 77%에 이른다. 책의 1장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사기가 행해지고 얼마나 어려운 사람들이 억울하게 당하며 사는지 알 수 있다.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것은 큰 위기이다. 재산을 비롯한 물리적인 피해를 당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정신적 상처를 입는다. 위기는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고 피해야 하는 것이라고 김웅 검사는 말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여럿이 모이면 좀 더 나은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집단 지성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18급 100명이 머리를 짜낸다고 이창호 국수를 이기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여럿이 모일수록 그 집단이 빠진 오류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오류에 빠진 사람이 오류에 빠진 사람을 만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p.78)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들은 사기꾼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해 더 쉽게 판단 오류를 범한다. 그리고 한 번 오류에 빠지면 어떤 증거와 사실을 보여줘도 그들은 자신들의 오류를 수정하거나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사기꾼들의 접근이 없었다면 당연히 피해자들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기꾼 천지인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도 조심성과 신중, 절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나 또한 내가 속한 집단에서 어떤 오류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 해야겠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때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 편을 들어 조용히 끝내기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학생들은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p.185)

김웅 작가님은 사기 범죄뿐만 아니라 학교 폭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작가님은 왜 피해자였던 학생들이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지 그 상황을 설명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아이들이 폭력을 당하지만 말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파헤친다. 그 이유는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음에도 상황은 더 악화되고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해자는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고 피해자는 더 큰 보복과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가해자의 속죄가 사법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작가님은 말하고 있다. 굳이 가해자를 용서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으며 피해자인 학생들에게 화해를 강요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한다.

 

검사내전은 평소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또한 김웅 검사가 겪은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운 변화의 시기에 법과 제도의 본질을 생각해보고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현대인 모두의 과제라는 것을 알려주며 복잡한 세상을 지탱하는 규칙인 ‘법’에 대해 사유하는 행위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현대인에게 크고 작은 통찰을 줄 것이라고 말해준다. 비록 마지막장에서는 법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다고 나오지만, 이러한 법의 본질적인 문제를 알고 있음으로써 옳은 방향으로의 긍정적인 변화가 조금씩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의 기원 (정유정 장편소설)

[상상독서 베스트리뷰 선정 도서 | 대출하러가기]

   인간이라는 종의 기저에는 무엇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인간의 본성에 관해서는 여러 설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단정 지어 말 할 수는 없습니다. 그 중 작가가 말한 종의 기원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내면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악으로부터 우리는 벗어날 수 없는 이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악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작가는 독자가 그 악을 알아채고 파악하여 다스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유정 작가는 우리의 본성 안에 숨은 악, , ‘어두운 숲을 똑바로 응시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내면의 악, 타인의 악, 나아가 삶을 위협하는 포식자의 악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음을 이야기합니다. 주인공인 유진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 나서야 자신의 어두운 숲을 깨닫습니다. 26년 동안 받아온 교육과 길러온 사회성으로 억눌러놓았던 자신의 본성을 자신의 삶이 위협당하고 나서 깨닫게 됩니다. 그는 약을 먹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발작을 단지 개병이라 취급하며 자신이 제어할 수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자신의 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지요. 유진은 자신의 어두운 숲을 보지 못한 대가로 그 악에 잡아먹히고 맙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신의 기원을 알아챈 유진은 이를 자신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이용합니다. 결국 연쇄살인범인 유진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악인인 유진이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지만 잡히지 않고 새롭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것입니다. 대다수의 소설은 권선징악의 형식을 보이고 특히나 유진과 같은 연쇄살인을 벌인 살인범의 경우에는 엄벌을 받거나 자신의 죄에 대해 뉘우치고 끝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유진은 끝내 잡히지도 않고 뉘우치지도 않습니다. 이 의구심은 작가가 의도한 점이라 생각됩니다. 죄를 저지른 유진이 자신의 을 알아채고 이를 다스릴 줄 앎으로써 자신을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깨달았음을 의미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어두운 숲에 대해 알아채어 자신의 무의식을 현명하게 다스릴 수 있기를 작가는 바랍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26년간 키워준 어머니를 죽인 유진이 나와 다른 세상의 사람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더구나 유진의 어머니가 살해당한 모습의 묘사는 인간의 무의식의 잔인함에 기함을 토하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상상 속의 유진로 바뀌어 그려지기 시작했고 그것을 인지했을 때 나무를 보게 되었고 이야기의 끝에 도달했을 때는 비로소 어두운 숲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간이라는 종의 기저에 대해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악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된 어두운 본성이며, 악인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나 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논리와 함께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유진에 비쳐 보이지는 않는지 자신의 심연을 살펴보고 무의식을 의식으로 통제할 수 있는 독자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위험한 과학책 (지구 생활자들의 엉뚱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

어릴 때 문득 들었던 호기심, 예를 들어 태양이 없어진다면?’, ‘모든 사람이 동시에 뛴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수능을 찍어서 만점을 받는 사람이 있을까?’, ‘구름을 탈 수 있을까?’ 이란 생각들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지금까지 공부하며 답을 찾은 것도 있지만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아있는 것 또한 있다. 이 책은 내 어렸을 적 호기심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호기심들을 정확한 과학적 근거로 풀어주고 있다.

 

수많은 내용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필자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을 소개하겠다.

첫째 모든 사람이 동시에 뛴다면?’

이 질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필자는 조금의 미동은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책의 저자는 전제 조건을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로드아일랜드에 모인다 로 설정한다. 책에서는 동시에 뛴 것보단 사후에 발생되는 결과에 더 집중해서 설명하고 있다. 일단 첫 번째로 50억개의 핸드폰이 동시에 켜져 대규모 부하로 인해 전화 통신망은 전부 다운된다. 두 번째는 모인 사람들이 흩어질 때다. 로드아일랜드의 공항이 하루에 수천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데 계속 가동한다고 해도 수십년이 지나도 사람이 줄어들지 않는다. 세 번째는 교통이 역사상 최악으로 마비된다. 네 번째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폭력이 난무 하고 배가고프고 목이 마른다. 결론은 로드아일랜드가 몇 주후에는 수십억명의 무덤이 된다. 뛰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만 했었지 뛰고 난후를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필자에게 이후에 발생될 수 있는 결과를 보니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결국은 모이면 안되는 걸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두 번째 진짜 광속구를 던지면?’

와 거의 광속군데야구를 시청하면 심심찮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진짜 광속구를 던지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무섭다. 너무 빠르게 날아가기 때문에 공기 속의 원자들과 야구공 표면의 원자들이 융합을 계속 하게 돼 야구공이 홈 플레이트에 도착할 때쯤에 이미 대폭발이 일어나서 몇 마일 정도에 있는 건물이 통째로 날아간다. 무심결에 한 말이 과학적으로 풀어볼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갖고 오는지 책에서는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엉뚱한 질문들이 많다.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하늘로 계속 올라가면 어떻게 되는지, 과속방지턱을 그냥 달리면, 무작위로 전화를 걸면, 등 엉뚱한 호기심을 책의 저자는 과학적인 논리에 근거하여 답을 한다. 물리적인 얘기로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그림으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내가 궁금한 내용을 자세하게 알게 되면서 갈증을 해소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필자처럼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너무 추천해주고 싶다.

모든 살인은 증거를 남긴다

 범죄심리학, 법의학, 프로파일러. 모두 가려진 범죄 현장을 밝히는 현대 수사의 등불들이다. 나는 강력 범죄, 특히 살인을 범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범인이 숨겨놓은 증거들을 종합해 미재로 남을 뻔 했던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 평소에도 이와 관련된 책을 주로 감상한다. 이 책은 리더스 다이제스트 사가 만든 정통 법의학과 과학수사의 교과서라 불리어도 무방하다. 책 속의 각양각색의 범죄들을 하나씩 짚어나가며 다양한 법의학적 증거들을 예로 들어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를 통해 과학적인 수사 방식으로 범죄 행각의 뒤를 쫓는 법의학자들의 노력을 추리소설처럼 박진감 넘치게 전하고 있다. 독극물학. 혈청학, 지문 감식, 사망자 얼굴 복원, 법의학적 탄도학, 범인에 대한 심리학적 추정, DNA감식 등 법의학의 여러 분야들을 총망라해 이론을 누구나 알기 쉽게 풀이한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용어들도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우리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다양한 상상을 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석산이 흐드러지게 피어진 꽃밭을 지나 고통의강을 지나면 모든것에 해탈한 피안의 세계에 도달할 수도 있고, 동전 한푼을 뱃삯으로 받는 뱃사공을 따라 스틱스 강을 건너 갈 수도 있다. 그대의 심장은 깃털 하나보다 무겁기에 암무트에게 영원토록 먹히는 형벌을 받을수도 있을 것이며 , 윤회의 수레바퀴로 다시 한번 생을 이어갈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종교는 그 종교마다 각각 자신들만의 사후세계가 존재하고 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원초적 공포에 기인 한다고 생각한다. 인류는, 아니 인류 뿐만이 아닌 모든 생명체는 죽음을 본능적으로 두려워 한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오는 것이 죽음이건만 아무리 세계가 발전한다 할지라도 죽음 이후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는다.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죽음에 순응하고 체념하게 된다. 거스를 수 없는 공평한 죽음이란 짧게 불타오르는 불꽃놀이와 같아 화려하게 피고 지는 불꽃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일생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의 작가는 호스피스로서 자신이 직접 본 죽음에 대한 형태를 기록했다. 공평한 죽음이지만 그 누구든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모든 사람이 다르기에 그것은 다양한 사연으로 나타난다. 죽음이란 마법과도 같아 죽기 직전이라면 그 누구도 솔직해 진다.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그러하나 모습을 작가는 25가지로 기록했다. 병에걸린뒤 하는 뒤늦은 후회라던가, 죽은 뒤의 유산, 자신이 잊고 살아왔던 꿈이라던가, 식욕과도 같은 원초적욕구, 사랑과 결혼, 그리고 자신을 기억해줄 아이라던지. 사람은 각기 다른 자신만의 후회를 남긴다. 죽음 이후가 무섭기에 그들은 후회한다. 후회하고 발버둥 치지만 죽음은 다가온다. 피할수 없기에 그들은 체념을 한다. 
 
 인류사에 있어서 종교의 필요 이유는 오로지 사후세계에 대한 긍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든 죽음 이후에 대해서는 공포심을 가질수 밖에 없으며 종교는 사후세계라는 믿음을 통해 그 죽음에 대한 극복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운명의 곁에는 언제나 죽음이 같이 있으며 그것을 외면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앞서 말한 종교적 믿음이거나 자신의 철학적 사유, 아니면 고된 일상을 통해 잊는 다거나. 물론 죽음이라는 것은 잊는 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유한한 삶을 살기에 죽기 전 후회를 남기겠지만 그 유한한 삶을 살기에 우리는 화려하게 타들어가는 불꽃같은 생애를 살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죽기 전 인생을 되돌아 봤을 때 후회만이 남는 삶을 살지 않았기를 빈다.

현남 오빠에게 (페미니즘 소설)

 요즘 뜨거운 논쟁거리인 페미니즘. 여성주의라는 의미로서 여성의 권익을 주장하는 사상이다. 수 많은 사회기득권자들이 옹호하며 이를 피로한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여성으로서 억압받았다고. 여성이기에 불평등했으며 여성이었기에 차별받았다고. 이제 여성이 일어나 여성의 권익을 스스로 챙길 떄가 되었다고.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것은 태어나서 부터 어쩔수 없이 짊어지는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의 선택으로 짊어지는 것 일수도 있다. 성별이라는 것은 우리의 선택으로 짊어지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 고를수도 없으며 그들을 서로 이해할 수 도 없다. 최근 혜화역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몰카 규탄시위라고 한다. 이 시위의 발단이 된 계기가 조금 어이가 없더라. 몰카를 찍은 가해자는 여성이었고 피해자는 남성이었다. 그리고 시위가 일어난 이유는 가해여성을 일찍 잡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시위에서 외친다. 남성과 여성이 사법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고. 옳은 말이다. 실제 여성과 남성은 형벌에 있어서 큰 차별을 받고 있다. 다만 그치들이 생각하는 대로 여성이 차별을 받는 것이 아닌 남성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 남자로서 살아오면서 항상 나는 남성이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다. 육체적 고난이나 정서적 차별 등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군대가 정점이었다. 나는 남성이기에 군대를 갔다. 그리고 여성들이 소위 말하는 ‘집지키는 개’로서 2년을 복무 했으며 ‘살인기계’가 되어서 나왔다. 자긍심을 가져야 할 군 복무는 여성들의 눈에는 천박하고 야만스럽기 짝이없는 일이 되었다. 
 
 이 책은 제목부터 부정적 의미로 가득 차 있다. 현남이라는 의미는 대한민국 페미니스트 들이 쓰는 ‘한남’이라는 단어에서 따왔으며 그 의미 또한 한남충, 한국 남자 벌레라는 의미로 쓰여지는 단어이다. 그들은 이 작품에서 자신들이 가부장제의 피해자이며 여러 여성의 차별을 받아왔다고 이야기 한다. 우선 가부장제에 대해서 집고 넘어가고 싶다. 그녀들은 항상 말한다. 가부장제는 여성의 인격을 파탄내는 부조리한 일이며 우리 여성들은 피해자 라고. 그들은 그 당시 시대의 남자들을 폭력적이고 야만스러운 사람이라 욕하며 한물간 시대의 퇴물이라 욕한다. 축하한다. 당신들은 당신들을 지키기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싸워온 아버지를 병신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사회생활 이라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현대화가 된 지금 시대에도 온갖 위험과 고생이 산적해 있는데 그 당시 시대에는 어떻겠는가. 가부장. 집안의 기둥이라는 의미이다. 한 가족의 경제권자로서 그들은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상사의 구둣바닥을 핥으면서 버텨왔다. 자기 자식의 미소를 보기 위해 땀을 흘렸으며 자신이 책임 져야할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버텨왔다. 남성이 버텨오는 동안 여성은 무엇을 하는가. 집안일이다. 이것이 가부장제의 기본이다. 흔히들 페미니스트 들은 말한다. 남성이 여성의 사회진출을 억압하고 여성을 짐승처럼 다뤄 왔다고.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그들은 한순간에 포주가 노예를 지키기 위해 부리는 꼬장으로 바꾼다. 모든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 과연 알량한 페미니스트 들이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싸워온 위대한 아버지들을 한남충으로 몰아 넣는 것이 옳은 일인가?
 
 이 소설은 진행 되면서 남성은 폭력적이고 독선적인 인물이라고 세뇌를 시킨다. 여성 참정권을 다룬 영화 ‘서프러제트’에서 인상적인 대사가 나온다. 전쟁만이 남성들이 알아듣는 유일한 언어라고. 그 누구도 피와 살이 찢겨나가는 전쟁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 누구도 폭력에 의존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이 전쟁터에 참전한 이유는 오직 하나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다.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딸자식을 위해서 그들은 원치않은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섰다. 페미니스트 들은 말한다. 인류 역사상 여성은 항상 억압받아 왔다고. 그러나 그 여성들을 지키기 위해 흘려왔던 수많은 피는 보지 않는다. 애써 외면한다. 인류 역사상 항상 여성은 지켜지는 존재 였다. 비 바람에서든 가난에서든 어두운 밤의 으슥한 범죄에서든. 물론 현대에 와서는 그러지 않는다. 여성은 남성과 대등한 존재로서 그들은 스스로 자신을 지킬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지켜졌다는 것을 잊는 것 같다. 여성의 탄압만을 바라보지 말고 여성들을 지키기 위해 흘려왔던 피를 생각해 봤으면 한다.

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螢.納屋を燒く.その他の短編)

 최근 개봉된 영화 중 ‘버닝’이라는 영화가 있다. 칸 영화제에서 벌칸상을 수상한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영화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재해석해 만들었다. 영화를 흥미롭게 봤던 나는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원작인 ‘헛간을 태우다’보다 ‘반딧불이’라는 단편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이 책은 6가지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그리고 ‘영화의 원작은 당연히 장편이어야 돼’라는 내 생각을 정면에서 부순 책이기도 하다. 6개의 단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반딧불이’라는 소설이다. 사실 살아가다 보면 자신을 사회에 맞추고, ‘그저 남들이 다 하니까’라는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바로 그런 인물이다. 무기력하고 평범한, 무엇 하나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인물. 그러나 주인공의 친구가 자살하면서 그는 친구의 여자친구와 가까워지게 된다. 자신이 친구의 대용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그녀에게 팔을 빌려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때까지 그는 여전히 무기력하고 특별한 생각이 없었다.                                                                 
  잃어봐야 소중한 것을 깨닫는다는 말이 있다. 남자친구의 죽음을 잊지 못하고 계속 안으로 쌓아왔던 그녀를 공감하지 못하고 위로하던 그는 결국 그녀가 그를 떠난 뒤에야 허망함을 느낀다. 대학생활 동안 전공과 진로 등에 대해 숱한 고민을 치르지 않았던 그가 사실은 그녀를 만나는 동안 외로움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소설의 끝부분에 그의 룸메이트가 그에게 인스턴트커피 병에 넣은 반딧불이를 건네준다. 기억 속의 반딧불이와 다르게 희미하고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빛을 보며 그는 병뚜껑을 열었다. 반딧불이는 재빠르게 호를 그리며 아까보다 밝은 빛의 선을 어둠 속에 그려내었다. 날아가는 반딧불이를 보며 그는 손을 뻗어보았으나, 손가락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이 책은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모양과 이별의 다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작은 빛은, 언제나 내 손가락 조금 앞에 있었다.’
결국 병 속의 반딧불이는 붙잡을 수 없는 친구의 죽음이었을까 아니면 잡을 수 없는 그녀에 대한 마음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책인 것 같다.

일상 속  ‘새삼스러움’  찾기

김기택 시인의 

    

 

   시인 김기택의 은 우리에게  익숙해져 거들떠 보지 않는 것들을 관찰한다그와 눈이 마주쳤다에서는 길고양이를삼겹살에서는 삼겹살을 먹고 온몸에 남겨진 삼겹살의 흔적을, 심지어 절하다에서는 좌판에서 팔리고 있는 전기 통닭구이까지 관찰한다. 시인은 익숙한 것들을 관찰함으로써 그 사물에 대한 생경함을 느끼게 한다. 너무나도 세세한 관찰이라 그 대상에 대해 어라 이런 모습이 있었나 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익숙한 것들을 아주 세세하게 관찰하는 김기택 시인과 달리 나는 익숙한 것에 쉽게 질려버린다. 익숙함이 마냥 반갑지는 않은 것이다. 버릇처럼 가는 식당은 또 이 메뉴냐며 투덜대면서 들어가기 일쑤다. 오래 돼 어느 사이에 느려져버린 노트북도 달갑지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또 아니다. 매사가 조심스러운 나는 신입생 환영회, 아르바이트 첫날 같은 것들은 말만 들어도 고역이다. 스마트 폰 등 전자기기도  새로 적응하는 게 귀찮아 잘 바꾸지 않는다. 새로운 것은 무엇이든 서툴기 때문에 불편하다. 그래서 김기택 시인이 익숙한 것들 속에서 찾아내는  ‘새삼스러움’ 은 익숙함과 새로움 그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는 나에게 큰 메시지가 된다. 새삼스러움이란 우리의 일상에 익숙하게 있는 것들을 갑작스레 낯설게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을 예로 들자면, 나는 일상 속에서 껌을 수없이 봐 왔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껌을 자세하게 살펴 본 경험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누군가 씹다가 버린 껌은 더더욱 그렇다. 그도 그럴게 단돈 500원에 사 단물이 빠진 뒤 뱉어 버리면 그만인 것이 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김기택 시인은 누군가 씹다 버린 껌을 집요할 정도로 관찰한다. 우리는 김기택 시인처럼 씹다 버린 껌에서 ‘지구의 일생 동안 이빨에 각인된 살의와 적의를 제 한몸에 고스란히 받고 있던’ 모습을 찾거나  ‘이빨이 먼저 지쳐 마지못해 놓아준’  것이라는 감상을 느끼지는 못한다. 지나치게 익숙하며 어디에든 널려 있는 껌은 그 누구도 깊게 들여다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기택 시인의 집요한 관찰은 껌이라는 대상을 다시 바라보게끔 한다. 껌이 낯설어 지는 것이다. 그저 우리에게 씹히는  음식물에 지나지 않았던 껌이 잇자국이 남겨지는 대상, 이가 먼저 지쳐 뱉어지는 대상으로 새롭게 받아들여진다.

 

 

   익숙한 것에서 생경함을 찾는 것은 비단 사물에만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주변에 너무나도 익숙하게 존재해 있던 것들 사물이나 사람, 환경 같은 일상 모든 것들에서 생경함을 찾을 수 있다면 껌이 그랬듯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새롭지만 익숙하기 때문에 서툴지 않게 말이다. 어떤 큰 사건보다 반복되는 일상이 더 지치고 고민될 때가 많다. 그럴 땐 너무 익숙해져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진 않은지 김기택 시인이 세상을 관찰하듯 주변의 것들을 깊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일상 속에서 ‘새삼스러움’ 찾기 위해서 말이다. 너무나 익숙해져 별것 없는 하루가 모여 일상이 되고, 별것 없는 일상은 우리의 인생을 이룬다. 별것 없는 것들의 소중함은 멈춰 서 자세히 바라보다 생경함을 찾았을 때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기주 산문집)

 좋아하는 노래 가사에 이런 말이 있다.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 발버둥 쳐봐도 단지 추억일 뿐…’ 정말 그러했다. 이별 후에 사무치는 감정과 단어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무기력하게 휩쓸려 가라앉을 뿐이었다. 돌이켜 당시의 기억들이 추억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갈 무렵, 한 움큼 떨어져나가 생겨난 공허에 작은 알갱이들이 쌓여 상처를 메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무릇 가장 소중한 것이 가장 먼 곳으로 떠나간다.라고 말한다. 그러니 결말이 정해진 가운데 부단히 읽고 헤아려야 한다.

 책을 읽으며 많은 문장을 노트에 적어 수집했다. 어떤 문장은 위로로, 어떤 문장은 선택으로, 어떤 문장은 상처로, 어떤 문장은 후회로 적었다. 책을 읽고 문장을 적는 것으로 이별이 익숙해질 거란 생각은 않는다.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이별들은 또다시 상처로 남아 나를 침잠(沈潛)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 언젠가 새살이 돋을 것을 안다. 오래토록 그리워함으로, 소리 없는 울음으로 새살이 돋을 것임을 안다. 그리하여 흉터진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다.

 가끔 이 책을 꺼내어 읽으며, 수집한 문장들을 되새김질하며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추억할 그 날을 기다려본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에세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뱉은 말에 책임을 지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거목(巨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오고 여러 해가 지났지만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했다. 고집 때문에 어김없이 실패한 사랑에 끝자락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학기의 성적표 앞에서, 자잘한 일에 쉽게 화를 내고 좌절하는 모습들 속에서, 여전히 어린 아이 같을 뿐이었다. 조금도 자라지 못했다.

 책의 저자는 기분부전장애불안장애라는 질환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녀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비슷한 점이 꽤 많았다. 극단적이라는 점, 그래서 중간이 없는 것, 작은 실수들을 용납하지 못하는 점(나에게나, 남에게나)이 그러했다. 낮은 자존감 때문에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하루, 한 주, 한 달의 기분이 좌우되기도 하는 점이 그러했으며, 사람에 따라 가면을 바꿔 쓰며 이상적인 내 모습을 그려내기 바빴던 점이 그러했다.


 책을 읽으며 정신과 전문의와 저자의 상담이 작은 위안이 되었다. 나만 이상한 줄 알았는데 비슷한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위해서 합리화해도 괜찮다는 말이(물론 과도해지면 문제가 된다고는 했지만) 위로가 되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조금씩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라는 말이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용기가 되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베스트앨범은 사지 않아등 많은 시와 자기계발서와 노랫말들이 우리의 상처를 긍정하고, 그늘을 긍정한다. 또한 청춘은 아픈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힘을 내서 이겨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어떤 때는 위로보단 상처가 되어 우리의 마음을 할퀸다.

 이제 나는 확실하게 위로가 되는 말을 안다. 앞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을 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찮아, 떡볶이 먹으러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