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닮는다.
” 도시를 생각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하다.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단 하루도 쉴 틈 없이 시끄럽고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도시는 단순히 건축물이나 공간들을 모아 놓은 곳이 아니라 도시는 인간의 삶이 반영된 공간이다. 그리고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욕망이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권력’의 모습이 보일 듯 말듯 묻어나 있다. 중앙에서 죄수를 감시하는 판옵티콘과 비슷한 모양인 파리의 방사형 도로망,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타인을 내려다보는 펜트하우스 등 군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은근슬쩍 배어있다.
이 욕망은 동서양의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는 공간이라 부르고 서양은 space라 한다. 서양과 달리 한국은 비워있는 여백의 미를 강조한다. 도시 건축에도 이런 우리만의 공간을 잘 살려야 한다. 과거에는 각자 자신의 자연환경에 맞는 건축이 이뤄졌다. 이런 점은 네온사인을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홍콩이나 라스베가스 야경을 보며 멋있다고 하고 국내의 야경은 어지럽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인은 바로 그 야경을 보며 별로라고 하며 우리 야경이 더 멋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네온사인을 정보로 받아들이는가의 차이다.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정보로 받아들이며 싫어하지만 외국인은 정보가 아닌 전체그림으로 인식하며 아름답게 보는 차이에서 나온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세계화가 이루어지면서 어느 곳이나 모든 재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전세계 건축은 고유의 맛이 사라졌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심하다. 아파트의 형태도 거의 비슷하고 원룸 같은 경우에는 내부마저 비슷하다. 다시 각 지역에 맞는 고유한 건축으로 도시를 살린다면 한국만이 갖고 있는 도시가 탄생할 것이라 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미 전세계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도시가 우리 삶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책에서 도시는 진화하는 존재로 설명되었다. 도시는 끊임없이, 다양한 이유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생명체가 진화하듯이 도시도 다양한 조건에 따라 변해가며, 이 변화는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으로 영향을 준다. 사람이 입맛대로 도시를 바꾸고 또 그 도시에 사람이 닮아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도시가 진화하게 된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심결에 지나쳤던 거리들과 건축물들이 예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무엇 때문에 가고 싶은지, 걷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왜 탁 트인 공간을 보면 탄성이 나오는지, 왜 겉이 허름한 그 카페를 그렇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이 가르쳐 준 것들로 나는 어떤 건출물, 어떤 공간에 살고 싶은지 명확한 답변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