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꿈이 화가였고 공학도의 길을 걷고있는 작가와 나는 비숫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는 공대교수이면서 미술을 좋아하는 분이라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의 미술책보다 내가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을 갖고 책을 폈다.
이 책은 여러 화가들의 삶과 미술속 재료들에 관해 쓰여있다. 그 중 인상깊었던 구절과 부분이 있었다.
먼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관한 부분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작품을 통해 후대의 사람들에게 물음표를 주었고 사람들에게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에 대한 이해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위대한건 알고있었지만 또 한번 피부로 위대한 천재라는 사실을 느꼈고 왠지 소름이 돋았다.
작가는 관람자가 펴는 상상의 너비와 깊이가 크면 클수록 더 위대한 명화라고 했다.
다빈치의 작품을 통해서 다빈치의 작품이 왜 명화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생각도 들었다. 이 작품이 명화고 위대하다라는 기준 이 기준이 과연 옳은 것 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에 그냥 작품 그 자체로써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작품을 과연 값어치를 매길 수 있을까? 단지 돈 많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작품이라 높은 값어치를 매겨서 값이 나가는것이 아닐까? 그래서 유명해진 것이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후대에게 물음표를 남겨주려고 의도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이렇게 그렸는데 사람들의 생각대로 작품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생각은 또 아직은 미술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든 섣부른 생각일 수도 있다. 그래서 미술에 관한 작품이나 책을 더 읽어보고 싶고, 읽을 것이다.
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구절은 혁명에 이용된 다비드의 작품을 통해 작가가 깨달음을 적은 구절이다.
‘사랑이 없는 정의는 인류에게 오히려 해가될 수 있으며, 얼마나 잔혹한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뭔가 사랑, 정의 이 두가지가 합쳐졌다는게 신기해서인가?! 아님 사랑에 관한 나만의 정의를 지어봐서 그런가?! 그냥 이유없이 좋은 구절이다.
‘쇠라의 정지는 밝고 화려한 붓으로 쓴 한편의 시다.’ 그림을 통한 시라… 되게 생소한 표현이였지만 와닿았다. 예술이란…… 울림이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었다. 보슈의 쾌락의 동산이라는 작품이다. 보슈의 그림은 추상적이게 그렸지만 알고보면 되게 구체화 된 그림이다. 그림의 조각은 부분적으로 흩어져 있지만 그 조각을 맞추면 중요한 본질을 알려준다. 본질은 인간에 대한 본질인데 내가 요즘 사람에 관한 것을 많이 생각해서 인지 이 그림이 되게 끌렸다. 직접 가서 보면서 나만의 조각으로 맞춰보고 싶다.
보티첼리의 비너스 작품을 보고 작가가 쓴 구절은 아름다웠다.
‘ 이 그림은 수많은 변증법적 철학을 담고 있다. 순결이 대립되는 쾌락과 만나 아름다움이 되고, 대지가 봄바람을 맞아 꽃이 피는 봄이 되고, 신성과 인성이 만나 성스러운 성모 마리아처럼 성화한 비너스가 되고, 하늘과 대지가 만나 진리가 완성된다. 마치 가설과 반증을 조화시켜 결론을 이끄는 과학을 닮았다.’
이 구절을 읽고 과학과 미술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감탄스럽다. 그리고 아름다움과 봄, 비너스, 진리의 또 다른의미를 느꼈다. 이 구절은 아무리 계속 읽어도 여운이 남는다.
대부분의 옛날 미술가(특히 고흐와 고갱)들은 삶을 마감한 후 작품의 가치가 생존했을 때보다 더욱더 높이 평가됐다. 이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작가 살아있었을 때 작품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삶을 마감한 후에 더욱더 높게 평가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후대의 사람들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 준다는 것으로만 작가의 삶의 가치와 작품을 보답한다는 것은 한없이 부족한 것 같다. 흠.. 너무 슬프다.
이 책은 미술작품의 재료나 표현기법을 통해 화학적인 부분이 중간중간 들어가 있다. 하지만 완전히 화학적으로 작품을 해석하지 않았고 주된 내용이 화학적인 내용보다는 오히려 과학적인 부분이 많이 언급돼서 화학을 통한 미술작품의 이해 혹은 화학과 관련된 것을 생각하는 독자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겨줄 수 있는 책 인것 같다. 그리고 오히려 미술관에 간 화학자라는 이름보다는 과학적인 측면이 많아 미술관에 간 과학자라는 이름이 더 나을 것 같다.
책을 통해서 많은 미술작품을 화가들의 삶, 시대적인 배경, 추구하는 가치들을 알게 돼서 의미있었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과학과 예술은 서로 대립되는 개념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둘은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 합니다.’ 라고 말했다. 이 말은 책의 내용이 아닌 이 부분을 통해 내 마음 속 깊은곳에 숨어있는 미술을 하고싶다는 마음을 끌어 올려주었다. 나도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