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딱 보자마자 내용이 궁금해지는 제목이었다. 왜지? 왜 하필 스물아홉이지? 서른 살이 되기 싫은 걸까? 등등 많은 의문점을 들게 했던 제목, 이유가 궁금해서라도 읽을 수밖에 없게끔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요약하자면 애인에게 차이고, 불안정한 파견사원에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는, 본인이 살쪘다고 생각하는 20대 후반의 여자가 29살 생일에 케이크를 먹다가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1년 후에 죽기로 다짐한다. 그때 주인공 아마리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세상을 보며 1년 뒤에 라스베이거스에서의 화려한 삶을 살아보고 죽기로 결심한다. 라스베이거스를 가겠다는 목표를 정한 후 돈을 벌며 열심히 사는 아마리에게 과거의 무기력했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행을 정하고부터 지금까지 1분 1초도 헛되이 보낸 적은 없었고, 뒤를 돌아볼 여유도,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계속 달리다 보면 딴생각할 겨를도 없고, 옥죄어 오는 불안에 발목 잡힐 일도 없을 것 같았다. 오직 목표만을 향해 한눈팔지 않고 달려왔던 11개월, 정말이지 나는 휴식 따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아마리는 1년 후 죽는다고 생각하니 주변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도 않고 목표만 바라보며 살아간다. 1분 1초의 여유도 없는 치열한 삶은 사는 아마리는 목표를 향해 달려왔던 시간과 경험을 통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낸 시간을 통해 인생은 포기하지 말아야 할 만큼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마리는 30살 생일에 죽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아마리가 무기력했던 날들을 벗어나 새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은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닥치는 대로 부딪치고 무서워서, 안 해본 일이라서 망설이게 되는 그런 일일수록 내가 찾는 것일 수 있다. 해보기 전에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 있고 사람은 뭐든지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고 마음에 와 닿았던 구절이다. 나도 두려워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많았다. 지레 겁먹고 시작 전부터 포기했었다. 그런 내가 작년에 처음으로 대외활동에 지원하였는데 정말 안했으면 어쨌나싶을 정도로 활동하는 것도 재밌고 다른 학교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편협한 사고를 확장시켜주었다. 정말 저 구절처럼 안 해본 일이라고 지레 겁먹고 포기부터 한다면 앞으로 살면서 경험했으면 좋을 다양한 일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1학기 때 나는 학교생활에 충실하기 즉, 성적관리하고 비교과점수를 어느 정도 채우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목표를 잡은 후 내 인생에 안정적인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아마리가 정한 목표인 라스베이거스만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목표를 정한 것 하나만으로도 내 삶에서 온전히 그 목표에 몰두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평화는 잠시였고 1학기가 지나고 여름방학이 찾아온 동시에 나는 무기력한 생활을 반복하게 되었던것 같다. 1학기 성적과 비교과점수에 대한 목표는 만족할 만큼 달성했지만 1학기가 지나서 끝나게 된 시한부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았던 삶에서 갑자기 목표가 사라지고 할 일을 해야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가 찾아왔더니 방황이 시작되었다. 목표를 이루고 나면 자신감도 생겨 그 후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을 읽고 보니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내가 있기 때문이었다.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어떠한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향해가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아마리가 다시 삶을 살기로 결정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목표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 순간의 과정을 즐긴다면 더 의미있는 삶을 살 것이다.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지금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오늘에 집중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