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외로움 안정제, 먼저 다가간 나의 한 발짝
이 책의 머리말을 읽었을 때, 눈물이 찔끔했다. 필자에게 들었던 생각을 나도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로운 사람은 너 혼자만이 아니야”라는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는 점, 깊은 고민은 누구에게 털어 놓아야할지 몰라 혼자 그대로 마음에 묻어버린 적이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추상적인 외로움보다는 삶의 현장에서 맞닥뜨린 외로움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는 것이 기대도 되었고 한편으로는 의문도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에게 나를 들킨듯한 기분이 종종 들었다.
고독사 이야기와 이웃과의 단절에 대한 이야기, 비교를 통해 생기는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어쩌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나 스스로 만드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어느 순간부터 이웃들에게 인사하지 않았다. 남이라는 이유로 벽을 치고 지내왔기 때문에 몇 호에 사는지도 모르며 상대방도 말을 건네지 않는데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인사하면 상대방이 어색하지 않을까라는 이기적인 생각과 몇 년 동안 해오지 않은 어색함 때문인 것 같았다. 열등감과 관련된 이야기 중 ‘나의 단점과 타인의 장점을 비교’라는 부분에서 나는 그 어떤 책보다도 이 감정이 생기는 이유를 더 쉽게 이해되었던 것 같다. 관점을 바꾸면 세상이 달리 보이듯 나만의 중심을 잡는게 어렵지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사람이 될 수 있기에..
외로움을 더 커지게 만드는 것 역시 나 자신과 관련되어 있었다. 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너무 하고 두려움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실재하는 고통이 아니다. 또한 필자는 내일은 내일에 대한 염려가 있을 것이니 그날의 나쁜 일은 그날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지친 하루라는 노래 중 ‘오늘 이 기분 때문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어’라는 가사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망쳐버린 오늘로 내일까지 피해를 줘서는 안 되겠다고 다시금 다짐했다. 그리고 편견에 대해 이야기 한 것들 중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 규정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편견을 만들어 준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성적이다, 약간 부정적인 편이라며 나를 규정했던 것 같다. 더불어 내 성격은 이렇게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 2학년 친구가 “선생님 왜 이렇게 밝아요? 원래 이렇게 밝아요?” 라고 물어 보았다. 나는 이 물음에 적잖이 당황했다. 나는 밝지 않은 줄 알았으니까.. 1학기에 수업을 같이 들었던 선배도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 선배가 밝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상대방에 따라서 감정표현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생각을 조금 달리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저러한 면이 있구나, 너무 스스로 나를 옭아매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고정적인 생각과 말이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도 나를 옭아맬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조금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착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한결 생각을 유연하게 할 수 있었다. 나는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늘 비례하길 믿으며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도 컸다. 필자가 표현한 모기 물린 데를 계속 긁어대면 부어오르는 것처럼, 오랜 시간 걸려 세운 도미노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처럼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성과에 대한 집착에서 유연한 마음을 갖고 정말 아무리 애써도 안 되는 것이라면 집착하지 않고 놓을 줄도 아는 내가 되고 싶어졌다.
또한 진정한 관계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온 것에 대한 역설적인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진정한 관계란 책에서 제시된 것처럼 깊은 감정과 내면의 생각에 공감해주고 토닥토닥 보듬어주는, 사랑스러운 눈빛을 지어주는 등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것들은 너무나도 이상적이며 나를 위한 기준임을 알게 되었다. 현실적으로는 의견이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도, 우선순위가 항상 같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또 ‘내 편’이라는 의미를 지금껏 나와 같은 생각, 가치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내 편이지만 다른 생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의 속뜻도 이제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 내 험담을 할 수 있겠다는 의심과 자존감 낮은 생각이 외로움을 조장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에서도 나오듯 말은 말일 뿐 내 인생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이전에도 종종 들었던 말이지만 세상이 나에게 전부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며 그들은 자신 생각에 바쁘니까, 내가 나 자신 생각에 바쁜 것처럼 말이다.
마음의 지옥도 내가 만들고 있었다. 누군가에 대해 분을 품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다. 그 사람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분의 무게에 나만 아프게 되므로 마음만 무겁게 된다. 후회 또한 마찬가지로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할 걸”이라는 후회의 감정을 떠올리게 되면 그 부정적 감정을 복습하게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얽매여 소중한 순간을 낭비하지 말고 현재에 감사하며 충실히 살아야겠다. 그리고 기대감과 실망감에 대한 필자의 생각에 공감한다. 이 책의 다이아몬드에 비유, 종이와 칼에 벤 아픔의 비교에 비유는 너무 와닿았다. 다이아몬드는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흠집과 잡티가 있다고 한다. 또 종이의 단면은 울퉁불퉁하지만 칼의 단면은 매끄럽기 때문에 종이에 베였을 때 아픔이 더 크다고 한다. 필자는 이를 관계에도 적용시켜 이야기한다. 나 또한 더 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나에게 작은 상처를 주면 가까운 관계가 아닌 사람보다 실망과 상처가 크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다이아몬드의 세밀한 흠집이나 종이 단면의 울퉁불퉁함 그 자체에 신경 쓰고 상처받기보다 나를 위해주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점을 더 크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야겠다. 필자는 외로움의 특효약이 사람이라고 한 부분에서 헨리 애덤스의 말을 인용했는데 맞는 말 같았다. “평생에 벗이 하나 있으면 많은 것이다. 둘이면 매우 많은 것이며, 셋은 거의 불가능하다.”라는 말이다. 정말 진정한 벗은 되기도, 사귀기도 어려운 것 같다. 진정한 사람 만나기가 내가 추구하는 행복임에도 이 부분은 어려운 삶의 숙제인 것 같다.
그렇지만 진정한 관계를 위해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많이 깨달았다. 방어적인 태도를 벗고 내가 이러한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의 반응이 어떨지 미리 판단하거나 걱정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그 이야기가 나를 다 보여준 것이 아니므로 상대방이 건성으로 들었다고 느낄지언정 그 반응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